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턱을 잡고서는 거칠게 키스했다.강인함과 맹렬함 속에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고은영은 여전히 입술이 아팠는데 지금 이렇게 거친 키스를 받으니 화가 나서 주먹으로 배준우를 때리고 싶었다.배준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잡으며 웃었다.“정말 날 때리려고?”“준우 씨 아기 좀 잘 안아요. 그러나 떨어트리겠어요.”아기를 안고서도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배준우는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서도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배준우는 웃더니 고은영의 손을 풀어주고서는 뒤로 돌아 아기를 안고 도우미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곧바로 방에서 나와 고은영을 안고 침대에 던졌다.고은영의 살결은 너무 부드러웠고 달콤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의도를 눈치채고서는 화가 나서 그를 발로 밀었다.“좀 얌전히 있을 수는 없어요.”그녀는 아직도 아팠기 때문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이 감히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작은 발목을 잡고서는 자신을 향해 끌어내렸다.고은영은 소리를 질렀다.“준우 씨.”이번에는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다.그러나 배준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을 뿐이었다.“많이 아파?”고은영이 응하고 대답하는 콧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볼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알겠어. 안 건드릴게. 응?”“나 희주하고 잘 거예요.”배준우가 이러는 것을 보고 고은영은 더욱더 희주가 혜나하고 자는 것이 분명 그가 눈치를 줬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내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게 아닌데. 이건 너무 하잖아.’배준우는 고은영이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깊은 미소를 지었다.“왜?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당신은 원래 사람을 잡아먹잖아요.”배준우가 말했다.“알겠어. 얼른 자.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고은영이 또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배준우는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기로 했다.고은영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배준우
량천옥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내가 어떻게 그 아이와 싸울 수 있겠어? 난 그냥.”그냥 뭐? 량천옥으 당시 상황을 다시 자세히 생각해 봤다. 그녀는 고은영에게 도움이 되는 한약과 영양제들을 직접 골라서 전해줬을 뿐이다.량천옥도 아이를 두 명이나 낳아봤으니 당연히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은영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랐다.그런데 누가 일이 이렇게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량천옥은 당시 상황을 량일에게 말했다.량일은 그 얘기를 듣고 호흡이 가빠졌다.결국 량천옥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난 정말 그냥 그 아이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절대 해치려고 하지 않았어.”“그래 엄마는 알아. 근데 문제는 그 아이가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그리고 전에 우리가...”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다가 량일은 바로 말을 멈췄다.량천옥은 전에라는 말을 듣자마자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전에라면.“맞아. 전에 내가 은영이를 죽이려고 했지. 내가 은영이를 죽일 뻔했어.”여기까지 말한 량천옥은 목소리가 점점 더 울먹거렸다.그 일은 량천옥 스스로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잘못은 모두 그녀가 저지른 것이다.‘하늘은 왜 나한테 이런 복수를 하는 걸까?’그때 고은영을 키워주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미 고은영에게 죄를 지은 것이니 량천옥에게 고은영이 복수를 한다고 해도 량천옥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량천옥이 자기 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하게 만들었을까?여기까지 생각한 량일은 더욱 숨이 막혔다.량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그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아니면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모두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일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나도 아는데 참을 수가 없어.”량천옥은 고은영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만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다.제발 하늘에서 그녀에게
‘진씨 가문 허.’보아하니 전에 진유경을 혼내줬는데도 진씨 가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특히 진윤은 이전에 진씨 가문과 심하게 다투고 관계를 끊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또다시 가족들의 편에 서는 것일까?량천옥은 위험하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 남자를 다 믿을 수 없어.”량천옥은 그래도 배준우를 조금 믿었었다.하지만 지금 량일의 말을 들으니 량천옥도 배준우를 완전히 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구를 믿는 것보다 자신을 믿는 것이 나았다. 재벌가에서 이익 관계없이 결혼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량일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은 진씨 가문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해. 진유경은 언제든 그 아이에게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어.”“저번에 내가 그 여우 같은 진유경을 바로 죽였어야 했는데.”량천옥의 목소리에는 위험한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량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눈으로 전례 없던 어두운 분위기를 뿜어냈다.고은영의 일은 잠시 내려놓고 고은영 주변의 골칫거리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다음날 고은영과 배준우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주차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진정훈이었다.고은영과 배준우는 진정훈을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굳었다.특히 고은영은 저번 밤에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아직 물어보지도 못했기에 진정훈을 정말 끈질기다고 생각했다.‘저 남자가 정말 내 목숨을 노리는 건가?’“너 먼저 아기 데리고 올라가 있어.”배준우는 고은영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고은영은 진정훈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했다.그녀가 진정훈을 경계하는 건 그가 배준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다.이런 골칫거리를 불러올 사람에게 그녀는 당연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마음을 읽고서는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응?”“저 사람 입에서 말이 되는 소리가 나
