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정말이지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인간이었기에 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뭐 이미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너네가 걔를 그렇게 속인 건 솔직히 과했다고 생각해.”이렇게 큰일을 그렇게나 오랫동안 속여온데다가 앞으로도 그냥 쭉 그렇게 속일 생각이었다니 말이다. “우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지금은…”거기까지 말한 안지영도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뭘 말하든 이미 늦었다는 걸 느껴버린 탓이었다.어쨌든 배준우 본인도 이제 아내도 아이도 있는 몸인데 남에게만 화풀이하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은 게 분명하니까!“어찌 됐든, 배준우가 더 이상 안 씨 집안을 곤란하게 할 일을 없게 만들어준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전 당신에게 시집 갈게요.”장선명이 손에 든 와인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나 쉽게?”“네. 그렇게 쉽게요.”안지영이 곧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막상 그녀가 이렇게 위축된 모습으로 나오니, 장선명도 이 여자가 꽤 재밌다고 느껴지는 것이었다.그리고 솔직히, 그녀가 꽤 걸맞은 상대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그럼 1년은 어때?”“네?”“맥시멈 3년으로!”장선명이 안지영을 돌아봤다.아주 적절한 기간이었다.평생은 너무 기니, 딱 적당한 시간 말이다. 이 결혼은 어쨌든 기간이 정해진 계약 관계니까.안지영이 채 무슨 뜻인지 모르고 머뭇대는 사이, 장선명이 뒤이어 말을 이었다.“이혼녀가 되는 건 상관없는 거지?”결혼도 아직 안 했는데 이혼 이야기를 해야 된다니!물론 이 결혼이 확실한 목적을 띄고 있는 이상, 안지영도 전혀 그런 것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상관없어요.”“그러면 됐어.”“그러면 선명 씨도 안 씨 집안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는 거죠?”“당연하지.”마치 약속을 지킬 거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장선명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기는 해서, 전화는 한참이 지나서 연결되었다.졸음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여보세요…
나태웅이 몇 통의 전화를 걸든 안지영은 받지 않았고,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나머지 당장에 사람을 불러 그녀가 어딘지 알아내라고 시켰다.그러나 그가 채 그녀의 행방을 알아 내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뉴스가 터져 강성 시내를 아주 홀라당 뒤집어 놓고 말았다!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뉴스를 확인하고는 놀라서 뒤집어졌다.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루머가 자자한 장 가의 넷째 도련님 장선명이, 새벽에 갑자기 결혼을 발표한 것이었다.바로 그 배 가의 큰 도련님보다도 조금 더 다가가기 힘든 존재라는 장 가의 넷째 아들 말이다!나태웅이 그 뉴스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댓글 창이 99만 개를 넘어갈 정도로 미어터지는 상태였다. 그것만 봐도 이 뉴스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표님.”안지영의 행방을 찾아오라는 불호령에 새벽에 잠자리에서 끌려 나온 비서실장 왕여가 다가와 공손하게 손을 모아 섰다.나태웅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물었다. “애는 어딨어?”“방금 그랜드 마운틴에서 나와서 안 가 쪽으로 갔다고 합니다.”왕여가 대답했다.그랜드 마운틴? 장선명이 사는 곳 아닌가?지금 떠났다고? 이제서야? 이 미친 여자 같으니라고!안 씨네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에 나태웅은 당장 외투를 챙겨들고 날듯이 밖으로 곧 바로 뛰쳐나갔다.그 기세는 당장이라도 안지영을 목 졸라 죽일 듯했다.….한편, 이제서야 배준우와 뭔가 말이 통했다고 느낀 고은영은 조금 마음이 놓여 처음으로 푹 잠을 잤다.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그녀는 그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조심스럽게 배준우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은 여전했다. 그전에 얼마나 호되게 놀랐는지 여실히 보이는 대목이었다.“뭘 그렇게 봐?”“준우 씨 기분이 어떤지 보고 있었어요!”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배준우가 뱃속의 아이를 원하는 게 맞는다고 느껴진 지금에서야 간신히 무서운 게 조금은 없어졌고, 그는 그녀가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당연히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되었다!