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이렇게 머나먼 타지로 와서 자신을 구하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벅찬 마음에 고은영은 무작정 달려가 안지영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배준우가 그녀를 말렸다.“왜 그래요?”"진정해, 은영아."고은영은 멍하니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너가 지금 어떤 몸을 하고 있는지 봐봐. 이 몸을 하고 뛸 수나 있긴 해?""..."배준우의 충고에 그제서야 고은영은 뱃속의 아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기척에 나태웅은 도리여 셰프에게 명령해 다른 양 한 마리도 구워오게 하였다. 그는 언젠가 그들이 이 곳으로 찾아올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진혁은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배 사장님, 나 대표님, 안녕하세요."나태현의 안색은 매우 검게 짙어져만 갔다.하지만 그걸 알 리가 없던 안지영는 냅다 달려가 고은영을 끌어안았다. 바로 그때, 어딘가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배준우가 심기불편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있었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안지영은 겁을 먹고 자기도 모르게 고은영을 놓아주었다. "우리 둘이 이렇게 안고 있으면 배 사장이 좋아할 것 같지가 않네."그것보다 아까부터 배고팠던 고은영은 얼른 식사를 하고 싶었다."우리 일단 밥부터 먹자."이렇게 맛있는 불고기를 놓칠 수는 없었다."그래, 일단 와서 밥 먹어. 이 양고기 말이야, 엄청 맛있어!"두 여자가 군침을 흘리는 사이, 세 남자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는 서로 신경전을 펼쳤다. 괴로운 마음에 나태현은 담배 한 대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안지영은 재빨리 양다리 하나를 고은영의 접시에 올려 놓았다."은영아, 얼른 먹어봐. 양고기가 이 곳의 특산물이라 엄청 맛있어. 강성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맛이야.""응, 너도 얼른 먹어."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언젠가는 지역 특산물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먹게 되니 정말 맛있었다.곧이어 양다리에 붙은 고기 한 점을 찢어 배준우에게도 건네주었다."준우 씨도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요."하지만 지금 세 남자는 식욕
한편 서재에서, 유독 머리가 복잡했던 나태현은 왔다갔다 돌아다니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나태웅의 뺨을 세게 때렸다. "이 미친 놈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그야말로 기가 막힌 상황이였다.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다른 남자의 약혼녀를 납치해서 도망가다니. 하지만 나태웅은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나도 알아.""네가 뭘 아는데? 지금 장씨 집안이 얼마나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 네가 납치했어도 안지영이 여전히 장선명의 약혼녀인 사실은 변하지 않아."강성의 상류권 재벌에 속하던 장씨 집안에 이러한 스캔들이 생겼으니 모두 비웃기만 했다. 그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안지영이 귀국하면 장씨 집안은 아마 더 큰 약혼식을 진행할게 뻔했다.아니면 아예 직접 결혼식을 올려 온갖 유언비어들을 없앨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이 온갖 고생을 한 나태웅은 얻는게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장선명도 곧 여길 찾아올건데 너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야?""나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나태현은 그의 당당한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그는 더이상 동생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장선명은 안지영과의 혼약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어. 나한테 직접 찾아와서 그 진심을 밝혔다고.""진심? 형은 그걸 믿어?""지금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잖아!" 나태현은 다시 한 번 크게 화를 냈다.자신의 동생이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극단적으로 몰아가 괴롭히려 할 줄은 생각지도못했다. 나태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너, 나한테는 똑바로 말해.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데?"조금도 믿음이 가지 않았던 나태현은 그저 조급해났다.하지만 나태웅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태현은 더욱 답답했다.......한편 아래층에서 마침 식사를 즐기고 있던 안지영과 고은영의 곁으로 갑자기 웬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다가왔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배준우는 경계하며 벌떡 일어섰다."내가 가서 확인해볼게."얼
지금 상황으로는 이 정원뿐만 아니라 정원 밖에도 나태웅이 파견한 무리들이 쫙 깔려있었다. 나태웅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서는데 대체 여기서 뭘 할 수가 있겠어? "정 안 되면 내가 가서 직접 설득해볼거야."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당사자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장선명이 곧 도착하게 될 이 시점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수습을 먼저 해야만 했다. 마음같아선 당장 나태웅의 머리를 열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여태 얘기를 못 나눠본거야?" 고은영이 안지영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지금쯤이면 나태웅과 나태현이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을텐데, 그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좋을게 없다고 생각했다. "얘기를 해보려 해도 나랑 협상할 의향은 전혀 없어 보였어."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냉랭한 모습만을 보이는 나태웅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더욱 화가 났다."그럼 지금 가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사실 그 확률이 제일 희박하긴 하다.그러나 나태웅이 점점 강경하게 나오는 모습에 안지영은 더욱 조급해졌다.