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열은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욕을 퍼부었다.비서실 전체에서 그녀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붓는 것을 들었다.나태현과 이지훈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안열이 작은 입으로 욕을 뱉어내며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태현과 이지훈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도대체 회사에 어떤 직원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생각했다.이때 마침 코너에서 걸어오는 안열을 보고 이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저 여자는 장선명 대표 옆에 사람 아닌가?’나태현은 첫눈에 안열을 알아보았다.안열은 너무 화가 나서 나태현과 이지훈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것을 완전히 눈치채지 못하고서는 작은 입으로 계속 욕을 뱉어내고 있었다.이지훈은 안열의 욕설을 듣고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옆에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겨내는 나태현의 눈치를 보고서는 재빨리 말했다.“안열 씨.”안열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이지훈과 나태현을 발견했다.그녀는 이번에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들어가 나태현에게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비록 나태현의 앞에서는 욕을 하지 않았지만 아주 거친 태도로 나태웅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요. 나태웅 대표님이 안지영 아가씨를 좋아하는 걸 누가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게 어디 있어요? 한 여자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하게 만들고 집안을 망하게 하고 사람을 감옥에 넣으려고 하는 건가요?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나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런 아들이 태어날 수 있어요?”안열도 지금 자기가 고자질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만을 쏟아내는 것인지 몰랐다.눈앞의 남자가 나태웅의 친형이든 아니든 안열은 머릿속에 불만을 모두 쏟아냈다.어차피 그녀는 나태웅의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역시 그래서 안지영이 나태웅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던 것이다.안열은 이번에 나태웅을 만나고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나태현도 나태웅이 안지영의 일에 신경을 쓰고
이지훈은 나태현이 뒤로 돌아 걸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식사하러 안 가세요?”“안 가.”나태현은 차갑게 한 마디를 뱉어내고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이지훈은 그 상황을 보고 나태웅을 혼내러 가는 줄 알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태현에게 먹을 것을 사다 주려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이지훈이 떠나자마자 엘리베이터에 탔던 나태현은 다시 주차장으로 나와 차를 몰고 그린빌로 향했다.오늘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요즘 비가 많이 와서 그린빌에 도착했을 때 동네 입구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될 수 있으니 차를 지상에 세워달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나태현은 차를 그린빌 대문 밖에 세웠다.그가 차에서 내렸을 때 멀지않은 곳에서 핑크색 어린이용 우산을 쓴 고희주가 보였다.고희주는 손에 고은지에게 주려고 산 약봉지를 들고서는 약국에서 나왔다.치마를 입은 고희주의 양말은 이미 비에 젖어있었다.고희주는 급하게 입구 계단을 오르려다가 조심하지 않아 바로 바닥에 넘어졌고 봉지 안에 들어 있던 약이 전부 바닥에 쏟아졌다.당황한 고희주는 바로 바닥에서 일어나 물이 묻은 약을 주워 재빨리 옷으로 닦았다.경비원은 상황을 보고서는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와 고희주를 도와주었다.“꼬마 아가씨 어느 집 딸이야? 왜 혼자서 약을 사러 왔어? 아저씨가 도와줄까?”고희주는 넘어진 것이 아픈지 웅얼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현은 늘 냉정한 사람인지 이 장면을 보고서는 순간 마음에 무언가 날아와 꽂히는 듯 고통이 느껴져 숨이 막혔다.경비원은 고희주를 안아 엘리베이터 안까지 데려다주었다.그러고서는 고희주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인터폰으로 전화 버튼을 눌러 바로 경비실에 연락하라고 당부했다.그린빌의 서비스는 상당히 좋았다. 주민에게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당장 사람을 보내 도와주었다.고희주는 아주 예의 바르게 경비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나태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고희주를 살피니 젖은 양말에는 구멍이 났고 무릎
한편 고은영은 오늘 배준우의 사무실에 왔지만 사실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어젯밤 배준우는 침실에 돌아온 뒤 바로 잠에 들었다.아침에도 회사에 와서도 그는 계속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어젯밤 진정훈이 서재에서 도대체 그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을 기회가 없었다.이 순간 드디어 점심시간에 둘만 있게 되었는데 배준우는 또 얌전하게 있지 못하고 고은영을 내버려두지 않았다.“오전 내내 일하고 피곤하지 않아요?”고은영이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기에 더 위로 올라가진 못했다.오늘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티를 내려고 하진 않았지만 배준우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어젯밤에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고은영은 배준우의 목에 긴 손톱자국을 냈다.배준우는 그녀에게 키스하며 말했다.“안 피곤해.”전에 고은영이 임신했을 때 배가 많이 부풀어 오른 그녀를 보고 배준우는 감히 만지면 부러질까 봐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속박도 없었기에 배준우는 아무리 고은영과 붙어 있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난 피곤해요.”고은영은 배준우의 옷깃을 잡으며 투정을 부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너무 무리했기에 진심으로 힘들었다.