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검사 결과 하나로 배준우는 이제 진씨 가문 전체를 의심하고 있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화가 잔딱 난 모습을 보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서 조사해 봐. 배후에 있는 사람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면서 결과를 조작했네. 정말 많이 당황했나 봐.”진정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배준우는 진정훈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너무 아름다운 외모 아래에는 항상 날라 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 법이야.”배준우는 말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배준우는 잊지 않고 경비원에게 전화를 걸어 진정훈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진정훈은 이 순간 더 이상 동영그룹 안으로 쫓아가서 고은영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는 배준우의 말을 듣고서는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은 믿지 않았지만 그 샘플을 집으로 가져갔을 때 상황을 떠올려봤다.가장 처음 이 사실을 안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당시 진정훈은 할머니에게 말했다.“여동생하고 관련된 샘플이에요. 만약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샘플 결과만 일치하면 동생을 바로 찾을 수 있어요.”‘그때 할머니의 표정이 어땠지? 할머니가 뭐라고 했었는데?”할머니는 진정훈에게 말했었다.“그래? 정말 좋은 일이네.”할머니는 얼굴에 얕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당시 진정훈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잃어버린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이 너무 평온했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배준우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누군가 당황해서 조작한 것 같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진정훈은 머리가 얼얼해지는 것 같았다.그는 호흡이 점점 불안해지더니 결국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진정훈은 이런 결과가 아니길 바랐지만 지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량천옥은 천천히 진정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여장부 특유의 기세를 뿜어냈다.량천옥은 진정훈의 차 상태를 살피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확실히 내 책임이네요. 도련님 보상을 원하시면 청구서를 나한테 보내요.”“당신...”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량천옥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도 자신의 책임인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것이니 그녀의 책임이 맞았다.진정훈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또 무심하게 덧붙였다.“보험 처리하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이 만족스럽지 않으시면 보상으로 차를 한 대 새로 뽑아드려도 돼요.”진정훈은 이미 너무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다.상대가 남자였다면 진정훈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여자였다.진정훈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진씨 가문 그 정도 돈은 필요 없어요.”“도련님 왜 그렇게 말하세요? 역시 부족함이 없어서 그렇게 거리낌 없이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가요?”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가.’진정훈은 량천옥의 웃음기 어린 서신을 마주한 순간 큰형이 량천옥의 무서움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이렇게 보니 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무심하게 물었다.“진유경의 다리는 어때요?”진정훈이 말했다.“그쪽이야말로 너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나중에 자기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요.”“맞아요.”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지금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량천옥은 지난번 자기가 저지른 일이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계속 배준우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다.진정훈은 더 이상 량천옥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지 않아 차를 타려고 했다.그런데 몸을 돌리자마자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한테 솔직하게 말할게요. 배준우는 내 사위예요.”진정훈은 무의식
하지만 진정훈은 진유경이 그보다 먼저 동영그룹에 도착해서 이미 위층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진유경은 얼굴에 조롱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짓고서는 먼저 고은영에게 다가갔다.“사모님 본인 자리가 많이 걱정되시나 봐요? 애를 낳자마자 회사에 데리고 오셨어요? 이렇게 잘 지키면 사람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봐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그녀는 아기를 뒤에 서 있는 도우미에게 건네준 뒤 고희주에게 말했다.“희주야 아줌마하고 동생 데리고 들어가 있어.”“응.”고희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도우미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서는 서둘러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청아는 그 말을 듣고서는 바로 고은영의 뒤로 다가왔다.“저 아가씨는 누구시죠?”진청아는 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아까 진유경은 위로 올라오기 위해 민초희를 찾으러 왔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진유경은 고은영을 보고서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저희 얘기 좀 할까요?”