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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작가: 유진
윤수경의 말을 듣고 있던 진기태가 입을 열었다.

"저런 여자 다시 감옥에 보내는 거 쉬워. 내가 사람 시켜서 처리할게."

진기태는 한 사람의 운명을 마치 장난감처럼 쉽게 다룰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윤수경이 이를 갈며 말을 보탰다.

"그럼 이번에는 아예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 놔요."

그녀는 그래야만 자기 마음에 있는 울분이 조금이라도 가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 대로 할게."

진기태는 윤수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당신도 이제 애령이 생각은 그만하고 우리 세령이 생각이나 해."

"이제 우리한테 남은 유일한 딸인데 당연히 그래야죠."

윤수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세령이는 왜 하필 강지혁이 아닌 소씨 가문 애를 좋아해서는. 그것만 아니면 지금쯤 강지혁에게 장인 장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윤수경의 아쉬움 가득한 말에 진기태가 말했다.

"애들 마음을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럼 지금 내 마음이라도 나아지게 임유진 그 여자를 빨리 감옥에 집어넣어요!"

윤수경은 다시 표독스러운 얼굴로 돌아와 진기태를 닦달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빨리 그렇게 할게."

진기태가 그녀를 달래주며 답했다.

...

"네? 백화점에서 임유진을 봤다고요?"

부모님 보러 본가로 온 진세령이 윤수경에게서 오늘 임유진을 우연히 만났다는 걸 전해 듣고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 그게 글쎄 우리 백화점을 돌고 있더라니까?!"

윤수경이 말했다.

"살 게 있어서 네 아버지와 같이 백화점에 갔다가 어쩌다 그렇게 딱 만났는지. 그러고는 자기는 죄를 짓지 않았다며 뻔뻔하게 말하는데 내가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아주 개망신을 줘버렸어."

의기양양해서 말하는 윤수경에 반해 옆에서 듣고 있던 진세령의 얼굴을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개망신을 주다니... 어떻게요?"

"나는 그 여자 뺨을 때렸고 너희 아버지는 경호원을 불러 그 여자를 백화점에서 쫓아내 버렸어."