이것이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걸까?둘 다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나쁘다고 탓할 수 있는 걸까?진정훈은 고은영의 앞에서 배준우와 대면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두 사람이 서로 말하는 것을 듣고 진정훈은 이곳으로 온 목적을 말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이 상황을 보자마자 두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도망쳤다.“거기 서.”진정훈은 고은영이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고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영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배준우는 진정훈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진정훈 이제 그만해. 대체 어디까지 소란을 피울 거야?”진정훈은 바닥에 던져지며 순간적으로 멍해졌다.고은영이 떠나자 진정훈은 배준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진정훈은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서류 가방을 배준우의 머리 쪽으로 세게 던졌다.하지만 배준우는 그 서류 가방을 잡아챘다.이어서 진정훈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량천옥의 딸이라고? 네가 직접 봐봐. 이게 무슨 량천옥의 딸이야?”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정훈은 지금 이미 이성을 잃었다.그는 이 검사 결과를 얻은 뒤 바로 배준우를 찾으러 왔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배준우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생각뿐이었다.고은영은 애초에 량천옥의 딸이 아니었다.“배준우 넌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해? 감히 보고서를 조작하다니. 넌 그렇게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길 바랐어?”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다시 상기시켜 줘야 해? 어?”진정훈은 말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전에 배준우와 량천옥이 서로 죽일 듯이 싸웠을 때 배준우가 량천옥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강성 전체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그런데도 배준우는 여전히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고 믿는 걸까? 배준우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배준우는 서류봉투 안에 들어 있는 검사 보고서를 꺼내 한 번 살펴봤다.그의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진정훈은 더 이상 배준우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단지 검사 결과 하나로 배준우는 이제 진씨 가문 전체를 의심하고 있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화가 잔딱 난 모습을 보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서 조사해 봐. 배후에 있는 사람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면서 결과를 조작했네. 정말 많이 당황했나 봐.”진정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배준우는 진정훈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너무 아름다운 외모 아래에는 항상 날라 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 법이야.”배준우는 말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배준우는 잊지 않고 경비원에게 전화를 걸어 진정훈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진정훈은 이 순간 더 이상 동영그룹 안으로 쫓아가서 고은영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는 배준우의 말을 듣고서는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은 믿지 않았지만 그 샘플을 집으로 가져갔을 때 상황을 떠올려봤다.가장 처음 이 사실을 안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당시 진정훈은 할머니에게 말했다.“여동생하고 관련된 샘플이에요. 만약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샘플 결과만 일치하면 동생을 바로 찾을 수 있어요.”‘그때 할머니의 표정이 어땠지? 할머니가 뭐라고 했었는데?”할머니는 진정훈에게 말했었다.“그래? 정말 좋은 일이네.”할머니는 얼굴에 얕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당시 진정훈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잃어버린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이 너무 평온했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배준우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누군가 당황해서 조작한 것 같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진정훈은 머리가 얼얼해지는 것 같았다.그는 호흡이 점점 불안해지더니 결국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진정훈은 이런 결과가 아니길 바랐지만 지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량천옥은 천천히 진정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여장부 특유의 기세를 뿜어냈다.량천옥은 진정훈의 차 상태를 살피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확실히 내 책임이네요. 도련님 보상을 원하시면 청구서를 나한테 보내요.”“당신...”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량천옥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도 자신의 책임인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것이니 그녀의 책임이 맞았다.진정훈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또 무심하게 덧붙였다.“보험 처리하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이 만족스럽지 않으시면 보상으로 차를 한 대 새로 뽑아드려도 돼요.”진정훈은 이미 너무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다.상대가 남자였다면 진정훈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여자였다.진정훈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진씨 가문 그 정도 돈은 필요 없어요.”“도련님 왜 그렇게 말하세요? 역시 부족함이 없어서 그렇게 거리낌 없이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가요?”