천하의 강지혁이 도와준다는데 못 뒤집는 사건이 있을까? 게다가 임유진은 원래부터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으니 일은 더 쉬울 것이고 뒤에서 이 판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든 얼마 안 가 꼭 밝혀질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한지영은 아까까지만 해도 우울했던 게 싹 가시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점심시간도 다 돼가는데 우리 이제 식사하러 가요."한지영의 제안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네 사람은 구치소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앉아 맛집 몇 개를 알아본 한지영은 임유진에게 최종선택을 맡겼고 두 남자는 그녀들이 가자는 데로 따를 뿐이었다.운전은 백연신이 했고 네 사람은 해성시 유명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한지영이 룸으로 예약한 덕에 직원은 네 사람을 곧장 룸으로 안내했고 주문은 맛집 블로거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들로 주문했다. 이것저것 다 주문하고 나니 음식이 족히 20가지는 넘었고 한지영은 그제야 머쓱한 듯 물었다."너무 많나...?""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 이것저것 많이 먹어보고 좋지 뭐."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안심한 듯 웃었다.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한지영은 핸드폰을 꺼내 임유진에게 아까 추천했던 드라마의 포스터와 스틸컷들을 보여주었다."어때? 이 사진 고주원 진짜 너무 섹시하지 않아?"백연신은 남자친구인 자신이 옆에 있는 것도 잊고 잔뜩 흥분해서 얘기하는 한지영을 보며 못마땅한지 얼굴을 찌푸렸다. 한지영은 평소에도 그를 자주 화나게 했는데 그녀는 백연신과 마주 보고 있을 때는 그한테 홀딱 빠져버린 듯한 눈을 하다가 고개만 돌리면 바로 아이돌이나 배우들에게 침을 흘린다는 것이다.임유진은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한지영의 핸드폰은 어느새 강지혁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드라마 포스터와 스틸컷들을 한 장 한 장 열심히 보고는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이런 남자가 취향이야?"그러자 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그게... 예전에... 예전에 좋아했던 배우였어. 연기를 아주 잘했거든.""그래? 그
주문한 음식이 다 올라온 후 네 사람은 식사하기 시작했다. 강지혁은 자연스럽게 새우 껍질을 까서 임유진에게 건네주었고 임유진은 그의 행동에 꽤 민망해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지영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임유진을 툭툭 건드렸고 임유진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멋쩍게 웃어넘겼다.그에 반해 강지혁은 다른 사람 눈길 따위는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계속 그녀를 챙겼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임유진을 살뜰히 챙겼다."20분 뒤에 약 먹는 거 잊지 마.""응, 알겠어."그러자 옆에 있던 한지영이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너 어디 아파?""아니. 관절염 치료하려고 먹는 약이야."그 말에 한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임유진이 감방에 있던 3년 동안 관절이 많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받기를 권했지만, 매번 임유진은 적당한 핑계를 대며 병원 가기를 거부했었다. 치료에는 돈이 많이 들었고 임유진이 걱정하는 게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던 한지영이 자신이 치료비를 내겠다고도 했지만, 그 역시 임유진에게 거절당했다.그런데 지금 임유진이 착실히 치료받고 있는 걸 보면 강지혁이 그녀를 설득한 게 틀림없었다. 한지영은 강지혁을 점점 더 좋게 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친구가 감방에서 고생한 게 강지혁과 관련이 있는 건 맞지만 그때는 어찌 됐든 두 사람이 서로를 몰랐던 상황이고 지금은 옆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지극정성이다.그러니 만약 강지혁이 자신의 친구에게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준다면 이것도 나름 좋은 결말이라고 한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20분 후, 강지혁은 적당히 따뜻한 물을 가져오더니 손수 약 봉투를 뜯어주고는 약을 임유진의 손에 올려주었다. 한지영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상함이 묻어나오는 강지혁의 행동을 보고는 그가 정말 임유진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느냐는 여자에게 돈을 얼마나 잘 쓰는것인지도
임유진은 자신의 눈치를 보는 한지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꼭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서 진애령 씨 그렇게 만든 사람도 알아내고 내 결백도 찾을 거야.""그보다 너는? 너는 백연신 씨랑 어떻게 된 거야?"임유진이 되레 물었다."그냥 똑같지, 뭐."한지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남들 눈에는 그저 평범한 커플처럼 보일 거야."하지만 가끔은 너무 ‘평범한 커플’처럼 보였기에 한지영은 종종 백연신과 진짜 연인 사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매번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백연신은 그저 복수하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 스스로 다그쳤다."나는 여전히 백연신 씨가 복수를 위해 너한테 접근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임유진은 만약 백연신이 정말 복수를 한다면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선택했지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복수를 택할 것 같지는 않았다."나도 제발 그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한지영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임유진은 뭐라고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도 백연신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기에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어떤 일은 직접 겪어야 안다고는 하지만 임유진은 한지영만큼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화장실에서 나온 두 사람은 다시 룸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마침 백연신이 한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강지혁이 앉아 있는 의자의 등받이에 올려놓고는 허리까지 숙인 채 강지혁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꽤 가까운 거리에서 눈까지 마주치며 얘기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임유진과 한지영은 처음 보는 광경에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둘이... 뭐해요?"한지영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장면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그 주위로 꽃가루가 날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백연신은 한지영의 표정을 보더니 그녀가 또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게 뻔하다며 얼굴을 찌푸렸다."아무것도 아니야."백연신은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응, 아무것도 아니야."
