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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한 번이라도 오빠가 나에게 이런 말투로 말한 적이 있었나?

그녀로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말투였다!

이 몇 년간 친어머니가 해외로 떠난 후 량천옥이 배 사모님이라는 위치를 등에 업고 기세 등등하게 구는 동안, 국내에서 그녀에게 의지할 곳은 오빠밖에 없었는데!

그러나 지금의 제 오빠는 마치 여자에게 미쳐서, 누가 봐도 고은영을 감싸는 듯한 말투가 아닌가?

배지영은 약간 짜내듯, 말을 이었다.

“오빠랑도 얘기를 좀 해야 될 것 같아!”

“무슨 이야기?”

여전히 불쾌함이 드러나는 말투였다.

내가 집에 없는 줄 알고 특별히 찾아온 건 무조건 고은영을 찾아온 걸 텐데.

그럼 내가 없는 사이 고은영과 무슨 얘기를 하려고?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100% 확실할 것이다.

대체 여기까지 저를 봐오면서도 아직도, 제 일에 이렇게 간섭을 하려고 하다니!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건가?

“일단 서재 가서 얘기해!”

한편 배지영도 당황한듯 보였다.

배준우가 이렇게까지 고은영을 감싸고돌다니. 이렇게 된 이상 고은영 본인 앞에서 고은영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글렀다.

저를 끌고 자리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한 동생을 보는 배준우의 눈가에는 이미 신경질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집사를 불렀다.

“아가씨를 서재에 모셔다드려.”

“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자기와 엄마에게 숨겨 왔다니 도무지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작 가족인 저는 와본 적도 없는 이곳에 고은영은 먼저 와서, 같이 살림 차려 살고 있다니!

그렇다면 오빠가 고은영에 대한 신임이 벌써 어머니와 동생을 넘어선단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하니 배지영의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아가씨, 이쪽으로 모시지요.”

집사가 나서서 따라오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오빠가 직접 저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남아서 고은영을 달랠 말이라도 한두 마디 하고 오려는 거겠지!

짜증과 분노가 한층 더 치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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