윤수경은 아직 진세령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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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야 윤수경도 진세령의 얼굴이 사색이 된 걸 발견했다."세령아, 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사과라니. 그것도 그 여자한테? 넌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니?""지금이라도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진다고요."진세령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진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도 안 가서 핸드폰은 바로 윤수경에게 뺏겨버렸다."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알아듣게 얘기해."그에 진세령이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말했다."엄마, 지금 임유진 뒤에 있는 사람, 강지혁이에요. 임유진을 건드리면 강지혁을 건드리는 게 된다고요!"그 말에 윤수경이 멈칫하더니 곧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얘가 지금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있어?""나도 차라리 내가 미쳐서 헛소리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진세령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전에 나한테 물었죠? 소민영 다리 대체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고? 왜 아직도 낫지 않느냐고요."진세령의 진지한 얼굴에 윤수경은 마치 들으면 안 되는 얘기를 곧 듣게 될 사람처럼 등골이 오싹해 나기 시작했다."그거 강지혁이 그런 거예요. 소민영이 임유진을 건드린 걸 알고 대신 갚아준 거라고요. 그것도 몇십 배로요!"강지혁의 이름이 나왔을 때 윤수경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강지혁... 임유진의 뒤에 강지혁이 있다고?진애령이 살아있을 당시 윤수경은 곧 강지혁의 장모가 될 생각에 매일매일 들떠있었다. 강지혁을 사위로 두면 S 시에 있는 모든 사람을 그녀의 발아래 두는 것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진애령이 죽어버림으로써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게 됐다."강지혁이 왜 임유진의 뒤를 봐줘? 걔 설마 애령이를 죽인 사람이 그 여자라는 걸 몰라?"윤수경은 흥분하며 화를 냈고 진세령은 얼른 그녀를 진정시켰다."당연히 알죠.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 강지혁이 임유진이 좋다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하겠어요."윤수경은 분노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지만 진세령의 말대로 그녀가 뭘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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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기태와 윤수경은 더이상 임유진 앞에서 거만을 떨었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땐 마치 임유진을 개미 새끼 쳐다보듯 한 손으로 가볍게 짓누를 기세였는데 지금은 되레 그들이 개미 새끼가 되었다!진세령은 연기자라 이 셋 중에서 표정을 가장 잘 숨기는 1인이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혁 오빠, 우리 부모님이 오늘 백화점에서 임유진... 임유진 씨와 마주치고 한순간 홧김에 과격하게 행동했어요. 저희가 유진 씨한테 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어요.”그녀는 임유진 씨라고 부르는 게 상당히 불편했다.어쨌거나 임유진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고 가치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인데 지금 그런 인간한테 존칭을 써가며 깍듯이 모셔야 한다니, 이건 그냥 자존심을 짓밟는 거나 다름없다.“그래? 홧김에 그랬어? 유진이가 대체 무슨 일로 당신들을 화나게 한 건지 말해봐 봐!”강지혁은 여유 있게 질문을 건넸다. 그의 짙은 눈동자에서 현재의 감정을 전혀 보아낼 수 없었다.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이게 바로 사람들이 S 시 빅 보스 강지혁에 대한 평가였다. S 시에서 그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지혁아, 그 아이는... 애령이를 죽인 범인이야! 이거면 다 된 거 아니야?”윤수경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그를 질책했다.“애초에 그 애가 우리 애령이를 해쳤어! 너 어떻게... 어떻게 그런 애랑 함께할 수 있는 건데? 너 이러는 거 애령이가 지켜볼까 봐 두렵지도 않아?”윤수경의 후반부 말에 진기태와 진세령은 안색이 확 돌변하며 얼른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윤수경은 모조리 입 밖으로 내뱉었다.한편 그들은 강지혁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걸 보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건 영락없는 말실수이니까.진기태는 상업계에 오래 머물러 교활하기 그지없다 보니 사람 눈치를 살피는 데 아주 능숙하다.강지혁 같은 남자는 호감 가는 여자를 본인이 알아서 정한다. 진애령이 한때 그의 약혼녀였다고 해도, 아예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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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기태는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그럴 필욘 없어요. 유진이도 당신들 안 보고 싶을 거예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진세령과 윤수경은 한시름 놨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유진을 마주 보며 사과하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적어도 굴욕감을 덜 수 있으니까.한낱 개미 취급했던 사람에게 사과하라니, 두 모녀에게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두 여자는 임유진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고 진세령에겐 한때 연적이었다.한편 진기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번 일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그래, 그럼 우린 이만 갈게. 방해해서 미안해.”윤수경은 남편에게 빨리 나가자고 곁눈질했다.그녀가 막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강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 참, 빚진 건 갚고 가셔야죠.”“빚진 거라니?”윤수경은 뭘 빚졌다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오늘 유진의 뺨을 때린 횟수만큼 스스로 때려서 갚아야죠.”강지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윤수경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지금 나보고 내 뺨을 치라는 거야? 고작 전에 유진의 뺨 좀 때렸다고?’“내가 뭘 빚졌어? 그 여잔 뺨 맞아도 싸! 고작 뺨 좀 맞았다고 이 난리야!”윤수경이 막말을 내뱉었다.강지혁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윤수경 앞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싸대기를 날렸고 정통으로 맞은 윤수경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강지혁이 갑자기 손을 댈 거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윤수경은 얼얼한 뺨을 감싸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강지혁은 거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봤다.“당신이 유진이 때릴 자격 있어? 당신네 집안은 유진이 털끝도 못 건드려. 앞으로 두 번 다시 유진이 건드리면 그땐 집안 전체를 아작낼 줄 알아.”강한 압박이 느껴지는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진기태와 진세령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두 사람이 뭐라 말하려 했으나 강지혁이 그들을 싹 다 내쫓았다.진기태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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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이 강지혁을 떠난 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닌 오히려 그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서, 그를 대신해 죽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서, 그렇게도 지키고 싶었던 세 아이의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해서였다.그녀는 세 사이의 엄마면서 이기적이게도 아이들의 목숨으로 그의 목숨을 바꾸려고 했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에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여자를 믿지 않는다.어머니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또 철석같이 믿은 바람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아버지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봤었기에 그는 여자를 믿지 않는다.원래 믿음이라는 건 배신당할 리스크를 어느 정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믿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기분 같은 걸 느낄 일이 없다.“그럼 5년 전에 네가 날 떠난 이유가 뭔지 네 입으로 한번 말해봐.”강지혁이 말했다.“그건...”임유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건 나도 아직 기억을 못 하고 있어.”그녀의 기억은 강지혁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용서해주기로 한 거기가 끝이고 그 뒤는 고이준에게서 오늘 막 들었으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녀의 자신 없는 말에 강지혁의 빈정거림은 더더욱 짙어졌다.“그래? 그럼 기억을 다 되찾고 나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던가 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면서 날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 말고.”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지혁은 분명히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진 것을 알고 하마터면 정신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아무리 모든 걸 다 잊었다고 해도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의 아주 조그마한 조각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정말 이제는 그녀를 향한 마음 같은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건가?임유진은 그의 눈빛에 선명히 어려있는 빈정거림도 싫었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태도도 싫었다.그래서 그녀는 욱하는 마음에 몸을 강지혁 쪽으로 확 기댔다.이에 강지혁은 어찌할 새도 없이 임유진의 아래에 꼼짝없이 갇혀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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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이 말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이대로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기다란 속눈썹이 움찔 떨리더니 이내 강지혁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리고 다 떠진 눈동자에 임유진의 얼굴이 그대로 비쳤다.임유진은 순간 그의 눈에 사로잡힌 포로라도 되는 양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마치 홀린 것처럼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럼 말해봐.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그때 조금 잠긴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임유진은 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렸다.“나는...”강지혁을 얼마나 사랑하냐고?그녀는 그를 위해 3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그의 행동을 다 알고도 과거의 원망을 다 내려놓겠다고 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이 세상에서 자신을 이렇게도 사랑해주는 남자가 또 없을 거라는 확신과 이렇게도 마음을 다해 사랑할 만한 남자가 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게다가 고이준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강지혁이 죽는 게 싫어 자신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선택을 했다고도 했다. 물론 기억을 잃은 강지혁은 이 사실을 전부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왜 말을 못 하지?”강지혁이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하긴 정말 날 사랑했으면 애초에 내 곁을 떠나지 않았겠지. 안 그래?”‘떠났다라... 혁이한테는 내가 내 두 발로 떠난 것으로 되어있으니까...’임유진은 꼭 심장이 뭔가에 의해 눌린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만약 네가 정말 나를 사랑했으면 그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해도 내 곁에 있었어야지. 아무리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내 곁에 있었어야지. 안 그래?”강지혁의 목소리에 점점 빈정거림이 섞여들기 시작했다.“즉 너는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닌 거야. 그러니까 날 대단히 많이 사랑한다느니 하는 말은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하지 마.”임유진은 그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사모님, 회장님은 사모님과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늘 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1화

