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고은영은 오늘 배준우의 사무실에 왔지만 사실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어젯밤 배준우는 침실에 돌아온 뒤 바로 잠에 들었다.아침에도 회사에 와서도 그는 계속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어젯밤 진정훈이 서재에서 도대체 그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을 기회가 없었다.이 순간 드디어 점심시간에 둘만 있게 되었는데 배준우는 또 얌전하게 있지 못하고 고은영을 내버려두지 않았다.“오전 내내 일하고 피곤하지 않아요?”고은영이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기에 더 위로 올라가진 못했다.오늘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티를 내려고 하진 않았지만 배준우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어젯밤에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고은영은 배준우의 목에 긴 손톱자국을 냈다.배준우는 그녀에게 키스하며 말했다.“안 피곤해.”전에 고은영이 임신했을 때 배가 많이 부풀어 오른 그녀를 보고 배준우는 감히 만지면 부러질까 봐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속박도 없었기에 배준우는 아무리 고은영과 붙어 있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난 피곤해요.”고은영은 배준우의 옷깃을 잡으며 투정을 부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너무 무리했기에 진심으로 힘들었다.배준우는 웃으며 말했다.“내일부터 아침에 나와 함께 조깅하자.”고은영은 뛰는 운동 같은 걸 힘들어했기에 무의식적으로 싫다고 거절했다.이에 배준우가 말했다.“꼭 해야 해.”‘이 체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매번 출장을 갔을 때마다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체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울상을 지었다.배준우가 그녀를 안고 휴게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고은지의 전화였다.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품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움직이지 마요. 전화 받아야 해요.”배준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언니.”“이모 나야.”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것은 고희주의 약한 목소리였다.고은영은 고희주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우리 희주 왜
고은지의 열이 내린 뒤 고은영은 고희주를 바라보며 선을 뻗어 품에 안았다.“왜 이렇게 젖었어?”“엄마 약 사러 갔다가 실수로 넘어졌어.”고은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슬픔이 몰려왔다.얼른 고희가 입고 있는 젖은 옷을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줬다.무릎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고은영은 얼른 약상자를 갖고 와 상처를 소독해줬다.“희주야 그럼 왜 이모한테 더 일찍 전화 안 했어?”“엄마가 말했어. 무슨 일만 있으면 이모를 찾지 말라고. 엄마가 처리할 수 있다고.”고희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엄마는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고은영은 희주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은영은 마음이 점점 더 불편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모한테 전화해 알겠지?”“알겠어. 꼭 기억할게.”고희주의 옷을 갈아입혀 주고 무릎에 난 상처를 다 치료해 준 뒤 고은영은 또 고은지의 머리를 짚어보며 체온을 체크했다.다행히 다시 열이 오르진 않았다.고은영은 얼른 고희주의 옷을 빨아주고 다 먹은 배달 음식을 깨끗하게 치워주었다.고은지가 했을 일을 그녀는 모두 해주었다.모든 것을 정리했을 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올라왔다.이때 고은지는 열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이렇게 반복적으로 열이 오르는 일은 성인 어른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고은지가 아주 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나태현은 마침 회사에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고은영과 고희주도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들것을 보니 고은지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다.나태현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은 이곳에서 나태현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인사를 건넸다.“나 대표님.”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고희주는 고은영의 품에 안겨 있
이때도 고은지의 손등에는 여전히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고은지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누워 있어. 언니 열이 심하게 났었으니까.”비록 깨어났지만 고은지는 아직도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은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희주 많이 놀랐지?”“미안해 엄마. 너무 걱정돼서 이모한테 전화했어.”고희주는 힘없이 말했다.고은지는 고희주를 혼내려는 뜻이 없었지만 고희주가 입을 열자마자 사과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은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엄마는 희주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희주야 너무 잘했어.”“봤지? 엄마는 널 혼내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희주야.”고희주는 오후 내내 고은지가 자신을 혼낼까 봐 걱정했다.이런 성격을 보면 조씨 가문에 있을 때 얼마나 얌전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진여옥과 조영수는 모두 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사람들이었다.고은지는 항상 고희주를 얌전한 아이로 교육했다. 이렇게 얌전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헤어질 때 여전히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고은지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고희주에게 향했다.고은영은 부드러운 손길로 고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두 사람이 항상 함께하고 있으니까 서로를 챙겨줄 수 있겠네.”고은지는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장했다.고은지는 고희주가 더욱 가여웠고 죄책감이 들었다.그녀는 또한 자신을 깊은 실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 남자가 너무 미웠다.간병인은 그녀들에게 먹을 것을 사 왔고 전부 담백한 음식들이었다.고은영과 고희주는 고은지가 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며 고은영이 말했다.“오늘 희주는 내가 란완리조트에 데려가서 재울게. 언니는 푹 쉬어.”“아니야. 내가 데리고 있을게.”고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아직 고희주는 아픈 상태였기에 고은지는 고희주가 옆에 없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고은영도 고은지
