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딸의 도망에 안진섭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혼자서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할거라고 하더니, 그게 바로 이런거였더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안지영의 속내에 안진섭은 답답하기만 했다."아버지. 우선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네가 뭘 어떻게 해명할건데? 네가 사고를 친 바람에 장씨 가문이 난리가 났고 강성전체가 지금 떠들썩해있어. 너 대체 왜 이러는거야?!” 안진섭은 벌컥 화부터 냈지만 금방 막 잠에서 깨어난 안지영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안진섭은 화를 삭히고는 침착하게 묻기 시작했다. "당장 말해. 너 지금 어디야?"안지영은 여전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조차도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돌아가서 다시 설명드릴게요. 저 먼저 끊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이미 수백 개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고 대부분 안진섭과 장선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그 중에는 고은영도 있었다. 안지영은 우선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왔기에 약혼식장이 얼마나 아수라장이 되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장씨 집안과 안씨 집안의 갈등을 막는게 우선이었다. 두 번 정도 신호가 울리고나서야 장선명은 전화를 받았다. 안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가 크게 소리 쳤다."안지영!""선명 씨, 제 말 먼저 들어봐요. 저 도망친게 아니에요. 저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요. 저...""이 수건 좀 들고 있어봐.""...""..."단 몇 초였지만 장선명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위협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젠장."너 누구야?"장선명은 바로 욕을 퍼부었다.도대체 어떤 미친 놈이 내 여자를 해치려고 하는 거야!?안지영은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고, 곧이어 방 앞에 서 있던 나태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장한 나머
"야, 미친 놈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나태웅은 여전히 아무 미동없이 손에 든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내가 말했지. 만약 네가 장선명과의 관계를 잘 처리 못한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서 처리할거라고.""이게 그 처리방식이야? 네가 뭔데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겠다는건데?!"안지영은 눈 앞의 이 사이코패스가 너무나도 증오스러웠고, 한편으론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했다. 안지영의 광기에도 나태웅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내가 대체 전생에 너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려 하는거야? 아니면 내가 네 조상을 죽이기라도 했어?""말 조심해!""..."누굴 죽이든 안 죽이든 그 문제를 떠나서 강성에서는 장선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악랄한 사람이었다.안지영도 애초에 배준우한테 핍박 당하지 않았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이젠 어떡하지? 돌아가면 장선명이 자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어쩌면 배준우보다도 장선명을 건드리는게 더욱 무서울 정도였다. 안지영이 아무리 울먹거리며 애원해도 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만 피워댔다. 핸드폰은 끊임없이 울렸지만 나태웅은 한 번도 받지 않았다.한참을 울고난 후, 나태웅은 휴지를 뽑아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이젠 좀 괜찮아졌어?""제발 날 풀어줘…."그녀는 지금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이 슬프고 화가 났다."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지금 사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나쁘지 않다고? 우리 안씨 집안은 이젠 다 끝이야.." 자신의 가족을 떠올린 안지영은 또 쓰러져 울기 시작했다.한때 힘들던 집안을 그녀가 가까스로 일으켜세웠는데, 이젠 나태웅에 의해서 다시 또 엉망진창이 되었으니 말이다. "안씨 집안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장씨 집안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돼. 그건 너도 잘 알잖아.""걱정 마. 다 알아서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어.""누군데?""우리 형."안지영은 순간
이미 정신이 나갈대로 나간 안지영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는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 나태웅을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나태웅은 다소 당황했다."이 사이코패스야. 너 오늘 나랑 아주 끝장을 보자!" 안지영은 무척이나 흥분해있었기에 입으로는 욕설을 내뱉으며 손으로는 계속 그의 몸을 힘껏 때렸다.뜻밖의 매서운 힘에 나태웅은 좀 놀랐다.혹시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그는 서둘러 담배를 떨어뜨려 껐다. 어느덧 그의 셔츠와 머리카락은 모두 엉망진창이 돼버렸다.안지영이 다시 그의 따귀를 한 대 때리려는 순간, 나태웅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만해!""내가 대체 너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렇게까지 나를 해치려 하는건데?"장씨 집안을 건드리면서까지 나태웅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안지영의 모습에 나태웅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혀버렸다.애써 발버둥을 치는 안지영이었지만 남자의 힘에 눌리면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할 말 다 했어?"이렇게나마 안지영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났다. 안지영은 다시 벌떡 일어나 나태웅에게 주먹을 날렸다."내가 여태 너한테 너무 착하게 굴었지?" 여자의 힘을 과소평가했던 나태웅은 어떻게 막을 틈도 없이 계속해서 얻어맞기만 했다.이때 비서처의 진혁이 급히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왔고, 자신의 상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깜짝 놀라 재빨리 앞으로 나가 안지영을 붙잡았다."진정하세요."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멘탈이 무너진 상황이었다.침대에서 투닥대는 모습만을 본 진혁은 혹시나 둘의 관계가 깊어진건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다. "나태웅. 오늘 너 죽고 나 죽는거야."안지영은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진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치만 보았다."도련님, 형님께서 전화가 오셨습니다."나태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얼핏 예상해도 강성 쪽은 이미 난장판이 된 것 같았다.나태웅이 전화를 받은 후, 진혁
