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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28 18:00:00
평상시 상류층에서 남들에게 대접만 받던 그녀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화날 만도 했다.

“안돼, 임유진 그년 반드시 따끔하게 혼낼 거야. 그년이 강지혁 찾아가서 이간질한 게 틀림없어. 지혁이가 예전엔 나 이렇게 대하지 않았다고.”

윤수경은 또다시 모든 책임을 임유진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

“그만해!”

진기태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임유진 찾아가지 마. 이번 일은 이쯤에서 끝내.”

윤수경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봤다.

“뭐라고요? 임유진 그년은 우리 딸 죽인 범인이에요!”

진기태의 눈가에 복잡한 기운이 스쳤지만 곧바로 머리를 홱 돌리며 아내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우리 집안 전체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거든 어서 내 말 들어!”

윤수경이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진세령이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엄마, 이번엔 아빠 말 들어요. 적어도 지금은... 임유진 상대하지 말아요.”

강지혁이 그녀에게 감정이 식을 때, 그때 다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면 된다.

윤수경은 썩 내키지 않았다. 뺨까지 얻어맞았는데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니 그녀는 달가울 리가 없다!

‘임유진, 이 빌어먹을 년!’

...

강씨 저택 거실에서 임유진이 계단을 내려왔다. 그녀는 좀 전에 줄곧 계단 뒤에 숨어 있었다.

거실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지켜보았고 몇몇 사람들의 대화도 들었다.

강지혁이 자신을 위해 화풀이해주니 오늘 오전에 당했던 그 수모가 조금씩 가셨다. 그가 앞장 서주며 했던 말들과 함께 그녀의 응어리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임유진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강지혁은 계단 쪽으로 고개 돌리더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제스처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웠다. 마치 언제 어디서나 손 내밀어 그녀를 도와줄 것처럼 말이다.

임유진은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의 손바닥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강지혁은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왜 내려왔어?”

강지혁이 물었다.

“실은... 아까 계단 입구에서 다 보고 있었어. 고마워...”