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가.’진정훈은 량천옥의 웃음기 어린 서신을 마주한 순간 큰형이 량천옥의 무서움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이렇게 보니 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무심하게 물었다.“진유경의 다리는 어때요?”진정훈이 말했다.“그쪽이야말로 너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나중에 자기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요.”“맞아요.”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지금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량천옥은 지난번 자기가 저지른 일이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계속 배준우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다.진정훈은 더 이상 량천옥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지 않아 차를 타려고 했다.그런데 몸을 돌리자마자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한테 솔직하게 말할게요. 배준우는 내 사위예요.”진정훈은 무의식
하지만 진정훈은 진유경이 그보다 먼저 동영그룹에 도착해서 이미 위층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진유경은 얼굴에 조롱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짓고서는 먼저 고은영에게 다가갔다.“사모님 본인 자리가 많이 걱정되시나 봐요? 애를 낳자마자 회사에 데리고 오셨어요? 이렇게 잘 지키면 사람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봐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그녀는 아기를 뒤에 서 있는 도우미에게 건네준 뒤 고희주에게 말했다.“희주야 아줌마하고 동생 데리고 들어가 있어.”“응.”고희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도우미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서는 서둘러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청아는 그 말을 듣고서는 바로 고은영의 뒤로 다가왔다.“저 아가씨는 누구시죠?”진청아는 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아까 진유경은 위로 올라오기 위해 민초희를 찾으러 왔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진유경은 고은영을 보고서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저희 얘기 좀 할까요?”하지만 진유경의 눈빛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은영도 당연히 진유경이 무슨 말을 하려고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고은여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청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저 아가씨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진유경은 진청아를 무시하고서는 고은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사모님께서 대답이 없으시네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고작 이런 걸로 겁을 먹으면서 자신이 준우 씨 옆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일들이 많을 텐데 해낼 수 있을까요?”진유경은 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조롱의 뜻이 깊어졌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배준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 뒤로 그녀가 배준우와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진유경을 예뻐했기에 배준우가 진유경이 함께 할 때는 서로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만나길 바랐다.게다가 그때는 배준우의 마음속에 이미월이 있었고 옆에는 고은영이
갑자기 나타난 진유경을 보고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온몸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진유경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큰오빠가 일이 있어서 나한테 직접 준오 오빠하고 얘기하라고 했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돌려 진유경이 의도적으로 배준우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진유경하고 준우 씨는 도대체 친한 거야 안 친한 거야? 내가 준우 씨 옆에 이만큼 오랫동안 있었는데 왜 몰랐지?’지금 진유경의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뻔뻔함일까?고은영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친 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계집애 화 났네.’배준우는 바로 진유경의 팔을 풀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만두고 당장 꺼져.”배준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유경의 열정적인 태도와 강한 대립을 이뤘다. 진유경은 배준우가 이렇게 자기를 무례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내가 아직은 그래도 진씨 가문의 딸인데도 이렇게 날 대하는데 만약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아서 데려오면 나와 준우 오빠는 더 기회가 없을 거야.’여기까지 생각한 진유경은 호흡이 불안정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우 오빠 왜 날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 근데 어떻게 해요? 큰오빠가 나한테 오빠를 찾아가라고 했는데. 오빠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더라도 큰오빠가 나한테 무슨 말을 전하라고 했는지 들어보지도 않을 거예요?’진유경은 진윤과 배준우의 관계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진유경이 아무리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왔다고 해도 배준우는 여전히 그녀를 별로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온 거야?”그 말투의 뜻은 명백했다.진유경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준오 오빠가 왜 이렇게...’진유경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진청아가 먼저 말했다.“이분은 민초희 씨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건 진청