그녀는 일이 이렇게 점점 커지는걸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하...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어." 안지영은 절망스러웠다.자신이 지금까지 온갖 고생과 수모를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같은 이러한 상황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안심해. 배준우가 있는 한, 큰 싸움이 일어나진 않을 거야."그것이 바로 나태현이 배준우와 함께 오려 한 이유였다.유일하게 배준우야말로 나태웅과 장선명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안지영도 이젠 배준우에게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럼 잘 부탁할게.""그래. 고기 더 먹을거야?""아니."이 상황에 안지영은 더 이상 입맛이 없었다.한편 서재에 간 배준우는 나태웅에게 얼른 사람들을 모두 철수시키라고 경고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나태현은 금세 안색이 굳어졌다."너 또 사람들을 배치시켰어? 너 대체 뭐하자는건데?!"그러고는 화가 난 나머지
안진섭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됐어. 지금 밥이 뭐가 중요해? 지영아, 얼른 여길 떠나자.""..."대답을 듣기도 전에 안진섭은 딸의 손을 잡아당겼다.그러자 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희가 안 선생님과 아가씨를 직접 공항에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곧이어 진혁이 손짓하자 방금 주위를 둘러싸던 무리들이 일사불란히 두 대의 차에 올라탔다.안진섭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안지영은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고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영아, 나 먼저 돌아갈게.""그래." 그제서야 고은영은 정신을 차렸다.그렇게 몇 대의 차들이 잇달아 자리를 떠났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같은 시각, 라벤더 장원에 도착한 장선명은 곧 차 몇 대가 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눈 깜짝할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차 안에 탄 안지영을 알아보았고,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장 차 돌려서 저 차를 쫓아가!"나태웅 이 자식, 또 어딜 데려가려는거지?장선명은 단단히 화가 났고, 비서는 두말 없이 차를 유턴하여 추격을 시작하였다.하지만 안지영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아버지가 여긴 왜 오셨어요?"바로 그때, 차가 갑작스레 엑셀을 밟았고, 두 부녀는 재빨리 팔걸이를 꽉 잡았다.그들의 차가 빨리 달릴수록 뒤의 차는 더욱 바짝 따라왔다.안지영은 놀란 나머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우리를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거예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 있던 운전자가 대답했다.안지영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 피그스에는 정말 안전지대가 없나 싶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쫓기게 되는 운명이 된건지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핸드폰 줘봐요."이때, 안지영은 급히 안진섭으로부터 핸드폰을 건네받았고 곧이어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걸렸고, 전화기 너머로는 나태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나태웅,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우릴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참담했다.화물차는 옆 난간에 부딪혀 기울어져 있었고, 안지영이 타고 있던 차는 화물차 밑에 깔려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어 보였다."쾅!"장선명은 서둘러 망치를 들고와 미친 듯이 차창을 부수기 시작했다."안지영! 대답해!"그러자 안지영의 의식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얼굴을 쓰다듬더니 온통 피투성이가 된 손을 보며 그녀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안진섭의 상황을 확인했다."아버지, 정신 차리세요!""아버지!"안진섭 또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녀의 끝없는 외침에도 대답이 없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장선명은 더더욱 힘껏 차창을 내리쳤다.그를 도우러 온 사람들은 다 같이 옆에서 화물차를 들어보려고 시도했다.수많은 힘을 합치고 나서야 화물차는 비로소 뒤집혀질 수 있었다.곧이어 차 문이 열렸고 처참한 차 안의 상황을 확인한 장선명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안지영."익숙한 목소리에 안지영은 울먹이는 얼굴로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저희 아버지 좀 살려줘요. 제발요…!""일단 진정해."장선명은 몇 사람과 함께 안지영과 안진섭을 차에서 끌어올렸다.안진섭은 워낙 많은 피를 흘렸고 상처도 매우 심했던 상황이었기에 곧바로 구급차가 와 그를 응급실로 실어갔다.구급차 안에서는 의사들이 안진섭을 위해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었다.안지영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곁에서 계속해서 소리쳤다."아버지!!"10여분이 흐르고 나서야 병원에 도착하였고, 안진섭은 서둘러 중환자실로 실려갔다."넌 괜찮아?"지금 상황으로선 고통이 신경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녀도 꽤나 크게 다치긴 했다.하지만 장선명이 어떻게 설득해도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수습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집요하게 중환자실만 쳐다보고 있었다.곧이어 나태웅과 나태현, 그리고 배준우가 함께 달려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나태웅을 발견한 안지영은 다시 이성을 잃었고, 곧바로 저벅저벅 걸어가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차라리 날 죽이지 그랬어. 내가 대체