하지만 진유경의 눈빛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은영도 당연히 진유경이 무슨 말을 하려고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고은여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청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저 아가씨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진유경은 진청아를 무시하고서는 고은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사모님께서 대답이 없으시네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고작 이런 걸로 겁을 먹으면서 자신이 준우 씨 옆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일들이 많을 텐데 해낼 수 있을까요?”진유경은 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조롱의 뜻이 깊어졌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배준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 뒤로 그녀가 배준우와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진유경을 예뻐했기에 배준우가 진유경이 함께 할 때는 서로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만나길 바랐다.게다가 그때는 배준우의 마음속에 이미월이 있었고 옆에는 고은영이
갑자기 나타난 진유경을 보고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온몸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진유경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큰오빠가 일이 있어서 나한테 직접 준오 오빠하고 얘기하라고 했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돌려 진유경이 의도적으로 배준우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진유경하고 준우 씨는 도대체 친한 거야 안 친한 거야? 내가 준우 씨 옆에 이만큼 오랫동안 있었는데 왜 몰랐지?’지금 진유경의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뻔뻔함일까?고은영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친 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계집애 화 났네.’배준우는 바로 진유경의 팔을 풀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만두고 당장 꺼져.”배준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유경의 열정적인 태도와 강한 대립을 이뤘다. 진유경은 배준우가 이렇게 자기를 무례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내가 아직은 그래도 진씨 가문의 딸인데도 이렇게 날 대하는데 만약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아서 데려오면 나와 준우 오빠는 더 기회가 없을 거야.’여기까지 생각한 진유경은 호흡이 불안정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우 오빠 왜 날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 근데 어떻게 해요? 큰오빠가 나한테 오빠를 찾아가라고 했는데. 오빠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더라도 큰오빠가 나한테 무슨 말을 전하라고 했는지 들어보지도 않을 거예요?’진유경은 진윤과 배준우의 관계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진유경이 아무리 진윤의 핑계를 대고 찾아왔다고 해도 배준우는 여전히 그녀를 별로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온 거야?”그 말투의 뜻은 명백했다.진유경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준오 오빠가 왜 이렇게...’진유경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진청아가 먼저 말했다.“이분은 민초희 씨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건 진청
진유경은 진청아의 차가운 태도에 더욱 화가 나서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떠났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음속으로 진청아를 어떻게 혼내줄지 생각하고 있었다.진청아는 진유경의 뒷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이런 미친 여자를 만난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지만 결국 아침부터 운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지하 주차장에서 량천옥은 진정훈이 부서진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량천옥은 핸드폰을 꺼내 진유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엘리베이터에 있던 진유경은 량천옥에서 온 전화를 보고 비웃음을 지었다.진유경은 전화를 받았지만 말투가 전보다 열정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조령 섞인 말투였다.“여사님 안녕하세요.”이제는 어머니라고 도 부르지 않았다. 이로써 진유경도 량천옥에게는 더 이상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진유경의 가식적인 모습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량천옥은 한 번도 유청과 자신을 비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진유경은 자기가 유청에게 접근하면 량천옥이 불쾌해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진유경의 조롱 섞인 말투를 들은 량천옥더 더 이상 예전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입양한 딸은 입양한 딸일 뿐이야. 아무리 수년 동안 귀하게 자라도 여전히 핏속에 흐르는 천박한 근성은 바뀔 수 없지.”전화를 받은 진유경은 량천옥의 명백한 욕을 듣고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이 여자가 정말.’진유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량천옥이 계속 말을 이었다.“배준우와 고은영은 이미 결혼했어. 너도 나처럼 세컨드가 돼서 욕먹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접근하지 마. 그래야 모두가 평화로워져.”세컨드라는 단어는 진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순간 진유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여사님 너무 하시네요.”‘감히 내가 자기 같은 세컨드라고? 뭐가 같아?’진유경은 분노를 참으며 계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의 혼인은 이전부터 량천옥이 주도했었다. 배준우와 진유경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진유경이 오늘 스스로 먼저 찾아온 것은 배준우도 의아했다.“흥.”고은영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여전히 배준우에게 삐져있었다. 