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실장님이 왜 동영 그룹을 떠나? 월급이 낮아서?”“아니, 너 잊었어? 나태웅은 천락 그룹의 CEO니까 천락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야.”“......”부자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하긴, 그녀가 이해할 필요도 없다.하지만 안지영이 말이 맞다. 나태웅이 천의의 일을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건 그녀들에겐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였다.고은영은 생각하다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괜찮아, 안심해. 천의 일은 일주일 안에 끝날 거야.”“일주일?”“응. 나 방금 배씨 본가에 갔다 왔어.”“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 정말 깜짝 놀랐어!”일주일안에 끝난다는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배준우다. 장항 프로젝트를 손에 넣은 이상, 당연히 천의도 량천옥의 손에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뺏어오려고 할 것이다.“량천옥 쌤통이야 . 이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거야!"안지영이 말했다.그녀는 정말 량천옥이 끔찍하게 싫었다.량천옥은 전에 안씨 집안과도 협력하고 싶어, 그녀의 아버지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다만 아쉽게도 그녀의 수법이 안지영의 아버지에게 먹허지 않았다.그래서 량천옥도 어떻게 해볼 기회가 없었다.고은영은 량천옥이 어떻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관심은 온통 자신과 뱃속의 아이에게만 있었다.“아무튼 일주일이야!”고은영이 말했다.도망가면 그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 두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의논했었다.도망을 가는 것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좋아!”안지영이 말했다.정말 좋은 소식이다. 고은영의 말을 듣고 나니 안지영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점심에 같이 밥 먹을래?”"그래.”안지영이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강성에 있을 날도 많지 않으니, 있는 동안이라도 안지영을 자주 보고 싶었다.나중에 정말 떠나게 된다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랐다.........두 사람은 점심 약속을 잡고는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수표를 들고 다시 회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배준우의 낯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온몸에서는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말을 마친 고은영은 애써 억지웃음을 지었다.“아가씨는 우리의 계약에 대해서 모르니 천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떠나고 싶어요!”“……”“아가씨에게 이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냥 가버려서 아예 붙잡을 수가 없었어요!”이번에 고은영도 배지영의 성격을 똑똑히 알았다.전에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부드러운 모습이 전형적인 명문가의 아가씨 기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만나고 나서야 그녀는 사귀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배준우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인데 고은영이 떠난다고 하니 바로 폭발해 버렸다.그는 차갑게 고은영을 흘겨보며 말했다.“떠나고 싶다고?”그의 말에 말실수를 한 거는 아닐지 하는 생각에 고은영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그게 아니라, 저희가..”“고은영, 똑똑히 들어. 이번 생은 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마!”배준우는 차갑게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졌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말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것은 그녀가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협박당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그녀의 생명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 그가 왜 자기에게 화를 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배준우는 화가 단단히 났고 고은영이 멍하니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더욱 차가워진 말투로 말했다.“들었어?”“아니, 이것은…”“못 알아들었어?”배준우는 벌떡 일어나 위험스럽게 고은영에게 다가갔고 지금 이 순간 남자에게 위험을 느낀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그녀의 뒷걸음에 더욱 화가 난 배준우는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를 덥석 잡아 자기 품으로 세게 끌어당겼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고은영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고 옴짝달짝 못 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배준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휴게실로 걸어갔다
고은영의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본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고 그 미소에서는 더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이제 알아들었어?”“네?”“……”그 순간, 배준우는 고은영이 단지 감정에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 아예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연애 한 번도 안 해봤어?”그러자 고은영은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네!”“너한테 잘해준 남자도 없었어?”“네!”그렇게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는데 누군가 그녀에게 잘해줬을 리 만무했다.혹시 배준우가…순간 고은영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떠올랐지만, 이내 부정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어쩐지.”배준우는 그녀를 놓아주고는 몸을 뒤집어 일어섰다.어제와 그저께 이성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 그는 이 여자를 제대로 혼내줬을 것이다.고은영도 따라서 몸을 일으키며 자기 옷을 정리했다.그때 배준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천의 프로젝트가 끝나도 넌 떠날 수 없어!”