장선명과 배준우, 이 둘이 아주 가까운 건 익히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 장선명이 나선다면야, 배준우로서도 더 이상 안지영을 어쩌기는 힘들어지는 것이다.고은영이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뭘 또 그렇게 쳐다봐?”“이거….. 혹시 지영이가 협박당한 건 아닌가요?”“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걘 확실히 너보단 똑똑한 거 같던데?”배준우가 낮게 웃었다.그러나 안지영이 똑똑하다고 하는 그 뒤를 이어 하고 싶던 말은 하지 않았다.안 씨 네 아가씨가 똑똑한 건 확실히 똑똑하긴 하지만 요 몇 년간 고은영에게 영향을 받은 것도 적지는 않기 때문이다.…..한편 고은영은 마냥 마음을 놓지는 않아서, 배준우가 위층으로 서류를 가지러 간 사이에 안지영에게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어젯밤에 하도 일이 많았다 보니 그때 그녀는 한창 잠에 빠져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혼몽한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은영아.”“너, 너 결혼해?”"약혼이라고 약혼…. 약혼 몰라?”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안지영은 그녀가 뉴스를 봤다는 걸 알아 차렸다.전날 장선명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혹시라도 그가 나중 가서 다른 소리를 할까 봐 바로 기사를 내자고 한 것이었다.우선 약혼부터 하고, 3달 뒤에 결혼하자는 말에도 그가 군말 없이 다 알겠다고 해서 오히려 안지영이 약간은 황당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쉽게 말이 통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이렇게 되면 확실히 배준우가 끼어들어 안 씨 집안에 뭔 수작질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는 것이다.아무래도 이제는 그녀를 건드리는 게 곧 제 형제나 다름없는 장선명을 건드리는 일이니, 화풀이 한번 하자고 형제지간의 좋은 감정까지 깨기에는 배준우 입장에서도 별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닐 테니까.이게 안지영이 열심히 배준우와 사이좋은 사람들만 찾아다니면서 선을 보던 이유이기도 했다.“약혼이어도…. 너, 혹시 장선명 씨 좋아해?”“그러는 넌. 너는 배 대표님이 좋니?”안지영은 어이
지금의 안지영으로서는 당연히 나태웅이 그 전날 야밤에 냅다 안 씨네 집으로 가서 밤새 떠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물론 그 방문 덕에 안진섭 역시 밤새 한숨도 못 잔 것은 당연지사였다.때문에 그의 목소리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내 차마 사람 불러서 널 끌고 오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당장 집으로 와라!”“아… 알았어요!”그의 엄한 말투를 들으니 사실 안지영도 겁 없이 큰일을 쳐놓은 것치고는 꽤나 겁이 났다.아빠가 엄하게 굴 때는 반드시 일이 커지고 난 다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예전에 공부를 시킬 때도 그랬고, 아무튼 그가 엄해질 때는 감히 반박할 엄두도 안 나기도 했고, 말을 안 들어서도 안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안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홉시가 조금 넘어가던 시각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역시나, 나태웅이 거기 있었다!그는 한창 제 아빠인 안진섭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안진섭의 얼굴은 단단하게 굳어 있기는 했지만 공손하기 그지없어서 그녀는 그만 약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나태웅 제가 뭐라고? 저 까짓 게 뭐라고 감히 아빠를 저렇게 긴장하게 만들 일이 있단 말인가?안지영이 돌아온 것을 본 안진섭의 얼굴이 더 굳었다.“왜 이제서야 오는 거지?”“아빠 전화 끊자마자 바로 온 거예요."안지영이 우물우물 대답했다."어젯밤부터 전화도 안 받고, 너, 너 어린 여자애가 무슨 야밤에….”거기까지 말한 그의 입이 꾹 다물고 말았다. 외동딸 하나에다가 아내와도 일찍 사별한 탓에 더욱더 애지중지하면서도 엄하게 길러온 딸이었다. 그런 딸이 야밤에 남자를 찾으러 갔다는 둥의 그런 말을 안진섭은 차마 제 입으로는 꺼낼 수 없었던 것이었기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어쨌든 이제 배 대표님이 저희를 곤란하게 할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예요. 아빠도 마음 놓으세요.”“너…..”배준우가 행
