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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 후 탄탄하고 매끈한 근육이 드러났다. 마지막 단추를 풀려고 할 때 하준이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선 넘은 나의 행위를 거칠게 말렸다.

“신은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준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우리가 잘 살기 원해. 아이도 낳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하준은 내 손을 떼어낸 후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 밑에는 서리가 얼어붙어 있었다.

“정말 네 엄마만큼이나 싸구려네. 그렇긴 해, 부패한 사람이 무슨 좋은 자식을 낳을 수 있겠어?”

하준은 나를 떼어낸 후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나에게 내리쳤다. 유리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자 뒤에 있는 테이블에 부딪혔다. 하준은 발을 들어 내 손가락를 짓밝으며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를 낳는 거로 속죄하고 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신은서, 이번 생에 널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넌 개처럼 내 곁에서 부려먹게 해야 해.”

하준의 셔츠는 헐렁했고 단추가 거의 다 찢어져 있었다. 그러자 운동을 열심히 하여 만들어진 에쁜 근육 라인이 드러났다. 나는 흘끗보고 담담하게 눈을 피했다. 신혼 밤의 불쾌함 이후로 하준은 날 만난 적이 없다.

하준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곁에 있는 여자도 끊임없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성영국이 바라던 아이을 낳을 기회가 없었다.

“신은서.”

하준은 나지막하게 불렀다. 어쩌다 부드러운 말투였다. 나는 눈을 치켜들자 하준도 비아냥 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젊고 활기찬 사람은 달라.”

나는 웃으며 문 밖으로 나가려했다. 날 난감하게 만드려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자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하준은 미쳐버릴 수도 있다.

“오늘 저녁 연회가 있어, 예쁘게 입고 와.”

...

나는 의아했다. 하준은 그 어떤 연회에도 나를 데려간 적이 없다. 결혼 후 외부인 앞에서 나와 아무런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하준과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하준의 팔짱을 끼고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낯익은 사람에게로 향했다. 순간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정태우이 돌아왔어?’

하준은 나의 마음을 눈치채고 몸을 숙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때, 옛 애인 만나서 신나지 않아?”

하준은 내 시선을 따라 보았다. 그러자 눈이 마주쳤다. 하준은 피하지 않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러더니 잔을 들고 태운을 향해 다가갔다.

“정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준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태우를 향해 잔을 들었다.

“정 사장님이 은서의 친구라고 들었어요. 저와 은서의 결혼식에 오지 못해서 유감이네요.”

태우는 하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히 천천히 나에게로 향했다.

“오랜만이야, 신은서.”

나는 심호흡을 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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