"나태웅!""장씨 집안은 형이 알아서 잘 수습해주길 바래."말을 마치고나서 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나태현의 얼굴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옆에서 둘의 통화를 지켜보고 있던 왕여와 고은지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그들 중 누구도, 나태웅이 감히 앞 뒤 가리지 않고 안지영을 데리고 도주할 줄은 생각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로 인해 강성 전체는 혼란스러움으로 뒤덮혀진 상태였다. "당장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나태현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네."고은지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서둘러 사무실을 떠났다.왕여도 그녀를 따라서 당장이라도 이 삭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나태현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은영도 자연스레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예정대로 안지영의 약혼식에 참석했던 그녀는 아수라장이 된 식장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신호가 걸리지 않았다."저 좀 도와서 지영이 좀 찾아줄 수 있어요?" 고은영은 조급해났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주며 위로해주었다."안심해. 별 문제 없을거야.""정말 나태웅이랑 간걸까요?""그 경우가 아니라면?""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영이는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요!"중학교 때부터 안지영과 절친이었던 고은영은 누구보다도 그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절대로 장선명을 버리고 나태웅과 떠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고, 분명 나태웅이 강제로 데리고 간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조급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그녀를 와락 품에 안았다."됐어.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마.""그럼 지영이 좀 도와서 장선명한테 제대로 해명해 줄 수 있어요..?""장선명한테?""네. 지영이가 절대 스스로 그 곳에 간게 아니라고 잘 말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안씨 집안을 모조리 죽일 수도 있어요."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만 봐도 네티즌들
계속되는 고은영의 고집에 결국 배준우도 어쩔 수 없이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장선명은 회사의 정보 팀을 찾아와 정보 보안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이때 배준우의 전화를 받고는 순간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형. 나 더이상 나태웅을 용서하지 않을거야. 그 자식을 찾으면 바로 죽여버릴거야."감히 자신의 여자를 건드린 것에 대해 그는 화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도 약혼식 당일, 약혼녀를 아예 납치해가다니. 이런 미친 놈. 장선명은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현재 정보 팀 전체가 나태웅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나도 그 자식을 용서해줄 생각은 없어!""그럼 대체 무슨 일로 전화한거야?" 배준우가 전에 나태웅으로부터 여러 차례의 도움을 받았던 터라 장선명은 당연히 그가 이 상황을 말리려고 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배준우 또한 용서할 마음은 없어보였다니. "안지영 말이야, 네 형수의 절친이더라고. 우리 와이프가 많이 걱정하더라. 혹시나 네가 안씨 집안을 건드리기라도 할까 봐 말이야. 그리고, 안지영은 절대로 스스로 나태웅이랑 도망 갈 사람이 아니라고 꼭 전달해달래.""나도 그건 알아.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야."사실 안지영과의 감정이 그렇게 깊지는 않았던 탓에, 장선명은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다.심지어 그 상대가 나태웅이었기에 그는 정말 이성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준우의 해명을 들은 후에는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힐 수가 있었다."그래. 알겠어.""그럼... 안씨 집안은 안 건드릴거지?""내가 장인어른을 어떻게 마음대로 건드리냐?""그럼 됐어. 끊어!""..."본론만 말하고 전화를 끊는 배준우의 모습에 장선명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약혼녀 뺏긴 사람인데, 위로도 안 해준다고? 참나!장선명은 다시 본업에 집중하며 정보 팀과 함께 열심히 안지영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열심히 찾아. 두 시간 안에 찾아내!"상사인 나태웅의 압박에 전문가들은 온