    그때 현이가 옆에서 큰소리로 외쳤다.“나도 좋은 동생이 될 거야. 그리고 오빠는 내가 지켜줄 거야!”부풀린 볼이 꺼진 걸 보니 이제는 자신이 동생이 된 걸 인정한 모양이다.강선율은 현이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렸다.‘동생이면서 나를 지켜주겠다고...?’아이는 오늘 온통 처음 겪는 것들투성이였다. 누군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처음이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들은 것도 처음이었다.이게 바로 여동생이 생기면 느끼게 되는 진짜 기분인 건가? 소안나는 진짜 동생이 아니라 그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가?“사모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집사의 말에 임유진은 2층을 쳐다보았다.“혁이는요?”박건태는 1시간 전에 이미 저택을 떠났고 가기 전 임유진에게 강지혁은 그저 기억이 자극된 바람에 두통이 온 거라고 얘기해주었다.“방금 도우미가 물어보고 왔는데 입맛이 없으시다고 사모님과 아이들 먼저 식사하라고 하셨답니다.”‘혹시 두통 때문인가?’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 둘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하지만 저녁 식사를 다 마쳤는데도 여전히 강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임유진은 식사를 들고 직접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계단을 막 오르려는 찰나 작은 손이 그녀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이에 임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강선율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또다시 나랑 아빠 곁을 떠날 거예요?”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아니, 안 떠나. 율이랑 아빠 곁을 떠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임유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를 안심시켜 주었다.“율아, 엄마라고 불러줄래? 율이가 엄마라고 불러주면 엄청 기쁠 것 같아.”강선율은 그 말에 잠깐 흠칫하더니 그녀와 시선을 맞추는 게 부끄러운 듯 점점 볼을 붉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엄마...”아직 마음의 문을 다 연 것은 아닌 듯했지만 임유진은 율이가 엄마라고 불러준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아들과는 5년이라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0화

