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은 완전히 이해가 안 되는지 얼굴이 의문으로 가득했다.나태현의 목소리는 조금 더 무거워졌다.“무슨 문제 있어?”어찌 감히 이주훈이 나태현에게 토를 달 수 있을까?‘근데 왜지? 고 비서님은 이미 그만둔 지 한 달이 넘었는데. 혹시 내가 일하는 게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건가? 아니면 여자 비서가 좋으신 건가?’이지훈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감히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기에 나태현의 무거운 목소리를 듣고서는 재빨리 대답했다.“바로 알아보겠습니다.”그렇게 말한 뒤 나태현에게 언제쯤 회사에 오는지 묻기도 전에 나태현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이미 모든 고위 인사들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뒤로 밀어야 하는 걸까? 고은지는 쓰레기를 버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또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어젯밤 먹었던 약을 또 먹었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서 잠을 자고 싶었다.소파에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산을 꼭 끌어안고 있는 고희주를 보고 고은지가 말했다.“점심에 우리 배달시켜 먹을까?”“좋아.”고희주는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보니 아주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고은지는 고희주가 안고 있는 우산을 보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이지훈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고은지는 마침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기에 조심하지 않아 바로 전화를 받았다.고은지는 이지훈의 번호를 저장하지도 않았고 회사를 떠난 지 1달이 넘었으니 누구의 번호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여보세요?”“고 비서님. 저예요 이지훈.”이지훈이라는 말에 고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무슨 일이세요?”그녀가 회사를 떠난 지 1달이 지났는데 지금 이지훈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건 설마 업무 인계 때문일까?사실상 그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당시 업무 인계를 모두 끝냈기에 양측에서 서면까지 끝냈었다.고은지는 전에 남은 업무들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지훈의 대답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지금 일자리는 찾으셨어요?”“지금
두 사람은 몇 마디 인사를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고은지는 이지훈과의 통화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마도 감기에 걸려서 복잡하게 생각할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점심에 고희주에게 어떤 음식을 주문해 줄지 고민하다가 배달 시간을 정한 뒤 소파에서 잠들었다.고희주는 엄마가 잠든 모습을 보고 침실에서 담요를 갖고 와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나태현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이지훈은 그를 보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제 회의 시간까지 5분 남았다.이지훈은 정중하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대표님 어젯밤에 집에 안 가셨어요?”나태현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으니 회의 시간을 뒤로 밀어야 할지 걱정되어 이지훈은 로얄 가든에 물어봤다.그런데 집사가 전화를 받더니 나태현이 어젯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로얄 가든은 나태현이 매일 돌아가는 곳인데 그렇다면 어젯밤 외박을 했다는 것일까?‘어디에 계셨던 거지? 친구분들하고 노신 건가?’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리 친구들끼리의 모임이 있었다고 해도 나태현이 외박하는 일은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이지훈은 마음속으로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나태현은 아무 대답도 없이 이지훈에게 눈빛도 주지 않고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이지훈은 감히 더 묻지 못하고 나태현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태현이 물었다.“고은지한테 전화해 봤어?”“아 전화했습니다.”이지훈은 멈칫하더니 정신을 차리고서는 재빨리 대답했다.“고 비서님께서는 한 달 동안 새로 일자리를 찾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따님이 아직 완쾌되지 않아 지금도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이는 아기를 데리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은지의 딸이 아직도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말에 나태현의 차가운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이지훈은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감히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었기에 재빨리 나태현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요즘 배준우의 보호를 받으며 더욱
안열은 두 번 전화를 걸어 증거 불충분으로 나태웅이 풀려났다는 것을 알아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취조실에서 24시간 동안 머물렀다.이것만으로도 안지영이 나태웅을 난감하게 만든 것은 확실했다.나태웅은 이미 천락그룹에 도착했다고 한다.안열은 바로 천락그룹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마침 나태웅이 회의하고 있다는 말에 안열은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렸고 나태웅은 그제야 회의실에서 나왔다.나태웅은 안열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순식간에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는 매우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죠?”안열은 나태웅의 말투에서 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자신이 마음에든 여자가 고소했으니 누가 참을 수 있을까?하지만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에게 저지른 일들도 마음에 둔 여자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만약 사실이라면 나태웅이 마음에 담은 여자가 너무 불행하게 느껴졌다.죽어서도 그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건가?나태웅의 날카로운 눈빛에 안열은 헛기침하며 말했다.“그럼 같이 식사하실까요? 