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되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와 함께 식사하지 않고 나태웅과 함께 서재로 갔다.서재에서 배준우가 나태웅에게 물었다.“내일 떠나는 거야?”“응, 반드시 돌아가야 해.”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그동안 고마웠어.”“아니야, 당연한건데 뭐. 량천옥은 우리 가족도 괴롭혔으니 우리 공동의 적이니깐.”량천옥이란 말에 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나태웅이 량천옥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이기도 했다.당시 나태웅의 어머니는 량천옥때문에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 다행히 그가 강인하게 대응했기에 나씨 가문은 큰 화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반면 배준우는 그렇게 행운스럽지 못했다. 그것은 배항준이 바람둥이였기 때문이었다.“요즘 량일, 그쪽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어?”배준우가 물었다. 량일의 움직임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생각과 달리 무척이나 이상했다.….장항 프로젝트와 천의.전에 죽일 듯이 덤비던 그녀들의 태도로 미뤄어 봤을 때 배준우가 이 정도로 밀어붙인다면 무조건 다른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천의를 회수하겠다고 말한 이후로 줄곧 둘의 행적을 감시했었다.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전에 있었던 사고도 량천옥이 시킨 것이 드러났고 그들이 손을 쓰려했을 때 상대가 죽어 버리고 말았다. 요 며칠 그녀들은 조보은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고은영의 실종은 그녀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장항 프로젝트처럼 말이다. 지금은 천의, 이토록 큰일에 그녀들이 잠잠하다.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이상해.”“이런 것들도 진청아에게 바로 귀띔해야 해.”“그래! 걱정하지 마.”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것들은 아주 중요한 것들이었다.독한 이 두 여자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천의를 안전하게 회수하기 전에는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생각하
“오늘 량일이 너를 만나 뭐라고 했어?”배준우는 끝내 묻고 말았다.그 자리에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배윤이 나타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중단되었다.그가 량일에 대해 묻자, 그녀는 기분이 잡쳤다.“알 수 없는 얘기들을 한가득 늘어놓던데요?”“응?”어떤 것들을 말하는 거지?몇년동안 량일 그 여자는 딸인 량천옥을 앞세워 강성을 주름잡고 있었다.처음에 고은영을 적잖이도 괴롭혔었다.“당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당신을 떠나라고 하더군요. 나를 위한 거라나? 뭐라나? 그녀가 나에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되는 건가요.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고은영은 량일이 진짜 고단수인 것 같았다.전에 그녀에게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더니 지금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통하지 않자, 태도를 바꾼 것일까?다행히도 고은영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겪어 봐서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위하는 거라고?”량일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배준우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고은영이 말했듯이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를 위해서 말해주는 거라 했어요. 너무 이상하죠?”“응, 이상하네.”“아마 방법을 바꾼 것 같아요.”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둘, 그리고 열심히 면을 흡입하고 있는 고은영은 어느새 찌푸려진 그의 눈살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보기에는 량일이 그저 방법만 바꾼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여자는 차갑고 냉정했다. 그녀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다.예를 들어 전에 배항준의 연인들을 처리하던 그 수법은 악랄하기 그지없었다.그런 그가 갑자기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배준우는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뭘 생각해요?”배준우가 말이 없자 고은영이 물었다.인상을 쓴 배준우를 그녀가 다독이기 시작했다.“걱정 말아요. 어떤 수를 쓰든 난 당신이 천의를 회수한 후에 이혼할 거예요.”그녀의 입에서 ‘이혼’이
량천옥은 집사에게 분노하며 소리쳤다.“다시 전화해!”오늘 량천옥은 배항준의 행방을 철저히 따질 작정이었다.그녀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량일도 깜짝 놀랐다.량일이 집사에게 눈짓하자, 집사는 즉시 도우미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주방에는 량일과 량천옥 둘만 남았고, 량일은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왜 애꿎은 사람들한테 소리 질러?”집안의 도우미들에게 잘해주면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배항준의 행방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집사의 전화를 받는대도 이런 상황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량천옥은 배항준의 마음이 이미 떠났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난 수년간 이 집안을 위해서 충분히 노력했다고!”“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야?”량일이 호통쳤다.그녀의 말에 량천옥도 뜨끔했다.그래, 이게 무슨 어리석은 말이야?애초에 배씨 집안으로 시집올때, 량일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줬다.바로 원망이 많은 여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배항준은 수년 동안 그녀가 자신이 그의 아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에게 잘해 주었다.그러니 지금 그를 통제하려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였다.그녀는 지금 이런 그의 변화를 납득할 수 없었다.“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량천옥은 억울한 표정으로 량일을 쳐다보았다.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지?“엄마가 말했던 모든 게 정말 그렇게나 중요해요?” 량천옥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량일을 쳐다보며 말했다.량천옥은 자신이 요즘 배준우와 재산을 놓고 다툰 것이 배항준의 불만을 산 거라고 생각했다.집안에 불만이 있으니, 밖으로 나돈다고 생각했다.량일은 량천옥의 반응을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너...!”“이런 것들이 정말 그렇게 중요해요? 내가 그것들을 위해서 뭘 잃었는지 알아요?”그 아이, 그 아이를 매정하게 버렸다.그 귀여운 아이를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이쁜 아