    “네, 자극을 차단하면 기억을 회복하는 데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박건태가 말했다.사실 그는 당시 처음으로 그에게 약을 처방해 주려 했을 때도 오늘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다만 그에 대한 대답이 오늘은 조금 달랐다.“그럼 약 처방은 받지 않는 것으로 하지.”“네?”박건태가 조금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약 처방을 받지 않겠다고? 그렇다는 건...’“기억을 되찾으실 생각이십니까?”“그래. 오래 잊어버리고 살았으니 이제 찾을 때도 됐지.”강지혁이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매번 더 심한 통증이 일 테고 그 통증으로 인해 회장님 몸이...”박건태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회장님, 사람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그 한계선을 벗어나게 되면 어떤 상태가 될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강지혁의 기억은 일반 기억상실 환자들과 달리 기억을 되찾을 때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만약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라도 생기면 그때는 상상도 못 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강지혁이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며 웃는 듯 마는듯한 눈빛을 보냈다.“어디 한번 보고 싶네. 기억을 회복할 때의 통증이 더 강한지 내 몸이 더 단단한지 말이야.”박건태는 그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를 몰랐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S 시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고 또 대단한 남자다. 즉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S 시 전체가 하루아침에 모습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이 남자는 자기 목숨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억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분명히 4년 전에는 ‘그런 기억은 떠올리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약 처방해.’라고 했으면서 말이다.‘갑자기 왜 이런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지? 혹시... 아까 봤던 살아 돌아온 사모님 때문인가? 하지만 정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9화