이번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그의 말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천의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그녀는 억울한 듯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왜, 왜요?”아직도 이유를 묻는 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바로 폭발해 버렸다.“혼자서 잘 생각해 봐!”그녀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배준우는 혼자 진정하고 싶어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버렸고, 휴게실에는 고은영 혼자 남았다.그녀는 여전히 깜짝 놀라 멍해 있었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오늘 출근했는데 나태웅이 천락그룹으로 돌아간 후 그녀에게 많은 일거리를 찾아줬기에 지금 고은영과 점심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쁜 상황이었다.“은영아, 나 점심에 못 갈 것 같아.”안지영은 지금 너무 바빴다. 그녀는 나태웅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태웅에게 큰 신세를 진 게 있어서 속으로 화만 낼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손잡이는 그가 쥐고 있다!다른 사람이 그
단지 협력일 뿐인데 일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처럼 성실한 아이를 이렇게 곤경에 빠뜨리는 건 너무 부도덕한 짓이었다.그래서 안지영은 나태웅을 찾아가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나태웅은 오늘 막 천락그룹으로 돌아와서 오전 내내 회의했다. 그리고 지금 막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안지영이 보였다.“무슨 일이야?”나태웅은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저기, 은영이 일로 물어볼 게 있어요.”“……”그는 오전 내내 힘들게 일해서 피곤한 지금 그녀가 천락 직원의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의 일을 물어보니 어이가 없었다.나태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이게 맞다고 생각해?”“지금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질 겨를 없어요!”그러자 안지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는 지금 목숨을 걸었고 오늘 반드시 똑똑히 물어봐야 했다.이미 이성을 잃은 안지영의 행동에 나태웅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안지영은 그가 내뿜은 위험한 기운에서 위압감을 느꼈지만, 지금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배 대표님은 왜 계약조차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천의 프로젝트 끝나면 은영이 떠나도 된다고 하셨잖아요?”“난 모르는 일이야!”안지영의 질문에 나태웅은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그러나 안지영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아니... 이건 너무 부도덕한 행위 아닌가요?”안지영도 다급해져서 물었다.‘모른다’는 한마디가 주는 후과는 엄중하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나태웅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영 씨, 지영 씨는 지금 천락그룹의 사람이란 걸 잊지 마. 지금 이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을 관여하는 게 옳은 것 같아?”“은영이가 저한테 한 말은 그냥 동영그룹 사람으로 간단하게 끝날 얘기가 아니에요. 그리고 애당초 쟤가 은영이를 회사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이런 생각에 안
안지영은 자기가 어떻게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온 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전화기 속 그녀는 끊임없이 고은영을 위로했다.“우리 현실을 똑바로 보자. 지금 속은 거라고.”“..”“울지 마,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어. 그냥 재수 없었다고 치자!”“휴, 나도 지금 감히 널 도울 수가 없어. 전에 널 회사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배 대표가 너처럼 업무 능력이 낮은 사람을 비서로 두겠다고 했을 때부터 네가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만만하게 보고 그랬던 것 같아!”“그때부터 계략을 세웠을지도 모르지.”안지영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고 지금은 재수 없었다 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계속 고은영을 설득했다.그때 고은영이 말했다.“나 실장님은 또 기억 안 나신대?”“그냥 다 모른다고 했다니까!”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지나쳤기에 안지영은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은 안지영과 고은영 모두 멍해졌다.“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그게 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지!”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배준우나 나태웅이나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초조해 났다.“그럼 나 이제 어떡해?”“도망가면 안 돼?”안지영은 약간 망설이더니 물었고 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 사람이 이혼을 해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가?”“그러니까 지금 너에게 억지를 부리는 거야?”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당당한 강성의 제일 명문가가 사기 결혼이라니!“……”고은영은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득을 보려고 억지를 부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얻는 건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준우에게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벌써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고 계속 그의 곁에 있다가는 분명 들통날 것이다.고은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왔고 애당초 배준우와 했던 계약이 너무 후회
