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화

나는 뛰어서 차에 타자 태우가 다가와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오늘 일찍 일어났는데, 아직 아침 안 먹었지?”

나는 몸을 기울리고 고개를 들어 태우의 얼굴에 뽀뽀했다. 태우는 깜짝 놀라 머리를 부딪힐 뻔했고 귀끝이 빨개졌다.

“은서야, 너.”

나는 웃었다.

“7년 전부터 이걸 하고 싶었어.”

태우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왜 갑자기 귀국했어?”

“네가 보고 싶어서.”

비가 펑펑 내려 태우의 눈은 유난히 촉촉했다.

“그동안 넌 힘든 시간을 보냈고, 행복하지도 않았어. 내가 필요할 것 같았어.”

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필요하면 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그 순간 마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밝은 소녀는 많은 사람들이 몰래 가슴에 품고 있는 달이다. 하지만 오직 나만 비춰주었다. 태우는 여전히 점심 시간 후 책상위에 엎드려 평생 헤어지지 말자던 소년이다.

컴컴 커진 비는 나뭇가지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내 곁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앉아있다.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이 강렬했다. 내가 손을 뻔어 태우의 손을 만지자 손바닥은 뜨겁고 건조했다. 태우는 깍지를 끼며 나를 품에 껴안았다. 너무 꽉 껴안아 숨결이 섞일 정도였다.

“정태우, 평생 헤어지지 말자.”

태우는 내 머리를 문지르며 울컥하며 말했다.

“약속해.”

...

하준을 다시 만났을 때 태우와 나는 쇼핑을 막 끝낸 뒤였다. 주차장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하준은 나를 불렀다. 하준의 얼굴은 창백해고 손끝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가 떨어졌다. 손등이 데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하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준은 손을 뻗어 날 끌고 가려고 했지만 태우가 막았다. 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의아했다.

“정태우 씨, 그래도 그룹 사장인데, 나랑 자던 사람을 주워가는 거 정말 역겹지 않아요? 사람들이 알면 창피하지도 않아요?”

태우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신은서는 나한테 큰 영광이에요. 사람
잠긴 책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