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장선명은 화장을 예쁘게 한 안지영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어젯밤에 나태웅이 찾아왔어요!”“네? 무슨 일로요?” 안지영은 몹시 놀랐다!어젯밤 나태웅과의 일을 생각하면, 진짜로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괘씸했다.사람을 그렇게 착취해도 된단 말인가? 그녀는 정말 그로 인해 화나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이 답했다. “당신과 결혼을 취소하라고 했어요.”“설마, 아니죠?”그가 이런 일까지 참견한다고?안지영은 나태웅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 그녀는 나태웅이 이러는 의도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그저 남자가 억지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선명은 안지영이 도통 영문을 모르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의 걱정을 덜어냈다. 안지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고, 그녀의 사고방식에 맞춰 얘기했다. “아마 당신이 200억 원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천락그룹에만 전념하라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진짜로 그런 것이면, 이는 도가 지나치는 행동이다. 그녀가 최근에 일 때문에 야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하지만 나태웅이 어젯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제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장선명의 얘기가 맞는 듯싶었다.“정말 괘씸하네요.” 안지영은 중얼거렸다.그러자 장선명이 물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200억 실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신과 천락그룹은 업종이 완전히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요?”그리하여 돕고 싶어도 아마 도울 수는 없을 것이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당신이 도움을 원하면, 당연히 도움을 드릴 방법이 있지요.”안지영은 망설였다!정말이지, 나태웅은 그동안 그녀를 정말 많이 힘들게 했었기에, 그녀는 어서 200억 실적을 달성한 후, 각자 자기 갈 길을 가고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럼, 제가 한번 생각해 볼게요.” 안지영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그녀와 장선명 사이에 어떤 혼약을 맺었는지, 또한 그녀는 을의 입장으로 그에게 조건을 제시할 수 있
”어르신은 방에 계십니다.” 집사는 웃으면서 장선명에게 얘기했다.어르신 얘기에 안지영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어르신을 뵙는 자리에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장선명과 어르신이 계신 방으로 가던 중 집사가 함께 따라오지 않은 것을 보자, 안지영은 장선명을 잡았다. “잠깐만요!”“왜 그래요?”장선명은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제가 깜박하고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어쩌죠?”장선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선물을 꼭 준비해야 하나요?”안지영은 고은영이 매번 언니 집에 놀러 갈 때 선물을 많이 사 들고 간 것이 기억났고, 그녀가 처음으로 장씨 어르신을 뵈러 온 자리이니 그래도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오기전에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최근 잦은 야근으로 머리가 멍해져서 그런지, 차에서 오면서 이 일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장선명은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안지영은 이마를 잡고 서둘러 몸을 돌렸다!장선명은 그런 그녀를 잡고 물었다. “지금 어딜 가려고?”“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일은 알아서 잘 얘기해주세요!”얘기를 마치고 안지영은 재빨리 도망가려고 했다. 빈손으로 어르신을 뵈러 오는 것이 어르신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은 물론, 그녀를 경우 없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지영이 가려고 하는 것을 본 장선명은 잠시 멈칫했다. “그냥 이렇게 간다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그렇다, 그냥 이대로 간다고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니기도 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이 시점에서 어르신을 빈손으로 뵙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뵙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 어떡하죠..?”“따라와요!” 말을 마치고 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데려갔는데, 장선명의 방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하지만 침대가 깔끔한 것을 보니, 그가 평소에 자주 들
그제야 장선명도 생각났다. 이 스카프가 알고보니 외국에 계신 할아버지 친구가 할아버지께 선물해 드린 것이지만, 무늬이며 색상이며 너무 트렌디해서 장선명에게 줬던 것이였다.안지영은 살면서 지금처럼 난처해 본 적은 없었다……!그녀는 헛기침응 하며 당황한듯 말했다. “아, 그래요? 저도 첫눈에 할아버님께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그녀는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숨고 싶어졌다. 다행히 어르신은 더 이상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얘기를 이어갔다.그녀가 안목이 높다느니, 장선명에게 안지영을 많이 아껴주라는 등등 평범한 얘기였다.그 조심스러운 모습은 장씨 가문에서 장선명의 혼사에 대해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점심 식사 때!장선명의 큰형 장서경과 둘째 형 장서환도 도착했고, 안지영은 자신이 진짜로 며느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순간 장선명의 부모님은 왜 안 보이는지 의문이 들었다. 