나태웅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안지영도 그녀대로 그의 온몸에서 풍기는 분노가 대체 뭣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이디어는 본인이 줘 놓고, 내가 하란 대로 잘 해서 해결을 해 냈는데 기뻐하기는커녕 화만 내다니.“그리고, 약혼식은 일주일 뒤에 하니까 와 주세요. 샴페인도 있고…."약혼식에 뭔 놈의 얼어 죽을 샴페인이야!나태웅은 그 순간만큼은 아주 그녀를 잡아먹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옛말에 사람 사귈 때 가려 사귀어야 한다더니 역시 조상님들 말에는 틀린 구석이 하나 없다. 고은영 패거리와 어울려 다니더니 머리까지 완전 고은영처럼 되어 버린 듯했다.그대로 차에 타고 떠나버리는 나태웅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영문을 알 수가 없어 턱을 만지작거렸다.“정말이지 남자 마음은 알 길이 없네!”한마디 투덜거림을 마치 듣기라도 한 듯 귀신같이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당장 출근이나 해!]전화도 아니고 문자로 날아온 텍스트 한 줄로도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오늘 출근하면 뭔가 나태웅이 사심 가득한 야근을 시킬 것 같다는 아주 불안하고도 그럴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정말이지 남자라는 녀석들은 무시무시했다!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를 옆에서 보면서도 했던 생각이지만, 역시 다시는 남자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였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 안진섭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들어왔다.요 몇 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의 흡연이었다.그의 앞에 놓여있는 재떨이에 어젯밤부터 피워 냈을 수많은 담배꽁초들이 가득해서 그녀는 조금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빠!”“나 대표님이랑은 이야기 잘 했어?”안지영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잘’ 했느냐고 묻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그냥 고개를 끄덕이자 안진섭이 “후”하고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장 씨네 넷째 도련님은 꽤 괜찮은 분이세요.”"네가 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봤길래 보자마자 좋은지 나쁜지를 안다는 것이냐!”장선명이 좋은 사람인지 아
한편 배씨 가문에서 배준우의 부름하에 장선명이 찾아왔다.배준우가 회의하러 간 걸로 알고 있던 고은영은 집 앞 슈퍼에서 밀크티와 간식을 사들고는 조용히 들어오는 길이었는데 뜻밖에도 집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회… 회의 참석하러 가신거 아니었어요?"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고, 엉겁결에 손을 뒤로 숨겨버렸다.배준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뭘 산거야?"고은영이 대답했다. "아, 배고파서 먹을 것 좀 사왔어요."비록 아침 일찍 란완 리조트에서 많이 먹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배진우는 계속해서 캐물었다. "그래서 뭘 샀다고?""밀크티랑 감자튀김이요!"사실 이 시간대에 맛있는걸 사기가 너무 어렵긴 했지만, 하도 배고팠던 그녀는 어쩔 수가 없었다. 배진우가 그녀를 불렀다."이리 와!"그의 말투는 여전히 단호했다.갑자기 싸늘한 분위기에 장선명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며느리가 뭐 좀 먹겠다는데 그것까지 간섭하는거야? 고은영은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배진우에게 다가갔다."왜, 왜 그러세요?""가져와!""네?"배진우가 무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자 눈치 빠른 고은영은 재빨리 밀크티와 감자튀김을 그의 앞에 놓았다.혼자 몰래 먹으려고 산 간식이 눈 앞에서 뺏기니 그녀는 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그때 배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넌 임산부라서 이런 거 먹으면 안돼.""네?"아니, 진짜 못 먹는다고?사실 고은영은 임신에 대해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여태 먹고 싶은건 맘대로 먹었었다.그런데 갑자기 배진우가 단호하게 굴자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전 그럼 뭘 먹을 수 있는데요?""들어가서 쉬기나 해. 진청아가 널 데려다줄거야.""제가 산 밀크티인데...!""뭐라고?"고은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진우가 말을 끊었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알, 알겠어요!"애절한 눈빛으로 자신이 사온 밀크티와 감자튀김을 바
