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세요. 파혼은 저희 대표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할겁니다.""네?"나태웅이 왜 내 약혼에까지 간섭을 한다는거지?안지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녀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본 왕여는 조금 답답해졌다. 나태웅이 왜 여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둘의 관계가 이어질 수 없었던건 나태웅의 표현이 서툰게 아니라, 안지영의 반응이 아주 둔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여태 판매원으로 일해왔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왜 그때 대표님께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지 않으셨죠?""당연히 찾아갔죠. 대표님께서 저한테 직접 말씀하신 아이디어였어요."안지영은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녀가 장선명을 찾아간 이유가 확실히 나태웅이 처음에 제안한 것 때문이긴 했다.당시 그는 안지영이 배준우만큼 배짱이 있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그의 조언대로 안지영은 밤낮을 달리면서 약혼 상대를 찾아나섰고, 그 중의 한 명이바로 장선명이다. 그런데 왕여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전히 눈치 채지 못한 안지영의 모습에 왕여는 직접적으로 밝혔다. "애초에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한게 자신한테 다가오라고 던진 말인걸 진짜 몰라서 그래요?"이제는 확실하게 말해야만 했다.만약 이제 와서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더이상 도와줄 방법도 없었다. "네?"그러자 안지영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나태웅 또한 배준우만큼 배짱 있는 사람이었단걸. 진작에 직접 나태웅을 찾아갔으면 쉽게 해결되는 일이었다.안지영은 그제서야 모든것을 깨닫고 알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진작에?왕여는 안지영와 나태웅의 사이가 여태 이렇게까지 서먹한 줄은 전혀 몰랐다."대표님도 참 답답하시네요. 그러면 차라리 그때 저를 도와줄 수 있다고 직접 말해주면 됬었잖아요."안지영은 내심 나태웅이 원망스러웠다.“그래서 하는 말인데...”"됐어요. 이제 와서 바꾸려 해도 소용 없어
왕여는 차갑게 말했다."장선명 씨와의 약혼을 취소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겁니다."안지영은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더 큰 문제라니?지금 겪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설마 대표님께서?" 그러자 순간 머리가 크게 한 방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아니, 그럼 왜 애초에 진심을 밝히지 않은거지? 이제 와서 파혼시키려는게 말이 돼?설령 파혼한다고 해도 안지영은 감히 장선명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할 말을 마친 왕여는 자리를 떠났고, 안지영은 멍해진 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이게 대체 뭔 일이지?"언제는 나더러 얼른 남자를 찾아서 결혼이나 하라더니. 그 말이 사실은 본인이랑 결혼해달라는 뜻이었어?근데 그걸 이제 와서 나한테 말하면 어떡해?그 날 밤, 안지영은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파혼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거라는 왕여의 말이 악몽처럼 되풀이 되기만 했다.… 이튿날, 안지영은 결국 피곤한 컨디션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녀는 파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불어 상대는 무려 장선명이기에 그녀는 그를 감히 마음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이때 윙윙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잠 덜 깬거야?" 전화기 너머로는 장선명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요. 일찍 일어났어요.""그럼 준비하고 있어. 집 앞에서 기다릴게.""네."곧이어 안지영은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밤새 밤을 새운 탓에 얼굴색이 좋지 않아 열심히 화장을 했다.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막 문을 나서려던 순간 전화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저 곧 내려가요.""지영 씨, 저예요." 뜻밖에도 왕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목소리를 알아챈 안지영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대표님께는 감사하지만, 그 호의 받아들이지 않을겁니다.""고작 그게 하룻밤 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무섭지 않나요?"왕여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안지영은 곧바로 가방을 챙기고 문을 나섰다.......밖에서는 깔끔한 정장에 안경까진 장착한 훤칠한 모습의 장선명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안지영을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아직 잠에 다 못 깼나본데?"“네? 설마 화장이 잘 안 됐나요?”안지영은 뻘쭘한 듯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이때 장선명의 시선이 그녀의 발로 향하더니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불길한 마음에 머리 숙여 확인한 안지영이 짝짝이로 되어있는 신발을 보자 머리가 멍해졌다.부끄러운 마음에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아,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바로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다시 달려갔다.젠장!어쩐지 방금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도 보는 눈빛이 이상하더라니.그때는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 고개를 숙여 확인할 틈도 없었다.장선명은 질주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곁에서 기다리던 운전 기사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정말 털털하신 분이네요."평소에 안지영이 출근할 때를 보면 꽤나 진지한 사람 같아 보였는데 말이다. 그 말에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되게 귀엽네."그리고 순간 무미건조한 자신의 삶에 그녀가 나타난게 너무나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안지영이 재빨리 신발을 갈아신고는 다시 내려왔다.장선명은 바람에 약간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고는 손을 뻗어 천천히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아, 그건 제가 할게요." 안지영이 무의식 중에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장선명이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회사로 출근할 때도 이렇게 덤벙되나?"그러자 안지영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절대 아니에요."그녀가 오늘따라 이렇게 실수가 잦은건 어젯밤에 제대로 잠을 잘 자지 못하여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이다.평소의 그녀라면 매우 꼼꼼한 성격이라 이런 사소한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다.장선명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먼저 아침 먹으러 가자.""
