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협력일 뿐인데 일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처럼 성실한 아이를 이렇게 곤경에 빠뜨리는 건 너무 부도덕한 짓이었다.그래서 안지영은 나태웅을 찾아가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나태웅은 오늘 막 천락그룹으로 돌아와서 오전 내내 회의했다. 그리고 지금 막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안지영이 보였다.“무슨 일이야?”나태웅은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저기, 은영이 일로 물어볼 게 있어요.”“……”그는 오전 내내 힘들게 일해서 피곤한 지금 그녀가 천락 직원의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의 일을 물어보니 어이가 없었다.나태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이게 맞다고 생각해?”“지금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질 겨를 없어요!”그러자 안지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는 지금 목숨을 걸었고 오늘 반드시 똑똑히 물어봐야 했다.이미 이성을 잃은 안지영의 행동에 나태웅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안지영은 그가 내뿜은 위험한 기운에서 위압감을 느꼈지만, 지금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배 대표님은 왜 계약조차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천의 프로젝트 끝나면 은영이 떠나도 된다고 하셨잖아요?”“난 모르는 일이야!”안지영의 질문에 나태웅은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그러나 안지영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아니... 이건 너무 부도덕한 행위 아닌가요?”안지영도 다급해져서 물었다.‘모른다’는 한마디가 주는 후과는 엄중하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나태웅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영 씨, 지영 씨는 지금 천락그룹의 사람이란 걸 잊지 마. 지금 이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을 관여하는 게 옳은 것 같아?”“은영이가 저한테 한 말은 그냥 동영그룹 사람으로 간단하게 끝날 얘기가 아니에요. 그리고 애당초 쟤가 은영이를 회사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이런 생각에 안
안지영은 자기가 어떻게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온 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전화기 속 그녀는 끊임없이 고은영을 위로했다.“우리 현실을 똑바로 보자. 지금 속은 거라고.”“..”“울지 마,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어. 그냥 재수 없었다고 치자!”“휴, 나도 지금 감히 널 도울 수가 없어. 전에 널 회사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배 대표가 너처럼 업무 능력이 낮은 사람을 비서로 두겠다고 했을 때부터 네가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만만하게 보고 그랬던 것 같아!”“그때부터 계략을 세웠을지도 모르지.”안지영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고 지금은 재수 없었다 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계속 고은영을 설득했다.그때 고은영이 말했다.“나 실장님은 또 기억 안 나신대?”“그냥 다 모른다고 했다니까!”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지나쳤기에 안지영은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은 안지영과 고은영 모두 멍해졌다.“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그게 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지!”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배준우나 나태웅이나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초조해 났다.“그럼 나 이제 어떡해?”“도망가면 안 돼?”안지영은 약간 망설이더니 물었고 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 사람이 이혼을 해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가?”“그러니까 지금 너에게 억지를 부리는 거야?”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당당한 강성의 제일 명문가가 사기 결혼이라니!“……”고은영은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득을 보려고 억지를 부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얻는 건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준우에게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벌써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고 계속 그의 곁에 있다가는 분명 들통날 것이다.고은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왔고 애당초 배준우와 했던 계약이 너무 후회
배준우는 감정에 대한 고은영의 둔감한 반응이 처음에는 어쩔 수 없다가도 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었다!“그 여자를 놀릴 시간도 별로 없는데 제대로 놀려줘야지.”배준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이제 곧 고은영의 배가 불러올 테고, 더군다나 그들의 결혼식도 가까운 시일 내에 치러야 했다.“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취미가 생긴 거야?”나태웅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보기에 이전의 배준우는 차가운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었고 무엇이든지 직설적으로 처리했다.그가 회사의 수많은 사람을 자른 것도 그의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은 차가운 성격 때문이다.그러나 고은영의 일에서는 그는 이미 며칠 동안 사람을 놀려왔다.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이 덧붙였다.“경고하는데 그 여자는 견디지 못할 거야. 놀라서 도망가기 전에 적당히 해!”