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되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와 함께 식사하지 않고 나태웅과 함께 서재로 갔다.서재에서 배준우가 나태웅에게 물었다.“내일 떠나는 거야?”“응, 반드시 돌아가야 해.”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그동안 고마웠어.”“아니야, 당연한건데 뭐. 량천옥은 우리 가족도 괴롭혔으니 우리 공동의 적이니깐.”량천옥이란 말에 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나태웅이 량천옥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이기도 했다.당시 나태웅의 어머니는 량천옥때문에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 다행히 그가 강인하게 대응했기에 나씨 가문은 큰 화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반면 배준우는 그렇게 행운스럽지 못했다. 그것은 배항준이 바람둥이였기 때문이었다.“요즘 량일, 그쪽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어?”배준우가 물었다. 량일의 움직임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생각과 달리 무척이나 이상했다.….장항 프로젝트와 천의.전에 죽일 듯이 덤비던 그녀들의 태도로 미뤄어 봤을 때 배준우가 이 정도로 밀어붙인다면 무조건 다른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천의를 회수하겠다고 말한 이후로 줄곧 둘의 행적을 감시했었다.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전에 있었던 사고도 량천옥이 시킨 것이 드러났고 그들이 손을 쓰려했을 때 상대가 죽어 버리고 말았다. 요 며칠 그녀들은 조보은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고은영의 실종은 그녀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장항 프로젝트처럼 말이다. 지금은 천의, 이토록 큰일에 그녀들이 잠잠하다.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이상해.”“이런 것들도 진청아에게 바로 귀띔해야 해.”“그래! 걱정하지 마.”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것들은 아주 중요한 것들이었다.독한 이 두 여자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천의를 안전하게 회수하기 전에는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생각하
“오늘 량일이 너를 만나 뭐라고 했어?”배준우는 끝내 묻고 말았다.그 자리에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배윤이 나타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중단되었다.그가 량일에 대해 묻자, 그녀는 기분이 잡쳤다.“알 수 없는 얘기들을 한가득 늘어놓던데요?”“응?”어떤 것들을 말하는 거지?몇년동안 량일 그 여자는 딸인 량천옥을 앞세워 강성을 주름잡고 있었다.처음에 고은영을 적잖이도 괴롭혔었다.“당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당신을 떠나라고 하더군요. 나를 위한 거라나? 뭐라나? 그녀가 나에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되는 건가요.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고은영은 량일이 진짜 고단수인 것 같았다.전에 그녀에게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더니 지금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통하지 않자, 태도를 바꾼 것일까?다행히도 고은영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겪어 봐서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위하는 거라고?”량일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배준우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고은영이 말했듯이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를 위해서 말해주는 거라 했어요. 너무 이상하죠?”“응, 이상하네.”“아마 방법을 바꾼 것 같아요.”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둘, 그리고 열심히 면을 흡입하고 있는 고은영은 어느새 찌푸려진 그의 눈살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보기에는 량일이 그저 방법만 바꾼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여자는 차갑고 냉정했다. 그녀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다.예를 들어 전에 배항준의 연인들을 처리하던 그 수법은 악랄하기 그지없었다.그런 그가 갑자기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배준우는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뭘 생각해요?”배준우가 말이 없자 고은영이 물었다.인상을 쓴 배준우를 그녀가 다독이기 시작했다.“걱정 말아요. 어떤 수를 쓰든 난 당신이 천의를 회수한 후에 이혼할 거예요.”그녀의 입에서 ‘이혼’이
량천옥은 집사에게 분노하며 소리쳤다.“다시 전화해!”오늘 량천옥은 배항준의 행방을 철저히 따질 작정이었다.그녀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량일도 깜짝 놀랐다.량일이 집사에게 눈짓하자, 집사는 즉시 도우미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주방에는 량일과 량천옥 둘만 남았고, 량일은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왜 애꿎은 사람들한테 소리 질러?”집안의 도우미들에게 잘해주면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배항준의 행방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집사의 전화를 받는대도 이런 상황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량천옥은 배항준의 마음이 이미 떠났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난 수년간 이 집안을 위해서 충분히 노력했다고!”“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야?”량일이 호통쳤다.그녀의 말에 량천옥도 뜨끔했다.그래, 이게 무슨 어리석은 말이야?애초에 배씨 집안으로 시집올때, 량일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줬다.바로 원망이 많은 여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배항준은 수년 동안 그녀가 자신이 그의 아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에게 잘해 주었다.그러니 지금 그를 통제하려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였다.그녀는 지금 이런 그의 변화를 납득할 수 없었다.“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량천옥은 억울한 표정으로 량일을 쳐다보았다.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지?“엄마가 말했던 모든 게 정말 그렇게나 중요해요?” 량천옥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량일을 쳐다보며 말했다.량천옥은 자신이 요즘 배준우와 재산을 놓고 다툰 것이 배항준의 불만을 산 거라고 생각했다.집안에 불만이 있으니, 밖으로 나돈다고 생각했다.량일은 량천옥의 반응을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너...!”“이런 것들이 정말 그렇게 중요해요? 내가 그것들을 위해서 뭘 잃었는지 알아요?”그 아이, 그 아이를 매정하게 버렸다.그 귀여운 아이를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이쁜 아