제가 사겠습니다.”정말 재수가 없었다. 안열은 평생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밥을 산 적이 없었는데 첫 식사를 나태웅 같은 사람에게 사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불행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금 안지영에게 일어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열처럼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함께 피곤해졌기 때문이다.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안열이 처리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안열은 이삼일 안에 반드시 해결해 냈다.하지만 나태웅을 만난 뒤로 한 달이 넘도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안열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심지어 안열은 나태웅이 자기를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이미 이렇게 됐으니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한 끼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하니라 열 끼라도 안열은 살 수 있었다.안열이 직접 밥을 사겠다는 말에 나태웅은 경멸스러운 듯 비웃음을 날렸다
이 말을 들은 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안열을 쳐다볼 뿐이었다.안열은 나태웅이 아무 말도 없는 모습을 보고 그가 뭔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다.예전이라면 그녀는 나태웅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지영이 분명하게 태도를 결정했기에 더 이상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안열이 조언을 해준다 해도 나태웅이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알아들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계좌 조회는 장난이 아니에요. 나 대표님께서는 안지영 아가씨를 감옥에 보내실 건가요? 그러면 안지영 아가씨가 대표님께 올 것 같으세요?”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니면 대표님께서는 안지영 아가씨를 감옥에 보내시면 장 대표님께서 아가씨를 빼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장선명이 대단하다는 걸 자랑하려는 건가?”나태웅은 경멸스러운 듯 비웃었다.그는 장선명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나태웅이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안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대단한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안지영 아가씨를 아껴주시는 건 확실합니다.”동영그룹을 떠난 뒤 안지영이 실수했을 때 나태웅은 어떻게 했나?그녀를 압박하는 것 외에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는 안지영에게 끊임없이 충격을 주었고 처음에는 그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파악해도 아주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그녀의 아버지 안 회장님은 지금 병원에 계셨고 회사는 현재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봐도 무슨 쓸모가 있을까?결국 나태웅을 더 원망하게 될 것이다.안열이 장성명과 안지영을 얘기하자 나태웅은 짜증을 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래서 안열 씨가 하고 싶은 말이 뭐죠?”“한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을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손에 꼭 쥐고 보호해 줘야지 나 대표님처럼 직접 좋아하는 사람을 무너트리는 게 어디 있어요?”정곡을 찌르는
안열은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욕을 퍼부었다.비서실 전체에서 그녀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붓는 것을 들었다.나태현과 이지훈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안열이 작은 입으로 욕을 뱉어내며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태현과 이지훈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도대체 회사에 어떤 직원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생각했다.이때 마침 코너에서 걸어오는 안열을 보고 이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저 여자는 장선명 대표 옆에 사람 아닌가?’나태현은 첫눈에 안열을 알아보았다.안열은 너무 화가 나서 나태현과 이지훈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것을 완전히 눈치채지 못하고서는 작은 입으로 계속 욕을 뱉어내고 있었다.이지훈은 안열의 욕설을 듣고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옆에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겨내는 나태현의 눈치를 보고서는 재빨리 말했다.“안열 씨.”안열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이지훈과 나태현을 발견했다.그녀는 이번에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들어가 나태현에게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비록 나태현의 앞에서는 욕을 하지 않았지만 아주 거친 태도로 나태웅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요. 나태웅 대표님이 안지영 아가씨를 좋아하는 걸 누가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게 어디 있어요? 한 여자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하게 만들고 집안을 망하게 하고 사람을 감옥에 넣으려고 하는 건가요?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나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런 아들이 태어날 수 있어요?”안열도 지금 자기가 고자질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만을 쏟아내는 것인지 몰랐다.눈앞의 남자가 나태웅의 친형이든 아니든 안열은 머릿속에 불만을 모두 쏟아냈다.어차피 그녀는 나태웅의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역시 그래서 안지영이 나태웅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던 것이다.안열은 이번에 나태웅을 만나고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나태현도 나태웅이 안지영의 일에 신경을 쓰고
