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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빛이 되어
그대, 빛이 되어
작가: 시한

제1화

집에 돌아왔을 때 2층 침실에서 가끔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코트를 벗어 팔에 걸치고 잠시 멈춰있었다. 결국 무거운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 정교한 조각된 문을 밀자 성하준이 한눈에 들어왔다.

갈색 셔츠는 반쯤 열려 있었고 넥타이는 이미 사라졌다. 품에 안긴 소녀가 마침 포도를 먹여주고 있었다. 하준은 비록 포도를 밀쳐냈지만 표정은 만족스러운 듯했다. 발걸음 소리를 듣자 소녀는 웃으며 돌아보았다.

“해준 오빠, 아줌마가 해장국을 가져왔나?”

소녀의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고, 손에 든 포도는 카펫에 떨어졌다. 나를 본 소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나지막하게 불렀다.

“아, 아가씨.”

나의 시선은 소녀의 어깨에 멈추었다. 일련의 붉은 자국이 눈부시게 보였다. 목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성하준, 뭐 하는 거야?”

하준은 눈을 치켜들고 나를 보더니 짜증을 내며 혀를 찼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품에 안긴 소녀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알면서 왜 그래? 이미 봤잖아.”

하준은 소녀를 안고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하지만 은서야, 넌 어린 소녀에게서 배워야 해. 하루 종일 우울한 표정일 짓기는커녕, 행동도 딱딱해. 정말 재수없고 재미없어.”

...

나와 하준은 18년 동안 알고 지냈고, 하준는 18년 동안 나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일곱 살 때 나의 어머니가 하준의 가족에 끼어들었다. 2년 후 하준의 아버지 성영국의 돈까지 모두 가져가고 나만 남겨두고 떠났다.

고아원에 가겠다고 제안했지만 하준에게 거절당했다. 하준은 시뻘건 눈을 뜨며 두 손으로 나의 팔을 아플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신은서, 꿈도 꾸지 마. 넌 평생 내 곁에서 속죄해야 해.”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하준이 원하는 건 그저 만족할 때까지 곁에서 부려먹는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졸업 후 나를 데리고 혼인신고를 하러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결혼한 날, 성영국은 화를 냈다. 진정된 후 성영국은 다시 나를 끌고 펑펑 울었다.

“은서야, 이 일은 하준이 잘못이야, 하준을 원망하지 마.”

성영국은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은서야, 성씨 가문에게 후대를 남겨줘.”

너무 엄숙하게 말하여 나는 멍하니 물었다.

“아저씨, 자식을 낳는 게 속죄하는 거예요?”

성영국은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더니 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계속 울컥했다.

“맞아, 미안해, 은서야.”

...

결혼식 날 밤, 나는 손을 뻗어 하준의 셔츠 단추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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