그렇게 두 사람의 살벌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나 대표님께서 동생 일때문에 저를 찾아오신거라면 전 더이상 할 말 없습니다."장선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태현은 아무 말 않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이때 장선명이 한마디 더 얹었다."입 천장 데지 않게 조심하세요. 뜨거운 물로 방금 우려낸 차거든요."그러자 나태현은 다시 찻잔을 내려놓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고은지는 엄청난 압박감에 온몸이 서늘해졌다.안지영한테 반한 사람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훌륭한 재벌 2세일 줄은 몰랐다."지금 모든 정보통을 동원해서 태웅이를 찾고 있는겁니까?""당연한걸 물으시네요." 장선명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그 말에 나태현은 무심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찾고나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거죠?""안 그래도 그걸 고민하고 있었어요. 대표님께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얘기해보시죠."그러자 나태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대표님, 제 말 잘 들으세요. 나태웅이 납치한 사람은 무려 제 약혼녀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대표님한테 닥친다면 어떻게 처리하실건가요?”"당연히 그 자식을 산산조각내겠죠.""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선명은 차갑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장선명은 지금 당장 나태웅을 죽여버려도 한이 풀어질 것 같지 않을 듯한 기분이긴 했지만 어찌 됐는 그를 빨리 찾아내고 싶었다."그러나 그건 최후의 수단이죠.""네?""도련님께서 원하시는게 있으시다면 얘기해 보세요. 그게 뭐든지 저희는 들어줄 의향이 있습니다."뜻밖의 협상 방식에 장선명은 황당했다. "보아하니, 나씨 집안 여자들이 다 이렇게 팔려나갔나봐요? ""그게 무슨...""대표님 말씀이 그 뜻 아닌가요? 저더러 이익을 위해서 약혼녀를 팔라는 거잖아요.""제가 언제 그런 식으로 말했죠?!""그럼 왜 저더러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라고 하신건가요? 제가 안지영을 넘겨주고 저한테는 이익을 갖다주며 더이상 이 일을 추궁하지 말라는거잖아요."나
나태현과의 통화가 끝난 후, 배준우는 곧바로 고은영을 끌어안았다."피그스에 한 번 가야 할 것 같아. 너도 같이 가줬으면 하는데.""저도요?""응."유청도 곧 돌아올테고, 지금 피그스로 가면 언제 돌아올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영을 홀로 강성에 두기 불안했던 배준우는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려 했다. "그럼 빨리 정리하고 올게요.""정리하지 마. 바로 출발해야 돼."적어도 그는 장선명과 함께 빨리 피그스 쪽으로 향해야 했다.혹여나 일에 차질이 생겨 계획이 뒤틀어진다면 안지영의 안전은 보장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알겠어요."다급히 움직이는 배준우의 모습에 고은영도 더 이상 일을 수습하려 하지 않고 재빨리 움직이기로 했다. 곧바로 일어나 휴게실로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는 배준우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공항으로 가는 길에 배준우는 줄곧 연락을 하면서 남은 업무들을 안배하고 있었다.한편 전용기와 함께 나태현은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 배준우가 걸어 오는 것을 보고는 나태현도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두 남자는 악수를 나누었다."고마워."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선명은?""금방 출발했어."장선명은 이미 가장 짧은 항로로 출발을 한 상태였고, 나태현의 전용기는 아직 이륙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있었다.어찌 됐는 꽤나 이른 시간에 피그스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나태웅한테 전화해봤어?""응. 근데 계속 안 받더라고. 안지영은 아예 전화 연결이 안되고..."고은영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몰래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도 보내봤지만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그런데 나태웅도 연락이 안 되는거라면 어찌 보면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모를 수도 있었다. 불과 하루도 안 되어 수많은 무리들이 그를 찾으러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편 피그스의 라벤더 농장에서 안지영은 라벤더 꽃밭에 앉아 저 멀리 석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이 이렇게 직접 납치하여 이 곳까지
"나태웅은 지금 어디 있는데?"“서재에서 책을 읽고 계십니다.”안지영은 기가 찼다. 이 상황에 여유작작하게 책을 잃을 시간이 있다니.안지영은 왠지 모르게 저 멀리 아름답게 지는 태양을 보면서도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뭔가 폭풍우가 닥칠 것 같았다."아직 책 볼 여유가 있나봐?""궁금하시면 직접 가보세요."진혁이 차분하게 대답했다.곧이어 안지영은 정말 그를 찾으러 갔다.줄곧 밖에 있었던 그녀는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 정말 배가 고프기도 했다.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진혁이 가져온 주스를 마셨다.그러자 진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잠시 후, 오두막 앞으로 걸어가니 불고기 냄새가 점점 나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는 셰프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양고기를 굽고 있었다.고기의 그 자태는 보기만 해도 바삭바삭한 식감을 연상할 수 있었다. 마침 배고프던 안지영은 끝없이 침만 삼켰다. 이때 진혁이 그녀에게 다가왔다."왼쪽에 있는 저 작은 양고기가 바로 저희꺼예요. 한 시간만 더 기다리면 먹을 수 있어요.""누가 먹겠대!"안지영은 애써 센 척을 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진작에 먹고싶어 했던 그녀의 표정을 읽어낸 진혁은 그저 웃기만 했다. ......안지영은 서재로 들어왔는데 한창 책을 읽고 있던 나태웅을 발견하였다. 씩씩거리며 그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하지만 나태웅은 시선 한번도 주지 않고 무덤덤하게 물었다."이제 좀 진정이 돼?""어딜 봐서 진정한 것 같아? 당장 신분증이나 돌려줘!"외국에서는 신분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게 당연한거니까.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태웅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기라도 할가봐 두려웠다. 나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더니 아무 말 않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책을 읽었다.그 모습에 안지영은 더더욱 화가 났다."대체 어떻게 할 계획인거야?""내 꿍꿍이를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네 계획까지 어떻게 알아? 하루 종일 서재에서 책만 읽는데 내가 뭘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