배항준의 말이 맞았다. 동영 그룹 전체가 배항준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그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누구도 그를 대신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량천옥은 자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들었을 때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육하한테 전화해요.”순간 량일은 깜짞 놀라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뭐 하려고?”“고은영을 이대로 둬서는 안 돼요. 저번에는 운이 좋았어요. 준우가 그 계집애한테 진심인 게 틀림없어요!”헤어진다고? 천의를 손에 넣으면 헤어진다고? 아마 그건 다 핑계일 것이다. 그는 고은영과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안 돼!”그녀는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량일의 반응에 량천옥은 그녀가 왜 고은영을 감싸고 도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물론, 그녀는 지금 배항준의 일로도 머리가 아파, 그렇게 많은 걸 관여할 수도 없었다.“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마요. 네?”량천옥이 말했다.그녀가 오후에 이미 말했듯이, 그녀는 이미 마흔다섯이고, 량일의 말을 들을 만큼 충분히 들었다.그래서 이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하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량일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더욱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다.“이젠 내 말 안 들어도 상관없어, 그지만 이 일은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해!”량천옥은 량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 저녁을 먹을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일어나서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량일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내 말 들었어?”“들었어요!” 량천옥이 차갑게 대답했다. 량일의 말대로 하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정말 량일의 말대로 할까?그녀는 지금 고은영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고 있었다. ........배준우의 정력은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인간은 정말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배준우의 몸에서 똑똑히 체득한 셈이다.이전에 그가 다른 여자들을 냉정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이 남자에게는 첫사랑도 없고, 절대 그 방면
고은영의 입꼬리가 떨려왔고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손을 비비며 말했다.“저기, 저희 이러면 안 되지 않나요?”“왜 안돼?”“혹시 잊으셨어요?”순간 고은영은 울컥했다.전에 분명히 합의했는데, 배준우와 나태웅은 그 일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합의서를 쓰지 않은 합의이니 말로 파기해버리면 그만이다.게다가 딱히 정해진 조항도 없었기에 지금 배준우가 자기 멋대로 그녀를 안으려고 하니 그녀는 감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녀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배준우는 더욱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전에는 왜 이런 보물이 곁에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까?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는 조심히 끌어당겼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그녀의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에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아랫배를 움켜쥔 그녀의 손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비꼬듯이 말했다.“뭐가 그렇게 무서워?”고은영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그때 배준우의 시선이 자신의 아랫배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배를 끌어안고 있는 자기 손이 보였다. 그녀는 순간 호흡이 흐트러졌다!정말 어쩔 방법이 없엇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재빨리 손을 내렸다.그려나 배준우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응. 근데 왜 네 배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지?”“.......”지금 고은영은 배준우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성 시내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천하의 배씨 가문 도련님의 사적인 취미가 자신의 귀여운 아내를 놀리는 것이라는 것을.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이 어리벙벙한 비서에 의해 이렇게 변했다니.배가 점점 커진다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잘못 보셨어요. 아니면 제가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너 오늘 저녁에 별로 안 먹었는데.”배준우가 말했다.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용기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설마 또 그를 화나게 한 건가?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녀 때문에 화가 났다면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너 코 골잖아.”고은영은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믿기 싫었다.하지만 매일 아침 화가 나 있는 배준우를 보니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방에서 잔다고 했잖아요.”고은영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소리가 아주 작아 한쪽에 서있는 도우미들을 들을 수 없었지만, 배준우는 아주 똑똑히 들었다.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고은영을 쳐다봤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반찬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배준우가 화가 난 와중에배씨 본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 너머의 집사가 공손히 말했다.“도련님, 회장님이 집에 들르시라고 하십니다.”“또 왜요?”배준우가 분노에 찬 말투로 물었다.“회장님께서 천의에 관한 일이라고 하십니다!”천의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을 한번 쳐다봤는데, 순간 나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은영에겐 돌직구로 말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습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런데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 또 말해주기 싫었다......!그녀를 놀리는 건 매일 없어서는 안 될 즐거움이 되었다.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이런 생각들을 전혀 모른다. 그녀는 오로지 천의만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은 완전히 자유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도련님, 도련님?”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수화기 너머의 집사가 그를 불렀다.“알았어요.”그는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집사에게 언제 간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배준우가 전화를 끊자, 고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회장님이 천의를 넘겨주신대요?”비록 그건 량천옥의 생명선이라고 하지만 결국 결정권은 배항준의 손에 있다.만약 배항준이 정말 천의를 배준우에게 넘겨주려고 한다면, 량천옥도
