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병원에서 동영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 진정훈과 진윤이 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온몸이 얼어붙었다.진윤도 고은영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고은영은 진윤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고은영은 이제 진씨 가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진씨 가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진씨 가문의 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진정훈과 진윤이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손을 움켜쥐었다.진정훈이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앞으로 다가갔지만 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진정훈 먼저 주차장으로 가서 기다려.”진정훈은 내키지 않았지만 진윤이 고은영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비서실의 사람들은 감히 고은영과 진윤을 쳐다보지 못하고서는 각자 일에 집중하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진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키가 컸고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생명력이 강한 풀처럼 강인하게 잘 자란 모습에 진윤은 아주 감격스러웠다.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차올라 어렵게 입을 열었다.“휴게실로 갈까?”진윤은 친여동생이라는 소녀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특히 고은영이 아주 불편해 보이는 상황에서 진윤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그동안 오랜 세월 진정훈은 진유경을 친여동생처럼 아끼고 챙겼지만 진윤은 그러지 않았다.그래서 진윤은 오빠와 여동생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진윤은 지금 진씨 가문의 상황을 고은영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네라고 대답하자 진윤은 몸을 돌렸고 고은영도 그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휴게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그러나 진윤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그저 계속 담배만 피웠다.고은영 역시 아무 말도 하지
그러나 진윤이 손을 뻗은 순간 고은영이 고개를 들었고 진윤의 손은 공중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결국 진윤은 한숨을 쉬더니 손을 거두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준우와 함께 완도로 와. 네 새언니가 요리를 잘해. 완도가 앞으로 네 친정이 될 거야.”고은영은 진윤의 말을 듣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진윤이 말한 친정은 진씨 가문이 아니라 완도였다. 그곳은 진윤이 오랜 세월 생활한 곳이었다.고은영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진씨 가문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었다. 진유경이 진성택 첫사랑의 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거기에 진씨 가문에서 진유경의 위치와 진윤과 진정훈이 왜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진씨 가문에는 여전히 진유경을 아끼는 사람이 있었다.이에 고은영은 친딸이라는 이유로 아주 난처한 상황에 부딪혔다.방금 진윤이 말한 것처럼 진윤은 고은영을 계속 찾아다녔고 어머니도 고은영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진윤이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고은영이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윤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미안해. 우리 가문이 널 실망하게 했지.”“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처음부터 기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모든 사람이 그녀를 진씨 가문의 딸이라며 말하고 있지만 고은영의 마음속에는 혼란만 있을 뿐 그 외에 큰 감정은 없었다.그리고 진씨 가문의 일이 어제 드러났지만 지금 진정훈과 진윤이 자주 동영 그룹을 다녀간 외에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이에 고은영은 이미 진씨 가문에서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진윤은 고은영의 담담한 모습을 보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미안해. 진씨 가문이 지금 좀 복잡해.”“전 괜찮아요.”고은영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진윤이 말했다.“진성택이 널 찾아올 거야. 네 결정에 달렸겠지만 나와 네 둘
그러나 고은영은 진윤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사태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고은영이 말하지 않자 진윤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윤은 자기 여동생이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두 사람은 잠시 더 얘기를 나눈 뒤 진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고은영이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배준우는 막 전화를 끝낸 참이었다. 배준우는 고은영이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돌아오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얼굴이 왜 그래?”고은영은 힘없이 문을 닫고서는 소파로 걸어가 그대로 몸을 던졌다.돌아오는 길에 고은영은 이미 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방금 진윤과 마주한 뒤로 머릿속이 더욱 엉망진창으로 복잡해져 답답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몸을 돌렸다.그러자 배준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긁힌 것 같은 상처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병원에서 량천옥을 만났는데 싸웠어요.”“뭐라고?”배준우는 살짝 놀랐다.고은영은 벌떡 일어나더니 앙칼지게 말했다.“그 여자 정말 너무해요. 언니 주치의를 매수해서 언니를 죽이려고 했어요.”이 말을 꺼내자 고은영은 다시 화가 치밀었다.그 후 고은영은 병원에서 한참 동안 상황을 정리한 뒤 지금 이 순간 고은영의 옆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인지 확인했다.배준우가 말했다.“지금 당장 주치의 다른 사람으로 바꿔줄게.”“아니에요. 그 의사는 애초에 돈을 받을 생각도 없었어요.”그 덕분에 고은영은 조금 마음이 편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고은영은 정말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심지어 이 세상을 의심하게 됐을 것이다.배준우는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채 말했다.“그럼 어떻게 싸우게 된 거야?”고은영이 말했다.“내가 먼저 때렸어요.”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허. 이제는 먼저 때린 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하네. 고은영 이 계집애가 정말.’고은영은 정말 화가 났다.“준우 씨는 그 여자가 얼마나 미쳤는지 모를 거예요. 정말
