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자신의 눈치를 보는 한지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꼭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서 진애령 씨 그렇게 만든 사람도 알아내고 내 결백도 찾을 거야.""그보다 너는? 너는 백연신 씨랑 어떻게 된 거야?"임유진이 되레 물었다."그냥 똑같지, 뭐."한지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남들 눈에는 그저 평범한 커플처럼 보일 거야."하지만 가끔은 너무 ‘평범한 커플’처럼 보였기에 한지영은 종종 백연신과 진짜 연인 사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매번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백연신은 그저 복수하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 스스로 다그쳤다."나는 여전히 백연신 씨가 복수를 위해 너한테 접근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임유진은 만약 백연신이 정말 복수를 한다면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선택했지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복수를 택할 것 같지는 않았다."나도 제발 그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한지영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임유진은 뭐라고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도 백연신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기에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어떤 일은 직접 겪어야 안다고는 하지만 임유진은 한지영만큼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화장실에서 나온 두 사람은 다시 룸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마침 백연신이 한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강지혁이 앉아 있는 의자의 등받이에 올려놓고는 허리까지 숙인 채 강지혁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꽤 가까운 거리에서 눈까지 마주치며 얘기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임유진과 한지영은 처음 보는 광경에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둘이... 뭐해요?"한지영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장면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그 주위로 꽃가루가 날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백연신은 한지영의 표정을 보더니 그녀가 또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게 뻔하다며 얼굴을 찌푸렸다."아무것도 아니야."백연신은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응, 아무것도 아니야."
백연신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지혁을 바라보는 한지영을 보며 기분이 언짢아졌다.S 시에 들어선 후 차는 먼저 강씨 저택에 도착했다. 강지혁과 임유진이 내린 후 운전석은 다시 백연신이 차지했다."유진아, 그럼 다음에 또 봐."한지영은 임유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응. 오늘 고마워. 조심해서 가!"임유진 역시 인사를 건넨 후 강지혁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한지영의 눈은 강지혁과 임유진의 뒷모습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백연신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만 보지.""이제는 마음대로 보게도 못하네."한지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녀는 전에 임유진의 셋방에서 봤던 강지혁이 떠돌이 거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S 시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지영이 아직도 두 사람을 보며 한창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 때 백연신은 두 손으로 그녀의 볼을 확 잡고는 자기 쪽으로 돌려버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내 얼굴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더니 이제는 강지혁이야?" 그 말에 한지영은 하마터면 침에 사레 들릴 뻔했다.대체 언제 그녀가 강지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거지!한지영은 단순히 임유진과 강지혁이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탄했을 뿐인데 이런 오해를 받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연신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을이었고 감히 강하게 얘기할 수 없었기에 마지못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내가 강지혁 씨를 왜 그런 눈으로 보겠어요. 난 그저... 음, 두 사람이 잘돼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에요.""정말이야?"백연신은 그녀의 진심을 꿰뚫어 보려는 듯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그럼요!"한지영은 한껏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그를 안심시켰다."그래. 네가 누구 여자친구인지 잊지 마."백연신은 경고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은 그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여자친구’라는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은 지금 빚을 갚
‘을’인 한지영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강씨 저택으로 들어온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오늘 혹시 실망했어? 기껏 해성시까지 갔는데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잖아."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실망 안 했다고?"강지혁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결백을 되찾을 수 있게 네가 증거를 찾아주겠다고 했잖아. 그 증거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날 위해 찾아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임유진은 오늘 드디어 강지혁이 자신을 완전히 믿고 있는 것 같았고 둘 사이를 막고 있던 벽도 천천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얼마나 사건의 진상을 원하는지 강지혁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결백은 되찾아 줄 수 있어도 진실은 여전히 줄 수 없다."