배준우는 웃으며 말했다.“내일부터 아침에 나와 함께 조깅하자.”고은영은 뛰는 운동 같은 걸 힘들어했기에 무의식적으로 싫다고 거절했다.이에 배준우가 말했다.“꼭 해야 해.”‘이 체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매번 출장을 갔을 때마다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체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울상을 지었다.배준우가 그녀를 안고 휴게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고은지의 전화였다.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품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움직이지 마요. 전화 받아야 해요.”배준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언니.”“이모 나야.”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것은 고희주의 약한 목소리였다.고은영은 고희주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우리 희주 왜
고은지의 열이 내린 뒤 고은영은 고희주를 바라보며 선을 뻗어 품에 안았다.“왜 이렇게 젖었어?”“엄마 약 사러 갔다가 실수로 넘어졌어.”고은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슬픔이 몰려왔다.얼른 고희가 입고 있는 젖은 옷을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줬다.무릎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고은영은 얼른 약상자를 갖고 와 상처를 소독해줬다.“희주야 그럼 왜 이모한테 더 일찍 전화 안 했어?”“엄마가 말했어. 무슨 일만 있으면 이모를 찾지 말라고. 엄마가 처리할 수 있다고.”고희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엄마는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고은영은 희주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은영은 마음이 점점 더 불편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모한테 전화해 알겠지?”“알겠어. 꼭 기억할게.”고희주의 옷을 갈아입혀 주고 무릎에 난 상처를 다 치료해 준 뒤 고은영은 또 고은지의 머리를 짚어보며 체온을 체크했다.다행히 다시 열이 오르진 않았다.고은영은 얼른 고희주의 옷을 빨아주고 다 먹은 배달 음식을 깨끗하게 치워주었다.고은지가 했을 일을 그녀는 모두 해주었다.모든 것을 정리했을 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올라왔다.이때 고은지는 열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이렇게 반복적으로 열이 오르는 일은 성인 어른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고은지가 아주 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나태현은 마침 회사에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갖고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고은영과 고희주도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들것을 보니 고은지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다.나태현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은 이곳에서 나태현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인사를 건넸다.“나 대표님.”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고희주는 고은영의 품에 안겨 있
이때도 고은지의 손등에는 여전히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고은지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누워 있어. 언니 열이 심하게 났었으니까.”비록 깨어났지만 고은지는 아직도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은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희주 많이 놀랐지?”“미안해 엄마. 너무 걱정돼서 이모한테 전화했어.”고희주는 힘없이 말했다.고은지는 고희주를 혼내려는 뜻이 없었지만 고희주가 입을 열자마자 사과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은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엄마는 희주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희주야 너무 잘했어.”“봤지? 엄마는 널 혼내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희주야.”고희주는 오후 내내 고은지가 자신을 혼낼까 봐 걱정했다.이런 성격을 보면 조씨 가문에 있을 때 얼마나 얌전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진여옥과 조영수는 모두 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사람들이었다.고은지는 항상 고희주를 얌전한 아이로 교육했다. 이렇게 얌전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헤어질 때 여전히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고은지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고희주에게 향했다.고은영은 부드러운 손길로 고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두 사람이 항상 함께하고 있으니까 서로를 챙겨줄 수 있겠네.”고은지는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장했다.고은지는 고희주가 더욱 가여웠고 죄책감이 들었다.그녀는 또한 자신을 깊은 실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 남자가 너무 미웠다.간병인은 그녀들에게 먹을 것을 사 왔고 전부 담백한 음식들이었다.고은영과 고희주는 고은지가 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며 고은영이 말했다.“오늘 희주는 내가 란완리조트에 데려가서 재울게. 언니는 푹 쉬어.”“아니야. 내가 데리고 있을게.”고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아직 고희주는 아픈 상태였기에 고은지는 고희주가 옆에 없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고은영도 고은지