성격상 사무실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배진우는 여태 직원들이 자기 몰래 이렇게 먹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밀크티를 내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랑 파혼을 해야 될 것 같아."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우던 장선명은 갑작스런 그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전에 안지영과 있었던 일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파혼이라니!그러자 배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 여자 지금 천락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그거랑 뭔 상관이야? 내가 설득해서 걔만 원한다면 우리 회사에 와도 되잖아."배진우의 말에도 장선명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자가 굳이 일자리 걱정을 왜 한단 말이냐. 남자가 알아서 먹여 살리면 되지. 배진우는 영문을 알 리 없는 장선명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나태웅이 강제로 그 여자를 자기 회사로 데려왔다고!"장선명은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나태웅이 안지영을 협박했다고?!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태웅이 무슨 이유로 안지영을 천락 그룹으로 데려간거지?"그 사람은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사람 하나 제대로 파는 놈이야.” 나태웅이 사람을 파내는 거에 대해선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진청아도 그가 파낸 사람이었다.근데 전에는 왜 몰랐을까... 나태웅이 사람을 파는 수단에는 이렇게 협박의 방식도 있다는것을. 설마 그동안 이런 식으로 해왔던거야?그럼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협박을 당해온 사람들은 모두 그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거나 마찬가지잖아.그의 말에 배진우는 멍해졌다. 그가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때 장선명이 말했다."이렇게 가만 놔둬서는 안돼. 어찌 됐든 안지경은 배씨 집안 사람인데 이렇게 그냥 지켜보기만 할거야?”배진우는 골치가 아파났다.곧이어 그 또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근데 그 놈이 단지 사람만을 파고 있다고 생각해?""그럼 뭔데?""그만큼 안지영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
장선명은 당시 안지영이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망설이지도 않고 그녀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금 그를 찾아왔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배진우가 말했다. "이 사실을 알면 나태웅이 가만 있지 않을 거야."여태 안지영을 몰아붙이면서 그녀를 압박해온 나태웅이었기에 어젯밤에 그녀가 이렇게 소란을 피운걸 알게 되면 아마 잔뜩 화가 날게 뻔했다.하지만 장선명은 단호했다. "그 자식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어. 안지영은 이미 나의 약혼녀야."장선명은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여자를 만나기 귀찮기도 했다.그리고 이제서야 겨우 자신이 좋다고 나타난 여자가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을 버릴 수가 있겠는가? 그때 배진우가 말했다."됐어, 그럼 가!""뭐라고?""오늘 일은 없던걸로 해.""너... 아무리 나태웅이 오래동안 너의 오른팔로 지냈다고 해도 고작 그 자식때문에 친구인 나를 버리겠다는거야?”장선명은 어이가 없었다.이런 사소한 일 따위에는 흔들리지도 않던 배진우가 웬 일이야? 그러자 배진우가 말했다. "난 이번 일에 끼어들고 싶지가 않아!""그래, 끼어들기 싫으면 끼어들지 마. 그럼 난 먼저 갈게. 그리고 나태웅한테 제대로 전달해. 안지영은 내 약혼녀니까 더 이상 선 넘지 말라고."장선명은 말을 마치고는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배진우는 이 얘기를 나태웅에게 전할 생각도 없었고, 오늘 장선명이랑 만난 사실도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장선명의 굳건한 태도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가 않았고.한편 진청아는 임산부에게 좋은 과일을 사들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바로 그때, 마침 집을 떠나는 장선명을 만났다.진청아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임에도 불구하고 장선명은 아무 말 않고 도도하게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본 덕에 진청아는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배 대표님, 요구하신 거 사왔습니다.""갖다 줘.""네."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내심 고은영이 부러웠다. 강성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