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겐 그저 직장 상사일뿐인 나태현에게 계속 신세를 지고 싶지가 않았다.하지만 눈치 없게도 비가 끊임없이 내렸다. 고은지는 또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차에 올랐다."감사해요, 대표님.”나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희주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기가 눌려 아무 말 없이 고은지의 품에 안겨있었다.알 수 없는 두려움에 벌벌 떠는 아이의 모습이 고은지도 알아차릴 정도였다.그린빌에 도착하고나서야 두 모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은지는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올렸다.비록 평소에는 쌀쌀맞고 투덜대는 상사지만, 오늘 나태현의 도움이 없었다면 언제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올지 가늠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인사에 나태현은 여전히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그러고는 아기를 안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그녀는 더이상 이 불편한 상황을 이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딸조차도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고은지는 재빨리 주방으로 향해 딸에게 먹일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뛰어난 그녀의 요리 솜씨덕에 조희주는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고은지도 오늘따라 정말 배가 고팠다. 온종일 나태현과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서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해준 요리가 제일 맛있어요!” 조희주는 만족스럽게 먹으면서 고은지의 요리 솜씨를 칭찬했다."그렇게 맛있어? 많이 먹어.""네."조희주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고은지는 오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그 전화가 생각났다.조심스레 딸에게 물었다."우리 희주, 학교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지원했다면서?""네, 맞아요.""근데 선생님한테서 들은 바로는 그게 엄마 아빠랑 함께 하는 무대라던데, 그것도 알고 있었어?"그 말을 들은 조희주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던 고은지는 내심 이 상황이 착잡했다."선생님께서 그러시
그런데 이렇게 뜻밖에도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 줄을 꿈에도 못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은지는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조희주를 품에 안아 모든 일을 설명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차마 다 한 글자도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죄책감만 더 들었다.아무것도 모르는 딸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인식시킬지 걱정이 되었다."엄마.""희주야, 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조영수가 친자확인서를 그녀 앞에 내팽개쳤던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감으로만 가득차기 시작했다.그렇게 힘든 시간동안 그녀를 버티게 해준 유일한 사람은 딸인 조희주였다.아이에게 있어서, 조영수는 더이상 친아버지도 아니기에 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가족은 엄마인 자신밖에 없었다."희주한테 너무 미안해. 근데 엄마가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그녀는 차마 희주가 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할 용기가 없었다.하지만 워낙 눈치가 빠르고 똑똑했던 조희주는 그 사이에 알아채 버렸다. "그럼 저의 아빠는 대체 누구에요?""엄, 엄마도 몰라."어차피 아이도 다 눈치를 챈 이상 고은지는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결심했다.말을 내뱉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두번 다시는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엄마가 너무 멍청했던거야."“......”"하지만 엄마 정말 나쁜 사람은 아니야. 엄마는 아빠한테 잘못한게 하나도 없어."고은지도 울면서 말했다.굳이 떳떳한 일을 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애초에 이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서 아이한테 상처를 입힌 진여옥, 그리고 그 조씨 가문의 책임이 가장 많다고 생각했다. "흑흑."그 말에 아이는 더욱 슬퍼 크게 울기 시작했다.어른들도 받아들이긴 힘든 상황을 어린 아이가 겪기에 얼마나 괴로울까? 그렇게 모녀는 서로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울었다.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조희주의 기분도 겨우 좀 풀렸다.아이
고은지는 조영수한테 자비가 남아있을거라고 믿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어차피 서로 남이 된 이상, 그는 더이상 아이에 대한 사랑이 없어지 상태였다."희주 친구들이 우리 이웃들이란걸 알고 있었나보네. 이젠 좀 창피하긴 하나봐?""..."언짢은 말투로 시비를 걸어오는 조영수의 태도에 고은지는 더욱 화가 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이 하나 올거야. 딱 기다려."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말을 들은 고은지는 머리가 멍해졌다.법원 소환장? 설마 조씨 가문이 날 고소하려는건가?이 상황이 너무나도 기가 찼다.이혼을 하고 나서도 이 악연이 계속 이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편 그 시각, 저녁 식사를 마친 배준우는 서재에 들어가 남은 일을 마저 처리하기로 했고, 고은영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고은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은지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은영아,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 희주, 이제 더이상 학교에 보내지 못할 것 같아."만약 조씨 가문이 정말로 그녀를 고소라도 한다면 이 일은 이웃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기에 그때가 되면 딸 아이를 학교에 보낼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놀랐다."전에는 그럴 기미도 안 보이더니 왜 갑자기 고소하려는거야?""나도 몰라!"고은지는 멘탈이 단단히 붕괴되였다.조영수가 조희주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그녀는 줄곧 혼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혹시나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고, 특히나 딸의 친구들이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자신도 아직 유언비어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어린 아이에게만큼은 그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 비밀은 일찍이도 까발려져 버렸다. "일단 진정해. 내가 곧 갈게."엉엉 우는 고은지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은지는 지금 그야말로 절벽 끝에 몰려있었다.