비록 진유경과 배준우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방금 진유경이 배준우의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정말 화났어?”‘괜찮네. 이 계집애가 이제는 내 앞에서 다른 여자 때문에 화도 내고.’배준우는 비록 억울했지만 기분이 좋았다.그는 고은영의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화 안 내면 안 돼? 나하고 진유경은 아무런 관련도 없어.”“근데 진유경이 계속 준우 씨한테 질척거리는 게 화가 나요.”고은영은 투덜거렸다.그녀가 화가 난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하자 배준우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배준우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화가 나. 모르는 사이인데도 질척거리네.”“이런 여자들은 왜 이러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어요?”사실 고은영의 마음속에서는 진유경이든 이미월이든 모두 뻔뻔했다. 예전에는 이미월에 대해 고은영도 뭐라고 할 수 없었지만 진유경은 정말 역겨웠다. ‘진유경이 준우 씨하고 친해? 뭘 보자마자 친한 척이야? 그것도 내 앞에서 세컨드처럼 행동하는 거야?’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너무 뻔뻔해. 자기야 화내지 마. 응?”이 순간 배준우는 최대한 고은영을 달래려고 애썼다. 그녀는 성격이 좋았지만 일단 화가 나면 달래기 어려웠다. 배준우는 고은영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배준우는 마음속으로 진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더욱 커졌다.“그리고 진정훈도 말이에요. 진정훈도 봐요.”진정훈을 떠올리자 고은영은 더욱 화가 났다.‘뭐? 진유경은 오늘 진정훈이 준우 씨를 믿게 만들어서 나와 완전히 끝낼 거라고 생각했나? 그러면 자기한테도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이런 사람들
나 대표라는 말에 고은영은 자연스럽게 나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태현 얘기를 꺼내자 고은영은 나태웅을 떠올렸다.전에 화사에 있을 때 그녀는 성격이 악랄한 나태웅을 정말 싫어했었다.그 당시 고은영과 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미쳐버릴 정도로 놀라는 일들이 많았었고 지금도 나태웅은 변함없이 짜증 나는 존재였다.하지만 나태현이 왔다는 말에 고은영은 궁금했다.“왜 왔어요?”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하니 고은영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은영은 마음속으로 고은지가 걱정되어 아기를 도우미에게 맡기고서는 고희주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방금 차에 탔을 때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이 얼마나 악랄한지 얘기했다. 나태웅이 그녀를 고소하려 한다며 같이 맞서 싸우겠다고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아팠다.“너 그 사람하고 싸우지 마. 내 생각에는 끝이 없을 것 같아.”고은영은 나태웅을 아주 악랄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상대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열광적으로 달려들 것 같았다.“은영아 내가 나태웅하고 싸우려는 게 아니라. 나태웅이 나한테 달려드는 거야.”안지영은 다급하게 얘기했다.‘내가 나태웅과 싸우는 거라고? 말도 안 돼. 그 개자식이 미친 것처럼 날 물고 늘어지는 건데.’어제 안열이 나태웅을 찾아가 얘기를 나눈 뒤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안지영은 더욱 조급해졌다.‘누구는 안 끝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이렇게 악랄한 남자를 그녀도 피해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너 어제 나태웅이 안열한테 어떤 욕을 했는지 몰라서 그래. 나태웅이 안열한테 개라고 했대. 남자가 말이야 여자한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길거리 양아치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데?”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나태웅을 길거리 양아치라고 하는 건 정말 하나도 틀린
사실 안열은 그동안 장선명의 옆에 있으면서 별의별 남자들을 다 만났었다.하지만 나태웅 같은 남자를 안열은 난생처음 봤다. 그의 악랄한 정도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안지영은 또 두통이 느껴졌다.“장부 조사는 어떻게 됐어요?”“이미 조사를 끝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이 말을 듣고 안지영은 순간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동시에 나태웅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 봤다.회사 일에 관해서는 안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장 대표님께서 모든 준비를 끝내셔서 이런 문제는 저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그렇긴 한데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봐 걱정돼서요.”나태웅은 미친개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앞으로 다가가 안열의 어깨를 안아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그만 화내요. 그런 인간하고 화낼 필요 없어요.”“화는 더 안 나지만 나태웅처럼 늙은 아저씨는 정말 별로인 것 같아요.”안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늙은 아저씨라면 나태웅을 말하는 걸까?‘안열이 나태웅을 칭하는 호칭을 듣고 안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만졌다.’내가 아마 나태웅보다 1살 어릴 텐데 나태웅이 늙은 아저씨면 난 늙은 아줌마인 건가?‘이런 생각을 하니 안지영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안열은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아 안지영의 옆에서 계속 늙은 남자라고 말하며 욕을 뱉어내고 있었다.“나태웅은 자기를 그렇게 늙어 보이게 꾸미고서는 또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매너가 없지 않아요? 제 생각에 나태웅은 지능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어. 맞아.”안지영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안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느꼈다.그러나 아직 안열은 분노에 가득 차서 욕설을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그냥 줘도 가질 사람이 없을 거예요. 차라리 돼지 먹이로 주는 게 낫겠어요.”’나태웅을 돼지 먹이로 줘야 한다는 말이 진심인가?‘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안열을 바라보았다.말을 꺼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