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화가 났으면서 감히 화를 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배준우 입가의 미소가 더 따뜻해졌다.그래서 또 그녀의 얼굴을 잡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또!그러나 그녀는 또 다시 바로 배준우에 의해 혼란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남자의 열정을 당해낼 수 없었다.두 시간 뒤.고은영은 신음하며 몸을 돌렸다. 몸의 뻐근함이 그녀에게 더욱 억울한 느낌이 들게 했다.“아파?”귓가에 배준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이러다가 제가 임신하게 되면 어떡해요?”“.......”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네!이런 일을 한 뒤에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이미 딱딱해진 그녀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아이 갖고 싶어?”자꾸 자신을 헷갈리게 하는 그의 부드러운 행동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등을 돌려 누웠다.“만일이라고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이런 그녀의 모습이 배준우는 너무 웃겼다. ““근데 우리는....”“평생 배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고 싶지 않아?”고은영이 채 말하기 전에 배준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멈칫했다!그러고 싶은지, 아닌지.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그윽한 눈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도 돼요?”“너 하는 거 봐서!”그의 말에 고은영의 얼굴은 바로 굳어졌다.또 뭘 어떻게 보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속셈을 알 수 없어 고민하다 끝내 말하지 않았다.배준우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들 사이에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 불편했다.“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뒤 얼떨결에 눈을 감았다.지금 배준우의 정력을 그녀는 완전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의 이런 어질어질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배준우의 눈에는 사랑이 뚝뚝 떨어졌다.그는 방금 자신이 이성을 잃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 그녀는 많은 피곤함을 느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순간 배씨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수화기 너머로 집사가 배준우에게 말했다.“도련님, 지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오전엔 바쁘니 점심때 다시 얘기해요.”“하지만 어르신이 지금 오지 않으시면 어르신 시체를 보게 되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배준우는 눈썹을 찌푸리다가 엉겁결에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작은 찐빵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그녀의 작은 볼은 순식간에 불룩해졌고, 만족한 표정으로 먹고 있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화에 대고 차갑게 한마디만 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불현듯 먹이를 가리지 않는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 인생이 훨씬 더 재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영은 다섯 번째 찐빵을 먹었을 때, 마침내 배준우의 눈빛을 느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맛있어?”“네. 맛있어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란완에서 지낸 이후로 그녀는 밀가루 음식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다.예전에 배준우와 갓 결혼했을 때, 배준우 혼자 하원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가정부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가정부도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런 생활이 참 좋았다....“빨리 먹어. 먹고 나랑 같이 본가에 갈래?”“또 뭐 하러 가나요?”“빨리 먹어, 늦으면 아마 가서 시체를 거둬야 할 수도 있어!”“.......”말 하나 정말 독하게 하네!하지만 배준우가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연기되었다는 보도를 낸 걸 생각하면 대략 예상이 됐다. 아마 본가는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다.고은영은 배항준과 배준우의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가끔 아무리 가족사이라도 크게 아픔을 겪으면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대략 9시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공기는 얼어붙었다. 량천옥의 득의양양했던 표정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는 믿기 어렵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다가 다시 배항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항준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는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배준우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니?” 량천옥은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량일도 믿기 어려워하며 고은영과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모두가 그 둘의 사이는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와서 천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자리에 앉혔다. 다리를 꼬는 그 모습이 매우 당당해 보였다. 분노로 가득 찬 배항준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요구면 과분한 건 아니지 않나요?” “배준우!” 배항준이 이를 악물었고,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화가 나서 그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배항준은 이제 자기 아들이 정말 다 커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걸 느꼈다. 아니면 한 번도 제대로 컨트롤해본 적이 없거나 말이다. 량천옥도 드디어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소리쳤다. “제가 말했죠? 아주 독한 놈이라니까요. 그러게 제 말은 왜 안 믿으세요?!” 당시 배준우가 장항 프로젝트를 원할 때부터 량천옥은 그가 천의까지 손에 넣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계속 국외 프로젝트에 마음을 썼던 것인데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배항준도 화를 내며 말했다. “어림도 없어!” “이건 통보하는 거예요.” 량천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 배준우 쪽 사람들은 이미 M국으로 넘어가서 장항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었고 그쪽의 모든 합작회사들과 접촉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미 권력이 이전된 거나 다름 없었기에 배준우가 굉장히 빠른 속