누나가 기쁘면 나도 좋아."강지혁은 예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곧 화제를 돌렸다."출근 안 하는 나머지 며칠은 뭐할 거야?""며칠 뒤에 외할머니 뵈러 가려고."임유진은 평소 일 때문에 바빠 그녀의 외할머니와는 틈틈이 전화로만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휴일이 생긴 김에 외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그래. 언제 갈 건데? 나도 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너도? 우리 할머니 보러 가겠다고?"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누나 외할머닌데 나도 당연히 가야지."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래. 그럼 그때 같이 가자."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녁이 될 때쯤 한의원에서 강씨 저택으로 한약을 보내왔다. 이 약은 임유진의 자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다.임유진은 한약을 보며 조금 울컥했다. 만약 강지혁이 그녀를 데리고 건강검진 하러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혼자 단정 짓고 살았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이 약이 마치 희망처럼 느껴졌다.저녁 시간.식사를 마친 후 20분쯤 지나자 고용인은 강지혁의 지시대로
"누나가 먹은 약이 얼마나 쓴지 궁금해서."강지혁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하더니 흡사 쓴맛을 음미하듯 말했다."역시 쓰네.""..."임유진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쓴맛이 궁금하다고 그걸 대뜸 마셔보는 사람은 아마 강지혁 말고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건 여자를 위한 약이다. 조금밖에 먹지 않아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지만 강지혁은 자신의 몸에 너무 무신경했다."너도 사탕 먹을래? 그럼 좀 나을 거야."임유진이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얘기했다."응."강지혁은 짧게 대답한 후 임유진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너..."임유진이 막 입을 벌려 얘기하려고 할 때 강지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그의 키스는 여전히 집요했고 그녀를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또한, 쓴맛과 단맛이 섞여버려 임유진은 지금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키스가 끝난 후 임유진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랐고 강지혁은 그녀가 시선을 돌릴 수 없게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역시, 달아."강지혁은 예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입을 벌려 네 글자를 뱉었다. 그 모습에 임유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홀린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시간과 날짜를 잡은 후 내일 그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임유진의 외할머니는 현재 퇴원한 상태이다. 그녀는 임유진에게 어차피 자신은 병원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같다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요양하겠다고 했다.임유진은 자신의 외할머니가 이런 결정을 한 게 돈 때문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병원에 있으면 그녀는 여러모로 더 좋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지만 병원에 계속 있게 되면 외삼촌들과 이모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하지만 집으로 가면 외할머니는 과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러자 임유진이 잠깐 고민하나 싶더니 곧장 머리를 끄덕였다.임유진은 기사님에게 백화점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그녀는 먼저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지하 1층인 식품 코너를 돌았다. 그러다 어르신과 당뇨 환자들을 위한 다과 세트를 발견했다. 가격은 조금 비싸긴 해도 서은숙도 가끔 혈당이 기준을 초과할 때가 있었기에 이 간식으로 결정했다.계산한 후 그녀는 다과 세트를 손에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옷을 사기 위해 위로 이동했다. 그렇게 2층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그녀 쪽으로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때려버렸다.임유진은 갑자기 날아든 매서운 손에 하마터면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몸은 중심을 잡아 괜찮았지만, 손에 들고 있던 다과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난 내가 잘못 봤나 했는데 역시 네년이 맞았네. 출소하더니 이제는 뻔뻔하게 백화점까지 돌아다녀?"임유진은 맞은 쪽 얼굴을 감싸며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잔뜩 화가 나 있는 중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아는 얼굴이었다.당시 법정에서 임유진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뺨을 때린 여자가 바로 이 여자였다. 그것 때문에 임유진은 입술이 다 찢어지고 얼굴도 며칠 동안 퉁퉁 부어있었다.여자가 한창 날뛰고 있을 당시 경찰도 옆에 있었지만 마치 일부러 그 여자에게 분풀이할 시간을 주듯 말리지 않았다.이 여자가 바로 진애령의 어머니인 윤수경이다.상대가 진씨 가문이어서, 그에 반해 임유진은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심지어는 소씨 가문에게까지도 버림받은 걸까? 당시의 임유진은 진짜 절망 그 자체였다.그렇게 3년 형을 채우고 드디어 출소했지만, 윤수경은 지금 또다시 그녀를 때렸고 심지어 한 번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또 한 번 때리려고 했다.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윤수경의 팔을 잡았다."나 죄지은 적 없어요."임유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며 말했다."법원에서 네가 죄가 있다고 이미 판결이 났는데 뭐가 어째? 고작 3년, 하... 내가 볼