맞다, 생각났다. 장선명의 부모님은 외국에 상주하고 계시기에 오지 못한 것이다.장수아는 안지영의 오른쪽 자리에 앉았고, 끊임없이 안지영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새언니, 이거 드셔보세요, 아주 맛이 좋네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 어서 드세요, 언니 너무 말랐어요, 이러면 이후에 아기 낳을 때 힘들 텐데!”안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왜 말은 할머니처럼 하는지..!아기를 잘 낳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자의 엉덩이를 보면 안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자리가 아주 어색했던 안지영은 뭐라고 얘기를 이어가야 할지 난감했다.“계집애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장선명은 장수아를 흘겨보면서 얘기했다.장수아 역시 그런 얘기를 하고, 바로 마음속으로 아차 했고, 자신도 어색해서 웃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런 말 때문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훨씬 편안해졌다.어르신은 시종일관 허허허 웃기만 했고, 얼굴이 붉어진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 “지영아, 수아 말이 맞아. 넌 너무
”좋아요, 아주 좋아요!”이 말은 왠지 비꼬는 말처럼 들렸지만, 안지영은 뭐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두 형과 얘기를 다 나누고 나온 장선명은 그가 장수아를 어릴 적 몹시 괴롭혔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다른 오빠들은 그녀를 아껴줬지만, 유독 넷째 오빠만 그녀를 괴롭혔고, 몇 번은 때려 울리기도 했었다는 것이었다.안지영은 듣더니 탄식하면서 물었다. “어릴 적에 그렇게나 나빴어요?”“네, 아주 많이! 저희는 오빠가 여자를 아낄 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새언니, 절대로 오빠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마요. 만약 오빠가 언니를 때린다면, 언니는 오빠를 두 배로 때려서 다시는 언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야 해요.”장수아는 흥분하면서 얘기했다!아마 어릴 적 장선명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해서 그런듯 그녀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어 보였다. 장선명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계집애가 많이 컸네. 새언니한테 오빠를 때리라고 부추기고?”“오빠!” 장선명의 목소리를 들은 장수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얌전히 옆에 서 있었다.마치 ‘당신이 잘못 들은 겁니다, 전 절대로 당신 험담을 한 적 없습니다’라는 자세로.장수아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안지영은 일어나서 그녀를 자신 뒤에 감추면서 감싸줬다. “큰소리치지 마요!”“벌써부터 쟤 편을 드는 거예요? 나 참!”안지영의 본능적인 행동에 장선명은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이 웃음에 장수아는 더 놀라서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역시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면 꼬리를 잡히는군!그러자 안지영이 말했다. “이젠 갈 시간이죠?”“그래요, 가요!” 장선명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는 기분이 꽤 좋아 보였고, 아마 가족들 모두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모양이였다.장씨 가문의 사람들도 안지영을 아주 만족해하는 눈치이다.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요.” 안지영은 장수아에게 작별 인사했다.장수아 인사를 건냈다. “네, 가세요. 다들 바쁘신데.”악마 같은 넷째 오빠를 보니 장수아는 안지영이 어서 갔
하지만 곧 바로 진정되었다.나태웅은 진짜로 그녀가 자신을 팔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수법은 더 이상 그녀에게 먹히지 않았다.“사적인 시간을 제가 어떻게 보내든 나 대표님께서 관여하실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안지영!” 나태웅이 이를 가는 소리가 전화에서 그대로 전달 되었다. “나 대표님께서 주말에 휴식을 하시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직원도 똑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다가 직원들이 전부 퇴사할 수도 있어요..!”어쩌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장시간 일만 하면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데, 저도 화낼 줄 압니다. 아시겠어요?‘ “어디 있는지 어서 얘기하는게 좋을 거야!”그의 목소리에서 점점 위압감이 느껴졌다.하지만 안지영은 굴복하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회사를 안 가도 되는 날이니 제가 어디 있든 상관하실 바가 아닙니다.”“하! 이미 강을 건넜으니 다리를 부숴 버리겠다, 이건가?”“……” 부숴 버리면 또 어떠한가? 치명적인 다리를 남겨둘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곧이어 전화에서 들려오는 위압적인 목소리에 안지영은 감히 더 이상 뭐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오늘 중요한 고객이 방문한다는 것을 잊었어?”“알아요, 황 부장님께서 접대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황 부장님은 다이아보다 더 믿음이 갈 것이다. 한편 나태웅은, 그녀에게 야근을 많이 시켰지만 결국 그녀가 장선명과 만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여자로군!‘“좋아, 안지영 네 마음대로 해!” 나태웅은 화가 나서 바로 안지영의 전화를 끊고, 황민호에게 전화 걸었다.안지영은 영문도 모른 채 나태웅에게 욕만 먹은 셈이였다.마음대로 하라고?당연히 내 마음대로 할거야! 장선명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웅인가요?”이 질문을 하는 장선명의 말투는 어딘가 이상했다.안지영은 지금 화가 난 상태이기에 그의 말뜻을 눈치채지 못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주
