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당장 배 대표 찾아가서 솔직하게 말해!”“소, 솔직하게 말하라고요?”아버지는 지금 가서 솔직하게 말하면 큰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아님 은영이 배가 커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야?”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전에 그는 이 딸이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회사를 정말 그녀에게 맡겨도 될지 걱정이었다.단 몇 달 사이에 이렇게 큰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아, 안 돼요!”안지영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너희 지금 또 무슨 속셈이야?”“은영이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갈 거라고 했어요.”안지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전에 고은영과 의논했을 때는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지금 아버지랑 상의해 보니 도망가는 것도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안진섭은 역시 경험이 많은 어른답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배준우 아내의 신분으로 도망간다고? 정말 아무 일 없을 것 같아?”맞는 말이었다!지금 배준우와 이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인데 그의 아내 신분으로는 그 어떤 곳으로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비록 전에 고은영과도 이 문제에 대해 의논했지만, 지금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니 안지영은 문제의 심각성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녀는 멀뚱히 안진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일단 준비해!”“네?”“배 대표한테 가서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지.”이것이 정녕 아버지와 상의한 결과인 걸까?이럴 줄 알았으면 이를 악물고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방금 한순간 그녀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그녀는 이 비밀을 이렇게 오랜 시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전에 그녀도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어떤 후과를 낳을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방금 뭐가 그렇게 다급해서 아버지에게 다 털어놓았는지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아니예요. 아버지, 그건 안 돼요!”“고은영도 당장 불러!”그러나 안진섭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미 임신을 한 마당에
차 안, 안지영은 떨리는 마음으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고 란완리조트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도 고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왜 전화를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어찌 됐든 먼저 당사자한테 말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안지영은 다급해졌다.이 바보는 왜 이럴 때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그녀는 더 이상 안진섭 쪽에 반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해봤자 좋은 결과가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전에 그를 속인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그런데 오늘 귀신에게 홀린 건지 그녀는 어쩌면 안진섭을 설득할 수 있고 안진섭이 그녀들에게 다른 방법을 생각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지금 오히려 같이 그녀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있었다.……같은 시각 란완리조트는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배준우는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방금 고은영을 데려다준 기사는 전전긍긍하며 고은영을 잃어버리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당시 차가 막혔는데 고은영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도망갔다고 했다. 그는 쫓아가려고 했으나 뒤에 길게 늘어선 차 대열의 위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기사는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었고 말을 마친 후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그때 라현일이 공손하게 다가와서 말했다.“하늘그룹의 안진섭 씨와 안지영 씨가 오셨습니다.”배준우는 온몸으로 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차갑게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더니 말했다.“들어오라고 하세요.”“네.”라현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습관적으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 여자 도망갔어! 당장 사람 시켜 잡아 오라고 해.”배준우는 차갑게 말했고 전파를 사이에 두고서도 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그가 내뿜는 무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그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도, 도망갔다고?”그는 분명 배준우에게 이렇게 하면
배준우는 수중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버리고는 차갑게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안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그의 말투는 너무 차가웠고 그 속에는 약간의 위험이 배어 있었다.그는 본론을 말하라는 것이었다!원래 안진섭의 생각은 고은영도 여기에 있으면 어른인 그가 나서서 그녀들을 도와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고은영이 도망갔으니,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면 좋을지 몰랐다.하지만 어찌 됐든 여기까지 온 마당에 말하기 싫어도 해야 했다.안진섭은 모질게 안지영을 노려보며 말했다.“안지영, 무릎 꿇어!”“……”“……”그의 말에 안지영과 배준우는 어리둥절했다.특히 안지영은 아버지의 말에 놀라더니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버지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무릎을 꿇으라니, 그녀도 그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러 온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시대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비록 배준우가 그녀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보다 훨씬 어른은 아니었다.