진이훈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찾아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저 여자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너무 화내지 마십쇼. 안지영 씨는 나 대표님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장선명 때문에?”“...”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정확하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씨 가문은 장 씨 가문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야했디.하지만 나태웅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에 그것마저도 거품으로 돌아갔다.진이훈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화가 나면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잊는 사람이었다.그 시각.안지영도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장선명은 저녁 열한 시에 들어왔다. 여덟 시에 나갔으니 총 세 시간 동안 밖에 있은 셈이었다.집에 돌아온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왜 화내고 있는 거야?”“나태웅 때문에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안지영의 화를 이만큼이나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태웅이 유일할 것이다.이제야 회사 일 때문에 나태웅에게 제대로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거의 매일 시비를 걸었다.게다가 가장 화가 나는 건, 나태웅 때문에 안지영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이 매일 시비를 걸고 또 자기 아버지까지 끌어들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신나나 씨는 어때요?”안지영은 나태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나태웅 얘기를 듣던 장선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신나나의 얘기를 꺼내자 장선명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다.“눈가를 3cm 정도 봉합했어. 지금은 병원에 있어.”“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어요?”안지영은 아주 놀랐다.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하지만 신나나는 매직 썬의 에이스로서 인기도 많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기씨 가문은 요즘 들어 강성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문이었지만 장씨 가문과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 얘기했다.“안지영, 장선명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남자야. 네가 그런 남자의 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아니면, 장선명이 정말 너랑 약혼할 거라고 생각해? 매하리에서 한번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너를 데리고 일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도 봐, 장선명은 다른 여자를 위해 너를 버렸잖아!”안지영은 나태웅의 말투가 안지영의 불행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에게 버려진 안지영을 보면서 축하 파티라도 열 사람 같았다.나태웅의 인성을 잘 아는 안지영은 나태웅의 생각도 쉽게 알 수 있었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장선명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나더러 하주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거예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없나 봐요?”“그건 다른 일이잖아!”“뭐가 다른데요! 내로남불 같은 놈.”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지금의 안지영은 그저 나태웅을 욕할 기회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욕설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전 세계의 욕설을 모아서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나태웅은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안지영, 좋은 말로 할 때 입에서 걸레 빼.”“너나 입에서 걸레 빼세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당신만큼은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테니까. 왜 계속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관종이에요?”“...”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안지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선심을 써서 얘기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쉬지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선명 씨가 신나나 씨 때문에 매직 썬에 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와서 귀띔해 줄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알려줬다고? 이건...’“나태웅 씨, 당신은 장선명이랑 비교하
‘지금 벌인 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친 거 아니야?’안지영은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안지영,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안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다.“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나태웅,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나태웅에게 괴롭힘당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줄 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정신병이 대대로 유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강성에서 가장 잔인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이제는 안지영을 괴롭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선명까지 괴롭히려고 한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뭐 하는 거냐고? 뭐 같아 보이는데?”“내가 당신 같은 사람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안지영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안지영, 장선명이 오늘 밤 왜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당신이 일을 벌이니까 나간 거잖아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죽이고 싶었다.“신나나 때문에 킹덤 타운을 떠난 거야.”“...”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분노로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안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나머지 제 자리에 서서 몇 바퀴나 돌았다.나태웅에게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가지 않았다.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말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장선명은 신나나를 구하러 매직 썬에 간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신나나의 이름을 강하게 읽으며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같았다.