기사는 상황을 보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오르자 바로 란완리조트로 출발했다.오늘 오후는 마치 전쟁 같았다.고은영은 품에 안겨 있는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이모가 희주 엄마한테 데려다줄게. 괜찮지?”“응 좋아.”고희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고희주를 보면 볼 수록 좋아했다.전에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더 화가 나는 것은 선생님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방관했다는 것이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제안한 보상 조건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모한테 전화해. 알겠지? 누가 희주를 괴롭혀도 이모한테 전화해야 해.”비록 사람들은 아이를 이렇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고은영은 고희주를 이 정도로 괴롭힌 아이들을 제대로 혼내주고 싶었다.고희주가 말했다.“이모.”고희주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차올랐다.그 모습을 보니 어린아이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이모는 엄청나게 세. 너 이모 키 봤자? 이모를 믿어야 해 알겠지?”“응. 희주는 이모 믿어.”고희주는 작은 주먹을 들어 보였다.고은영은 더욱 마음이 아파 희주를 꼭 끌어안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고은지와 고희주에게 너무 무관심했다고 느꼈다.란완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아기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이 조금 의외였던 것은 나태현도 란완리조트에 있었다는 것이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배준우와 나태웅의 관계는 고은영도 알고 있었지만 배준우의 옆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가 나태현과 연락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그리고 배준우는 란완리조트에 친구를 거의 데려오지 않았다. 장선명과 육범수도 거의 이곳에 와서 식사하는 일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나태현이 와 있었다.고은영은 이마에 물음표가 튀어나올 뻔했다.라 집사는 진정훈에게 맞은 뒤 휴가를 갔고 지금은
배준우는 고희주가 자기를 이모부라고 부르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를 듣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착하네.”나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이 노란색 깨끗한 치마를 새로 갈아입혀 줘서 그런지 고희주는 점심에 봤던 것처럼 초췌한 모습이 아니었다. 고은영은 고희주에게 밥을 챙겨주었다.란완리조트의 셰프는 정말 솜씨가 훌륭했다. 연근을 넣은 생선 필레를 아주 맛있게 요리했다.고은영이 새우를 집어 고희주에게 까주려고 하자 고희주는 입식을 먹으면서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다.“이모 나 새우 못 먹어.”“응? 왜? 새우가 얼마나 맛있는데.”“새우 먹으면 몸이 가려워.”그제야 고은영은 갑각류 알레르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고희주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사실 예전에 조씨 가문에 있을 때 고은지도 몰랐다. 새우 같은 비싼 식자재를 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린빌에 이사 온 뒤로 고은지는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먹었다.그제야 고은지는 고희주에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날 새우를 먹은 뒤 고희주의 몸에는 붉은 반점이 가득 올라왔고 약을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다.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고은영은 재빨리 고희주의 밥그릇에서 새우를 빼냈다.“그럼 새우 먹지 말고 생선 먹을까?”“좋아.”고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얌전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고은영은 미소를 지었다.“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모한테 얘기해.”“응.”대답하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웠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태현은 고희주에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나태현은 지난번 새우를 먹고 병원에 갔던 것이 떠올랐다.저녁 식사 후 나태현과 배준우는 서재로 향했다. 두 사람을 무슨 할 얘기가 있는지 식사 자리에서는 하기 힘든 얘기라서 서재로 향한 것이다.고은영은 아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혜나도 함께 올라 갔고 오늘 희주가 왔으니 지수라는 도우미도 함께했다.위층으로 올라
원래대로라면 집에 아이 옷이 없어야 하지만 고은영은 이미 아기 옷을 많이 준비하면서 작은 사이즈든 큰 사이즈든 다 준비해 뒀었다.혜나는 바로 큼지막한 잠옷을 꺼내 고희주에게 입혔다.“다 씻었어?”“네 사모님. 아니면 오늘 밤 제가 희주를 데리고 잘게요.”혜나가 말했다.아까 위층으로 올라올 때 배준우는 혜나에게 많은 눈빛을 보냈다. 란완리조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혜나는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배준우가 고은영을 얼마나 소중한 아기처럼 생각하는데 저녁에 안고 자지 않을 수 있을까?이것이 혜나가 아까 올라오자마자 고희주를 달랬던 이유였다. 다행히 고희주는 아주 순종적으로 혜나의 말을 잘 따랐다.고은영은 혜나가 희주와 같이 자겠다는 말에 조금 불안해서 무의식적으로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희주야 이모하고 같이 안 잘 거야?”고희주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혜나 언니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겠다고 했어.”