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난 진유경을 보고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온몸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진유경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큰오빠가 일이 있어서 나한테 직접 준오 오빠하고 얘기하라고 했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돌려 진유경이 의도적으로 배준우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진유경하고 준우 씨는 도대체 친한 거야 안 친한 거야? 내가 준우 씨 옆에 이만큼 오랫동안 있었는데 왜 몰랐지?’지금 진유경의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뻔뻔함일까?고은영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친 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계집애 화 났네.’배준우는 바로 진유경의 팔을 풀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만두고 당장 꺼져.”배준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유경의 열정적인 태도와 강한 대립을 이뤘다. 진유경은 배준우가 이렇게 자기를 무례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내가 아직은 그래도 진씨 가문의 딸인데도 이렇게 날 대하는데 만약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아서 데려오면 나와 준우 오빠는 더 기회가 없을 거야.’여기까지 생각한 진유경은 호흡이 불안정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우 오빠 왜 날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 근데 어떻게 해요? 큰오빠가 나한테 오빠를 찾아가라고 했는데. 오빠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더라도 큰오빠가 나한테 무슨 말을 전하라고 했는지 들어보지도 않을 거예요?’진유경은 진윤과 배준우의 관계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진유경이 아무리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왔다고 해도 배준우는 여전히 그녀를 별로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온 거야?”그 말투의 뜻은 명백했다.진유경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준오 오빠가 왜 이렇게...’진유경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진청아가 먼저 말했다.“이분은 민초희 씨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건 진청
진유경은 진청아의 차가운 태도에 더욱 화가 나서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떠났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음속으로 진청아를 어떻게 혼내줄지 생각하고 있었다.진청아는 진유경의 뒷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이런 미친 여자를 만난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지만 결국 아침부터 운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지하 주차장에서 량천옥은 진정훈이 부서진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량천옥은 핸드폰을 꺼내 진유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엘리베이터에 있던 진유경은 량천옥에서 온 전화를 보고 비웃음을 지었다.진유경은 전화를 받았지만 말투가 전보다 열정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조령 섞인 말투였다.“여사님 안녕하세요.”이제는 어머니라고 도 부르지 않았다. 이로써 진유경도 량천옥에게는 더 이상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진유경의 가식적인 모습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량천옥은 한 번도 유청과 자신을 비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진유경은 자기가 유청에게 접근하면 량천옥이 불쾌해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진유경의 조롱 섞인 말투를 들은 량천옥더 더 이상 예전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입양한 딸은 입양한 딸일 뿐이야. 아무리 수년 동안 귀하게 자라도 여전히 핏속에 흐르는 천박한 근성은 바뀔 수 없지.”전화를 받은 진유경은 량천옥의 명백한 욕을 듣고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이 여자가 정말.’진유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량천옥이 계속 말을 이었다.“배준우와 고은영은 이미 결혼했어. 너도 나처럼 세컨드가 돼서 욕먹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접근하지 마. 그래야 모두가 평화로워져.”세컨드라는 단어는 진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순간 진유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여사님 너무 하시네요.”‘감히 내가 자기 같은 세컨드라고? 뭐가 같아?’진유경은 분노를 참으며 계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의 혼인은 이전부터 량천옥이 주도했었다. 배준우와 진유경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진유경이 오늘 스스로 먼저 찾아온 것은 배준우도 의아했다.“흥.”고은영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여전히 배준우에게 삐져있었다. 비록 진유경과 배준우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방금 진유경이 배준우의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정말 화났어?”‘괜찮네. 이 계집애가 이제는 내 앞에서 다른 여자 때문에 화도 내고.’배준우는 비록 억울했지만 기분이 좋았다.그는 고은영의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화 안 내면 안 돼? 나하고 진유경은 아무런 관련도 없어.”“근데 진유경이 계속 준우 씨한테 질척거리는 게 화가 나요.”고은영은 투덜거렸다.그녀가 화가 난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하자 배준우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배준우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화가 나. 모르는 사이인데도 질척거리네.”“이런 여자들은 왜 이러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어요?”사실 고은영의 마음속에서는 진유경이든 이미월이든 모두 뻔뻔했다. 예전에는 이미월에 대해 고은영도 뭐라고 할 수 없었지만 진유경은 정말 역겨웠다. ‘진유경이 준우 씨하고 친해? 뭘 보자마자 친한 척이야? 그것도 내 앞에서 세컨드처럼 행동하는 거야?’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너무 뻔뻔해. 자기야 화내지 마. 응?”이 순간 배준우는 최대한 고은영을 달래려고 애썼다. 그녀는 성격이 좋았지만 일단 화가 나면 달래기 어려웠다. 배준우는 고은영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배준우는 마음속으로 진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더욱 커졌다.“그리고 진정훈도 말이에요. 진정훈도 봐요.”진정훈을 떠올리자 고은영은 더욱 화가 났다.‘뭐? 진유경은 오늘 진정훈이 준우 씨를 믿게 만들어서 나와 완전히 끝낼 거라고 생각했나? 그러면 자기한테도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이런 사람들