안 그래도 량천옥은 그 여자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동영그룹의 돈을 국외에 투자 할 때도 그녀는 한 번도 배항준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는데 이제 보니 배준우라는 칼날을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난 천의 못 내놓는다. 그러니까 결혼하든지 말든지 너 마음대로 해!” 량천옥은 더 이상 침착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씨네 집안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배항준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량천옥의 뺨을 때렸다. 순간 로비가 조용해졌다. 모두 굳어서 량천옥만 바라보고 있었다. 량천옥은 믿기 어렵다는 듯 배항준을 쳐다봤다. “당.. 당신이...” 배항준도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만 닥쳐!”배준우가 결혼을 하든말든 상관이 없다고? 반년전이였으면 정말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씨네 집안과의 연계에 대해 알게 됐으니 이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에 배항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량천옥은 타오르는듯한 고통이 전해지는 볼을 잡으며 붉어진 눈시울로 배항준에게 말했다. “절 지금… 때린 거예요?” 배항준은 지금 생각이 복잡했다. 그가 배준우에게 말했다. “저 아이랑 헤어질 거야, 말 거야.”위협감이 넘치는 말투에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배준우 쪽으로 바짝 붙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배항준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세요. 선 넘는 행동으로 진씨네 집안 일도 해결하지 못하시면 아버지도 엮이실 테니까.” 아주 편안한 말투였지만, 다소 무게감이 느껴졌다. “제가 헤어지는 걸 정말 원하시면 천의를 제게 주세요. 그게 모두한테 좋은 방법이에요.” “안돼! 그건 절대 안 된다!” 량천옥이 울부짖었다. 배항준이 위협했어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배항준 앞에서 항상 보였던 온화하고 기품 있는 모습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보은이 항상 미친 사람처럼 굴던 것이 다 돈이 없어서 그
량천옥이 놀라워하며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비록 배준우는 국외에서 자라긴 했으나 매해마다 돌아왔었다. 그러니 량천옥은 배준우가 별다른 일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박윤이랑도 관계가 있었던거야?”배항준은 이 얘기를 듣자 더 화가 났다. 거기가 어떤 집안인데 감히 다가간단 말인가! 진씨네 집안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박윤까지..!배항준은 그만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량천옥은 그런 배항준을 바라보며 순간 기가 죽어 버렸다. “아니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배준우가 윤이껄 다 빼앗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까요?”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배준우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배항준은 분명 자신의 버팀목이었는데 지금 자신을 저렇게 원망하는 모습을 보니 량천옥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배준우는 다들 반응할 새도 없이 고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안에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이미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순간 소름이 끼쳤다. 배씨네 집안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고은영과 배준우가 떠난 지 반시간 후에도 배항준은 여전히 정원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배준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약서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준우는 꼭 고은영과 떨어져야 하고 진유경과 결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항준은 량천옥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해.”뭘 준비하라는 건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량천옥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량일도 무거운 심정으로 배항준을 쳐다봤다. 비록 사위이기는 하지만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량일이 몸을 일으키며 배항준에게 말했다. “천옥이에게도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떨까.”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량천옥은 배준우가 살아서 자신의 어머니와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량천옥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배항준이 또 화를 내려던 찰나에 량일이 다시 말했다. “일단 둘 다 진정해.” 일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급하게 결론을 내는 건 합리하지 않았다. 배항준은 량일의 설득하에 하려던 말을 삼키고는 집밖으로 나갔다. 배항준이 툭하면 집을 나가니 량천옥은 더 열이 받았다. “보셨죠? 요즘 계속 저한테 저런 태도라니깐요!” 언제부턴가 배항준은 화가 나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싸울 때마다 자신을 달래줬었던 배항준과 어쩌다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게 된 건지 량천옥은 알 수가 없었다. 