“너와 량천옥이 싸울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그때 의사 선생님 사무실에 있었어요. 우리 쪽 사람들은 전부 언니 병실 앞에 있었고요.”의사 사무실은 고은지의 병실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그 안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면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의사 선생님이 그때 우리를 떼어놨어요.”“그리고는?”“그리고 내가 량천옥의 2억을 가져왔고 지금 내 차 트렁크에 있어요.”“네가 량천옥의 2억을 갖고 왔다고? 그건 또 어떻게 된 일이야?”베준우는 정말 머리가 아팠다.지금도 상황이 복잡한데 왜 하나같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고은영이 대답했다.“량천옥이 의사를 매수하려고 했던 2억이에요. 내가 량천옥을 쫓아내고 돈을 갖고 왔어요.”이렇게 맞고도 2억을 가져왔다니 따지고 보면 손해는 아니었다.그러나 배준우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 욕심쟁이야.”고은영이 말했다.“난 그 돈을 탐낸 게 아니에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맞고만 있었던 건 아니니까. 윽 아파.”“뭐 맞고만 있지 않았다고?”배준우는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이 계집애가 정말 간이 얼마나 큰 거야?’고은영이 하소연하는 것을 들으면서 배준우는 량천옥과 어떻게 싸우게 된 건지 대충 알 수 있었다.원래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아무 중요한 존재였다. 량천옥이 주치의를 매수해 고은지를 죽이려 한 걸 알았을 때 고은영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잘못을 따진다면 고은영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그러나 고은영은 너무 충동적이었다. 그때 자기 사람들이 옆에 없었는데도 고은영은 용감하게 뛰어들었다.지금 량천옥은 미친 상태라 몸에 흉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미친 여자와 싸우다니.고은영이 말했다.“나도 량천옥을 많이 할퀴었어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여자들을 뭐라고 해야 해?’량천옥은 전에 고은영에게 세상의 좋은 건 뭐든지 주고 싶다고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고은영과 싸우면서 미친 짓을 버리고 있었다.
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걱정하지 마. 나도 알고 있어.”진성택은 박경숙의 아이인 진유경을 수년 동안 키워왔고 얼마나 애지중지 진유경을 아끼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만약 진성택이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고 평가한다면 그때 이미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이다.지금 또다시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진윤은 비록 진씨 그룹을 탐내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대부분은 어머니가 남긴 것이다.진성택이 그것을 진유경에게 주려고 한다면 진윤은 허락할 수 없었다.게다가 사건이 폭로된 후 김영희가 보인 태도도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진정훈의 핸드폰이 윙윙 울렸다.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진성택이야?”진정훈은 짧게 응이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받지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진윤이 말했다.“주말에 와서 밥 먹어. 네 형수 요리 솜씨가 아주 좋아.”“뭐라고?”진정훈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해졌다. 그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진윤을 바라보았다.형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진정훈은 기분이 묘했다.솔직히 말해서 진정훈은 윤설을 형수로서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강성에 아무 소문도 없었지만 그건 표면적인 것이고 뒤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늘 침착하고 냉정하던 진윤이 사랑 문제에서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진윤이 말했다.“배준우도 고은영을 데리고 올 거야.”고은영이 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어.”여동생이 온다면 진정훈은 당연히 갈 것이다.고은영을 떠올리니 진정훈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형 이제 모든 게 밝혀졌는데 이쯤에서 여동생한테 뭘 좀 줘야 하지 않을까?”진정훈은 이 말을 꺼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그는 그저 이런 방식으로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고은영을 떳떳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진윤의 생각은 진정훈과 조금 달랐다.진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여동생뿐이었다. 고은영이 진씨 가문으로 돌아오든 말