“...”요리 실력이 없다고 해도...“아무리 그래도 처음부터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장선명이 의아해하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이건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에요!”안지영은 무슨 일을 하든지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요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똑같은 식재료와 똑같은 양념으로도 다른 맛이 나는 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겠는가.구이준은 그들에게로 다가오다가 안지영과 장선명이 요리 재능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대표님이 언제부터 요리를 좋아하게 된 거지? 아니면 안지영 씨 때문에 그렇게 된 건가?’구이준을 본 장선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여기는 무슨 일로.”구이준이 앞으로 다가가서 얘기했다.“도련님, 매직 썬에 일이 생겨서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매직 썬.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저도 모르게 장선명을 쳐다보았다.안지영은 매직 썬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거기의 언니들이 예쁘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돈 많은 유부녀들이 자주 가는 곳인데, 그곳의 남자들이 잘생겨서였다.매직 썬에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들은 장선명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안지영에게 보여줬던 부드러움과 온화함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차가운 기운만이 남아있었다.장선명이 중저음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지?”“기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꼭 나나 님을 데려가겠다고 하셔서요.”나나는 매직 썬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안지영도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니까 말이다.그리고 기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라면... 양아치가 틀림없었다.대충 알 것 같았다.나나는 그래도 자존심이 있는 여자였다. 그런 나나에게 기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은 양아치나 다름없는 사람일 것이다.그러니까 거기서 모순이 생긴 것이다.그 말을 들은 장선명은 안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다녀올게.”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요.”장선명은 몸을 일으킨 후 핸드폰을 챙겼다. 안지영 앞에 남은 피자 반 판을 보던 장선명이 말을 덧붙였다.“적당히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살
“먼저 돌아가.”“그럼 안지영이 날 때린 건...”거기까지 말한 하주원은 말을 멈추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숨을 고르며 눈물을 쏟았다.하주원은 본인을 가녀린 피해자로 만들어 놓았다.하주원이 안지영과의 사건을 꺼내자 나태웅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네가 먼저 찾아가서 안지영을 때린 거잖아. 아니야?”“아니야. 난 그저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대화 좀 나누다가 안지영이 갑자기 나를 때린 거야!”하주원이 울면서 얘기했다.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말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하주원의 모습을 본다면 모두가 그걸 진짜라고 믿을 것이다.나태웅이 미간을 찌푸렸다.“안지영이 먼저 때린 거야?”하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안지영이 먼저 나를 때린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반격하지 않았을 거야.”나태웅은 속에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안지영이 먼저 손을 올린 것이라면...안지영의 성질을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안지영은 조금이라도 심기가 불편하면 성질을 부리니까 말이다.전형적인 강약약강이 아닌가.전에는 배준우가 복수할까 봐 두려워하더니, 하주원한테는 함부로 대하다니. 나태웅에게 있어서 안지영은 충분히 그럴 사람이었다.참지 않는 것도,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것도 다 안지영이다.“먼저 돌아가.”“이모가 있을 때는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 이모가 보고 싶어. 엉엉...”하주원은 또 나태웅의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나태웅은 머리가 아파서 한숨을 푹 쉬고 이마를 매만졌다.“먼저 돌아가. 안지영이 곧 사과할 거야.”“정말? 정말이야?”하주원이 울면서 물었다.“그래.”다 성인이니 본인이 한 짓에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특히 안지영은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더 막 나갈 것이다.나태웅의 대답을 들은 하주원은 만족했다.하주원은 아까 나태범과 나태웅의 대화를 다 엿들었다.하지만 그래도 하주원
밖에서 금방 돌아온 진이훈은 나태웅이 온 힘을 다해 핸드폰을 탁상 위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 핸드폰 액정은 마치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었다.진이훈은 속으로 핸드폰 수리점에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주원 씨가 오셨습니다. 만나보실 겁니까?”진이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하주원이라는 이름을 들은 나태웅은 그저 머리가 아팠다.미간을 누른 나태웅이 얘기했다.“들어오라고 해.”“네.”진이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손잡이를 돌리려던 순간, 진이훈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아까 어르신께서 꽃을 주문하라고 하셨습니다.”“무슨 꽃?”“장미꽃이요. 내일 대표님 이름으로 안지영 씨한테 보낼 예정입니다.“...”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년한테 꽃을 보낸다고? 이게 무슨 수단이지?’안지영이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떠올린 나태웅은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얘기했다.“다른 방법을 알아보라고 해. 그년은 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진이훈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억누르려고 애썼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년이라고 부르시니...’“네.”진이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원수 같은 두 사람을 보면서, 진이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금은 나태범까지 끼어들었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진이훈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하주원이 눈물을 닦으면서 들어왔다.표정이 좋지 않은 나태웅을 본 하주원이 억울한 듯 속삭였다.“태웅 오빠.”나태웅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하주원을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눈빛을 마주한 하주원은 저도 모르게 겁을 먹었다.하지만 당당하게 얘기했다.“안지영과 헤어지면 안 돼? 안지영은 오빠한테 부족한 여자야.”“그럼 누가 나한테 어울리는데. 네가?”“태웅 오빠...”그 말을 들은 하주원은 얼굴을 붉혔다.그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주원에게 있어서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대답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이모님이 얘기했었잖아