이지훈은 나태현이 뒤로 돌아 걸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식사하러 안 가세요?”“안 가.”나태현은 차갑게 한 마디를 뱉어내고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이지훈은 그 상황을 보고 나태웅을 혼내러 가는 줄 알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태현에게 먹을 것을 사다 주려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이지훈이 떠나자마자 엘리베이터에 탔던 나태현은 다시 주차장으로 나와 차를 몰고 그린빌로 향했다.오늘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요즘 비가 많이 와서 그린빌에 도착했을 때 동네 입구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될 수 있으니 차를 지상에 세워달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나태현은 차를 그린빌 대문 밖에 세웠다.그가 차에서 내렸을 때 멀지않은 곳에서 핑크색 어린이용 우산을 쓴 고희주가 보였다.고희주는 손에 고은지에게 주려고 산 약봉지를 들고서는 약국에서 나왔다.치마를 입은 고희주의 양말은 이미 비에 젖어있었다.고희주는 급하게 입구 계단을 오르려다가 조심하지 않아 바로 바닥에 넘어졌고 봉지 안에 들어 있던 약이 전부 바닥에 쏟아졌다.당황한 고희주는 바로 바닥에서 일어나 물이 묻은 약을 주워 재빨리 옷으로 닦았다.경비원은 상황을 보고서는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와 고희주를 도와주었다.“꼬마 아가씨 어느 집 딸이야? 왜 혼자서 약을 사러 왔어? 아저씨가 도와줄까?”고희주는 넘어진 것이 아픈지 웅얼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현은 늘 냉정한 사람인지 이 장면을 보고서는 순간 마음에 무언가 날아와 꽂히는 듯 고통이 느껴져 숨이 막혔다.경비원은 고희주를 안아 엘리베이터 안까지 데려다주었다.그러고서는 고희주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인터폰으로 전화 버튼을 눌러 바로 경비실에 연락하라고 당부했다.그린빌의 서비스는 상당히 좋았다. 주민에게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당장 사람을 보내 도와주었다.고희주는 아주 예의 바르게 경비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나태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고희주를 살피니 젖은 양말에는 구멍이 났고 무릎
한편 고은영은 오늘 배준우의 사무실에 왔지만 사실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어젯밤 배준우는 침실에 돌아온 뒤 바로 잠에 들었다.아침에도 회사에 와서도 그는 계속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어젯밤 진정훈이 서재에서 도대체 그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을 기회가 없었다.이 순간 드디어 점심시간에 둘만 있게 되었는데 배준우는 또 얌전하게 있지 못하고 고은영을 내버려두지 않았다.“오전 내내 일하고 피곤하지 않아요?”고은영이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기에 더 위로 올라가진 못했다.오늘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티를 내려고 하진 않았지만 배준우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어젯밤에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고은영은 배준우의 목에 긴 손톱자국을 냈다.배준우는 그녀에게 키스하며 말했다.“안 피곤해.”전에 고은영이 임신했을 때 배가 많이 부풀어 오른 그녀를 보고 배준우는 감히 만지면 부러질까 봐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속박도 없었기에 배준우는 아무리 고은영과 붙어 있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난 피곤해요.”고은영은 배준우의 옷깃을 잡으며 투정을 부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너무 무리했기에 진심으로 힘들었다.배준우는 웃으며 말했다.“내일부터 아침에 나와 함께 조깅하자.”고은영은 뛰는 운동 같은 걸 힘들어했기에 무의식적으로 싫다고 거절했다.이에 배준우가 말했다.“꼭 해야 해.”‘이 체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매번 출장을 갔을 때마다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체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울상을 지었다.배준우가 그녀를 안고 휴게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고은지의 전화였다.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품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움직이지 마요. 전화 받아야 해요.”배준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언니.”“이모 나야.”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것은 고희주의 약한 목소리였다.고은영은 고희주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우리 희주 왜
고은지의 열이 내린 뒤 고은영은 고희주를 바라보며 선을 뻗어 품에 안았다.“왜 이렇게 젖었어?”“엄마 약 사러 갔다가 실수로 넘어졌어.”고은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슬픔이 몰려왔다.얼른 고희가 입고 있는 젖은 옷을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줬다.무릎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고은영은 얼른 약상자를 갖고 와 상처를 소독해줬다.“희주야 그럼 왜 이모한테 더 일찍 전화 안 했어?”“엄마가 말했어. 무슨 일만 있으면 이모를 찾지 말라고. 엄마가 처리할 수 있다고.”고희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엄마는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고은영은 희주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은영은 마음이 점점 더 불편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모한테 전화해 알겠지?”“알겠어. 꼭 기억할게.”고희주의 옷을 갈아입혀 주고 무릎에 난 상처를 다 치료해 준 뒤 고은영은 또 고은지의 머리를 짚어보며 체온을 체크했다.다행히 다시 열이 오르진 않았다.고은영은 얼른 고희주의 옷을 빨아주고 다 먹은 배달 음식을 깨끗하게 치워주었다.고은지가 했을 일을 그녀는 모두 해주었다.모든 것을 정리했을 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올라왔다.이때 고은지는 열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이렇게 반복적으로 열이 오르는 일은 성인 어른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고은지가 아주 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나태현은 마침 회사에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고은영과 고희주도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들것을 보니 고은지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다.나태현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은 이곳에서 나태현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인사를 건넸다.“나 대표님.”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고희주는 고은영의 품에 안겨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