나 대표라는 말에 고은영은 자연스럽게 나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태현 얘기를 꺼내자 고은영은 나태웅을 떠올렸다.전에 화사에 있을 때 그녀는 성격이 악랄한 나태웅을 정말 싫어했었다.그 당시 고은영과 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미쳐버릴 정도로 놀라는 일들이 많았었고 지금도 나태웅은 변함없이 짜증 나는 존재였다.하지만 나태현이 왔다는 말에 고은영은 궁금했다.“왜 왔어요?”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하니 고은영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은영은 마음속으로 고은지가 걱정되어 아기를 도우미에게 맡기고서는 고희주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방금 차에 탔을 때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이 얼마나 악랄한지 얘기했다. 나태웅이 그녀를 고소하려 한다며 같이 맞서 싸우겠다고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아팠다.“너 그 사람하고 싸우지 마. 내 생각에는 끝이 없을 것 같아.”고은영은 나태웅을 아주 악랄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상대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열광적으로 달려들 것 같았다.“은영아 내가 나태웅하고 싸우려는 게 아니라. 나태웅이 나한테 달려드는 거야.”안지영은 다급하게 얘기했다.‘내가 나태웅과 싸우는 거라고? 말도 안 돼. 그 개자식이 미친 것처럼 날 물고 늘어지는 건데.’어제 안열이 나태웅을 찾아가 얘기를 나눈 뒤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안지영은 더욱 조급해졌다.‘누구는 안 끝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이렇게 악랄한 남자를 그녀도 피해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너 어제 나태웅이 안열한테 어떤 욕을 했는지 몰라서 그래. 나태웅이 안열한테 개라고 했대. 남자가 말이야 여자한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길거리 양아치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데?”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나태웅을 길거리 양아치라고 하는 건 정말 하나도 틀린
사실 안열은 그동안 장선명의 옆에 있으면서 별의별 남자들을 다 만났었다.하지만 나태웅 같은 남자를 안열은 난생처음 봤다. 그의 악랄한 정도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안지영은 또 두통이 느껴졌다.“장부 조사는 어떻게 됐어요?”“이미 조사를 끝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이 말을 듣고 안지영은 순간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동시에 나태웅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 봤다.회사 일에 관해서는 안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장 대표님께서 모든 준비를 끝내셔서 이런 문제는 저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그렇긴 한데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봐 걱정돼서요.”나태웅은 미친개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앞으로 다가가 안열의 어깨를 안아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그만 화내요. 그런 인간하고 화낼 필요 없어요.”“화는 더 안 나지만 나태웅처럼 늙은 아저씨는 정말 별로인 것 같아요.”안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늙은 아저씨라면 나태웅을 말하는 걸까?‘안열이 나태웅을 칭하는 호칭을 듣고 안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만졌다.’내가 아마 나태웅보다 1살 어릴 텐데 나태웅이 늙은 아저씨면 난 늙은 아줌마인 건가?‘이런 생각을 하니 안지영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안열은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아 안지영의 옆에서 계속 늙은 남자라고 말하며 욕을 뱉어내고 있었다.“나태웅은 자기를 그렇게 늙어 보이게 꾸미고서는 또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매너가 없지 않아요? 제 생각에 나태웅은 지능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어. 맞아.”안지영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안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느꼈다.그러나 아직 안열은 분노에 가득 차서 욕설을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그냥 줘도 가질 사람이 없을 거예요. 차라리 돼지 먹이로 주는 게 낫겠어요.”’나태웅을 돼지 먹이로 줘야 한다는 말이 진심인가?‘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안열을 바라보았다.말을 꺼내지
배준우는 고은영이 지나치게 관심하는 것을 듣고 마음속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중요하지 않아. 그걸로 네가 뭘 하려고?”고은영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땅을 살 수조차 없다. 땅을 사려면 투자금이 정말 많이 들었기에 그런 큰돈이 고은영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고은영은 헛기침하면서 조금 민망한 듯 물었다.“그럼 팔 거예요?”배준우는 그제야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이 계집애가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안지영하고 전화했겠네. 도대체 나태웅은 안지영을 얼마나 화나게 한 거야?’배준우가 말했다.“응 팔 계획이야.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한테.”