"괜찮아." 고은영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평소에 고은지는 다른 사람한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괴로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동생을 부른 것이다. 잠시 후 고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희주 말이야, 학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그녀는 고은지가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조희주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결국 한 엄마에게 있어 가장 큰 약점은 자식이니까.. "오늘 학교 선생님한테서 전화왔는데..."그녀는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와 오늘 아이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고은영에게 말해주었다.친구들로부터 유언비어를 들은 조희주가 이 상황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평소 하기 싫어했던 친자 합동 무대까지 지원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아이는 이 현실을 다시 뒤엎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럼 전학 보내자." 잠깐 생각에 잠긴 고은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현재 조희주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아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그런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것이다. 고은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내가 받는 고통은 상관 없지만, 희주를 그렇게 놔둘 수는 없어."아직도 성장기에 놓인 아이한테 어두운 그림자를 덮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방법은 내가 알아서 생각해 볼게."전학이란건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적어도 고은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고은영의 적극적인 도움에 고은지는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근데 조영수는 대체 왜 갑자기 고소하겠다고 한거야? 전에는 아무 말도 없었잖아.""그랬었지. 이혼할 때까지만 해도 무덤덤했고, 나를 고소하겠다고 하지도 않았어."조영수를 떠올리면 고은지는 다시 열불이 났다.안 그래도 뒤틀린 인생에 이런 일까지 겪게 되다니. "그들이 고소까지 한 이상 우리도 당연히 참으면 안되지.”고은영은 그 누구보다
뜻밖에도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집이 아닌 웬 골목 거리로 향했다. 맛집이 가득했던 거리에는 각종 음식의 향기가 풍겼고, 당장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 뻔 했다.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 "여기는 왜 온거예요?""밥 먹으러 가야지.""혹시 배고프세요?""응."사실 고은영은 요즘따라 별로 입맛이 없어 잘 먹지 못했다. 그걸 알아챈 배준우는 전에 인터넷에서 임산부들이 흔히들 입맛이 없어지게 된다는 증상을 본걸 떠올렸다. 임신 중에는 평소 먹지 않던 것도 갑자기 먹고 싶어지고, 잘 먹던 음식들은 도리여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배준우는 일부러 이 곳으로 와 그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이려 한 것이다."뭐 먹고 싶어?" 곧바로 고은영에게 물었다."바베큐 어때요?"고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가 임신한 후로부터 배준우는 줄곧 간식을 금지해왔다. 그 이유는 바로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못 먹게 하기 위해서였다.고은영도 그런 간식들이 건강하지 않은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먹고 싶었다.여태 못 먹어왔으니 무척 서러워 했다.배준우는 간절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좋지.""와, 정말이요? 정말 먹어도 돼요?" 배준우의 대답에 고은영은 믿기지가 않았다.전에는 밀크티도 못 마시게 했었는데, 이젠 바베큐는 먹을 수 있는거야? 갑자기 왜 이렇게 친절해진거지?"가끔 한 번쯤 먹는 거는 괜찮아."고은영은 배준우한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골목 거리의 야시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음식들이 있었고 대부분 고은영이 좋아하는것들이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바베큐도 먹고, 닭꼬치도 먹고, 심지어는 냉면까지 먹었다.간만에 주어진 어려운 기회에 그녀는 제대로 즐겼다.배준우는 식욕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그렇게나 맛있어?""정말 맛있어요!"그동안 고은영은 란완에서 만든 담백한 음식만 먹어왔다.비록 요리사의 솜씨가 괜찮긴 했지만, 천성적으로 매운 것을 좋아하던 고은영에게는 그닥 끌리는 맛이 아니었다. 그
"안심하세요. 파혼은 저희 대표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할겁니다.""네?"나태웅이 왜 내 약혼에까지 간섭을 한다는거지?안지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녀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본 왕여는 조금 답답해졌다. 나태웅이 왜 여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둘의 관계가 이어질 수 없었던건 나태웅의 표현이 서툰게 아니라, 안지영의 반응이 아주 둔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여태 판매원으로 일해왔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왜 그때 대표님께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지 않으셨죠?""당연히 찾아갔죠. 대표님께서 저한테 직접 말씀하신 아이디어였어요."안지영은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녀가 장선명을 찾아간 이유가 확실히 나태웅이 처음에 제안한 것 때문이긴 했다.당시 그는 안지영이 배준우만큼 배짱이 있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그의 조언대로 안지영은 밤낮을 달리면서 약혼 상대를 찾아나섰고, 그 중의 한 명이바로 장선명이다. 그런데 왕여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전히 눈치 채지 못한 안지영의 모습에 왕여는 직접적으로 밝혔다. "애초에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한게 자신한테 다가오라고 던진 말인걸 진짜 몰라서 그래요?"이제는 확실하게 말해야만 했다.만약 이제 와서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더이상 도와줄 방법도 없었다. "네?"그러자 안지영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나태웅 또한 배준우만큼 배짱 있는 사람이었단걸. 진작에 직접 나태웅을 찾아갔으면 쉽게 해결되는 일이었다.안지영은 그제서야 모든것을 깨닫고 알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진작에?왕여는 안지영와 나태웅의 사이가 여태 이렇게까지 서먹한 줄은 전혀 몰랐다."대표님도 참 답답하시네요. 그러면 차라리 그때 저를 도와줄 수 있다고 직접 말해주면 됬었잖아요."안지영은 내심 나태웅이 원망스러웠다.“그래서 하는 말인데...”"됐어요. 이제 와서 바꾸려 해도 소용 없어
