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집에 아이 옷이 없어야 하지만 고은영은 이미 아기 옷을 많이 준비하면서 작은 사이즈든 큰 사이즈든 다 준비해 뒀었다.혜나는 바로 큼지막한 잠옷을 꺼내 고희주에게 입혔다.“다 씻었어?”“네 사모님. 아니면 오늘 밤 제가 희주를 데리고 잘게요.”혜나가 말했다.아까 위층으로 올라올 때 배준우는 혜나에게 많은 눈빛을 보냈다. 란완리조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혜나는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배준우가 고은영을 얼마나 소중한 아기처럼 생각하는데 저녁에 안고 자지 않을 수 있을까?이것이 혜나가 아까 올라오자마자 고희주를 달랬던 이유였다. 다행히 고희주는 아주 순종적으로 혜나의 말을 잘 따랐다.고은영은 혜나가 희주와 같이 자겠다는 말에 조금 불안해서 무의식적으로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희주야 이모하고 같이 안 잘 거야?”고희주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혜나 언니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겠다고 했어.”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혜나가 이렇게 아이를 잘 달랜다고? 아니 희주가 이렇게 달래기 쉬운 아이였나? 동화책 몇 권 읽어준다고 고새 넘어가? 이 상황을 언니가 알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정말 이모하고 안 자도 돼?”“응 괜찮아. 나 혜나 언니하고 잘 거야.”어린이들은 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좋아하는 언니가 읽어주면 더욱 좋아했다.고은영은 살짝 떨리는 입꼬리를 하고서는 혜나를 바라보았다.“괜찮겠어?”고은영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희주와 같이 자겠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혜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모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희주 아가씨 잘 챙길게요.”고은영은 혜나처럼 섬세한 사람이 고희주를 챙긴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알겠어.”그래도 불안한지 절대로 고희주를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혜나에게 여러 번 당부한 뒤 고은영은 아기를 안고 침실로 돌아갔다.배준우가 서재에서 나왔다.고은영이 아기를 안고 있
배준우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턱을 잡고서는 거칠게 키스했다.강인함과 맹렬함 속에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고은영은 여전히 입술이 아팠는데 지금 이렇게 거친 키스를 받으니 화가 나서 주먹으로 배준우를 때리고 싶었다.배준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잡으며 웃었다.“정말 날 때리려고?”“준우 씨 아기 좀 잘 안아요. 그러나 떨어트리겠어요.”아기를 안고서도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배준우는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서도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배준우는 웃더니 고은영의 손을 풀어주고서는 뒤로 돌아 아기를 안고 도우미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곧바로 방에서 나와 고은영을 안고 침대에 던졌다.고은영의 살결은 너무 부드러웠고 달콤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의도를 눈치채고서는 화가 나서 그를 발로 밀었다.“좀 얌전히 있을 수는 없어요.”그녀는 아직도 아팠기 때문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이 감히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작은 발목을 잡고서는 자신을 향해 끌어내렸다.고은영은 소리를 질렀다.“준우 씨.”이번에는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다.그러나 배준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을 뿐이었다.“많이 아파?”고은영이 응하고 대답하는 콧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볼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알겠어. 안 건드릴게. 응?”“나 희주하고 잘 거예요.”배준우가 이러는 것을 보고 고은영은 더욱더 희주가 혜나하고 자는 것이 분명 그가 눈치를 줬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내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게 아닌데. 이건 너무 하잖아.’배준우는 고은영이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깊은 미소를 지었다.“왜?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당신은 원래 사람을 잡아먹잖아요.”배준우가 말했다.“알겠어. 얼른 자.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고은영이 또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배준우는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기로 했다.고은영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배준우
량천옥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내가 어떻게 그 아이와 싸울 수 있겠어? 난 그냥.”그냥 뭐? 량천옥으 당시 상황을 다시 자세히 생각해 봤다. 그녀는 고은영에게 도움이 되는 한약과 영양제들을 직접 골라서 전해줬을 뿐이다.량천옥도 아이를 두 명이나 낳아봤으니 당연히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은영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랐다.그런데 누가 일이 이렇게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량천옥은 당시 상황을 량일에게 말했다.량일은 그 얘기를 듣고 호흡이 가빠졌다.결국 량천옥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난 정말 그냥 그 아이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절대 해치려고 하지 않았어.”“그래 엄마는 알아. 근데 문제는 그 아이가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그리고 전에 우리가...”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다가 량일은 바로 말을 멈췄다.량천옥은 전에라는 말을 듣자마자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전에라면.“맞아. 전에 내가 은영이를 죽이려고 했지. 내가 은영이를 죽일 뻔했어.”여기까지 말한 량천옥은 목소리가 점점 더 울먹거렸다.그 일은 량천옥 스스로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잘못은 모두 그녀가 저지른 것이다.‘하늘은 왜 나한테 이런 복수를 하는 걸까?’그때 고은영을 키워주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미 고은영에게 죄를 지은 것이니 량천옥에게 고은영이 복수를 한다고 해도 량천옥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량천옥이 자기 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하게 만들었을까?여기까지 생각한 량일은 더욱 숨이 막혔다.량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그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아니면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모두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일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나도 아는데 참을 수가 없어.”량천옥은 고은영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만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다.제발 하늘에서 그녀에게