배준우는 감정에 대한 고은영의 둔감한 반응이 처음에는 어쩔 수 없다가도 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었다!“그 여자를 놀릴 시간도 별로 없는데 제대로 놀려줘야지.”배준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이제 곧 고은영의 배가 불러올 테고, 더군다나 그들의 결혼식도 가까운 시일 내에 치러야 했다.“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취미가 생긴 거야?”나태웅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보기에 이전의 배준우는 차가운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었고 무엇이든지 직설적으로 처리했다.그가 회사의 수많은 사람을 자른 것도 그의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은 차가운 성격 때문이다.그러나 고은영의 일에서는 그는 이미 며칠 동안 사람을 놀려왔다.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이 덧붙였다.“경고하는데 그 여자는 견디지 못할 거야. 놀라서 도망가기 전에 적당히 해!”“그 여자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어?”“정말 도망가면 찾기 힘들지도 몰라!”고은영의 그 머리로 찾기 힘든 곳으로 도망간다고?나태웅이 배준우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안지영이 다시 그의 사무실 문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방금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망설이는 모습이었다.그때 나태웅이 말했다.“들어오기 싫어?”“들어가요, 들어가!”안지영은 얼른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저 두 손을 맞잡은 채 나태웅을 바라봤다.나태웅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망설이는 그녀의 눈빛과 마주했고, 이 사람이 정말 안진섭이 아끼는 안 씨 가문의 아가씨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아마 강성 전체가 안진섭이 이 외동딸을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외동딸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도 경험을 쌓으라고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에서는 제멋대로인 아가씨의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혹시 고은영과 오래 지내다 보니 바보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뭘 보는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어
배준우가 폭로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니, 나태웅도 당연히 안지영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안지영이 물었다.“정말 몰라요?”그녀는 현재 배준우가 매일 고은영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리고 고은영의 신체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해도 임신하지 않은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임신한 사실을 모르는데 지금 사흘이 멀다 하고 번복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지영 씨, 안 씨 가문이 왜 지금과 같은 위험에 빠졌는지 알아?”“왜요? 이유가 뭐죠?”“당신이 정탐꾼이라서.”“……”저, 정탐꾼?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녀가 얼마나 많이 참견했다고 나태웅에게 이런 이미지를 남긴 걸까?“지나친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어. 계속 그렇게 고은영의 일에 관여하면 안 씨 가문은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파산할 거야!”그의 말에 안지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안 씨 가문이 파산하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도 감히 아버지에게 이러한 일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밖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지른 것을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아직도 궁금해?”안지영이 말을 하지 않자, 나태웅의 말투는 조금 더 진지해졌고 그녀는 남자의 눈 밑에 어린 무서운 빛을 보니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안 궁금해요!”하지만 그녀가 궁금해서 묻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나태웅의 차가운 눈빛에 그녀는 더 이상 감히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어떠한 일들은 정말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결국 안지영은 이렇게 얌전히 나태웅의 사무실을 나갔다.그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이제부터 고은영의 일이라면 정말 그녀가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이나 나태웅에게 억압당했는데 계속 관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진섭 마음속의 자기 딸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동영그룹에 둔 것도 배준우 그 살아있는 염라대왕 때문에 그녀가 많이 신중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설마 자기 목숨을 걸고 그 사람을 건드린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동영그룹을 그만두겠다고 했을까?전에 안지영이 필사적으로 동영그룹을 그만두겠다고 했던 일을 생각하니 안진섭은 점점 더 이상하게 느껴졌고 심장박동도 빨라지기 시작했다!안지영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안진섭의 말투는 더욱 진지해졌다.“얼른 말해, 무슨 사고를 친 거야?”“제가 배준우를 건드렸다고 하면 지켜주실 거예요?”“정말 그 사람을 건드린 거야? 아니, 너…”안지영이 정말 배준우를 건드렸다는 말에 안진섭의 얼굴은 절망적으로 변했다.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안지영은 억울한 눈빛으로 새파랗게 질린 아버지를 바라봤고, 안진섭은 그녀의 눈 밑에 담긴 억울함에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바로 널 해외로 보낼 거야!”“그 사람이 정말 두려우세요?”“당연한 소리 아니야? 지금 바로 회사 처리할 테니 같이 해외로 가자!”아버지의 말에 안지영은 입꼬리를 움찔거렸다.아버지가 배준우를 이 정도로 무서워하다니, 만약 배준우가 애당초 그녀가 고은영과 함께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하늘그룹을 부숴버릴 것이다.이러한 생각들에 안지영은 더 불안해졌다.“아니요, 제가 아니에요!”“아니라고? 네가 아닌데 뭘 무서워하는 거야?”“은영이요. 은영이가 배 대표를 건드렸어요.”“은영이?”그녀의 말에 안진섭은 깜짝 놀랐다!안지영의 절친한 친구가 고은영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이 배준우를 건드렸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그는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은영이는 지금 배 대표의 아내잖아.”“그건 다 가짜예요!”안지영이 말했다.“……”그녀의 말에 안진섭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상업계에 몸을 담가 왔기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그게 어떻게 가짜라는 거야?”