다년간 그는 분명 돈 때문에 그에게 접근했지만, 겉으론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여자들을 많이 봐 왔었다.하지만 사실 그녀들이 돈 때문에 접근한 것이 확연하게 티가 났고, 그저 말로만 아니라고 했을 뿐이었다.……안지영은 곧장 안씨 가문으로 돌아갔다.동영그룹에서 퇴사한 후, 그녀는 집에 자주 가게 되었다.안지섭 역시 오전에 나갔고, 안지영이 돌아올 때 그도 마침 집에 도착했다.안지영을 보자 그는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집이 있는 줄은 알긴 아니?”안지영은 난감한 듯 머리를 만졌다: “저기, 그래도 집인데 와야 하지 않겠어요?”차에서 장선명이 저녁에 웨딩드레스 맞추러 가자고 했었다!곧 그들의 약혼식이 다가오고 있었다.안지영의 모습을 본 안지섭은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제가 꼭 와야만 해서요!”안지섭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집에 들어올 때, 집사는 이미 차를 준비해 두었다.안지섭은 찻잔을 들고 차 한 모금 마셨고, 그제야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다.안지영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빠 어떤 예물을 받고 싶어요?”찻잔을 들고 있던 안지섭의 손은 순간 굳었다!그는 화를 겨우 참으면서 안지영을 보았다: “너 진짜로 그놈이랑 결혼 할 거야?”“아빠, 그놈이 뭐예요. 이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선명이에요!”“너 장선명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어?”“알아요!” 안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머리는 시원시원하게 끄덕였지만, 안지섭은 그녀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딸의 이러한 성격을 생각하니, 안지섭은 더욱 머리가 아팠다.안지섭이 아무 말도 없자, 안지영은 또 물었다: “도대체 어떤 예물을 원하시냐고요? 장선명은 강성의 풍속을 잘 모르니 우리더러 원하는 예물을 적어서 달라고 했어요.”“너……”안지섭은 가슴이 답답했다!그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뜬다면, 그것은 아마 딸 때문에 화가 나서 세상을 뜬 것이 분명하다.그는 똑똑하지 못한 안지영을 안타깝게 보면서 얘기했다: “너 생각이
안지영이 잘못을 인정하자, 안지섭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럼, 어디 한번 얘기해 봐, 뭘 아는지?”뭘 알다니? 안지영: “……”그녀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듯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의 뜻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시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단지 약혼식을 올리는 것이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이 말에 안지섭은 더 이상 낼 화도 없었다.그는 한 마디 얘기도 하지 못하고 그를 째려보았다.그의 눈빛을 본 안지영은 또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약혼식도 하면 안 되요?”만약 약혼식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아예 장선명에게 약혼식도 취소하자고 해야 하는가?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단물만 빼 먹고 나 몰라라 하는 격이 아닌가?그날 밤 장선명이 그녀의 앞에서 배준우에게 전화한 것이 생각났고, 그는 실제로 그녀에게 도움을 줬었다.휴……!역시 사람은 신세 지면 안 되는 거였다.이번 신세는 그야말로……!안지영은 머리를 저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제가 오늘 장씨 가문에 갔었는데, 그 댁 식구들 모두 저를 아주 예뻐해 주셨어요!”“너 그 집에도 갔었어!” 안지섭은 목소리를 높였다.이번엔 화나서 기절할뻔했다.이것 참 무뇌아를 지금까지 키우다니, 생각이 없는 건 제 어미와 똑같네.이런 애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안지섭은 지금 안지영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넌 정말,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안지섭은 화가 나서 거실에서 몇 바퀴 맴돌았다.안지영: “어쨌든 지금은 약혼을 취소할 수 없어요!”약혼식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몹시 복잡해질 것이다.안지섭은 이마를 탁 짚으면 물었다: “약혼식이 언제인데?”“3일 후!” 전에 약혼식 날짜를 정할 때 일주일 뒤로 했었고, 그야말로 시간이 촉박했다.안지섭: “안지영, 난 너 같은 딸을 둔 적 없어!”무뇌아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렇다면 기사는 사실이고, 그녀는 진짜로 3일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영아.”“내려와.”“알았어, 지금 내려갈게.” 고은영은 뜨개질하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안지영이 천락그룹에 간 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나지 못했다.안지영이 간만에 그녀를 찾아왔고, 그녀 역시 안지영을 보고 싶었다.휴게실에서 나오니, 배준우는 보이지 않았다!아마 또 회의에 들어갔을 것이다.최근에 동영그룹에서 해외에 지사를 세웠고, 이와 관련하여 준비할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사무실에서 나오자,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정유비가 보였고, 그녀는 진청아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고은지와 고은영은 무슨 사이이죠?” 정유비는 슬쩍 떠보았다.정유비가 도대체 고은지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진청아가 고은지에 관하여 조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은지와 고은영이 성씨가 같기에 분명 관계가 있을 거로 짐작했다.진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청아가 입을 열기 전에 정유비는 이어서 얘기했다: “당신이 고은지에 관하여 조사하는 것을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정유비!”고은영은 얘기하면서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최근 비서실에서 정유비가 보이지 않기에, 그녀가 해고당한 줄 알았다.하지만 유니폼 차림을 한 그녀를 보니, 아직 해고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유니폼을 보니, 상무 부서에서 근무하는 모양이다.하지만 그녀가 고은지의 일은 왜 캐묻는 것이지?현재 고은지의 일이라면 유난히 민감했고, 배준우에게 부탁할 때도 조용히 알아봐 달라고 고은영은 부탁했었다.하지만 정유비가 지금 이 일을 입에 담고 있었고, 진청아에게 이와 관련하여 캐묻고 있다니.정유비의 됨됨이를 생각하니, 고은영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정유비 앞에 다가간 그녀는 썩 좋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 “지금은 근무 시간인데, 당신은 왜 여기서 수다를 떨고 있는 거죠?”그녀의 엄숙한 표정에 정유비는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그녀는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시골에서 온 주제에, 진짜로 사모님이라