“그 여자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어?”“정말 도망가면 찾기 힘들지도 몰라!”고은영의 그 머리로 찾기 힘든 곳으로 도망간다고?나태웅이 배준우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안지영이 다시 그의 사무실 문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방금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망설이는 모습이었다.그때 나태웅이 말했다.“들어오기 싫어?”“들어가요, 들어가!”안지영은 얼른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저 두 손을 맞잡은 채 나태웅을 바라봤다.나태웅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망설이는 그녀의 눈빛과 마주했고, 이 사람이 정말 안진섭이 아끼는 안 씨 가문의 아가씨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아마 강성 전체가 안진섭이 이 외동딸을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외동딸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도 경험을 쌓으라고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에서는 제멋대로인 아가씨의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혹시 고은영과 오래 지내다 보니 바보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뭘 보는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어
배준우가 폭로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니, 나태웅도 당연히 안지영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안지영이 물었다.“정말 몰라요?”그녀는 현재 배준우가 매일 고은영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리고 고은영의 신체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해도 임신하지 않은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임신한 사실을 모르는데 지금 사흘이 멀다 하고 번복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지영 씨, 안 씨 가문이 왜 지금과 같은 위험에 빠졌는지 알아?”“왜요? 이유가 뭐죠?”“당신이 정탐꾼이라서.”“……”저, 정탐꾼?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녀가 얼마나 많이 참견했다고 나태웅에게 이런 이미지를 남긴 걸까?“지나친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어. 계속 그렇게 고은영의 일에 관여하면 안 씨 가문은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파산할 거야!”그의 말에 안지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안 씨 가문이 파산하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도 감히 아버지에게 이러한 일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밖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지른 것을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아직도 궁금해?”안지영이 말을 하지 않자, 나태웅의 말투는 조금 더 진지해졌고 그녀는 남자의 눈 밑에 어린 무서운 빛을 보니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안 궁금해요!”하지만 그녀가 궁금해서 묻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나태웅의 차가운 눈빛에 그녀는 더 이상 감히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어떠한 일들은 정말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결국 안지영은 이렇게 얌전히 나태웅의 사무실을 나갔다.그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이제부터 고은영의 일이라면 정말 그녀가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이나 나태웅에게 억압당했는데 계속 관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진섭 마음속의 자기 딸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동영그룹에 둔 것도 배준우 그 살아있는 염라대왕 때문에 그녀가 많이 신중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설마 자기 목숨을 걸고 그 사람을 건드린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동영그룹을 그만두겠다고 했을까?전에 안지영이 필사적으로 동영그룹을 그만두겠다고 했던 일을 생각하니 안진섭은 점점 더 이상하게 느껴졌고 심장박동도 빨라지기 시작했다!안지영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안진섭의 말투는 더욱 진지해졌다.“얼른 말해, 무슨 사고를 친 거야?”“제가 배준우를 건드렸다고 하면 지켜주실 거예요?”“정말 그 사람을 건드린 거야? 아니, 너…”안지영이 정말 배준우를 건드렸다는 말에 안진섭의 얼굴은 절망적으로 변했다.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안지영은 억울한 눈빛으로 새파랗게 질린 아버지를 바라봤고, 안진섭은 그녀의 눈 밑에 담긴 억울함에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바로 널 해외로 보낼 거야!”“그 사람이 정말 두려우세요?”“당연한 소리 아니야? 지금 바로 회사 처리할 테니 같이 해외로 가자!”아버지의 말에 안지영은 입꼬리를 움찔거렸다.아버지가 배준우를 이 정도로 무서워하다니, 만약 배준우가 애당초 그녀가 고은영과 함께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하늘그룹을 부숴버릴 것이다.이러한 생각들에 안지영은 더 불안해졌다.“아니요, 제가 아니에요!”“아니라고? 네가 아닌데 뭘 무서워하는 거야?”“은영이요. 은영이가 배 대표를 건드렸어요.”“은영이?”그녀의 말에 안진섭은 깜짝 놀랐다!안지영의 절친한 친구가 고은영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이 배준우를 건드렸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그는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은영이는 지금 배 대표의 아내잖아.”“그건 다 가짜예요!”안지영이 말했다.“……”그녀의 말에 안진섭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상업계에 몸을 담가 왔기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그게 어떻게 가짜라는 거야?”
