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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굳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배지영에게, 배준우의 벼락같은 불호령이 이어졌다.

“배지영, 다시는 내 뒤에서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

이미 배준우의 목소리와 어조에서는 배지영이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압적인 위협이 가득했다. 아무리 친동생이라 하더래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뒷말이 충분히 와닿았다.

“오빠 정말….!”

“너 알지, 내가 뭘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지!”

무엇을 가장 혐오하냐고?

배준우가 가장 혐오하는 건 바로 앞뒤 다르게 행동하며 몰래 계략을 짜는 거였다.

하지만 이걸 계략이라고 할 수 있어? 그녀는 당연히 오빠를 위한 행동을 하는 것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명확한 적의를 띄고 차갑게 저를 노려보는 두 눈에 결국 배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배준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

“엄마는 절대 허락 안 할 거야. 엄마가 전화로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꼭 치워버리라고 말했어.”

“그만해, 이제!”

결국 큰 소리가 나고야 말았다.

마주친 두 눈도 아까 전보다도 더욱 차가워져 있어, 온도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배지영은 결국, 결국에는 마음속으로 인정해 버리고 말았다.

제 오빠가 저 고은영이라는 여자에게 진심이라는걸..

온 강성에서 떠들어 대던 그 루머가 진짜였다! 그런 가진 것 하나 없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다니!

그러나 동시에 배지영은 알고 있었다. 이미 무슨 말을 해도 늦었고, 무슨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기사 불러 줄 테니 돌아가.”

내쫓는 태도마저 이렇게나 명확한 것을.

말 해야 되는 것들도 이미 다 말했으니, 결국 더 말해 봤자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물러 났다.

비록 오늘 하고자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어쨌든지 간에 오빠에게 명명백백히 전해야 되는 이야기였다.

배준우와 고은영이라는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그 어마어마한 신분의 차이는 그렇게 쉽게 극복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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