판다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안지영도 이미 동영 그룹에서 그 땅을 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이렇게 됐으니 고은영은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영이가 그 땅을 사고 싶대요. 준우 씨가 가격을 얘기해 봐요.”“안지영이?”“네. 가격이 적당하면 준우 씨 지영이한테 땅을 팔아요.”가격은 고은영도 잘 몰랐지만 적당한 가격의 선에서 먼저 안지영을 생각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누구에게 팔든 팔면 되는 것이 아닌가?배준우는 바로 고은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방금 나태현이 다녀간 거 너도 알고 있지?”“네 알아요. 청아 씨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그래서 병원에 오기 전에 준우 씨한테 말하지 않은 거예요.”배준우가 말했다.“나태현이 와서 그 땅을 사겠다고 했어.”“그럼 두 사람 얘기가 끝난 거예요?”고은영은 순간 긴장되었다.안지영이 고은영에게 부탁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전에 고은영을 그렇게 많이 도와줬으면서도 안지영은 이번에 처음으로 고은영에게 부탁한 것이었다.배준우가 말했다.“아직 아니야. 만약 안지영이 정말 필요하다면 오늘 안에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오라고 해.”아내와 친구 사이에서 배준우는 과감하게 아내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이유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땅을 파는 것은 누구에게 팔든 다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의 전화를 끊
나태현은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기 전에 배준우는 한 마디 덧붙였다.“이 일은 태웅이한테 처리하라고 해요.”배준우는 나태현에게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나태웅이 처리하도록 하라는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나태현에게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나태현이 대답했다.“그래. 고마워.”이 일에 대해 배준우를 탓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태현도 더 말하지 않았다.‘근데 배준우가 나태웅이 처리하도록 하라고 해도 그 자식이 처리할 수 있겠어?’나태현은 이에 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과 죽기 살기로 싸웠던 장면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전화를 끊었다.그런 다음 나태현은 바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나태웅은 회사에서 어제 안열의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상태였다.나태웅은 방금 왕여에게서 하늘 그룹에서 장부 조사를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나태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나태웅은 조금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 어디야?”핸드폰에서 차가운 나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태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사에 있어. 왜?”“동성에 땅 배준우가 하늘 그룹에 팔기로 했대.”“뭐?”그 말을 듣고 나태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친 숨을 뱉어냈다.하늘 그룹에서 하는 사람에 그 땅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그리고 안지영은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그 땅을 사려고 하는지 조금만 생각해도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 네가 저지른 일이야.”나태웅은 할 말이 없었다.“네가 무슨 수를 쓰든 그 땅 꼭 갖고 와야 해. 회사에서 그 땅에 대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기획했다는 걸 알지?”그렇게 말한 뒤 나태현은 화를 내며 핸드폰을 던져 버리려다가 안심할 수 없어 전화를 끊기 전에 다시 소리를 질렀다.“여자는 네가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이 배준우의 추측이 맞았다.나태웅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사무실에서 안지영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이 받지 않는 것을 보고 나태웅은 바로 하늘 그룹으로 달려 갔지만 안지영은 회사에 없었다.왕여는 나태웅의 뒤를 따라왔다가 프런트 직원에게서 안지영이 한 시간 전에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말을 듣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왕여는 진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안 비서님도 같이 갔어요?”“네. 안 비서님과 대표님께서는 함께 떠나셨습니다.”두 사람이 함께 떠났다는 것은 어디로 가서 뭘 할지 이 순간 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는 위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의 눈은 안지영을 찢어버릴 정도로 위험하게 빛났다.“동영 그룹으로 가.”“네.”왕여는 등 전체에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타자마자 나태웅은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더욱 괴로운 일은 배준우에게 여러 번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세 회사가 다 다른 지역에 있었기에 나태웅이 먼저 하늘 그룹에 왔다가 다시 동영 그룹으로 가려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결국 길을 돌아가다 보니 나태웅이 배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2시 반이었다.회사 직원들은 모두 무리 지어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다.나태웅은 바로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진청아가 안지영과 안열을 정중하게 사무실 밖으로 안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그들의 뒤에는 재무팀, 실무팀 그리고 법무팀까지 함께 있었다.세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은 방금 사무실 안에서 어떤 절차를 끝냈는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안지영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진 비서님. 함께 점심이라도 할까요? 회사 아래에서요.”“안 대표님 별말씀을요. 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서 같이 못 갈 것 같습니다.”안지영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