기사는 상황을 보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오르자 바로 란완리조트로 출발했다.오늘 오후는 마치 전쟁 같았다.고은영은 품에 안겨 있는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이모가 희주 엄마한테 데려다줄게. 괜찮지?”“응 좋아.”고희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고희주를 보면 볼 수록 좋아했다.전에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더 화가 나는 것은 선생님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방관했다는 것이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제안한 보상 조건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모한테 전화해. 알겠지? 누가 희주를 괴롭혀도 이모한테 전화해야 해.”비록 사람들은 아이를 이렇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고은영은 고희주를 이 정도로 괴롭힌 아이들을 제대로 혼내주고 싶었다.고희주가 말했다.“이모.”고희주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차올랐다.그 모습을 보니 어린아이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이모는 엄청나게 세. 너 이모 키 봤자? 이모를 믿어야 해 알겠지?”“응. 희주는 이모 믿어.”고희주는 작은 주먹을 들어 보였다.고은영은 더욱 마음이 아파 희주를 꼭 끌어안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고은지와 고희주에게 너무 무관심했다고 느꼈다.란완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아기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이 조금 의외였던 것은 나태현도 란완리조트에 있었다는 것이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배준우와 나태웅의 관계는 고은영도 알고 있었지만 배준우의 옆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가 나태현과 연락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그리고 배준우는 란완리조트에 친구를 거의 데려오지 않았다. 장선명과 육범수도 거의 이곳에 와서 식사하는 일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나태현이 와 있었다.고은영은 이마에 물음표가 튀어나올 뻔했다.라 집사는 진정훈에게 맞은 뒤 휴가를 갔고 지금은
배준우는 고희주가 자기를 이모부라고 부르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를 듣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착하네.”나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이 노란색 깨끗한 치마를 새로 갈아입혀 줘서 그런지 고희주는 점심에 봤던 것처럼 초췌한 모습이 아니었다. 고은영은 고희주에게 밥을 챙겨주었다.란완리조트의 셰프는 정말 솜씨가 훌륭했다. 연근을 넣은 생선 필레를 아주 맛있게 요리했다.고은영이 새우를 집어 고희주에게 까주려고 하자 고희주는 입식을 먹으면서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다.“이모 나 새우 못 먹어.”“응? 왜? 새우가 얼마나 맛있는데.”“새우 먹으면 몸이 가려워.”그제야 고은영은 갑각류 알레르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고희주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사실 예전에 조씨 가문에 있을 때 고은지도 몰랐다. 새우 같은 비싼 식자재를 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린빌에 이사 온 뒤로 고은지는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먹었다.그제야 고은지는 고희주에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날 새우를 먹은 뒤 고희주의 몸에는 붉은 반점이 가득 올라왔고 약을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다.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고은영은 재빨리 고희주의 밥그릇에서 새우를 빼냈다.“그럼 새우 먹지 말고 생선 먹을까?”“좋아.”고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얌전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고은영은 미소를 지었다.“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모한테 얘기해.”“응.”대답하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웠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태현은 고희주에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나태현은 지난번 새우를 먹고 병원에 갔던 것이 떠올랐다.저녁 식사 후 나태현과 배준우는 서재로 향했다. 두 사람을 무슨 할 얘기가 있는지 식사 자리에서는 하기 힘든 얘기라서 서재로 향한 것이다.고은영은 아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혜나도 함께 올라 갔고 오늘 희주가 왔으니 지수라는 도우미도 함께했다.위층으로 올라
원래대로라면 집에 아이 옷이 없어야 하지만 고은영은 이미 아기 옷을 많이 준비하면서 작은 사이즈든 큰 사이즈든 다 준비해 뒀었다.혜나는 바로 큼지막한 잠옷을 꺼내 고희주에게 입혔다.“다 씻었어?”“네 사모님. 아니면 오늘 밤 제가 희주를 데리고 잘게요.”혜나가 말했다.아까 위층으로 올라올 때 배준우는 혜나에게 많은 눈빛을 보냈다. 란완리조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혜나는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배준우가 고은영을 얼마나 소중한 아기처럼 생각하는데 저녁에 안고 자지 않을 수 있을까?이것이 혜나가 아까 올라오자마자 고희주를 달랬던 이유였다. 다행히 고희주는 아주 순종적으로 혜나의 말을 잘 따랐다.고은영은 혜나가 희주와 같이 자겠다는 말에 조금 불안해서 무의식적으로 고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희주야 이모하고 같이 안 잘 거야?”고희주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혜나 언니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겠다고 했어.”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혜나가 이렇게 아이를 잘 달랜다고? 아니 희주가 이렇게 달래기 쉬운 아이였나? 동화책 몇 권 읽어준다고 고새 넘어가? 이 상황을 언니가 알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정말 이모하고 안 자도 돼?”“응 괜찮아. 나 혜나 언니하고 잘 거야.”어린이들은 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좋아하는 언니가 읽어주면 더욱 좋아했다.고은영은 살짝 떨리는 입꼬리를 하고서는 혜나를 바라보았다.“괜찮겠어?”고은영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희주와 같이 자겠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혜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모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희주 아가씨 잘 챙길게요.”고은영은 혜나처럼 섬세한 사람이 고희주를 챙긴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알겠어.”그래도 불안한지 절대로 고희주를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혜나에게 여러 번 당부한 뒤 고은영은 아기를 안고 침실로 돌아갔다.배준우가 서재에서 나왔다.고은영이 아기를 안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