백연신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지혁을 바라보는 한지영을 보며 기분이 언짢아졌다.S 시에 들어선 후 차는 먼저 강씨 저택에 도착했다. 강지혁과 임유진이 내린 후 운전석은 다시 백연신이 차지했다."유진아, 그럼 다음에 또 봐."한지영은 임유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응. 오늘 고마워. 조심해서 가!"임유진 역시 인사를 건넨 후 강지혁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한지영의 눈은 강지혁과 임유진의 뒷모습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백연신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만 보지.""이제는 마음대로 보게도 못하네."한지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녀는 전에 임유진의 셋방에서 봤던 강지혁이 떠돌이 거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S 시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지영이 아직도 두 사람을 보며 한창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 때 백연신은 두 손으로 그녀의 볼을 확 잡고는 자기 쪽으로 돌려버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내 얼굴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더니 이제는 강지혁이야?" 그 말에 한지영은 하마터면 침에 사레 들릴 뻔했다.대체 언제 그녀가 강지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거지!한지영은 단순히 임유진과 강지혁이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탄했을 뿐인데 이런 오해를 받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연신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을이었고 감히 강하게 얘기할 수 없었기에 마지못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내가 강지혁 씨를 왜 그런 눈으로 보겠어요. 난 그저... 음, 두 사람이 잘돼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에요.""정말이야?"백연신은 그녀의 진심을 꿰뚫어 보려는 듯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그럼요!"한지영은 한껏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그를 안심시켰다."그래. 네가 누구 여자친구인지 잊지 마."백연신은 경고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은 그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여자친구’라는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은 지금 빚을 갚
‘을’인 한지영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강씨 저택으로 들어온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오늘 혹시 실망했어? 기껏 해성시까지 갔는데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잖아."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실망 안 했다고?"강지혁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결백을 되찾을 수 있게 네가 증거를 찾아주겠다고 했잖아. 그 증거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날 위해 찾아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임유진은 오늘 드디어 강지혁이 자신을 완전히 믿고 있는 것 같았고 둘 사이를 막고 있던 벽도 천천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얼마나 사건의 진상을 원하는지 강지혁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결백은 되찾아 줄 수 있어도 진실은 여전히 줄 수 없다."누나가 기쁘면 나도 좋아."강지혁은 예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곧 화제를 돌렸다."출근 안 하는 나머지 며칠은 뭐할 거야?""며칠 뒤에 외할머니 뵈러 가려고."임유진은 평소 일 때문에 바빠 그녀의 외할머니와는 틈틈이 전화로만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휴일이 생긴 김에 외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그래. 언제 갈 건데? 나도 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너도? 우리 할머니 보러 가겠다고?"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누나 외할머닌데 나도 당연히 가야지."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래. 그럼 그때 같이 가자."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녁이 될 때쯤 한의원에서 강씨 저택으로 한약을 보내왔다. 이 약은 임유진의 자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다.임유진은 한약을 보며 조금 울컥했다. 만약 강지혁이 그녀를 데리고 건강검진 하러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혼자 단정 짓고 살았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이 약이 마치 희망처럼 느껴졌다.저녁 시간.식사를 마친 후 20분쯤 지나자 고용인은 강지혁의 지시대로
"누나가 먹은 약이 얼마나 쓴지 궁금해서."강지혁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하더니 흡사 쓴맛을 음미하듯 말했다."역시 쓰네.""..."임유진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쓴맛이 궁금하다고 그걸 대뜸 마셔보는 사람은 아마 강지혁 말고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건 여자를 위한 약이다. 조금밖에 먹지 않아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지만 강지혁은 자신의 몸에 너무 무신경했다."너도 사탕 먹을래? 그럼 좀 나을 거야."임유진이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얘기했다."응."강지혁은 짧게 대답한 후 임유진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너..."임유진이 막 입을 벌려 얘기하려고 할 때 강지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그의 키스는 여전히 집요했고 그녀를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또한, 쓴맛과 단맛이 섞여버려 임유진은 지금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키스가 끝난 후 임유진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랐고 강지혁은 그녀가 시선을 돌릴 수 없게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역시, 달아."