고은지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였다.어두운 복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문 앞에는 량천옥이 서 있었다.그 옆에는 작은 캐리어까지 있었다.얼마나 기다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량천옥은 고은지를 보자마자 환히 웃으면서 얘기했다.“은지야, 나 너랑 같이 살려고 왔어.”“그러지 마세요. 당신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잖아요. 배씨 가문을 떠난다고 해도 그 신분은 바뀌지 않아요.”고은지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량천옥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량천옥은 모든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웃고 있던 눈에는 어느새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미안해.”지나간 과거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겠지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사과뿐이었다.하지만 그 사과만으로 지난날 고은지가 받은 상처를 모두 치유해 줄 수는 없었다.지금 고은지와 나태현이 대치 상황에 놓인 것도 다 량천옥 때문이니까 말이다.만약 량천옥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나태현이 고은지의 아이를 빼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난 사과를 원한 게 아니에요. 그저 날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고은지가 똑똑히 얘기했다.그 차가운 말투를 들은 량천옥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변명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널 방해하기 위한 게 아니야. 그냥 지금부터 내가 널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은지야, 제발 나한테 기회를 줘.”량천옥이 목이 메어 얘기했다.전에 고은지와 고은영을 짓밟고 무시하던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그런 기도 앞에서 고은지는 차갑게 량천옥을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이 덧붙였다.“너랑 같이 살게만 해줘. 제발.”량천옥은 받아주지 않으면 가지 않으려는 태도로 얘기했다.고은지를 지켜주고 싶은 건 진심이다.량천옥은 나태범이 무슨 짓을 벌일지 너무 걱정되었다.나태범은 겉으로 봤을 때는 강경하고 무서운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겁쟁이에 불과하다.나태범이 안지영에게 뭐라 하는 것도, 그저 나태웅
나씨 가문에서 나온 안지영은 바로 장선명의 회사로 갔다.안지영이 온다는 것을 안 장선명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안지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장선명을 본 안지영은 아이처럼 활짝 웃으면서 기뻐했다.“아까 나태범 어르신 표정이 어찌나 볼만하던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표정이었어요.”안지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무섭지는 않았어?”장선명은 안지영의 손을 잡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안지영은 가볍게 시선을 돌리다가 장선명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 이거 언제 찍은 거예요!”안지영이 놀란 목소리로 장선명을 향해 물었다.이 사진은 전에 장선명이 물려서 입원해 있을 때, 안지영이 그를 간호해 줄 때의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안지영은 두 눈을 꼭 감고 잠에 빠져있었다.장선명은 얼른 그 액자를 빼앗아 갔다. 마치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표정도 어색했다.“만지지 마.”“...”‘내 사진인데 보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게다가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안지영은 장선명이 본인 사무실에 자기 사진을 둘 줄은 몰랐다. 장선명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나태웅이 정말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되지도 않아?”장선명이 안지영을 품에 안아 물었다.누가 봐도 어색해서 화제를 돌리는 거였다.하지만 그 화제에 안지영은 바로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나태웅이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안지영의 화를 사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장선명은 안지영이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안지영은 상대를 믿고 상대에게 기대기도 한다.하지만 그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안지영은 바로 상대방과 모든 것을 끊어버린다.나태웅이 어떤 실수를 해왔는지 알기에, 장선명은 그것들을 나쁜 예시로 삼으며 배워갔다.“그렇긴 하네.”엄밀히 얘기하