그녀가 배준우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그녀는 절대로 꿇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그녀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러자 안진섭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봤다.“빨리 가지 않고 뭐해?”“안 돼요, 아빠!”뭐가 안 된단 말인가, 안진섭은 그녀가 이렇게 거역하자 자기의 노력이 그녀의 손에 망할까 봐 더욱 걱정됐다.안진섭은 흉악하게 소리쳤다.“네가 싫다면 내가 꿇으마!”말을 마친 그는 몸을 일으켰고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대경실색해서 안진섭의 옷소매를 덥석 잡았다.“아, 제가 꿇으면 되잖아요!”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그는 그녀에게 반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부녀 사이로 지내왔는데 지금은 쿵짝이 전혀 맞지 않았다.쿵짝은커녕 차 안에서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여기 오
그녀의 말에 거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안지영은 온몸을 벌벌 떨며 사신이 오기를 기다렸다.소파에 앉아있던 배준우는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그게 정말 다예요?”그 한마디에는 다른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고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위험이 느껴졌다.“은, 은영이가 임신까지 했어요..”그 순간 그녀는 정말 자기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그나마 고은영이 도망가서 다행이었다. 그 바보가 영원히 이 무서운 남자에게 잡히지 않고 멀리 도망가길 바랄 뿐이었다.이어서 안진섭은 끊임없이 굽신거리며 사죄했고 자기도 이 사실을 오늘 밤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진즉에 알았다면 벌써 안지영을 끌고 와서 배준우 앞에서 죄를 인정했을 것이다!전에 안지영은 이런 결과일 줄 알았지만, 오늘 밤에 너무 놀라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렇게 바꿀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해 버렸다!……한편, 고은영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그녀는 두려워서 감히 비행기도 타지 못하고 기차도 탈 수 없었기에 결국에는 버스 터미널로 왔다.그녀의 인상 속에 버스는 주민등록증 검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그러나 그녀가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터미널은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 날 아침 첫차로 떠날 생각에 대기실 밖의 화단에 앉아 있었다.현재 강성의 저녁 기온은 그리 높지 않았고 배가 고팠던 그녀는 라면을 먹으려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그러나 라면을 먹으려던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그녀에게로 몰려왔다!고은영은 놀라서 바로 손에 들고 있던 라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강도들인가?그녀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양복과 구두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흉악하게 생긴 사람들을 훑어보며 맥없이 말했다.“저 돈 없어요!”그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뒤로 갑자기 스모크 그레이 양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남자는 휴대폰을 들고 화면을 힐끗 보다 다시 고은영을 보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사모님?”그의 말에 고은영은 깜짝 놀
지금 돌아가서 배준우에게 대체 뭐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가?전의 모든 탈출 계획을 그녀는 오후에 다 잊어버렸다.그녀는 그렇게 무모하게 충동적으로 차에서 내린 뒤 빠르게 차들 사이로 달려갔다.아마 그 CCTV도 배준우 쪽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분명한 건 지금 어떻든 간에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저, 안 돌아가면 안 될까요?”고은영은 울먹이며 물었고 그녀의 말에 강현철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대표님께 사모님 데리러 오시라고 할까요?”배준우에게 그녀를 데리러 오라고 하겠다고?그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오늘 정당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면 배준우는 그녀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의 그 차가운 얼굴만 생각해도 그녀는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었다.결국 그녀는 강현철을 따라 차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다.……차 안, 전에 기사가 그녀를 데려다주는 길에 그녀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인 탓에 이번에 차에는 놀랍게도 어린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고은영은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안에서는 전혀 열리지 않았다.그렇게 고은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란완리조트로 돌아갔다!전에 최악의 길은 그냥 도망가는 것으로 생각했다!그런데 도망가자마자 5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바로 끌려왔다.“사모님, 이만 내리시죠!”강현철은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그녀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지금이라도 그녀는 발버둥 치려고 했지만, 강현철의 빈틈없는 낯빛에 그녀는 바로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결국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렸고 놀란 탓인 게 분명했다.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현일은 고은영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하인들을 데리고 다가가며 말했다.“사모님, 오셨습니까?”라현일과 혜나를 본 고은영은 혜나를 쳐다봤고 혜나는 그녀에게 눈빛을 보냈다!고은영은 그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