“그럼 당장 배 대표 찾아가서 솔직하게 말해!”“소, 솔직하게 말하라고요?”아버지는 지금 가서 솔직하게 말하면 큰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아님 은영이 배가 커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야?”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전에 그는 이 딸이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회사를 정말 그녀에게 맡겨도 될지 걱정이었다.단 몇 달 사이에 이렇게 큰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아, 안 돼요!”안지영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너희 지금 또 무슨 속셈이야?”“은영이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갈 거라고 했어요.”안지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전에 고은영과 의논했을 때는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지금 아버지랑 상의해 보니 도망가는 것도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안진섭은 역시 경험이 많은 어른답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배준우 아내의 신분으로 도망간다고? 정말 아무 일 없을 것 같아?”맞는 말이었다!지금 배준우와 이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인데 그의 아내 신분으로는 그 어떤 곳으로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비록 전에 고은영과도 이 문제에 대해 의논했지만, 지금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니 안지영은 문제의 심각성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녀는 멀뚱히 안진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일단 준비해!”“네?”“배 대표한테 가서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지.”이것이 정녕 아버지와 상의한 결과인 걸까?이럴 줄 알았으면 이를 악물고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방금 한순간 그녀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그녀는 이 비밀을 이렇게 오랜 시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전에 그녀도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어떤 후과를 낳을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방금 뭐가 그렇게 다급해서 아버지에게 다 털어놓았는지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아니예요. 아버지, 그건 안 돼요!”“고은영도 당장 불러!”그러나 안진섭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미 임신을 한 마당에
차 안, 안지영은 떨리는 마음으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고 란완리조트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도 고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왜 전화를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어찌 됐든 먼저 당사자한테 말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안지영은 다급해졌다.이 바보는 왜 이럴 때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그녀는 더 이상 안진섭 쪽에 반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해봤자 좋은 결과가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전에 그를 속인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그런데 오늘 귀신에게 홀린 건지 그녀는 어쩌면 안진섭을 설득할 수 있고 안진섭이 그녀들에게 다른 방법을 생각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지금 오히려 같이 그녀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있었다.……같은 시각 란완리조트는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배준우는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방금 고은영을 데려다준 기사는 전전긍긍하며 고은영을 잃어버리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당시 차가 막혔는데 고은영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도망갔다고 했다. 그는 쫓아가려고 했으나 뒤에 길게 늘어선 차 대열의 위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기사는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었고 말을 마친 후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그때 라현일이 공손하게 다가와서 말했다.“하늘그룹의 안진섭 씨와 안지영 씨가 오셨습니다.”배준우는 온몸으로 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차갑게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더니 말했다.“들어오라고 하세요.”“네.”라현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습관적으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 여자 도망갔어! 당장 사람 시켜 잡아 오라고 해.”배준우는 차갑게 말했고 전파를 사이에 두고서도 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그가 내뿜는 무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그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도, 도망갔다고?”그는 분명 배준우에게 이렇게 하면
배준우는 수중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버리고는 차갑게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안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그의 말투는 너무 차가웠고 그 속에는 약간의 위험이 배어 있었다.그는 본론을 말하라는 것이었다!원래 안진섭의 생각은 고은영도 여기에 있으면 어른인 그가 나서서 그녀들을 도와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고은영이 도망갔으니,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면 좋을지 몰랐다.하지만 어찌 됐든 여기까지 온 마당에 말하기 싫어도 해야 했다.안진섭은 모질게 안지영을 노려보며 말했다.“안지영, 무릎 꿇어!”“……”“……”그의 말에 안지영과 배준우는 어리둥절했다.특히 안지영은 아버지의 말에 놀라더니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버지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무릎을 꿇으라니, 그녀도 그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러 온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시대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비록 배준우가 그녀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보다 훨씬 어른은 아니었다.그녀가 배준우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그녀는 절대로 꿇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그녀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러자 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봤다.“빨리 가지 않고 뭐해?”“안 돼요, 아빠!”뭐가 안 된단 말인가, 안진섭은 그녀가 이렇게 거역하자 자기의 노력이 그녀의 손에 망할까 봐 더욱 걱정됐다.안진섭은 흉악하게 소리쳤다.“네가 싫다면 내가 꿇으마!”말을 마친 그는 몸을 일으켰고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대경실색해서 안진섭의 옷소매를 덥석 잡았다.“아, 제가 꿇으면 되잖아요!”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그는 그녀에게 반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부녀 사이로 지내왔는데 지금은 쿵짝이 전혀 맞지 않았다.쿵짝은커녕 차 안에서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여기 오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진이훈도 두 그림자를 보았다.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뒷좌석을 스윽 살피고는 전전긍긍하면서 물었다.“대표님, 돌아갈까요?”‘그러게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킹덤 타운에 찾아와봤자 창피만 당하고 쫓겨날 것이다.진이훈은 나태웅이 바로 별장으로 쳐들어갈까 봐 걱정되었다.이윽고 차량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태웅은 먼저 차에서 내려버렸다.“...”진이훈은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이윽고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렸다.“대표님, 대표님!”진이훈은 나태웅을 꽉 잡았다.이곳은 킹덤 타운이다. 나태웅이 이곳에서 일을 벌여봤자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게다가 장선명의 성격이 어떤지는 강성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아닌가.장선명은 위험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다.