장선명은 바로 전화를 받아서 스피커폰으로 돌려놓았다.“나태웅, 설마 나한테 사과하라고 할 건 아니지?”장선명은 ‘사과’라는 두 글자에 힘을 주어 얘기했다.안지영은 그 두 글자를 듣고 표정이 굳어버렸다.나씨 가문은 사과를 받아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 않나.나태웅이 요즘 안지영더러 계속해서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한 걸 떠올리니 안지영은 화가 치밀었다.전에는 나태웅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 몰랐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다.정말 솔로인 것이 당연한 사람이다.“오늘 나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안지영은 장선명 옆에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욕할 뻔했다.하지만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품에 안고 따뜻한 손으로 안지영의 입을 막은 후 고개 숙여 웃으며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쳐다보면서도 나태웅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장선명은 가볍게 웃었다.“나태웅 씨가 원하는 게 어떤 걸까? 내 약혼녀랑 같이 너네 가문 경호원한테 가서 사과라도 해야하나?”“...”“...”장선명이 오늘 나씨 가문에서 사람을 때렸으니 사과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지금 장선명의 태도에서는 사과하려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장선명이 약혼녀를 데리고 나씨 가문의 경호원한테 사과하러 간다니.“장선명,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아니면 경호원은 사람으로 보지도 않는다는 건가?”“하.”장선명이 크게 웃었다.“반응은 빠르네. 여태까지 네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바보’라는 단어에 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이 턱에 힘을 꽉 주었다.숨소리마저 기분 나빠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장선명, 선 넘지 마.”나태웅이 이를 꽉 깨물고 장선명을 찢어 죽일 것처럼 말했다.“왜, 이 뜻이 아니었나?”틀린 건 아니었다.하지만 나태웅이 장선명더러 경호원을 찾아와 사과하라고 할 수도 없는 짓이었다.나태웅은 원래 장선명이 이렇게 하도록 할 생각이 없었지만 장선명이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약간 난감해했다.“정말 못 맡은 거예요?”“맡았어.”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하지만 장선명은 그게 썩은 냄새인 줄 몰랐다. 그저 날계란의 냄새인 줄로만 알았다. “...”안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도대체 요리할 줄 아는 거 맞아요?”“너무 잘하는 건 아닌데, 너한테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장선명이 당당하게 얘기했다.안지영은 자기 귀를 의심할 뻔했다.‘요리를 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앞으로 요리하지 말아요.”안지영이 얼른 말했다.‘난 아직 오래 살고 싶어. 아니, 저번에도 요리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이 정도 실력이 아니었는데, 왜 이번에는 계란이 썩은 것도 몰랐지?’하지만 안지영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아까 먹은 계란말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장선명의 요리를 먹지 않을 것이다.“알겠어. 안 할게.”“앞으로는 고용인들께 부탁드려요.”안지영은 얼른 장선명을 끌고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사에게 눈치를 줬다.고용인들은 얼른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했다.안지영은 주방 쪽을 향해 외쳤다.“주방용품 여러 번 씻어주세요. 아니면 그냥 버려주세요.”고용인들은 안지영을 쳐다보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이런 오해를...’표정이 좋지 않던 장선명은 고용인의 말을 듣고 금세 미소를 지었다.안지영이 반박하려는데, 장선명이 안지영을 품에 그러안고 집사를 보며 얘기했다.“저 사람은 월급을 올려줘.”“네.”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고용인은 약간 멈칫했다가 장선명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감사합니다!”기뻐하는 장선명의 표정을 본 안지영은 장선명의 허리를 확 꼬집었다.장선명은 아파서 ‘습’하고 숨을 들이켰다.“이 여자 봐라? 남편을 죽이려고?”“우리 아직...”“어차피 곧 결혼할 거잖아. 웨딩드레스도 이미 정했는데.”장선명이 얘기했다.“...”웨딩드레스를 떠올린 안지영은 아무 말
장선명은 계속 토하는 안지영을 보고 다시 계란말이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맛없는 거야? 토할 만큼?’흐뭇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집사와 고용인들은 서로 난감해하면서 시선을 피했다.장선명은 안지영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안지영은 입을 헹구었지만 여전히 입에서 그 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우웩.”“...”‘또 토한다고? 그렇게나 맛이 없었어?’장선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계란말이를 입에 넣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없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계란말이를 씹는 그 순간, 장선명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건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장선명도 쓰레기통 옆에서 연신 구역질을 했다.“우웩.”주방 밖에 서 있던 집사와 고용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자기가 만든 것을 먹고 토하는 경우라니... 얼마나 맛이 없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5분 정도 지난 후, 안지영은 입가를 닦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장선명은 여전히 입을 헹구고 있었다. 입에 여전히 그 맛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그건 대체 뭐였어요?”안지영이 물었다. 이윽고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뭘 넣은 거예요?”“소금만 넣었을 뿐이야.”“그럴 리가요.”안지영이 바로 대답했다.소금을 많이 넣었으면 그저 짤 것이다. 하지만 계란말이에서는 아주 더러운 냄새가 났다.“...”장선명은 정말 소금만 넣었기에 억울했다.“그럼 계란이 썩은 건가?”장선명이 의아해하면서 중얼거렸다.“당연하죠. 계란이 썩은 건지도 몰라요?”아까 먹은 계란말이가 썩은 계란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메스꺼웠다. 장선명은 아까 계란말이를 할 때부터 냄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게 정상인 줄 알고 그대로 진행해 버렸다.그런데... 냉장고에 썩은 계란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안 집사.”“네, 도련님.”안 집사가 바로 앞으로 나와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