    “내가 누나야. 아까도 봐. 아빠가 엄마한테 누나라고 했잖아!”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했던 누나라는 소리를 자신들의 관계에도 적용하려는 아이의 말에 진땀이 다 났다.1층에서 누가 더 큰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 2층 서재에서는 강지혁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박건태는 강지혁에게서 두통이 시작된 계기와 통증의 정도를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사모님의 말로 과거의 기억들이 자극을 받아 멋대로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사실 박건태는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의 혼란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 강지혁에게서 거실에 있던 여자가 바로 그의 사망한 아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으니까.만약 강지혁의 아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게 알려지면 매스컴은 물론이고 S 시 전체가 들썩일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렇게 되면 임유진은 S 시에 제일 꼭대기에 있는 여성이 될 테고 강지혁의 옆자리를 노리던 여자들은 닭 쫓던 개처럼 허망한 표정을 짓게 되겠지.“그럼 만약 앞으로도 그 여자가 예전을 떠올리게 할 만한 얘기를 하게 되면 또다시 오늘처럼 기억이 자극을 받아 두통이 일 거라는 소린가?”강지혁이 물었다.“그렇다고 봐야죠. 애초에 회장님의 두통이 시작된 계기도 사모님과의 짤막한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셨잖습니까. 그러니 사모님께서 돌아온 지금, 더더욱 그 기억이 자극을 받게 될 겁니다.”“그럼 내 기억이 완전히 다 회복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강지혁이 또 한 번 물었다.“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만...”박건태가 말을 흐렸다.“다만 뭐지?”“다만 이런 식으로 기억이 회복되면 회장님은 매번 고통스러울 겁니다. 오늘도 고작 한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 것만으로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셨다고 하셨잖습니까. 앞으로는 사모님과 점점 더 자주 얼굴을 마주할 텐데 그렇게 되면 두통의 빈도도 커질 테고 통증도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박건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사람마다 체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8화

    여동생에게 안기면 이런 느낌인 건가?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양녀로 들어온 또 다른 여동생과 많이 달랐다. 소안나는 매번 그를 보면 잘 보이려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멀리 떨어진 채 가까이 다가오는 걸 무서워했는데 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그의 손을 덥석 잡는 것도 모자라 엄마처럼 그를 꼭 끌어안아 주기까지 했다.강선율은 아까 임유진도 밀쳐내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여동생의 포옹도 밀쳐내지 못하고 있었다.한편 임유진은 아이들이 꼭 끌어안은 채 감정을 나누는 모습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강선율이 워낙 과묵하고 애어른 같은 면이 있는 아이라 조금 걱정이 됐는데 수다쟁이에 애교쟁이인 딸이 먼저 가까이 다가가 주니 둘 사이에 밸런스가 맞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었다.게다가 강선율의 반응을 보면 현이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잠시 후, 의사인 박건태가 저택에 도착했다.서둘러 소파로 다가온 박건태는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강지혁의 몸 상태를 살폈다.그런데 그때 강지혁이 서서히 두 눈을 뜨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졌어. 아까처럼 아프지 않아.”박건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전에는 한번 아프면 적어도 몇 시간은 아팠었으니까. 그런데 집사에게서 전화를 받고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고작 20분밖에 안 됐는데 전과 달리 정말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전혀 아픈 얼굴이 아니었다.‘증상이 전보다 괜찮아진 건가...?’“그래도 검사는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박건태의 노파심에 강지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2층으로 올라가 검사를 받았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올라간 뒤 집사를 향해 물었다.“혁이 저러는 거 자주 있는 일이에요?”“그게... 사모님께서 곁에 없으신 뒤로 자주 두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셨어요. 근 2년간은 그래도 전보다 아프다고 하신 빈도가 줄었는데 오늘 갑자기 또 두통이 도졌네요. 아마 사모님을 봬서 두통이 재발한 것 같아요.”집사가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리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7화

    ‘누나’라는 두 글자가 나왔을 때 임유진과 강지혁의 몸이 동시에 움찔했다.임유진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누나’라는 소리에 조금 벙찐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당시의 강지혁은 그녀와 연인이 되어서도 가끔 둘만 있을 때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그에게는 그녀가 단지 ‘사랑하는 여자’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강지혁은 그녀를 누나라고 부름으로써 자신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그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을 들어 가볍게 그의 앞머리를 위로 젖힌 후 그의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혁아, 나 여기 있으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편히 누워있어.”강지혁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놀람으로 머리가 아픈 것까지 다 잊어버렸다.왜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 거지?또한 처음 부르는 호칭일 텐데 왜 이토록 몇백 번이나 불러봤던 것처럼 익숙하고 또 자연스럽게 입에서 뱉어지는 거지?“너...”강지혁이 뭔가 물으려는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머리 아플 때 자꾸 말하려고 하면 더 아플 거야. 이따 괜찮아지면 뭐든 대답해 줄 테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어.”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리고 손 좀 풀어줘. 내가 마사지해줄게. 그러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서서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었다.임유진의 손목은 빨갛게 손자국이 나서야 드디어 그에게서 해방되었다.임유진은 분명히 그에게 잡힌 손목이 아플 텐데도 마치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적절히 힘을 조절해 가며 그가 아플 것 같은 곳을 세심하게 마사지해주었다.임유진의 몸은 마사지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강지혁의 몸 가까이 기울어졌고 이에 강지혁은 마치 그녀의 숨결에 몸이 포근히 감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손길 때문인지 아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6화