두 형제는 비상계단에 서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너 설마, 안진섭이 장선명을 싫어하게끔 해서 안지영과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던거야?"수술실에 들어간 안진섭의 모습을 본 나태현은 뭔가 짐작이 갔고 나태웅의 꿍꿍이를 대충 알아챌 수가 있었다. "일단 안진섭이 무사히 살아나야 돼."안진섭에게 정말 큰일이라도 난다면 자신과 안지영 사이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난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그의 계획대로라면 장선명이 안지영을 쫓아와, 안진섭으로 하여금 장선명을 싫어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래도 그게 나름 좋은 방법이긴 해. 안진섭이 반대하면 장선명도 더이상 집착하진 못할테니깐."안진섭이 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회사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도 안진섭은 오직 딸을 위하여 이익을 포기했었다. 그리하여 그의 눈에는 장선명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애초에 두 사람의 혼인을 막은 것도 그 이유였다.나태웅은 바로 그 심리를 이용하여 둘의 사이를 철저히 갈라놓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는 잘 생각해 봐."지금으로선 일단 장씨 집안의 일보다도 안지영을 달래주는게 우선이었다.......한편 장선명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물 좀 마셔."하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다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미처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마친 나태현과 나태웅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침 응급실에서 의사 한 명이 나왔다.안지영은 벌떡 일어서 초조한 상태로 물었다."선생님, 저희 아버지는 어떤가요…?"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안지영을 바라보며 설명했다."일단 응급처치는 해드렸지만, 상황이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내장 출혈과 심각한 뇌진탕 증상에다가 등에는 큰 상처도 있어서요.. 무사히 깨어나실 수 있을지는 앞으로 3일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
장선명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았고 안지영은 그렇게 완전히 기절해버렸다.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딸은 이렇게 기절을 해버리다니.한편 상황을 알 리가 없던 고은영은 불안한 나머지 수도 없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에 배준우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지영이는 별일 없죠?""별일 없어. 피곤할텐데 얼른 자.""그럼 지영이 지금 비행기에 탔나요?"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탔어. 지금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얼른 자. 알겠지?""알겠어요."안지영이 비행기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야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느새 밤이 되었고, 영문을 알 리 없던 고은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나태웅과 장선명은 아무 말 없이 안지영의 병실을 지키고만 있었다. 둘 중 누구도 먼저 떠나려 하지 않으며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고나서야, 안지영은 다시 깨어났다.그녀의 첫마디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보러 가겠다는 것이었다.나태웅과 장선명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거절 당했다."따라오지 마요."그녀의 말투는 얼음장마냥 차가웠고, 눈빛에는 한이 맺혀있었다.지금으로선 오로지 안진섭의 안위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당분간은 그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렇게 안지영은 겨우 화를 억누르며 가버렸다.그렇게 두 남자는 덩그러니 남겨졌고, 이때 장선명이 갑자기 나태웅에게 주먹을 날렸다."이 개자식아!" 장선명은 아예 이성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한 대로는 부족한지 계속하여 주먹을 날렸다.나태웅이 반격하려는 찰나, 수상한 인기척을 들은 배준우와 나태현이 다가가 서둘러 두 사람을 말렸다."선명아, 그만해!""그만하라고? 장인어른께서 아직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고!"나태웅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장선명을 노려보았다."네가 그렇게 급하게 쫓아가니까 교통사고가 난거잖아.""내가 쫓아갔다고? 내가 왜? 이게
죄책감이 몰려와 어쩔 바를 모르는 장선명과는 달리 나태웅은 아무 말도 없었다.교통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그의 말수는 확실히 적어졌다.분명히 내심 자책은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사흘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그러나 그동안, 안진섭은 한번도 깨어나지 못했다.결국 병원에선 그에게 식물인간 진단을 내렸다. "식물인간..? 식물인간이 대체 뭔데요?"식물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은 안지영은 숨이 턱 막혀왔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우리 아버지가 정말..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는거야?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안지영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환자분께서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기적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다시 한번 온몸에 힘이 빠져 바로 기절해버렸다.이때 나태웅이 재빨리 그녀를 안았다.그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크게 놀란 장선명은 재빨리 다가가 그의 품에서 안지영을 빼앗아갔다. "...""아무리 지영이가 지금은 날 미워해도, 어쨌든 내가 지영이 약혼남이야. 넌 나서지 마.” 그리고는 곧바로 안지영을 안고 의사를 찾으러 갔다.선 넘는 발언에 열 받은 나태웅이 앞으로 나아가 뭐라 하려던 순간, 나태현이 그를 가로막았다."네가 안지영이랑 친한건 잘 알겠는데, 어쨌든 그녀는 지금 유부녀야.”"아직 둘은 약혼하지도 않았어.""약혼을 했든 안 했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 부부 사이야.”"..."분하긴 하지만 나태현의 말이 맞긴 했다. 현재로선 안지영의 약혼자는 장선명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잠시 후 그의 시선이 배준우에게로 쏠렸다. 배준우도 고은영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건가? 그나저나 임신까지 한 여자를 왜 그냥 두고 나온거지? 나태웅은 이래저래 이 상황들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그렇게 어느덧 피그스에서 지낸지도 보름 정도 됐지만 안진섭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 말대로 여전히 식물인간으로서 숨만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