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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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기대면 서서히 습관으로 돼버리겠지...강지혁은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부은 얼굴에 가볍게 키스했다. 깃털이 스치듯 가벼운 키스였다.“그럼 기대면 되지. 난 누나가 기대기만을 바라고 있어.”그녀가 기댈 수 있는 건 강지혁이 오매불망 그리던 일이다. 그를 떠나지 못할 정도로 기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30분 남짓 지난 후 의사가 도착해 임유진의 붉게 멍든 얼굴을 진찰하고는 붓기 내리는 약을 처방했다.의사가 떠나고 임유진이 약을 바르려 할 때 강지혁이 선뜻 약을 채갔다.“내가 발라줄게.”“그래.”그녀도 순순히 대답했다.강지혁은 긴 손가락으로 약을 발라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문질러주었는데 부드러운 그의 제스처와 살짝 차가운 약까지 더하니 얼굴에 따끔거리는 느낌도 많이 줄어들었다.“진짜 사람 걱정시킨다니까. 왜 자꾸 다쳐.”강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문지르며 나지막이 말했다.임유진은 문득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짜 그의 말처럼 둘이 알고 지낸 이후로 그녀는 줄곧 여러가지 작은 상처를 입었으니까.“누나를 집에 숨겨뒀으면 좋겠어. 그럼 아무도 다치게 못 할 거잖아. 누나도 더는 상처를 입지 않을 테고.”강지혁은 매번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보면 심장을 쿡쿡 찌르듯이 아팠다.“어떻게 집에만 숨어 있어?”임유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강지혁은 손에 묻은 잔여물을 티슈로 닦은 후 몸을 기울이고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만약 계속 더 상처 입는다면 그땐 정말 누나를 집에 가둘지도 몰라. 누나는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싫어. 누나 몸에 흉터 생기는 일 보고 싶지 않아.”강지혁의 짙은 눈동자에 진지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임유진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봤다.‘농담이 아니었어. 진지하게 말하고 있잖아!’“먼저 방에 가서 쉬어. 그리고 피곤할 테니까 일찍 자.”강지혁이 말하면서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임유진은 숨을 깊게 몰아쉬곤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나 혼자 걸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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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강지혁은 그녀가 억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진씨 가문과 얽혀있는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그녀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임유진은 온몸에 한기가 돌고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1층까지는 고작 5초도 안 돼 내려갈 수 있는 거리인데 임유진은 마치 눈앞에 있는 이 길이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아무리 걸어도 도통 1층에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네가 정말 진심으로 유진이를 위하고 있다면 진세령을 경찰서에 넘겨. 그리고 진씨 가문은 물론이고 너도 상응한 대가를 치러!”강현수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그는 임유진이 억울하게 옥살이한 게 진세령과 강지혁 때문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찌릿하며 아파 났다.만약 그가 조금만 더 빨리 그녀를 찾았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더라면 절대 그런 험한 꼴은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강지혁은 눈으로 살기를 내뿜더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대로 강현수의 멱살을 확 잡아챘다.“네가 뭘 알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유진이를 알게 됐으면, 조금 더 일찍 유진이를 사랑했으면 유진이가 그런 일을 겪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그 말에 강현수가 냉랭하게 웃었다.“그래, 그랬겠지. 하지만 넌 그때 유진이와 아무런 접점도 없었고 유진에게 일말의 호감도 없었어. 그래서 너와 진씨 가문의 더러운 작당에 유진이가 휘말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너한테 유진이는 인간도 아니었어! 내 말이 틀려?”“나한테 이딴 말 하는 이유가 뭐야? 왜, 유진이한테 모든 걸 다 얘기해버리게? 내가 그때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사실은 진세령이 바로 진범이었다고 얘기라도 하게? 강현수, 만약 네가 유진이한테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면 그때는 내 손으로 직접 널 죽여버릴 거야!”강지혁의 말에는 아주 조금의 농담도 들어가 있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60화

    임유진이 방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향했을 때 마침 아래층에 있는 강지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곁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도 보였다.‘강현수? 강현수가 왜 여기 있지?’임유진이 계단 아래로 내려오려고 발을 옮기려던 그때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유진이 사건에 네가 관련돼 있었을 줄은 몰랐어.”순간 임유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뭐? 강현수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내 사건에 혁이가 관련되어 있다고? 그때 그 사건은 진범이 밝혀지면서 끝이 났잖아? 혁이가 나를 위해서 판결을 뒤집어 줬잖아? 그런데 왜...’“할 말은 그게 끝이야?”강지혁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허재명이라는 사람은 그저 네가 심어 놓은 장기 말에 불과했어. 너는 유진이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진범이 누군지 알면서 줄곧 모른 척 외면했어. 왜 그랬니? 진씨 가문과 얽혀 있는 이익 때문에? 그래서 유진이 인생을 아주 손쉽게 박살 낸 거야?”강지혁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노인네가 가는 길에 폭탄을 심어두고 갔네. 할아버지가 얘기해주든?”“익명으로 나한테 메일이 한 통 왔어. 거기에는 유진이 사건의 진실과 그 사건 뒤로 너희 집안과 진씨 가문 사이에 오간 모든 이익 관계 자료들이 다 첨부되어 있었어. 당시 너희 집안과 진씨 가문은 공동으로 진가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어. 만약 당시 진애령 사건의 진상이 밖으로 드러나면 진씨 가문은 희대의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었을 거고 너희 집안 역시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게 됐겠지.”강현수의 말은 계속되었다.“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인 만큼 각자 50%가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유진이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후 진씨 가문은 그중 20%를 GH 그룹에 양도했어. 왜 그랬을까?”전부 다 조사하고 온 것 같은 강현수의 확신 어린 말투에 여유로웠던 강지혁의 표정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흉흉한 눈빛만이 남아있었다.“그걸 나한테 얘기해주는 목적이 뭐야?”“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9화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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