배항준의 말이 맞았다. 동영 그룹 전체가 배항준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그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누구도 그를 대신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량천옥은 자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들었을 때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육하한테 전화해요.”순간 량일은 깜짞 놀라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뭐 하려고?”“고은영을 이대로 둬서는 안 돼요. 저번에는 운이 좋았어요. 준우가 그 계집애한테 진심인 게 틀림없어요!”헤어진다고? 천의를 손에 넣으면 헤어진다고? 아마 그건 다 핑계일 것이다. 그는 고은영과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안 돼!”그녀는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량일의 반응에 량천옥은 그녀가 왜 고은영을 감싸고 도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물론, 그녀는 지금 배항준의 일로도 머리가 아파, 그렇게 많은 걸 관여할 수도 없었다.“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마요. 네?”량천옥이 말했다.그녀가 오후에 이미 말했듯이, 그녀는 이미 마흔다섯이고, 량일의 말을 들을 만큼 충분히 들었다.그래서 이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하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량일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더욱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다.“이젠 내 말 안 들어도 상관없어, 그지만 이 일은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해!”량천옥은 량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 저녁을 먹을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일어나서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량일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내 말 들었어?”“들었어요!” 량천옥이 차갑게 대답했다. 량일의 말대로 하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정말 량일의 말대로 할까?그녀는 지금 고은영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고 있었다. ........배준우의 정력은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인간은 정말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배준우의 몸에서 똑똑히 체득한 셈이다.이전에 그가 다른 여자들을 냉정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이 남자에게는 첫사랑도 없고, 절대 그 방면
고은영의 입꼬리가 떨려왔고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손을 비비며 말했다.“저기, 저희 이러면 안 되지 않나요?”“왜 안돼?”“혹시 잊으셨어요?”순간 고은영은 울컥했다.전에 분명히 합의했는데, 배준우와 나태웅은 그 일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합의서를 쓰지 않은 합의이니 말로 파기해버리면 그만이다.게다가 딱히 정해진 조항도 없었기에 지금 배준우가 자기 멋대로 그녀를 안으려고 하니 그녀는 감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녀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배준우는 더욱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전에는 왜 이런 보물이 곁에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까?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는 조심히 끌어당겼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그녀의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에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아랫배를 움켜쥔 그녀의 손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비꼬듯이 말했다.“뭐가 그렇게 무서워?”고은영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그때 배준우의 시선이 자신의 아랫배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배를 끌어안고 있는 자기 손이 보였다. 그녀는 순간 호흡이 흐트러졌다!정말 어쩔 방법이 없엇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재빨리 손을 내렸다.그려나 배준우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응. 근데 왜 네 배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지?”“.......”지금 고은영은 배준우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성 시내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천하의 배씨 가문 도련님의 사적인 취미가 자신의 귀여운 아내를 놀리는 것이라는 것을.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이 어리벙벙한 비서에 의해 이렇게 변했다니.배가 점점 커진다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잘못 보셨어요. 아니면 제가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너 오늘 저녁에 별로 안 먹었는데.”배준우가 말했다.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용기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설마 또 그를 화나게 한 건가?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녀 때문에 화가 났다면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너 코 골잖아.”고은영은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믿기 싫었다.하지만 매일 아침 화가 나 있는 배준우를 보니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방에서 잔다고 했잖아요.”고은영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소리가 아주 작아 한쪽에 서있는 도우미들을 들을 수 없었지만, 배준우는 아주 똑똑히 들었다.