아침 식사 후.배준우는 배씨 본가에 갔다. 천의의 일이니 당연히 가야 했다. 이번에도 고은영을 데리고 갔다. 그는 지금 어디를 가든 고은영을 데리고 다닌다.그는 며칠 전의 교통사고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다. 설령 그녀를 란완에 둔대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배씨 본가.배준우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량천옥은 분노에 비명을 질렀다.“악...!”꽈당!그러고는 탁상 위의 물건을 죄다 땅에 던져버렸다.이 순간 그녀는 완전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량천옥은 배항준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다.“온 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천의를 준우한테 넘겨주라고요? 우리 사이가 이젠 이 지경에 이른 거예요?”말할수록 량천옥의 감정은 더욱 격해졌다.어젯밤에 그녀와 집사가 번갈아 가며 전화했는데 그는 한 통도 받지 않았다.지금 량천옥은 배항준이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은 확신했다. “천의를 준우한테 준다고요? 내가 보기엔 당신이.....!”“천옥아!”량천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량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량일은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량천옥은 결국 모든 말을 참고, 화가 나서 배항준을 쳐다보았다.어제까지만 해도 배윤이 돌아왔으니, 배항준이 배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중요치 않은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중요해질 수 없다. “당신은 우리 윤이를 위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천의를 윤이한테 줘서 망하게 하려고 그래?”배항준이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량천옥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배항준을 쳐다보았다.“당, 당신이 어떻게?”“내가 어떻게 아냐고? 응?”배항준이 날카롭게 말했다.그는 한숨을 쉬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걔 설마 어젯밤 안 들어왔어? 뭐 하러 간 거지?”량천옥의 모든 광기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배항준이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들어왔을 때,량천옥은 울고 있었다.배항준의 얼굴색도 별로였다.그런데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니 그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졌다.“이젠 어딜 가나 이 계집애를 데리고 다녀야겠어?”“내가 언제까지 데리고 다닐지는 당신이 결정하기에 달린 거 아니에요?”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아침 내내 소란을 피운 량천옥은 지금 더욱 자신의 분노를 통제할 수 없었다.“배준우, 너 사람 너무 업신여기지 마!”“.....”“날 인정하지 않는대도 윤이는 네 동생이야. 어떻게 네 동생한테 이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량천옥이 분노하며 말했다.그녀는 배준우가 본가에 돌아오는 것이 이렇게 끔찍이 싫어질 줄은 몰랐다.하긴, 이 몇 년 동안 배준우도 본가에 별로 오지 않았다.요즘 그가 본가에 올 때마다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량천옥이다.량천옥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고 억울했다.량천옥의 말에 배준우는 차갑게 웃으며 별로 대꾸하지 않았다.이런 무시하는 태도가 량천옥을 더 미치게 했다.“일단 올라가 있어!”배항준이 량천옥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아침부터 그녀의 소란에 머리가 아파와 더 이상 그녀가 떠드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라는 배항준의 말에 량천옥은 더욱 화가 났다.“싫어요!’“올라가!” 배항준이 매섭게 소리쳤다.량천옥은 그의 싸늘함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량일은 량천옥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올라가!”“엄마!”량일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량천옥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배씨 집안에 있었는데, 지금 모든 걸 뺏길 상황에 놓였는데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는가?“난 회장님 믿어. 넌 회장님 아내고, 윤이도 회장님 아들이잖니!”량일이 말했다.량일이 배항준 앞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말은 분명히 배항준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일을 너무 심하게 처리하지 말라고 말이다.지금 아이들의 이런 모순들이 모두 어른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진이훈도 두 그림자를 보았다.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뒷좌석을 스윽 살피고는 전전긍긍하면서 물었다.“대표님, 돌아갈까요?”‘그러게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킹덤 타운에 찾아와봤자 창피만 당하고 쫓겨날 것이다.진이훈은 나태웅이 바로 별장으로 쳐들어갈까 봐 걱정되었다.이윽고 차량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태웅은 먼저 차에서 내려버렸다.“...”진이훈은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이윽고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렸다.“대표님, 대표님!”진이훈은 나태웅을 꽉 잡았다.이곳은 킹덤 타운이다. 나태웅이 이곳에서 일을 벌여봤자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게다가 장선명의 성격이 어떤지는 강성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아닌가.장선명은 위험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다.장선명을 건드린 사람에게는 좋은 결말이 없었다.다만 나태웅과 진이훈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장선명이 벌써 돌아왔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원래 안지영과 끝장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었건만, 신나나를 찾으러 간 장선명이 벌써 킹덤 타운에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두 사람은 신나나 때문에 싸우지도 않고 있었다.두 사람의 그림자는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었다.“이거 놔!”나태웅의 명령에도 진이훈은 나태웅을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그리고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대표님, 안지영 씨는 확실히 장선명 씨의 약혼녀입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시작이 어찌 되었든, 애원이었는지, 거래였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결국 정상적인 예비부부가 되었다.‘장선명 씨의 약혼녀’라는 말이 나태웅의 신경을 긁었다.진이훈이 아무리 말려도 나태웅은 결국 진이훈을 뿌리쳐냈다.“대표님, 대표님!”나태웅의 세상은 완전히 붕괴하였다. 나태웅은 지금 진이훈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잔뜩 난 채로 킹덤 타운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진이훈의 머릿속은 오직 한마디로 가득했다.‘오늘 이곳에