3일 후에 결과를 알 수 있다니, 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정말 잘못했어요, 배 대표님.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 원래는 대표님을 도와 그 아이를 잘 처리하려고 했는데…”그 아이를 처리하려고 했단 말에 거실의 분위기는 순간 차가워지기 시작했다.안지영은 정말 울고 싶었다.“은영이가 아쉬워했어요. 하지만 대표님이 원하지 않으신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조용히 해!”안진섭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고 지금은 그저 안지영의 입을 다물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뱉는 말에는 옳은 게 하나 없었고 말하면 할수록 3일 후의 후과는 더욱 참담할 것이다.안진섭은 얼른 안지영을 일으켜 세우고는 바로 도망갔다.고은영 옆을 지날 때 안지영은 그녀를 덥석 잡으며 말했다.“은영아, 미안해. 널 이제 지켜줄 수가 없게 되었어...”“빨리 따라 나와!”그 순간 안진섭은 안지영을 기절시켜서라도 데리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정과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이 그녀의 엄마와 똑같았다.고은영은 그녀가 함부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은영이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라면 자식으로 귀한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몸이었다.하지만 안진섭이 보기에 고은영은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뱃속의 그 비장의 카드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안진섭은 강제로 안지영을 끌고 나갔다.집사도 하인들을 전부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고 어느새 거실에는 고은영과 배준우 두 사람만 남았다.남자는 소파에 앉아 왕처럼 그녀를 흘겨봤고, 고은영은 아까 들어오면서부터 그 자리에 서서 지금까지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점점 더 숨이 막혔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배준우가 입을 열었다.“이리 와!”그 순간 너무 긴장된 분위기였기에 고은영은 남자의 말투 속의 감정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그녀는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배준우에게로 다가가다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그 순간 그녀는 감히 배준우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방금 그녀가 들어올 때 안지영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봤다.설마 다 자백한 것인가?게다가 그 자리에는 안진섭도 있었기에 전부 다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러한 생각에 고은영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러나 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기 속에는 괴상한 고요함이 배어 있었다.결국 이런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고 고은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남성 그날 밤.. 바로 저예요!”결국 여기까지 다 말했다. 배준우의 이런 압박감에 그녀는 정말 방법이 없었다.방과 예금, 그녀도 정말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킬 수 없다면 그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하지만 당시 그 집 계약금을 내기 위해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팠다.하지만 지금은…!방금 안지영과 안진섭의 그 장면을 생각하면 그녀도 오늘까지 숨기는 것이 한계라는 것을 깨달았다.“너였어?”배준우는 입꼬리에 웃음을 머금은 채 그녀를 쳐다봤고 고은영은 감히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게다가 오늘 도망갔다가 지금 잡혀 왔기에 더욱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배준우가 끊임없이 내뿜는 압박의 숨결에 고은영은 마침내 압박을 견뎌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예요!”“뭐라고? 나 잘 안 들려!”“남성 그날 밤에 그 일... 저였다고요. 제가 실수로 당신이랑 잤어요!”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 고은영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고 얼굴에 목까지 새빨개졌다.그러자 배준우의 눈 밑에 흥미진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고, 고은영은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그리고 다시 배준우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의 눈 밑에 담긴 웃음기에 고은영은 다시 심장이 떨렸다.아니, 이건…!“말해 봐, 내가 널 어떻게 벌하면 좋을까? 응?”“……”그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배준우는 그녀의 보드라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정말 배짱이 대단하네?”“죄, 죄송해요... 근데 정말로 고의는 아니었어요.”“그래?”“그날 밤 저도 취하고 당신도 취해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든 고은영과 안지영 두 사람이 서로 숨겨주는 모습에 배준우 입꼬리에 머금고 있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이 바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안 씨 가문 그 여자의 공이 컸을 것이다.안지영이 다 털어놓았다는 말에 고은영은 더욱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저기, 지영이 힘들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아직도 그 여자를 감싸 주고 싶어?”“그때는 제가 죽음으로 지영이를 협박했어요..”“지금 네 코가 석 자야.”배준우는 무정하게 현실을 말했고, 고은영은 다시 멍해졌다.그렇다!이렇게 큰일이 터졌고 지금 자기 코가 석 자인 마당에 안지영을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방금 안지영도 그녀를 지켜주려고 했었기에 고은영은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했다.“정말 제가 강요한 거예요!”“하!”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화가 났으면 저한테 푸세요. 어찌 보면 정말 지영이랑 아무 관계 없어요.”그동안 안지영도 힘든 나날을 보냈기에 그녀는 그녀마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배준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제 집이랑 돈 다 줄게요.”“내가 그깟 집이랑 돈이 정말 부족해서 이러는 것 같아?”“……”부족하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집이랑 돈을 다 빼앗겠다고 협박한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이제 이렇게 큰일을 속인 게 들통났으니 그 집과 돈은 지킬 수 없을 것이다.그때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그녀는 어쩌다 이 늑대를 건드리게 되었을까!배준우 입가의 웃음기는 더욱 짙어졌다. 그의 따뜻한 손바닥은 아래로 내려갔고 그 따뜻함에는 전류가 흐르고 있어 고은영은 참지 못하고 온몸을 살짝 떨었다.고은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배, 배 대표님!”손바닥은 결국 그녀의 아랫배에 머물렀다.“정말 임신한 거 맞지?”그녀는 다시 숨이 막혀왔다. 안지영이 이것까지 말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그녀는 안지영이 오늘 밤에 말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