그리고 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믿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유서를 믿지 않았다. 그저 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이 전에 하던 짓을 보면 이런 쇼를 벌이는 것도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동영그룹에 있을 때는 멀쩡했던 사람이 왜 천락그룹에 오니 이렇게 된 것인지.안지영은 알 수가 없었다.나태범은 차갑고 예리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쏘아보면서 겨우 입 밖으로 말을 뱉어냈다.“먼저 들어가 봐.”“어르신, 안지영 씨를 지금 보내는 건...”“가라고 해!”옆에서 집사가 말리자 나태범이 단칼에 거절하면서 얘기했다.안지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역시 어르신이 명쾌하시네요.”안지영의 말에 나태범은 더욱 화가 나서 차갑게 코웃음만 쳤다.‘모든 사람들이 다 본인처럼 교양 없이 사당이나 부수는 줄 알아?’안지영은 청첩장을 꺼내 나태범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가져가!”이런 상황에 청첩장을 돌리다니. 나태범은 기가 차서 화병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만약 나태웅이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에게도 청첩장을 줬을 것이다.나태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소리를 지르는 나태범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나태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집사는 그런 안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걱정스레 나태범을 쳐다보았다.“어르신,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나태범과 집사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나태범은 숨을 몰아쉬면서 얘기했다.“얼른 사람을 풀어 찾아봐!”“이미 사람을 풀었습니다.”사람을 풀어 나태웅을 찾은 지는 한참이나 되었다.“이 유서를 누가 보낸 것인지는 알아봤어?”나태범이 힘이 다 풀린 채 물어봤다.나태범은 너무 걱정되었다.본인 아들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나태범은 허씨 가문과의 약혼이 나태웅을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될 줄은 몰
나태범과 집사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의아함과 불안함이 섞여 있었다.안지영은 마른침을 삼키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너 아직 장선명과 결혼한 것도 아니면서, 왜 유부녀라고 하는 거야.”나태범이 정신을 차리고 화를 냈다.“...”나태범의 얼굴을 마주한 안지영은 천천히 가방에서 혼인 관계 증명서와 청첩장을 꺼내 집사에게 건네주었다.집사는 그것을 받고 확인해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바로 나태범에게 달려가 건네주었다.나태범은 안지영과 장선명의 혼인 관계 증명서를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버렸다.게다가 혼인신고를 한 날짜가 오늘이라니.그 순간 나태범은 호흡이 거칠어졌다.나태범이 안지영을 노려보면서 얘기했다.“너, 너 아까 전화를 받고 나서 장선명과 결혼하러 간 거야?”나태범은 이를 꽉 깨물고 겨우 얘기했다.혼인 관계 증명서에 적힌 시간을 보니 집사와 전화한 후였다.그러니까, 안지영은 나태웅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도 바로 달려오지 않고 먼저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나태범은 흉악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가 나서 당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오늘 같은 날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나태범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집사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안지영을 보면서 말했다.“안지영 씨, 이건 선을 넘으신 겁니다.”마치 안지영이 혼인신고를 하러 간 게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은 너나 할 거 없이 안지영에게 비난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이건 나와 선명 씨의 선약이었어요. 우리의 결혼식이 나태웅 씨 때문에 자꾸만 미뤄졌으니까요. 그래서 혼인신고부터 하겠다고 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안지영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설마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통보라도 해주길 바란 건가?나씨 가문이 뭔 대
“난 결정을 번복하지 않아요.”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의 죽음에 왜 본인이 결혼을 취소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장선명은 안지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나태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지영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장선명은 안지영과 함께 가지 않았다. 나씨 가문에 도착한 안지영은 이곳의 분위기가 아주 음산해진 것을 느꼈다.안으로 들어가니 나태범이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안지영을 찢어버릴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집사의 태도도 좋지 않았다.“이거 보세요.”집사는 나태웅의 유서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안지영은 그 유서를 받지 않고 집사를 보면서 물었다.“제가 볼 필요가 있나요?”안지영은 본인과 나태웅의 사이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었다.안지영의 차가운 태도에 집사와 나태범은 마음이 아팠다.