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혜나가 이렇게 아이를 잘 달랜다고? 아니 희주가 이렇게 달래기 쉬운 아이였나? 동화책 몇 권 읽어준다고 고새 넘어가? 이 상황을 언니가 알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정말 이모하고 안 자도 돼?”“응 괜찮아. 나 혜나 언니하고 잘 거야.”어린이들은 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좋아하는 언니가 읽어주면 더욱 좋아했다.고은영은 살짝 떨리는 입꼬리를 하고서는 혜나를 바라보았다.“괜찮겠어?”고은영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희주와 같이 자겠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혜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모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희주 아가씨 잘 챙길게요.”고은영은 혜나처럼 섬세한 사람이 고희주를 챙긴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알겠어.”그래도 불안한지 절대로 고희주를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혜나에게 여러 번 당부한 뒤 고은영은 아기를 안고 침실로 돌아갔다.배준우가 서재에서 나왔다.고은영이 아기를 안고 있
배준우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턱을 잡고서는 거칠게 키스했다.강인함과 맹렬함 속에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고은영은 여전히 입술이 아팠는데 지금 이렇게 거친 키스를 받으니 화가 나서 주먹으로 배준우를 때리고 싶었다.배준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잡으며 웃었다.“정말 날 때리려고?”“준우 씨 아기 좀 잘 안아요. 그러나 떨어트리겠어요.”아기를 안고서도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배준우는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서도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배준우는 웃더니 고은영의 손을 풀어주고서는 뒤로 돌아 아기를 안고 도우미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곧바로 방에서 나와 고은영을 안고 침대에 던졌다.고은영의 살결은 너무 부드러웠고 달콤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의도를 눈치채고서는 화가 나서 그를 발로 밀었다.“좀 얌전히 있을 수는 없어요.”그녀는 아직도 아팠기 때문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이 감히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작은 발목을 잡고서는 자신을 향해 끌어내렸다.고은영은 소리를 질렀다.“준우 씨.”이번에는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다.그러나 배준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을 뿐이었다.“많이 아파?”고은영이 응하고 대답하는 콧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볼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알겠어. 안 건드릴게. 응?”“나 희주하고 잘 거예요.”배준우가 이러는 것을 보고 고은영은 더욱더 희주가 혜나하고 자는 것이 분명 그가 눈치를 줬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내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게 아닌데. 이건 너무 하잖아.’배준우는 고은영이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깊은 미소를 지었다.“왜?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당신은 원래 사람을 잡아먹잖아요.”배준우가 말했다.“알겠어. 얼른 자.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고은영이 또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배준우는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기로 했다.고은영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배준우
량천옥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내가 어떻게 그 아이와 싸울 수 있겠어? 난 그냥.”그냥 뭐? 량천옥으 당시 상황을 다시 자세히 생각해 봤다. 그녀는 고은영에게 도움이 되는 한약과 영양제들을 직접 골라서 전해줬을 뿐이다.량천옥도 아이를 두 명이나 낳아봤으니 당연히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은영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랐다.그런데 누가 일이 이렇게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량천옥은 당시 상황을 량일에게 말했다.량일은 그 얘기를 듣고 호흡이 가빠졌다.결국 량천옥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난 정말 그냥 그 아이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절대 해치려고 하지 않았어.”“그래 엄마는 알아. 근데 문제는 그 아이가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그리고 전에 우리가...”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다가 량일은 바로 말을 멈췄다.량천옥은 전에라는 말을 듣자마자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전에라면.“맞아. 전에 내가 은영이를 죽이려고 했지. 내가 은영이를 죽일 뻔했어.”여기까지 말한 량천옥은 목소리가 점점 더 울먹거렸다.그 일은 량천옥 스스로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잘못은 모두 그녀가 저지른 것이다.‘하늘은 왜 나한테 이런 복수를 하는 걸까?’그때 고은영을 키워주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미 고은영에게 죄를 지은 것이니 량천옥에게 고은영이 복수를 한다고 해도 량천옥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량천옥이 자기 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하게 만들었을까?여기까지 생각한 량일은 더욱 숨이 막혔다.량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그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아니면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모두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일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나도 아는데 참을 수가 없어.”량천옥은 고은영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만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다.제발 하늘에서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