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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바람소리가 한기를 담고 우리의 손끝을 스쳐지나갔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글귀가 떠올랐다. 상처받은 사람은, 그 무거운 상처를 결코 드러낼 자격이 없다. 칭찬받아야 할 것은 역경에 맞서 계속나아가는 용기이다.

한때 내 앞에 있던 산이 태우가 돌아오는 순간 이미 그 산을 넘어섰다.

“그만해, 성하준. 소란 피우지 마. 우리 잘 지내자. 더 이상 얽히지 말자.”

하준의 눈물이 쏟아졌다.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반박하지도 못했다.

“은서야, 날 떠나지 마.”

하준은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나는 태우의 팔짱을 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

돌아가는 길에 나는 일부러 태우에게 산책하자고 했다. 강에는 주변의 불빛이 반사하여 빛이 반짝였다. 걷는 동안 태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이곳에서 너에게 고백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때 태우는 나를 만나지 못했다. 순간 가슴이 아파났다. 격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나는 다정하게 말했다.

“이제 복수하려는 거야?”

태우는 나와 눈을 바주치자 눈에 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태우는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신은서, 아직 고백할 게 있는 것 같아.”

태우는 걸음을 멈추고 날 품으로 끌어안았다. 한참 후 태우는 고개를 숙여 나의 이마에 키스했다. 온몸이 찌릿했다.

신선한 나무 향기가 코를 가득 채우며 온몸의 모든 감각을 간지럽혔다. 목소리에 시간이 담겨있는 것 같았고 무하난 사랑이 가득했다.

“사랑해, 신은서.”

사들바람이 불며 태우의 눈에는 날빛이 반짝였다. 나는 태우의 품에서 몸부림을 치며 천천히 태우를 안았다.

“정태우, 난 널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

7년 전 태우가 출국하던 날, 나는 몰래 공항에 가서 배웅했다. 두 시간 동안 나느 기대와 절망 사이를 오가며 지켜보았다. 가슴은 손에 꽉 잡힌 듯 아파서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가서 태우를 안고 싶은 순간, 하준이 나타났다.

하준은 나에게 다가와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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