"당신은 사람 눈도 많은 곳에서 꼭 이래야겠어?"진기태의 말에 윤수경이 분노하며 말했다."너무 화가 나니까 그렇죠. 당신도 아까 쟤가 하는 말 들었잖아요. 우리 애령이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한 거!"진기태는 임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기어이 출소했네. 아까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던데 그건 법원에서 결정한 문제지 가해자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야. 그리고..."진기태는 벌레 보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 같은 게 내 앞에서 권리를 논할 자격은 없어."그러고는 옆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저 여자 당장 끌어내. 그리고 저 여자 사진 보안팀과 관리팀에 보내서 앞으로 백화점에 영구 출입금지시켜."그 말에 경호원은 임유진의 팔을 잡고는 그대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잠, 잠깐만요. 내 물건이 아직..."임유진은 그제야 진씨 가문이 이 백화점 소유주거나 혹은 이 백화점 대주주 중 한 명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녀가 끌려나가면서 아까 산 다과 세트를 주우려고 하자 진기태는 얼른 다른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저 쓰레기는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해. 걸리적거리니까."그녀가 산 다과 세트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진기태는 지금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그녀를 모욕했고 임유진은 치욕스러움에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녀는 반격할 힘조차 없었고 그저 짐짝처럼 경호원의 손에 의해 백화점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입구에 다다른 후 경호원들은 그녀를 잡던 손을 풀어주더니 경고까지 잊지 않았다."이제 당신은 이 백화점에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경고를 어기고 또다시 방문할 시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임유진은 변호사였던 자신이 이제는 법으로 협박까지 당하자 헛웃음이 났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백화점 안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러고는 이런 일에 속상해 하거나 힘들어할 필요 없다고, 그녀가 화를 내면 진기태가 원하는 대로 될 뿐이라고 끝없이 자신을
윤수경의 말을 듣고 있던 진기태가 입을 열었다."저런 여자 다시 감옥에 보내는 거 쉬워. 내가 사람 시켜서 처리할게."진기태는 한 사람의 운명을 마치 장난감처럼 쉽게 다룰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윤수경이 이를 갈며 말을 보탰다."그럼 이번에는 아예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 놔요."그녀는 그래야만 자기 마음에 있는 울분이 조금이라도 가실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 알았어. 당신 말 대로 할게."진기태는 윤수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당신도 이제 애령이 생각은 그만하고 우리 세령이 생각이나 해.""이제 우리한테 남은 유일한 딸인데 당연히 그래야죠."윤수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령이는 왜 하필 강지혁이 아닌 소씨 가문 애를 좋아해서는. 그것만 아니면 지금쯤 강지혁에게 장인 장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윤수경의 아쉬움 가득한 말에 진기태가 말했다."애들 마음을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그럼 지금 내 마음이라도 나아지게 임유진 그 여자를 빨리 감옥에 집어넣어요!"윤수경은 다시 표독스러운 얼굴로 돌아와 진기태를 닦달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빨리 그렇게 할게."진기태가 그녀를 달래주며 답했다...."네? 백화점에서 임유진을 봤다고요?"부모님 보러 본가로 온 진세령이 윤수경에게서 오늘 임유진을 우연히 만났다는 걸 전해 듣고 깜짝 놀라 물었다."그래. 그게 글쎄 우리 백화점을 돌고 있더라니까?!"윤수경이 말했다."살 게 있어서 네 아버지와 같이 백화점에 갔다가 어쩌다 그렇게 딱 만났는지. 그러고는 자기는 죄를 짓지 않았다며 뻔뻔하게 말하는데 내가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아주 개망신을 줘버렸어."의기양양해서 말하는 윤수경에 반해 옆에서 듣고 있던 진세령의 얼굴을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개망신을 주다니... 어떻게요?""나는 그 여자 뺨을 때렸고 너희 아버지는 경호원을 불러 그 여자를 백화점에서 쫓아내 버렸어."윤수경은 아직 진세령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는
그제야 윤수경도 진세령의 얼굴이 사색이 된 걸 발견했다."세령아, 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사과라니. 그것도 그 여자한테? 넌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니?""지금이라도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진다고요."진세령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진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도 안 가서 핸드폰은 바로 윤수경에게 뺏겨버렸다."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알아듣게 얘기해."그에 진세령이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말했다."엄마, 지금 임유진 뒤에 있는 사람, 강지혁이에요. 임유진을 건드리면 강지혁을 건드리는 게 된다고요!"그 말에 윤수경이 멈칫하더니 곧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얘가 지금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있어?""나도 차라리 내가 미쳐서 헛소리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진세령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전에 나한테 물었죠? 소민영 다리 대체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고? 왜 아직도 낫지 않느냐고요."진세령의 진지한 얼굴에 윤수경은 마치 들으면 안 되는 얘기를 곧 듣게 될 사람처럼 등골이 오싹해 나기 시작했다."그거 강지혁이 그런 거예요. 소민영이 임유진을 건드린 걸 알고 대신 갚아준 거라고요. 그것도 몇십 배로요!"강지혁의 이름이 나왔을 때 윤수경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강지혁... 임유진의 뒤에 강지혁이 있다고?진애령이 살아있을 당시 윤수경은 곧 강지혁의 장모가 될 생각에 매일매일 들떠있었다. 강지혁을 사위로 두면 S 시에 있는 모든 사람을 그녀의 발아래 두는 것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진애령이 죽어버림으로써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게 됐다."강지혁이 왜 임유진의 뒤를 봐줘? 걔 설마 애령이를 죽인 사람이 그 여자라는 걸 몰라?"윤수경은 흥분하며 화를 냈고 진세령은 얼른 그녀를 진정시켰다."당연히 알죠.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 강지혁이 임유진이 좋다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하겠어요."윤수경은 분노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지만 진세령의 말대로 그녀가 뭘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