‘진씨 가문 허.’보아하니 전에 진유경을 혼내줬는데도 진씨 가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특히 진윤은 이전에 진씨 가문과 심하게 다투고 관계를 끊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또다시 가족들의 편에 서는 것일까?량천옥은 위험하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 남자를 다 믿을 수 없어.”량천옥은 그래도 배준우를 조금 믿었었다.하지만 지금 량일의 말을 들으니 량천옥도 배준우를 완전히 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구를 믿는 것보다 자신을 믿는 것이 나았다. 재벌가에서 이익 관계없이 결혼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량일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은 진씨 가문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해. 진유경은 언제든 그 아이에게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어.”“저번에 내가 그 여우 같은 진유경을 바로 죽였어야 했는데.”량천옥의 목소리에는 위험한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량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눈으로 전례 없던 어두운 분위기를 뿜어냈다.고은영의 일은 잠시 내려놓고 고은영 주변의 골칫거리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다음날 고은영과 배준우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주차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진정훈이었다.고은영과 배준우는 진정훈을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굳었다.특히 고은영은 저번 밤에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아직 물어보지도 못했기에 진정훈을 정말 끈질기다고 생각했다.‘저 남자가 정말 내 목숨을 노리는 건가?’“너 먼저 아기 데리고 올라가 있어.”배준우는 고은영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고은영은 진정훈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했다.그녀가 진정훈을 경계하는 건 그가 배준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다.이런 골칫거리를 불러올 사람에게 그녀는 당연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마음을 읽고서는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응?”“저 사람 입에서 말이 되는 소리가 나
이것이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걸까?둘 다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나쁘다고 탓할 수 있는 걸까?진정훈은 고은영의 앞에서 배준우와 대면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두 사람이 서로 말하는 것을 듣고 진정훈은 이곳으로 온 목적을 말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이 상황을 보자마자 두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도망쳤다.“거기 서.”진정훈은 고은영이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고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영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배준우는 진정훈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진정훈 이제 그만해. 대체 어디까지 소란을 피울 거야?”진정훈은 바닥에 던져지며 순간적으로 멍해졌다.고은영이 떠나자 진정훈은 배준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진정훈은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서류 가방을 배준우의 머리 쪽으로 세게 던졌다.하지만 배준우는 그 서류 가방을 잡아챘다.이어서 진정훈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량천옥의 딸이라고? 네가 직접 봐봐. 이게 무슨 량천옥의 딸이야?”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정훈은 지금 이미 이성을 잃었다.그는 이 검사 결과를 얻은 뒤 바로 배준우를 찾으러 왔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배준우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생각뿐이었다.고은영은 애초에 량천옥의 딸이 아니었다.“배준우 넌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해? 감히 보고서를 조작하다니. 넌 그렇게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길 바랐어?”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다시 상기시켜 줘야 해? 어?”진정훈은 말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전에 배준우와 량천옥이 서로 죽일 듯이 싸웠을 때 배준우가 량천옥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강성 전체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그런데도 배준우는 여전히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고 믿는 걸까? 배준우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배준우는 서류봉투 안에 들어 있는 검사 보고서를 꺼내 한 번 살펴봤다.그의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진정훈은 더 이상 배준우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단지 검사 결과 하나로 배준우는 이제 진씨 가문 전체를 의심하고 있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화가 잔딱 난 모습을 보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서 조사해 봐. 배후에 있는 사람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면서 결과를 조작했네. 정말 많이 당황했나 봐.”진정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배준우는 진정훈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너무 아름다운 외모 아래에는 항상 날라 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 법이야.”