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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배준우는 정말이지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인간이었기에 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미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너네가 걔를 그렇게 속인 건 솔직히 과했다고 생각해.”

이렇게 큰일을 그렇게나 오랫동안 속여온데다가 앞으로도 그냥 쭉 그렇게 속일 생각이었다니 말이다.

“우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말한 안지영도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뭘 말하든 이미 늦었다는 걸 느껴버린 탓이었다.

어쨌든 배준우 본인도 이제 아내도 아이도 있는 몸인데 남에게만 화풀이하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은 게 분명하니까!

“어찌 됐든, 배준우가 더 이상 안 씨 집안을 곤란하게 할 일을 없게 만들어준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전 당신에게 시집 갈게요.”

장선명이 손에 든 와인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나 쉽게?”

“네. 그렇게 쉽게요.”

안지영이 곧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그녀가 이렇게 위축된 모습으로 나오니, 장선명도 이 여자가 꽤 재밌다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녀가 꽤 걸맞은 상대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1년은 어때?”

“네?”

“맥시멈 3년으로!”

장선명이 안지영을 돌아봤다.

아주 적절한 기간이었다.

평생은 너무 기니, 딱 적당한 시간 말이다.

이 결혼은 어쨌든 기간이 정해진 계약 관계니까.

안지영이 채 무슨 뜻인지 모르고 머뭇대는 사이, 장선명이 뒤이어 말을 이었다.

“이혼녀가 되는 건 상관없는 거지?”

결혼도 아직 안 했는데 이혼 이야기를 해야 된다니!

물론 이 결혼이 확실한 목적을 띄고 있는 이상, 안지영도 전혀 그런 것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그러면 됐어.”

“그러면 선명 씨도 안 씨 집안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는 거죠?”

“당연하지.”

마치 약속을 지킬 거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장선명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기는 해서, 전화는 한참이 지나서 연결되었다.

졸음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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