    “원해. 혁아, 나는 널 원해.”그리고 이건 임유진의 목소리였다.강지혁은 강선율을 꼭 끌어안고 있는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한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었다. 그는 지금 마치 머리가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그럼 내 곁에서 떠나지 마. 평생 내 곁에만 있어.”“혁아, 난 널 떠나지 않아. 약속해.”“유진아... 유진아...”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임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게 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중요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대체 이 대화들은 뭐지? 5년 전에 그와 그녀가 나눴던 대화인 건가?“윽...”“혹시 또 머리가 아프세요?!”집사가 강지혁의 상태를 눈치채고 서둘러 다가왔다.강지혁은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전에도 머리가 아픈 적이 간혹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아픈 것 같았다.강선율을 안고 있던 임유진은 집사의 말에 아이를 놓아주고 서둘러 강지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혁아, 왜 그래? 어디 아파?!”강지혁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두 눈에는 고통이 가득 서려 있었다.“아무래도 또다시 두통이 도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박 선생님을 부를게요.”집사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유진은 고통스러워하는 강지혁을 보다가 탁자 위에 있는 티슈를 뽑아 그의 땀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런데 이마에 티슈가 닿기도 전에 강지혁의 손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뭐... 하는 거야...”강지혁의 입에서 힘겹게 말이 뱉어져 나왔다. 두통이 심한 탓인지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있었다.“너 땀 닦아주려고 그래.”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잡힌 손목이 무척이나 아팠지만 아프다는 걸 티 내지는 않았다.“혁아, 많이 아프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아파질 거야. 그리고 조금만 참아. 의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5화

    혹시 집사나 고이준이 얘기해줬나?임유진은 그 생각에 고개를 돌려 집사와 고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에 두 사람은 그녀에게 자신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빠랑 함께 엄마 성묘하러 갔을 때 묘비 옆에 놓인 엄마 사진을 봤어요.”강선율이 답했다.임유진은 아들의 말에 이번에는 정말 사레에 들리고야 말았다.그녀는 시선을 홱 돌려 태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율이를 데리고 내 성묘하러 까지 갔어? 아니 뭐... 혁이는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왜 엄마 성묘하러 간 거야? 그리고 왜 묘비 옆에 엄마 사진이 있어?”그때 강선현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강선율이 대답했다.“엄마 살아 있는데?”“다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어.”“아니야. 엄마 안 죽었어.”아이들은 임유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임유진은 이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두 아이 사이에 끼어들었다.“그만! 엄마는 보다시피 이렇게 잘 살아 있고 죽었다는 건... 오해야! 율아, 엄마 돌아왔어. 그간 율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게.”임유진의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목소리는 잔뜩 메어있었다.그녀는 세쌍둥이가 그녀의 뱃속에서 힘차게 발길질을 하던 순간을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전에는 기억을 잃어 현이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율이까지 만나게 되었다.다만 잔뜩 격앙된 임유진과 달리 강선율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엄마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아이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엄마라는 존재가 그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강선율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떠나도 괜찮아요.”강선율이 입을 열었다. 아이는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말하는 말투까지 강지혁과 똑 닮아 있었다.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더더욱 눈시울이 빨개졌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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