배준우는 말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배준우는 잊지 않고 경비원에게 전화를 걸어 진정훈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진정훈은 이 순간 더 이상 동영그룹 안으로 쫓아가서 고은영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는 배준우의 말을 듣고서는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은 믿지 않았지만 그 샘플을 집으로 가져갔을 때 상황을 떠올려봤다.가장 처음 이 사실을 안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당시 진정훈은 할머니에게 말했다.“여동생하고 관련된 샘플이에요. 만약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샘플 결과만 일치하면 동생을 바로 찾을 수 있어요.”‘그때 할머니의 표정이 어땠지? 할머니가 뭐라고 했었는데?”할머니는 진정훈에게 말했었다.“그래? 정말 좋은 일이네.”할머니는 얼굴에 얕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당시 진정훈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잃어버린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이 너무 평온했다.진정훈은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배준우가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누군가 당황해서 조작한 것 같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진정훈은 머리가 얼얼해지는 것 같았다.그는 호흡이 점점 불안해지더니 결국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진정훈은 이런 결과가 아니길 바랐지만 지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량천옥은 천천히 진정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여장부 특유의 기세를 뿜어냈다.량천옥은 진정훈의 차 상태를 살피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확실히 내 책임이네요. 도련님 보상을 원하시면 청구서를 나한테 보내요.”“당신...”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량천옥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도 자신의 책임인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것이니 그녀의 책임이 맞았다.진정훈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또 무심하게 덧붙였다.“보험 처리하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이 만족스럽지 않으시면 보상으로 차를 한 대 새로 뽑아드려도 돼요.”진정훈은 이미 너무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다.상대가 남자였다면 진정훈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여자였다.진정훈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진씨 가문 그 정도 돈은 필요 없어요.”“도련님 왜 그렇게 말하세요? 역시 부족함이 없어서 그렇게 거리낌 없이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가요?”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가.’진정훈은 량천옥의 웃음기 어린 서신을 마주한 순간 큰형이 량천옥의 무서움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이렇게 보니 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무심하게 물었다.“진유경의 다리는 어때요?”진정훈이 말했다.“그쪽이야말로 너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나중에 자기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요.”“맞아요.”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지금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량천옥은 지난번 자기가 저지른 일이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계속 배준우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다.진정훈은 더 이상 량천옥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지 않아 차를 타려고 했다.그런데 몸을 돌리자마자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한테 솔직하게 말할게요. 배준우는 내 사위예요.”진정훈은 무의식
하지만 진정훈은 진유경이 그보다 먼저 동영그룹에 도착해서 이미 위층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진유경은 얼굴에 조롱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짓고서는 먼저 고은영에게 다가갔다.“사모님 본인 자리가 많이 걱정되시나 봐요? 애를 낳자마자 회사에 데리고 오셨어요? 이렇게 잘 지키면 사람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봐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그녀는 아기를 뒤에 서 있는 도우미에게 건네준 뒤 고희주에게 말했다.“희주야 아줌마하고 동생 데리고 들어가 있어.”“응.”고희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도우미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서는 서둘러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청아는 그 말을 듣고서는 바로 고은영의 뒤로 다가왔다.“저 아가씨는 누구시죠?”진청아는 진유경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아까 진유경은 위로 올라오기 위해 민초희를 찾으러 왔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진유경은 고은영을 보고서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저희 얘기 좀 할까요?”하지만 진유경의 눈빛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은영도 당연히 진유경이 무슨 말을 하려고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고은여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청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저 아가씨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진유경은 진청아를 무시하고서는 고은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사모님께서 대답이 없으시네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고작 이런 걸로 겁을 먹으면서 자신이 준우 씨 옆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일들이 많을 텐데 해낼 수 있을까요?”진유경은 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조롱의 뜻이 깊어졌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배준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 뒤로 그녀가 배준우와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진유경을 예뻐했기에 배준우가 진유경이 함께 할 때는 서로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만나길 바랐다.게다가 그때는 배준우의 마음속에 이미월이 있었고 옆에는 고은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