진정훈은 진성택이 회사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얼굴이 어두워졌다.진성택이 직접 회사에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분노를 억누르며 사무실에 들어가니 진성택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안경을 쓴 진성택의 모습은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 지쳐 보였지만 진정훈은 이제 그런 진성택을 보고도 전혀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앞으로 다가간 진정훈은 진성택의 맞은편에 앉았다.진성택은 진정훈을 보자마자 분노의 눈빛이 일렁였다.“이제야 돌아오는 거니? 네가 이 회사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포기할지 말지는 이제 제 마음이에요. 어차피 이 회사는 이미 제 것이니까요.”진정훈은 무심하게 말했다.그의 말에는 보이지 않는 경고와 강경한 태도가 담겨 있었다.진정훈은 진성택의 마음에서 진유경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은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진성택에게 날렸다.그러나 이미 진정훈을 완전히 실망하게 한 진씨 가문은 이 순간에도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진성택은 고은영에 대한 얘기를 바로 꺼내지 않고 입을 열자마자 진유경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나와 네 할머니는 유경이를 타운 하우스에 보내기로 했다.”타운 하우스는 진성택이 소유한 별장으로 강성에서 부유층이 사는 유명한 곳이었다.진씨 가문을 떠나 타운 하우스로 이사한다는 것은 여전히 진유경을 진씨 가문의 보호 아래 두겠다는 뜻이었다.진정훈은 비웃음을 날리더니 말없이 진성택을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분명 진성택이 이것을 조건으로 다른 뭔가를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걸 진정훈은 알고 있었다.역시나 진정훈의 예상이 맞았다.다음 순간 진성택이 입을 열었다.“회사의 지분 1퍼센트를 유경이에게 주려고 해.”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날카롭게 굳었다.진성택은 진정훈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했다. 진정훈은 진성택이 어떻게 지분 1퍼센트를 얘기할 용기가 있는지 궁금했다.진정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성택은 이어서 말했다.“앞으로 유경이는 다시 진씨 가문으로 돌아
진성택은 기억하지 못했다.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진성택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중심 거리에 있는 30개의 가게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두 채의 별장과 한 채의 아파트도 잃어버린 아이를 위해 남겨놨자는 사실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진성택은 죄책감이 들어 눈을 감으며 말했다.“미안하다. 요즘 내가 병 때문에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그래.”이는 진성택의 병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모든 걸 기억했지만 요즘은 많은 기억들이 흐릿해졌다.하지만 진성택의 미안하다는 말과 병 때문에 그렇다는 말은 진정훈의 태도를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했다.오히려 진정훈운 진성택을 더욱 비웃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말 정신이 없으신가 봐요. 아까 타운 하우스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어떻게 다른 곳이 있다는 걸 기억하셨어요? 펜트 팰리스는요? 내셔널 타운은요?”그렇게 많은 재산 중에 왜 하필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남긴 것을 굳이 진유경에게 주려는 것일까?이 순간 진정훈은 진성택에 대한 실망을 넘어 관계를 끊고 싶을 정도였다.진성택은 다급하게 말했다.“안 줘. 다 안 줄 거야.”잃어버린 아이를 위해 남겨진 것들이니 다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말에도 진정훈의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진정훈은 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첫째 제가 말한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겠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시길 바라요. 둘째 회사의 지분은 꿈도 꾸지 마세요. 진유경이 거지처럼 떠돌아다니는 한이 있어도 우리 진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요.”이번에 진정훈은 진유경에게 완전히 냉정해졌다.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떨며 말했다.“그래도 넌 유경이를 오랫동안 여동생으로 대해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 있는 거야?”“아버지의 역겨움이 절 이렇게 무정하게 만들었어요.”진정훈이 정말로 냉정해진 이유는 단지 진유경이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조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더 중요한 것은 진유경이 박경숙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네.”김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훈이 김현지에 관해 묻자 김현성은 자기도 모르게 눈꺼풀이 떨렸다.이어서 진정훈이 말했다.“여자아이는 그래도 자립해야 해. 너무 응석을 받아주지 마.”진정훈은 고은영을 생각하며 말했다.고은영은 배준우라는 변태 밑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그 변태를 성공적으로 사로잡기까지 했다.맞다. 진정훈의 눈에 매부는 완전히 변태였다.진정훈은 지금 젊은 나이에 늙은이처럼 굴고 있었다.최근에 진정훈은 고은영이 배준우와 함께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이 알아보았다. 배준우가 예전에 고은영을 자주 괴롭히고 겁을 주어 많이 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진정훈은 화가 치밀었다.그런데도 두 사람은 지금 결혼까지 했다.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배준우는 절대 진정훈의 매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김현성은 진정훈의 말을 듣고 온몸이 굳어버렸다.“여자아이들은 그래도 많이 아껴줘야 해요. 그래야 나쁜 남자에게 속지 않거든요.”“그 말도 맞아.”김현성의 말을 들은 진정훈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순간 진정훈은 고은영에 대해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어린 시절 너무 힘든 환경에서 자랐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또 배준우의 옆에서 지내고 있었다.고은영은 다른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배준우에게 쉽게 마음이 휘둘렸고 진정한 좋은 남자가 어떤 건지 몰랐다.살짝만 달래줘도 고은영은 속아 넘어갔다. 더 화나는 건 심지어 아이까지 낳았다는 것이다.진정훈이 왜 김현지를 언급했는지 김현성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진정훈은 계속 이어서 말했다.“김현지한테 시간 되면 날 찾아오라고 해.”이 말에 김현성은 눈꺼풀이 다시 한번 떨렸다.다음 순간 진정훈은 다시 말했다.“아니 오게 하지 말고 여자가 좋아할 만한 물건 목록을 적어서 나한테 보내라고 해.”‘여자들이 좋아하는 목록? 그러니까 자기 여동생한테 선물을 사주고 싶었던 거야?’맞다. 진정훈은 지금 고은영에게 모든 것을 다 사주고 싶었지만 뭘 사줘야 할지 몰랐다.비록 전에 진정훈은 진유경에게 많은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