강지혁은 예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입을 벌려 네 글자를 뱉었다. 그 모습에 임유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홀린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시간과 날짜를 잡은 후 내일 그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임유진의 외할머니는 현재 퇴원한 상태이다. 그녀는 임유진에게 어차피 자신은 병원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같다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요양하겠다고 했다.임유진은 자신의 외할머니가 이런 결정을 한 게 돈 때문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병원에 있으면 그녀는 여러모로 더 좋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지만 병원에 계속 있게 되면 외삼촌들과 이모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하지만 집으로 가면 외할머니는 과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러자 임유진이 잠깐 고민하나 싶더니 곧장 머리를 끄덕였다.임유진은 기사님에게 백화점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그녀는 먼저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지하 1층인 식품 코너를 돌았다. 그러다 어르신과 당뇨 환자들을 위한 다과 세트를 발견했다. 가격은 조금 비싸긴 해도 서은숙도 가끔 혈당이 기준을 초과할 때가 있었기에 이 간식으로 결정했다.계산한 후 그녀는 다과 세트를 손에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옷을 사기 위해 위로 이동했다. 그렇게 2층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그녀 쪽으로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때려버렸다.임유진은 갑자기 날아든 매서운 손에 하마터면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몸은 중심을 잡아 괜찮았지만, 손에 들고 있던 다과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난 내가 잘못 봤나 했는데 역시 네년이 맞았네. 출소하더니 이제는 뻔뻔하게 백화점까지 돌아다녀?"임유진은 맞은 쪽 얼굴을 감싸며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잔뜩 화가 나 있는 중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아는 얼굴이었다.당시 법정에서 임유진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뺨을 때린 여자가 바로 이 여자였다. 그것 때문에 임유진은 입술이 다 찢어지고 얼굴도 며칠 동안 퉁퉁 부어있었다.여자가 한창 날뛰고 있을 당시 경찰도 옆에 있었지만 마치 일부러 그 여자에게 분풀이할 시간을 주듯 말리지 않았다.이 여자가 바로 진애령의 어머니인 윤수경이다.상대가 진씨 가문이어서, 그에 반해 임유진은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심지어는 소씨 가문에게까지도 버림받은 걸까? 당시의 임유진은 진짜 절망 그 자체였다.그렇게 3년 형을 채우고 드디어 출소했지만, 윤수경은 지금 또다시 그녀를 때렸고 심지어 한 번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또 한 번 때리려고 했다.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윤수경의 팔을 잡았다."나 죄지은 적 없어요."임유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며 말했다."법원에서 네가 죄가 있다고 이미 판결이 났는데 뭐가 어째? 고작 3년, 하... 내가 볼
"당신은 사람 눈도 많은 곳에서 꼭 이래야겠어?"진기태의 말에 윤수경이 분노하며 말했다."너무 화가 나니까 그렇죠. 당신도 아까 쟤가 하는 말 들었잖아요. 우리 애령이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한 거!"진기태는 임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기어이 출소했네. 아까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던데 그건 법원에서 결정한 문제지 가해자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야. 그리고..."진기태는 벌레 보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 같은 게 내 앞에서 권리를 논할 자격은 없어."그러고는 옆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저 여자 당장 끌어내. 그리고 저 여자 사진 보안팀과 관리팀에 보내서 앞으로 백화점에 영구 출입금지시켜."그 말에 경호원은 임유진의 팔을 잡고는 그대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잠, 잠깐만요. 내 물건이 아직..."임유진은 그제야 진씨 가문이 이 백화점 소유주거나 혹은 이 백화점 대주주 중 한 명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녀가 끌려나가면서 아까 산 다과 세트를 주우려고 하자 진기태는 얼른 다른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저 쓰레기는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해. 걸리적거리니까."그녀가 산 다과 세트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진기태는 지금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그녀를 모욕했고 임유진은 치욕스러움에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녀는 반격할 힘조차 없었고 그저 짐짝처럼 경호원의 손에 의해 백화점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입구에 다다른 후 경호원들은 그녀를 잡던 손을 풀어주더니 경고까지 잊지 않았다."이제 당신은 이 백화점에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경고를 어기고 또다시 방문할 시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임유진은 변호사였던 자신이 이제는 법으로 협박까지 당하자 헛웃음이 났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백화점 안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러고는 이런 일에 속상해 하거나 힘들어할 필요 없다고, 그녀가 화를 내면 진기태가 원하는 대로 될 뿐이라고 끝없이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