왕여는 차갑게 말했다."장선명 씨와의 약혼을 취소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겁니다."안지영은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더 큰 문제라니?지금 겪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설마 대표님께서?" 그러자 순간 머리가 크게 한 방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아니, 그럼 왜 애초에 진심을 밝히지 않은거지? 이제 와서 파혼시키려는게 말이 돼?설령 파혼한다고 해도 안지영은 감히 장선명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할 말을 마친 왕여는 자리를 떠났고, 안지영은 멍해진 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이게 대체 뭔 일이지?"언제는 나더러 얼른 남자를 찾아서 결혼이나 하라더니. 그 말이 사실은 본인이랑 결혼해달라는 뜻이었어?근데 그걸 이제 와서 나한테 말하면 어떡해?그 날 밤, 안지영은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파혼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거라는 왕여의 말이 악몽처럼 되풀이 되기만 했다.… 이튿날, 안지영은 결국 피곤한 컨디션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녀는 파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불어 상대는 무려 장선명이기에 그녀는 그를 감히 마음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이때 윙윙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잠 덜 깬거야?" 전화기 너머로는 장선명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요. 일찍 일어났어요.""그럼 준비하고 있어. 집 앞에서 기다릴게.""네."곧이어 안지영은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밤새 밤을 새운 탓에 얼굴색이 좋지 않아 열심히 화장을 했다.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막 문을 나서려던 순간 전화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저 곧 내려가요.""지영 씨, 저예요." 뜻밖에도 왕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목소리를 알아챈 안지영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대표님께는 감사하지만, 그 호의 받아들이지 않을겁니다.""고작 그게 하룻밤 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무섭지 않나요?"왕여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안지영은 곧바로 가방을 챙기고 문을 나섰다.......밖에서는 깔끔한 정장에 안경까진 장착한 훤칠한 모습의 장선명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안지영을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아직 잠에 다 못 깼나본데?"“네? 설마 화장이 잘 안 됐나요?”안지영은 뻘쭘한 듯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이때 장선명의 시선이 그녀의 발로 향하더니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불길한 마음에 머리 숙여 확인한 안지영이 짝짝이로 되어있는 신발을 보자 머리가 멍해졌다.부끄러운 마음에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아,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바로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다시 달려갔다.젠장!어쩐지 방금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도 보는 눈빛이 이상하더라니.그때는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 고개를 숙여 확인할 틈도 없었다.장선명은 질주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곁에서 기다리던 운전 기사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정말 털털하신 분이네요."평소에 안지영이 출근할 때를 보면 꽤나 진지한 사람 같아 보였는데 말이다. 그 말에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되게 귀엽네."그리고 순간 무미건조한 자신의 삶에 그녀가 나타난게 너무나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안지영이 재빨리 신발을 갈아신고는 다시 내려왔다.장선명은 바람에 약간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고는 손을 뻗어 천천히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아, 그건 제가 할게요." 안지영이 무의식 중에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장선명이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회사로 출근할 때도 이렇게 덤벙되나?"그러자 안지영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절대 아니에요."그녀가 오늘따라 이렇게 실수가 잦은건 어젯밤에 제대로 잠을 잘 자지 못하여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이다.평소의 그녀라면 매우 꼼꼼한 성격이라 이런 사소한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다.장선명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먼저 아침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