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데, 안지영의 태도는 여전하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지금 나태웅은 유서를 쓰고 사라진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도 안지영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안지영은 집사와 나태범의 시선 아래서 대답했다.“저랑 나태웅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안지영이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나태범이 불만스럽게 말했다.“태웅이가 지금 사라진 건 다 너 때문이야!”“왜 저 때문이죠”“지금까지 태웅이한테 전화라도 해 봤어? 태웅이 비서랑은 연락해 봤어?”“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왜 나태웅 씨한테 전화하고 나태웅 씨 비서한테 연락을 해야죠?”마치 나태웅이 사라져서 안지영이 안달 난 것처럼 말이다.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나태범의 질문에 안지영은 어이가 없었다.나태범은 무표정한 안지영을 보면서 화를 뿜어냈다.“태웅이는 너 때문에 사라진 거라니까!”“어르신 때문이잖아요!”안지영이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안지영은 아까까지만 해도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씨 가문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아까 오는 길에 나씨 가문 집사와 통화했던 내용을 장선명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 주었다.끝까지 들은 장선명은 입가를 매만지며 물었다.“유서만 남기고 사라졌다고?”“그래요. 이건 또 뭐 하려는 수작인지...”안지영은 이미 나태웅에 대한 호감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것도 그저 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어떻게 보면 표도 안 사고 나태웅의 일인극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너무도 대단한 쇼라서 안지영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몰랐다.안지영뿐만이 아니라 장선명도 지금 이 상황에 약간 놀랐다.“그럼 지금 나씨 가문에 가려는 거야?”“가야죠. 그리고 나씨 가문 사람들한테도 알려줘야죠. 나는 이미 유부녀라고. 그러니 날 어쩌지 못한다는 걸요.”나씨 가문을 떠올리면 안지영은 그들은 뻔뻔함 빼면 시체라고 생각했다.“그럼 같이 가.”“괜찮아요. 설마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안지영이 손을 저으면서 얘기했다.장선명도 바쁜 몸이었다. 하지만 나씨 가문 일 때문에 안지영과 함께 다녔던 것이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얘기했다.“그러면 하나만 더 가져가.”“뭐요?”“일단 차에 타서 얘기해.”말을 마친 장선명은 외투를 안지영 몸에 걸어주었다.장선명의 온도가 안지영을 품에 안는 것만 같았다.걱정했던 안지영은 그 덕분에 안심되었다.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장선명은 안지영의 혼인 관계 증명서를 건네주면서 청첩장을 건네주었다.이 청첩장은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하지만 나씨 가문 사람들 때문에 날짜를 연거푸 몇 번이나 고쳤다.“청첩장이요?”“어쩌다가 나씨 가문에 가는 건데 청첩장도 돌려야지.”“...”나태웅이 유서를 남긴 이 시점에, 나태범에게 청첩장을 돌리라니.장선명의 수단은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안지영이 청첩장의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청첩장을 펼쳤다.결혼 날짜는 보름 뒤였다.“이 날짜... 더
안지영은 나태웅의 고집스러움이 누구를 닮은 것인지 알 것 같았다.정말 피는 못 속인다고.안지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 전화가 걸려 왔다.안지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안지영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안지영 씨. 나씨 가문 저택에 한 번만 와주십쇼.”“또 뭘 하려는 거예요.”화를 내지 않으려던 안지영의 결심은 1초 만에 사라졌다.“작은 도련님께서 유서를 남기셨습니다.”“...”‘유서? 나태웅이 유서를 남겼다고? 또 무슨 연극을 하려는 거야!’나태범이 약혼 기사를 발표하자마자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유서를 남기다니.“나태웅 씨는 그럼 어디 있는데요.”안지영이 눈썹을 꿈틀거렸다.너무 빨리 일어난 사건에 안지영은 약간 혼란스러웠다.하긴 나태웅은 생각보다 행동이 더욱 빠른 사람이었으니까.“사라졌습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나태웅이 사라졌는데 안지영을 나씨 가문으로 부른다니. 안지영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겨우 나씨 가문과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나태웅은 또 안지영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우선 와주세요.”집사의 말투와 태도는 썩 좋지 않았다.안지영은 화가 나서 물었다.“안 가겠다고 하면요?”겨우 나태웅을 다른 사람과 약혼하게 만들었는데, 안지영을 부르다니.안지영은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다.오늘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쉬고 싶을 법도 했다.게다가 안지영은 지금 당장 구청에 가서 장선명과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나씨 가문에 들릴 시간 따위는 전혀 없었다.집사는 강경한 안지영의 태도를 들으면서 대답했다.“그렇다면 안진섭 씨를 병원으로 돌려보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안지영은 그 순간 숨도 쉬지 못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을 언젠가는 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나태웅이 왜 갑자기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안지영이 전화를 끊었을 때는 이미 구청에 도착한 때였다.그래서 안지영은 바로 고민하지
