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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하준은 무슨 수를 쓰든 나를 망치고 싶었다. 나의 모든 살길을 막았고, 세상에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야만이 하준의 곁에 머물며 사랑해달라고 빌 수 있다. 하지만 하준은 내가 단 한 순간도 하준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모른다.

“성하준, 그 동안 내가 번 돈은 모두 아저씨의 카드에 입금했어. 딸의 신분으로 곁에서 오래 있었는데, 부끄러운 바가 없어.”

하준은 온 몸의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은서야, 너랑 이혼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다시 한번 하준의 말을 끊었다.

“네 의견을 묻는 게 아니야. 회사에 문제가 생겼지?”

나는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고서 조작.”

하준의 표정이 순간 달라졌다. 회사는 심각한 자본 적자를 겪고 있어 자본가들을 붙잡기 위해 재무 보고서를 조작했다. 이 일이 드러나면 회사는 위험에 처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하준은 많은 노력을 기울렸다. 나 때문에 그것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하준을 향해 웃었다.

“우리 깨끗이 헤어지자.”

...

6월의 날씨는 순식간에 변했다. 민정국으로 가는 길에 비가 많이 내렸다. 마지막 교차로에서 10초 동안 신호등을 기다렸다. 차 안의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다. 하준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신은서, 만약 우리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더라면, 우리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었어?”

나는 깜짝 놀라며 하준과 함께 보낸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았다. 나에게 잘해준 건 일도 생각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한 날부터 지금까지 곁에 있는 여자가 끊히지 않았다. 늘 여자들을 탐닉하여 나를 자극했다.

나는 매번 하준을 보고 웃었고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하준은 크게 화를 냈다. 내가 화를 내거나 울 때까지 괴롭혔다. 이 생각을 하자 나는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기 전 늘 추억 속에 빠진다. 그 순간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다시 한번 겪어도 하준은 결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람의 열등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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