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고은영을 쳐다봤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반찬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배준우가 화가 난 와중에배씨 본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 너머의 집사가 공손히 말했다.“도련님, 회장님이 집에 들르시라고 하십니다.”“또 왜요?”배준우가 분노에 찬 말투로 물었다.“회장님께서 천의에 관한 일이라고 하십니다!”천의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을 한번 쳐다봤는데, 순간 나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은영에겐 돌직구로 말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습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런데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 또 말해주기 싫었다......!그녀를 놀리는 건 매일 없어서는 안 될 즐거움이 되었다.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이런 생각들을 전혀 모른다. 그녀는 오로지 천의만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은 완전히 자유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도련님, 도련님?”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수화기 너머의 집사가 그를 불렀다.“알았어요.”그는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집사에게 언제 간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배준우가 전화를 끊자, 고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회장님이 천의를 넘겨주신대요?”비록 그건 량천옥의 생명선이라고 하지만 결국 결정권은 배항준의 손에 있다.만약 배항준이 정말 천의를 배준우에게 넘겨주려고 한다면, 량천옥도
아침 식사 후.배준우는 배씨 본가에 갔다. 천의의 일이니 당연히 가야 했다. 이번에도 고은영을 데리고 갔다. 그는 지금 어디를 가든 고은영을 데리고 다닌다.그는 며칠 전의 교통사고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다. 설령 그녀를 란완에 둔대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배씨 본가.배준우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량천옥은 분노에 비명을 질렀다.“악...!”꽈당!그러고는 탁상 위의 물건을 죄다 땅에 던져버렸다.이 순간 그녀는 완전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량천옥은 배항준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다.“온 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천의를 준우한테 넘겨주라고요? 우리 사이가 이젠 이 지경에 이른 거예요?”말할수록 량천옥의 감정은 더욱 격해졌다.어젯밤에 그녀와 집사가 번갈아 가며 전화했는데 그는 한 통도 받지 않았다.지금 량천옥은 배항준이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은 확신했다. “천의를 준우한테 준다고요? 내가 보기엔 당신이.....!”“천옥아!”량천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량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량일은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량천옥은 결국 모든 말을 참고, 화가 나서 배항준을 쳐다보았다.어제까지만 해도 배윤이 돌아왔으니, 배항준이 배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중요치 않은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중요해질 수 없다. “당신은 우리 윤이를 위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천의를 윤이한테 줘서 망하게 하려고 그래?”배항준이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량천옥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배항준을 쳐다보았다.“당, 당신이 어떻게?”“내가 어떻게 아냐고? 응?”배항준이 날카롭게 말했다.그는 한숨을 쉬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걔 설마 어젯밤 안 들어왔어? 뭐 하러 간 거지?”량천옥의 모든 광기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배항준이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들어왔을 때,량천옥은 울고 있었다.배항준의 얼굴색도 별로였다.그런데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니 그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졌다.“이젠 어딜 가나 이 계집애를 데리고 다녀야겠어?”“내가 언제까지 데리고 다닐지는 당신이 결정하기에 달린 거 아니에요?”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아침 내내 소란을 피운 량천옥은 지금 더욱 자신의 분노를 통제할 수 없었다.“배준우, 너 사람 너무 업신여기지 마!”“.....”“날 인정하지 않는대도 윤이는 네 동생이야. 어떻게 네 동생한테 이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량천옥이 분노하며 말했다.그녀는 배준우가 본가에 돌아오는 것이 이렇게 끔찍이 싫어질 줄은 몰랐다.하긴, 이 몇 년 동안 배준우도 본가에 별로 오지 않았다.요즘 그가 본가에 올 때마다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량천옥이다.량천옥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고 억울했다.량천옥의 말에 배준우는 차갑게 웃으며 별로 대꾸하지 않았다.이런 무시하는 태도가 량천옥을 더 미치게 했다.“일단 올라가 있어!”배항준이 량천옥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아침부터 그녀의 소란에 머리가 아파와 더 이상 그녀가 떠드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라는 배항준의 말에 량천옥은 더욱 화가 났다.“싫어요!’“올라가!” 배항준이 매섭게 소리쳤다.량천옥은 그의 싸늘함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량일은 량천옥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올라가!”“엄마!”량일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량천옥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배씨 집안에 있었는데, 지금 모든 걸 뺏길 상황에 놓였는데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는가?“난 회장님 믿어. 넌 회장님 아내고, 윤이도 회장님 아들이잖니!”량일이 말했다.량일이 배항준 앞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말은 분명히 배항준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일을 너무 심하게 처리하지 말라고 말이다.지금 아이들의 이런 모순들이 모두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