“내가 대신 가서 혼내줄게. 너는 여자니까 이미지 신경 써야지. 착하지?”“싫어요! 이미지 따위는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바로 핸드폰의 카메라를 켜서 그녀 앞에 내밀었다.안지영은 핸드폰 속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와 마치 미친 여자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그녀가 조용해지자 현장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그 남자 때문에 이런 모습 하려고?”안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젠장, 언제 이런 모습이 된 거지?’특히나 더 참을 수 없는 건, 나태웅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사실이었다.‘그놈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거지?’“집에 가자. 착하지?”장선명은 부드럽게 안지영을 달랬다.옆에 있던 구이준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장선명이 어떤 사람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했다.그가 소유한 유흥 장소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미녀들이 넘쳐났다.여린 타입, 매혹적인 타입, 요염한 타입. 남자들이 환장하는 스타일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또한 유흥가에 들어오는 여자 중 장선명을 유혹하여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많았다.당시 구이준과 안열은 장선명 주위를 얼씬거리는 여자들을 수없이 많이 처리했지만 장선명이 여자들에게 시선을 두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구이준과 안열은 당시 장선명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건지 의심하기도 했었다.예쁜 여자들이 들끓는 곳에서 어떠한 유혹에도 움직이지 않으니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타입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구이준은 안지영을 유심히 보며 생각했다.‘다른 여자들이랑 비교해도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도련님께서 왜 이 여자를 좋아하시는 거지? 화끈한 성격? 아니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호쾌한 모습?’머리를 정리하던 안지영은 헝클어진 머리로 인해 손가락이 끼여버렸고 그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그로 인해 나태웅에 대한 그녀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
고은영은 분노에 휩싸인 채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배준우가 간 줄 알았던 그녀는 가게에서 나와 배준우의 차가 원래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화가 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통화를 하고 있던 배준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통화를 마무리했다.“그래. 그렇게 처리하고 끊어.”그는 곧바로 고은영의 부풀어 오른 볼을 살짝 꼬집으며 물었다.“화났어?”고은영이 말하지 않아도 배준우는 알 수 있었다.진성택이 분명히 또 진유경과 관련된 이야기로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이다.“계속 곧 죽을 거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어요.”“도덕적 협박이구나?”배준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성택이 진유경을 편애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양녀를 선택하고 친딸을 외면한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 세심하지 않은 배준우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고은영에 대한 연민이 짙어졌다.고은영은 더 이상 진성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매번 만나면 진유경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화내지 마. 어차피 너한테 중요한 사람도 아니잖아.”“그래도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그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슴 한구석이 쓰려왔다.‘네 명이 자식이나 낳았으면서 엄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엄마가 나한테 남긴 마지막 사랑마저도 첫사랑의 딸에게 나누려고 하다니...’“저녁에 네 큰오빠네에 가서 밥 먹을까?”“오빠한테 전화 왔었어요?”말 돌리는 데 성공한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응. 아까 너 봤다면서 저녁에 밥 먹자고 하더라고.”“좋아요!”고은영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진정훈과 진윤과 가까워진 후, 고은영은 두 오빠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진성택은 정말 무정했다.아니, 애정은 있었지만 그 대상이 아내와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언제 태현 오빠한테 물어볼 거예요?”“조금 있다 시간 내서 만나러 가려고.”“좋아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은지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