장선명을 건드린 사람에게는 좋은 결말이 없었다.다만 나태웅과 진이훈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장선명이 벌써 돌아왔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원래 안지영과 끝장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었건만, 신나나를 찾으러 간 장선명이 벌써 킹덤 타운에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두 사람은 신나나 때문에 싸우지도 않고 있었다.두 사람의 그림자는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었다.“이거 놔!”나태웅의 명령에도 진이훈은 나태웅을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그리고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대표님, 안지영 씨는 확실히 장선명 씨의 약혼녀입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시작이 어찌 되었든, 애원이었는지, 거래였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결국 정상적인 예비부부가 되었다.‘장선명 씨의 약혼녀’라는 말이 나태웅의 신경을 긁었다.진이훈이 아무리 말려도 나태웅은 결국 진이훈을 뿌리쳐냈다.“대표님, 대표님!”나태웅의 세상은 완전히 붕괴하였다. 나태웅은 지금 진이훈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잔뜩 난 채로 킹덤 타운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진이훈의 머릿속은 오직 한마디로 가득했다.‘오늘 이곳에
진이훈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찾아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저 여자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너무 화내지 마십쇼. 안지영 씨는 나 대표님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장선명 때문에?”“...”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정확하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씨 가문은 장 씨 가문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야했디.하지만 나태웅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에 그것마저도 거품으로 돌아갔다.진이훈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화가 나면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잊는 사람이었다.그 시각.안지영도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장선명은 저녁 열한 시에 들어왔다. 여덟 시에 나갔으니 총 세 시간 동안 밖에 있은 셈이었다.집에 돌아온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왜 화내고 있는 거야?”“나태웅 때문에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안지영의 화를 이만큼이나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태웅이 유일할 것이다.이제야 회사 일 때문에 나태웅에게 제대로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거의 매일 시비를 걸었다.게다가 가장 화가 나는 건, 나태웅 때문에 안지영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이 매일 시비를 걸고 또 자기 아버지까지 끌어들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신나나 씨는 어때요?”안지영은 나태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나태웅 얘기를 듣던 장선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신나나의 얘기를 꺼내자 장선명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다.“눈가를 3cm 정도 봉합했어. 지금은 병원에 있어.”“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어요?”안지영은 아주 놀랐다.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하지만 신나나는 매직 썬의 에이스로서 인기도 많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기씨 가문은 요즘 들어 강성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문이었지만 장씨 가문과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 얘기했다.“안지영, 장선명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남자야. 네가 그런 남자의 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아니면, 장선명이 정말 너랑 약혼할 거라고 생각해? 매하리에서 한번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너를 데리고 일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도 봐, 장선명은 다른 여자를 위해 너를 버렸잖아!”안지영은 나태웅의 말투가 안지영의 불행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에게 버려진 안지영을 보면서 축하 파티라도 열 사람 같았다.나태웅의 인성을 잘 아는 안지영은 나태웅의 생각도 쉽게 알 수 있었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장선명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나더러 하주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거예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없나 봐요?”“그건 다른 일이잖아!”“뭐가 다른데요! 내로남불 같은 놈.”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지금의 안지영은 그저 나태웅을 욕할 기회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욕설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전 세계의 욕설을 모아서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나태웅은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안지영, 좋은 말로 할 때 입에서 걸레 빼.”“너나 입에서 걸레 빼세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당신만큼은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테니까. 왜 계속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관종이에요?”“...”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안지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선심을 써서 얘기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쉬지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선명 씨가 신나나 씨 때문에 매직 썬에 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와서 귀띔해 줄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알려줬다고? 이건...’“나태웅 씨, 당신은 장선명이랑 비교하
‘지금 벌인 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친 거 아니야?’안지영은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안지영,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안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다.“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나태웅,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나태웅에게 괴롭힘당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줄 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정신병이 대대로 유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강성에서 가장 잔인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이제는 안지영을 괴롭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선명까지 괴롭히려고 한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뭐 하는 거냐고? 뭐 같아 보이는데?”“내가 당신 같은 사람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안지영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안지영, 장선명이 오늘 밤 왜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당신이 일을 벌이니까 나간 거잖아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죽이고 싶었다.“신나나 때문에 킹덤 타운을 떠난 거야.”“...”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분노로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안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나머지 제 자리에 서서 몇 바퀴나 돌았다.나태웅에게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가지 않았다.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말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장선명은 신나나를 구하러 매직 썬에 간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신나나의 이름을 강하게 읽으며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