안지영은 금고를 열고 한숨을 돌렸다.안진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안열이 전화를 걸자 안지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무슨 일이에요?”“나태웅 씨가 약혼했다고 합니다.”“네?”안지영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안열도 놀란 듯했다.“아마도 나태범 어르신이 안 대표님을 정말 싫어하게 되었나 봐요.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나태웅 씨와 허영지 씨의 약혼을 발표한 걸 보면요.”“허영지 씨요?”안지영은 또 깜짝 놀랐다.안지영 쪽에서는 오늘에야 나태웅을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냈다. 그래서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주려고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나태범이 먼저 움직이다니.이렇게 보면 나태범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어도 사실은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안지영은 그제야 걱정을 덜었다. 만약 나태범이 계속 안지영을 며느리로 들이겠다고 한다면 그것보다 더욱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맞아요. 허씨 가문의 허영지 씨요.”안열이 대답했다.“잘됐네요. 약혼하게 되었다니, 정말 잘 됐어요.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뭐 없죠?”확실히 장선명의 말을 들으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해결되는 것 같았다.“아니요. 있어요!”“?”뭘 더 해야 한다는 거지?나태범은 이미 안지영이 하려던 일을 대신 해주었다. 그래서 안지영은 너무나도 편했다.하지만 안열이 얘기했다.“낙장불입이 되게 도장을 찍어야죠.”지금 기사화된 약혼을 사실화되게 만들어야 한다.그래야만 나태웅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들으면서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나태웅을 아내 바보로 만들어야겠네요.”만약 정말 허영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나태웅은 어쩔 수 없이 나태범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어차피 안 대표님한테 피해가 가는 일도 아닌데요, 뭘.”“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안열의 말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나씨 가문에서 약혼 기사를 발표했으니 나태웅과 허
“그래, 그래, 이놈아!”나태범은 화가 확 올라왔다.‘전에는 애가 이렇게 극단적인 줄 몰랐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너무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나태범은 나태웅을 쏘아보더니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뜬 후 얘기했다.“너랑 안지영의 혼사는 반대다. 이건 진심이야.”나태범은 몇 번 생각한 후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제 이 결정은 그 누구도 꺾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차갑게 대답했다.“제 혼사는 아버님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너...”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나태범은 나태웅의 말을 듣고 혈압이 올라서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꽉 쥐었다.나태범은 정말 울화통이 터져서 지금 당장 나태웅을 때려죽이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넌 오늘부터 허영지와 약혼 준비나 해.”나태범이 이토록 나태웅을 엄격하게 대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지금은 나태웅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태범은 통보하는 식으로 나태웅에게 얘기하고 있었다.나태범은 죽어도 안지영을 며느리로 들이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굳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싫습니다.”같은 피가 아니랄까 봐. 나태웅의 태도 또한 나태범만큼 강경했다.나태범은 더 따지고 싶지 않았다.“네가 허락하든 말든 넌 허영지와 약혼하게 되어있어!”“아니...”“기사는 오늘 보도될 거다.”“...”나태웅이 차가운 시선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얘기를 하려고 부른 게 아니라 통보를 하기 위해 부른 거란 말이지?’“결혼하지 않을 겁니다.”“너, 이 자식!”나태범이 목덜미를 잡고 얘기했다.나태범은 나태웅을 항상 아껴주고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해줬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다.안씨 가문과 나씨 가문은 같은 급은 아니지만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안지영의 행동을 보니 나태범은 더 이상 안지영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굽혀지지 않는 나태범의 태도에 나태웅은 그저 자리를 뜰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