량일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 일단은 태도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이제 와서 배항준의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 가장 시급 한 건 천의를 어떻게 할 건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량천옥이 직접 세운 곳이니만큼 배항준의 결정에 따를 수 없었다. “어떻게 태도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하겠어요? 지금 얼마나 배준우를 감싸는지 보셨죠?”량천옥은 자신이 배윤을 낳고도 이 가정에서 이렇게 아무런 지위가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량천옥과 량일의 시선이 마주쳤고, 둘은 동시에 그 여인을 떠올렸다. 배항준의 요즘 행동이나 량천옥을 대하는 태도를 놓고 봤을 때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의심할만했다. “그 여자가 혹시 임신한 건 아닐까요?” 사실 량천옥은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량일은 속상해하는 량천옥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배항준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량천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량일이 말을 이어나갔다. “배준우는 첫 아내와 낳은 아들이고 그 여자는 새사람일 거야. 그러니까 우리 윤이만 입장만 난감해졌어.” 사실 배윤이 배항준에게 무엇을 물려받게 될지는
차 안에서 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가 느껴지는 차가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차가워, 혹시 추워?” “제가 좀 놀라서 혈액순환이 안되나 봐요.” 고은영은 춥지는 않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나 담이 작아서 어떡하려고!” 고은영이 혼자 그들과 독대했을 때 그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갈 뻔했었다. 고은영은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방금은 그들의 분노와 고함소리에 놀라 버렸다. 고은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뺐다. 배준우와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그날 자신을 안던 배준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준우는 발그레해진 고은영의 볼을 보고는 귀여워하며 만졌다. “왜 그래?” “만지지 마요.” “응?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고은영은 숨 쉬는 방법마저 잊은 것만 같았다. 배준우는 아까 집에 있을 때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배씨네 집안사람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며 아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았다. 또 똑같은 상황이었다. 도대체 지금 둘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은영은 알 수가 없었다. “천의 프로젝트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고은영은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사실 궁금한 문제이기도 했다. 아까 량천옥의 모습으로 봐서는 천의 프로젝트를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 않았다. 천의와 장항은 완전히 달랐다. 장항은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지만 천의는 M국 전체의 상업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량천옥의 핏줄과도 같은 사업을 그녀가 어떻게 쉽게 내놓을 수 있을까. 배준우는 고민하는 고은영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설마 나 걱정하는 건가?” 사실 고은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출산일이 임박할 것이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어떤 후과가 찾아올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배준우는 급한 사무들을 처리했다. 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카페
“완전 다르지!”집을 나오는 것과 아예 도망치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도망친 데다가 임신한 것까지 들키게 된다면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고은영뿐만 아니라 안지영도 같이 화를 입을 것이다. “다투고 집을 나오면 그냥 화가 났구나 정도로 생각할 거 아냐. 그리고 대표님이 널 화나게 했으니까 집을 나가도 할 말이 없지.” “근데 도망쳤다고 생각해 봐. 도망쳐서 혼자 조용히 애를 낳은 대표님의 여자 중에 끝이 좋았던 사람이나 있었어?”그의 물음에 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 이윤이라는 여자가 아이를 임신했다며 찾아왔을때 배준우는 바로 사람을 불러 그 여자를 끌고 병원에 갔었다. 배준우가 독한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보고 일부러 다투라는 거지?” “그래, 그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후회했다. 더 이상 고은영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의견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은영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올 것이다. 그때는 숨길 방법도 없어진다. 고은영 혼자서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도 못하거니와 바로 도망쳐버리면 자기까지 엮이게 되니 더 난감해질 것이다. 근데 고은영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뭘로 싸우지?”안지영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자 문제로 다투기에는 배준우가 이미월에 관한 문제를 너무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배준우는 애초에 다른 여자가 없었다. 안지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돈 문제로 다투는 건 어때?””돈? 돈이 아쉽지 않을 사람일텐데?” 배준우는 고은영이 돈을 요구하면 귀찮다며 원하는 대로 다 넘겨줄 사람이었다. “이제 부부니까 돈 관리는 네가 해야지. 그러니까 전 재산을 너한테 넘기라고 해.” “그게 과연 될까?”고은영이 놀라서 물었다. 배준우의 전 재산을 관리한다고? 아마 배준우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세기 힘들 것만 같았다. “안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