"바로 연락해볼게요."물론 안지영과도 말이 통하지 않았고 나태웅도 막무가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장씨 가문과 정면충돌을 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렇기에 왕여는 장선명에게 바로 연락을 하지 않고 우선 나태현의 사무실로 향했다.나태현과 나태웅, 두 형제 모두 천락 그룹의 주인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역할은 철저히 나누어져 있었다.그러나 만약 장씨 가문과 갈등이 생기게 된다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나태웅 혼자만이 아니었다.그리하여 더욱더 신중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왕여는 먼저 나태현을 만나기로 결심했다.나태웅이 장씨 가문의 홍수원 프로젝트를 건드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나태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대체 왜 그런 결정을 한건데?"나씨 가문과 장씨 가문은 여태 줄곧 사이가 좋았었기에 두 집안은 결코 서로 원한을 살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강성에서의 장씨 가문의 지위는 꽤나 높아 굳이 대립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태웅의 뜻밖의 결정에 나태현은 어리둥절했다.“안지영 씨 때문입니다.”"안지영이라면, 그 판매부 직원?""네."나태현은 곧바로 안지영을 떠올렸는데 전에 자신을 찾아와 연차를 신청하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근데 그 여자가 나태웅이랑 무슨 사이인거지?바로 그때, 전에 나태웅이 배씨 가문에 있던 안지영을 천락 그룹으로 이직시킨 일이 떠올랐다. 뭔가를 깨달은 나태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리고 곧바로 벌떡 일어서서 나태웅의 사무실로 향했다.마침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나태웅은 잔뜩 화가 난 채 자신을 찾아온 나태현을 보고는 당황했다. “그 여자를 천락으로 데려온 이유가 뭐야?"나태현이 바로 물었지만 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색은 무척이나 어두워져 있었다."지금 네 마음이 어떤데? 그리고 그 여자는 네가 이러는거 알아?"그제서야 나태웅은 제대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알았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했겠어?""그럼 모르고 있다고?""..."그
나태웅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이번 일은 형이 상관할 필요 없어. 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확실해?""..."아무 말 없는 나태웅의 태도에 나태현은 불안해졌다."아무튼, 그 홍수원 프로젝트는 건드리지마."그저 장선명과의 갈등만 있던 상황에서 만약 홍수원을 건드린다면 그것은 나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일로 번지게 되는게 뻔했다."알겠어.""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건데?" 홍수원 말고는 또 어떤 방법이 있는거지? 그 방법이 무엇이든 나태웅은 절대 안지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감정에 연연하는 아이가 된걸까. "형 말대로 홍수원은 건드리지 않을테니까 굳이 알려고 하지 마."나태웅은 굳이 깊게 계획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나태현은 여전히 그가 걱정되었다. 배준우의 곁에서 몇 년 동안 따라다니며 일해온 나태웅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항상강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밤,약혼식을 올릴 호텔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지영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신부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장씨 집안은 신속하게 찾아나서기 시작했다.그러다가 내부인으로부터 나태웅이 안지영을 기절시켜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이 소식을 들은 나태현은 분노가 차올라 핸드폰을 냅다 던졌다. 마침 서류를 안고 들어오던 고은지는 깜짝 놀랐다.그리고 나서 얼른 공손하게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나태현은 너무 머리가 아파졌다."왕여 보고 빨리 오라고 해."방금 막 출근한 왕여는 아직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고은지는 얼른 나가 왕여를 찾기 시작했다.한편 왕여는 방금 나태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자신의 출국 사실을 알리면서 남은 서류와 업무들을 잠시 나태현에게 맡기겠다고 했다.무슨 일이 이렇게나 급한건지 왕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비서인 자신조차도 데리고 가지 않고 말이다.고은지의 연락에 부랴부랴 사무실로 달려온 왕여는 어두워진 나태현의 얼굴을 보
갑작스런 딸의 도망에 안진섭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혼자서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할거라고 하더니, 그게 바로 이런거였더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안지영의 속내에 안진섭은 답답하기만 했다."아버지. 우선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네가 뭘 어떻게 해명할건데? 네가 사고를 친 바람에 장씨 가문이 난리가 났고 강성전체가 지금 떠들썩해있어. 너 대체 왜 이러는거야?!” 안진섭은 벌컥 화부터 냈지만 금방 막 잠에서 깨어난 안지영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안진섭은 화를 삭히고는 침착하게 묻기 시작했다. "당장 말해. 너 지금 어디야?"안지영은 여전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조차도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돌아가서 다시 설명드릴게요. 저 먼저 끊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이미 수백 개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고 대부분 안진섭과 장선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그 중에는 고은영도 있었다. 