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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충동

레스토랑 한 구석에서 카를로스는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다. 카를로스의 미간은 깊게 찌푸려졌고 눈빛에는 혼란스러움이 보였다.

비록 카를로스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송재이의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송재이의 미묘한 표정 하나하나가 처음의 가벼운 즐거움에서부터 충격과 고통에 이르기까지 카를로스의 마음을 흔들었다.

송재이가 갑자기 일어나 급하게 자리를 떠나자 카를로스는 본능적으로 따라가려 했다.

카를로스의 손이 막 의자 등받이에 닿으려는 순간에 설영준이 카를로스를 단단히 붙잡았다.

설영준은 유창한 스페인어로 말했다.

“재이 씨를 혼자 두세요.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카를로스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해하지 못한 채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지만, 순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식기들이 가끔 부딪치는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도경욱은 시선을 돌려 설영준을 질책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도경욱의 낮고 약간의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재이 씨와 진실을 마주하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하지만, 재이 씨의 감정도 고려했어야 했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했어야죠.”

설영준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깨달으며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꼈다.

다시 침묵한 후, 사과하는 어조로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재이 씨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어요. 더 신중했어야 했어요.”

도경욱은 설영준의 사과를 들었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도경욱은 고개를 돌려 설영준의 시선을 피했다.

식탁 위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고 세 사람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공기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

한편, 송재이는 무심코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라스 람블라스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거리는 도시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활기찬 길이었고 양옆에는 울창한 오동나무들이 가득 심겨 있었다.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바닥에 얼룩진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수많은 관광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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