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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배지영의 머릿속에서는 당연히 따스하게 고은영을 위로해 주는 배준우라던가, 앙큼한 불여우처럼 그의 품에 안겨서 뭐라 뭐라 조잘댔을 고은영에 대한 상상이 가득차있었지만, 사실 그건 그녀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달래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고은영의 성질머리에 화들짝 놀라서 쫓겨 왔을 뿐이니까.

그는 그저 1층으로 내려가 혜나를 시켜 침실에 올라가 있으라고 하고, 고은영이 먹을 것을 좀 챙겨 주라고 하느라 시간을 조금 더 썼을 뿐이었다.

그러나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했던 배지영은, 오빠가 들어서자마자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재빠르게 말을 시작했다.

“엄마가 일주일 뒤에 온다고 했어!”

“그래? 돌아오신다고?”

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 약간 뜬금없는 말이었다.

배지영은 약간 의아해져서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오빠?”

“어머니 보고 지금 오지 말라고 말씀드려둬. 여기 지금 상황이 아주 복잡해.”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량천옥이 뭐 더 이상 어쩌겠어?”

예전이라면 어머니가 귀국하기엔 확실히 상황이 어수선하기는 했다.

량천옥이 위세 등등하게 온 배 씨 집안을 장악하고, 온 강성에서도 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귀국해 봤자 본인만 괴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량천옥이 배 씨 집안에서 쫓겨날 예정인 지금에서야 말이 달라지지!

요 몇 년 사이 배지영의 머릿속에서는 어서 빨리 어머니를 귀국시키고, 다시 원래의 그 당당한 사모님으로 복귀시킬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오빠라는 인간은 대체!

화를 못 참는 기색이 역력한 동생을 보며, 배준우가 갸우뚱거렸다.

“너는 진짜로 지금 어머니가 돌아올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안 될게 뭐가 있어? 량천옥이 배 씨 집안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응?”

쫓겨난다고? 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배지영이 저렇게까지 확정 지어 말하다니, 배준우의 눈빛이 깊어졌다.

직감이 배지영이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너 무슨 일을 한 거야?”

“아무것도 안 했어!”

하지만 대답하기 전에 흠칫하는 모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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