안지영은 우선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왔기에 약혼식장이 얼마나 아수라장이 되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장씨 집안과 안씨 집안의 갈등을 막는게 우선이었다. 두 번 정도 신호가 울리고나서야 장선명은 전화를 받았다. 안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가 크게 소리 쳤다."안지영!""선명 씨, 제 말 먼저 들어봐요. 저 도망친게 아니에요. 저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요. 저...""이 수건 좀 들고 있어봐.""...""..."단 몇 초였지만 장선명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위협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젠장."너 누구야?"장선명은 바로 욕을 퍼부었다.도대체 어떤 미친 놈이 내 여자를 해치려고 하는 거야!?안지영은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고, 곧이어 방 앞에 서 있던 나태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장한 나머
"야, 미친 놈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나태웅은 여전히 아무 미동없이 손에 든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내가 말했지. 만약 네가 장선명과의 관계를 잘 처리 못한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서 처리할거라고.""이게 그 처리방식이야? 네가 뭔데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겠다는건데?!"안지영은 눈 앞의 이 사이코패스가 너무나도 증오스러웠고, 한편으론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했다. 안지영의 광기에도 나태웅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내가 대체 전생에 너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려 하는거야? 아니면 내가 네 조상을 죽이기라도 했어?""말 조심해!""..."누굴 죽이든 안 죽이든 그 문제를 떠나서 강성에서는 장선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악랄한 사람이었다.안지영도 애초에 배준우한테 핍박 당하지 않았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이젠 어떡하지? 돌아가면 장선명이 자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어쩌면 배준우보다도 장선명을 건드리는게 더욱 무서울 정도였다. 안지영이 아무리 울먹거리며 애원해도 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만 피워댔다. 핸드폰은 끊임없이 울렸지만 나태웅은 한 번도 받지 않았다.한참을 울고난 후, 나태웅은 휴지를 뽑아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이젠 좀 괜찮아졌어?""제발 날 풀어줘…."그녀는 지금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이 슬프고 화가 났다."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지금 사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나쁘지 않다고? 우리 안씨 집안은 이젠 다 끝이야.." 자신의 가족을 떠올린 안지영은 또 쓰러져 울기 시작했다.한때 힘들던 집안을 그녀가 가까스로 일으켜세웠는데, 이젠 나태웅에 의해서 다시 또 엉망진창이 되었으니 말이다. "안씨 집안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장씨 집안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돼. 그건 너도 잘 알잖아.""걱정 마. 다 알아서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어.""누군데?""우리 형."안지영은 순간
이미 정신이 나갈대로 나간 안지영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는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 나태웅을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나태웅은 다소 당황했다."이 사이코패스야. 너 오늘 나랑 아주 끝장을 보자!" 안지영은 무척이나 흥분해있었기에 입으로는 욕설을 내뱉으며 손으로는 계속 그의 몸을 힘껏 때렸다.뜻밖의 매서운 힘에 나태웅은 좀 놀랐다.혹시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그는 서둘러 담배를 떨어뜨려 껐다. 어느덧 그의 셔츠와 머리카락은 모두 엉망진창이 돼버렸다.안지영이 다시 그의 따귀를 한 대 때리려는 순간, 나태웅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만해!""내가 대체 너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렇게까지 나를 해치려 하는건데?"장씨 집안을 건드리면서까지 나태웅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안지영의 모습에 나태웅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혀버렸다.애써 발버둥을 치는 안지영이었지만 남자의 힘에 눌리면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할 말 다 했어?"이렇게나마 안지영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났다. 안지영은 다시 벌떡 일어나 나태웅에게 주먹을 날렸다."내가 여태 너한테 너무 착하게 굴었지?" 여자의 힘을 과소평가했던 나태웅은 어떻게 막을 틈도 없이 계속해서 얻어맞기만 했다.이때 비서처의 진혁이 급히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왔고, 자신의 상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깜짝 놀라 재빨리 앞으로 나가 안지영을 붙잡았다."진정하세요."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멘탈이 무너진 상황이었다.침대에서 투닥대는 모습만을 본 진혁은 혹시나 둘의 관계가 깊어진건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다. "나태웅. 오늘 너 죽고 나 죽는거야."안지영은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진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치만 보았다."도련님, 형님께서 전화가 오셨습니다."나태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얼핏 예상해도 강성 쪽은 이미 난장판이 된 것 같았다.나태웅이 전화를 받은 후, 진혁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