진이훈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찾아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저 여자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너무 화내지 마십쇼. 안지영 씨는 나 대표님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장선명 때문에?”“...”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정확하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씨 가문은 장 씨 가문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야했디.하지만 나태웅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에 그것마저도 거품으로 돌아갔다.진이훈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화가 나면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잊는 사람이었다.그 시각.안지영도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장선명은 저녁 열한 시에 들어왔다. 여덟 시에 나갔으니 총 세 시간 동안 밖에 있은 셈이었다.집에 돌아온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왜 화내고 있는 거야?”“나태웅 때문에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안지영의 화를 이만큼이나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태웅이 유일할 것이다.이제야 회사 일 때문에 나태웅에게 제대로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거의 매일 시비를 걸었다.게다가 가장 화가 나는 건, 나태웅 때문에 안지영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이 매일 시비를 걸고 또 자기 아버지까지 끌어들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신나나 씨는 어때요?”안지영은 나태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나태웅 얘기를 듣던 장선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신나나의 얘기를 꺼내자 장선명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다.“눈가를 3cm 정도 봉합했어. 지금은 병원에 있어.”“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어요?”안지영은 아주 놀랐다.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하지만 신나나는 매직 썬의 에이스로서 인기도 많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기씨 가문은 요즘 들어 강성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문이었지만 장씨 가문과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 얘기했다.“안지영, 장선명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남자야. 네가 그런 남자의 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아니면, 장선명이 정말 너랑 약혼할 거라고 생각해? 매하리에서 한번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너를 데리고 일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도 봐, 장선명은 다른 여자를 위해 너를 버렸잖아!”안지영은 나태웅의 말투가 안지영의 불행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에게 버려진 안지영을 보면서 축하 파티라도 열 사람 같았다.나태웅의 인성을 잘 아는 안지영은 나태웅의 생각도 쉽게 알 수 있었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장선명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나더러 하주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거예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없나 봐요?”“그건 다른 일이잖아!”“뭐가 다른데요! 내로남불 같은 놈.”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지금의 안지영은 그저 나태웅을 욕할 기회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욕설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전 세계의 욕설을 모아서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나태웅은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안지영, 좋은 말로 할 때 입에서 걸레 빼.”“너나 입에서 걸레 빼세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당신만큼은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테니까. 왜 계속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관종이에요?”“...”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안지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선심을 써서 얘기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쉬지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선명 씨가 신나나 씨 때문에 매직 썬에 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와서 귀띔해 줄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알려줬다고? 이건...’“나태웅 씨, 당신은 장선명이랑 비교하
‘지금 벌인 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친 거 아니야?’안지영은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안지영,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안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다.“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나태웅,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나태웅에게 괴롭힘당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줄 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정신병이 대대로 유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강성에서 가장 잔인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이제는 안지영을 괴롭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선명까지 괴롭히려고 한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뭐 하는 거냐고? 뭐 같아 보이는데?”“내가 당신 같은 사람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안지영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안지영, 장선명이 오늘 밤 왜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당신이 일을 벌이니까 나간 거잖아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죽이고 싶었다.“신나나 때문에 킹덤 타운을 떠난 거야.”“...”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분노로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안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나머지 제 자리에 서서 몇 바퀴나 돌았다.나태웅에게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가지 않았다.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말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장선명은 신나나를 구하러 매직 썬에 간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신나나의 이름을 강하게 읽으며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