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까지도 연기해야 해요?”고은영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였다! 지금 합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데, 배준우가 연기까지 하라고 하니 정말 골치 아팠다.“나 월급 많이 받아!’“얼만데요?”조금 전까지 끝낼 생각을 하다가 월급이 높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배준우는 돈이라면 눈이 반짝이는 고은영의 모습에 더욱 짙은 웃음을 지었다.“1억!”“.....”정말 높았다!자신의 월급까지 계산하면 모두 1억 2000만 원이었다!그녀는 배준우가 자신이 돈을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돈으로 자신을 유혹한다고 생각했다.“왜?”“그럼,생각해 볼게요!” 유혹적인 조건이긴 하였지만, 고은영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다. 돈보다 자기 목숨부터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 지금 배는 날마다 더 불러오는데 아직 배준우와 이혼도 하지 않았으니.배준우가 그녀의 임신한 배를 보면 어떤 반응일지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다.그런 상황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잘 생각해 봐! 이런 일은 밤을 새우지 말아야 해.”“그럼 그렇게 해요!”고은영이 말했다.어차피 당장은 그녀도 배아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먼저......그렇게 하기로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은영은 이미 다 안배됐다고 그녀에게 알려줬다.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쪽에서 보낸 차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리 라고는....!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나, 나 대표님...?”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은 다름아닌 처락그룹의 나태현이였다.그의 맑고 금욕적인 얼굴, 분노 없는 위엄 있는 차가운 아우라는 순간적으로 억압적인 느낌을 주었다.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빨리 타요!”“저.....”순간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전화 건 것을 후회했다.왜 잊어버렸지? 비록 위장 결혼이지만, 그녀의 가짜 남편은 배준우라는 것을!그리
곧 병원에 도착했다.고은지는 급하게 차에서 내렸는데, 차에서 내린 후에야 자신의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아 차렸다.“젠장.....!”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하지만 지금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일단 서둘러 병원 소아과로 달려갔다.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조희주와 마주쳤는데, 아이 옆에 있는 건 진여옥이 아니라 조영수였다.조영수는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희주 어때?”고은지가 다가가서 물었다.“방금 해열 주사를 맞았어. 지금 온도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어. 그런데 입원해야 해.”아이가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은지는 순간 가슴을 졸였다.“먼저 가서 병원비 내!”“응, 알겠어!”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궁색한 얼굴로 조영수를 바라보았다.사실, 그녀에게는 돈이 없다!비록 지금 천락 그룹에 입사했지만, 첫 달의 월급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조영수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저기, 먼저 대신 좀 내줄 수 있을까? 월급 받으면 바로 갚을게!”비록 조희주가 조영수의 딸이기도 했지만, 고은지는 여전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조영수는 아마 본 지방의 여자를 찾아 행복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그녀에겐 이런 친정이 있기때문에....!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구람은 곧 마음이 찡해졌다.그녀가 돈이 없다는 말에 조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잠이 든 조희주를 그녀의 품에 넘겨주었다.고은지는 서둘러 아이를 안았다.조희주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응, 엄마야. 자!”딸의 나긋나긋한 녹소리를 들으니, 고은지는 마음이 살짝 떨렸다.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딸과 헤어져사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천락 그룹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올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다.여자들은
그러나 전화를 연속 서너 통을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나중에는 아무 방법이 없어 결국 언니의 전 남편인 조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먼저 고은지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다.고은지가 지금 조희주와 함께 있다는 조영수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네. 알겠어요. 전 언니가 병원에 도착했는지 확인하려고요. 언니가 전화를 계속 안 받아서.“응.”“고마워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그녀와 조영수는 시종일관 서로를 깍듯하게 대했다. 조영수가 고은지와 이혼을 하지 않았을 때도 거리를 두면서 서로 예의 있게 대했다.전화를 끊고도 고은영은 여전히 고은지가 걱정됐다.고은지는 전에 조씨 집안에 있을 때 조보은 때문에 저축해둔 돈도 없었다.지금 조희주가 병원에 입원했는데....!생각할수록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배준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고은영이 보였다.그는 머리를 닦으며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고은영도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배준우는 수건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고은영도 그의 뜻을 알아채고 그의 뒤로 자리를 옮기고, 그의 머리에 묻은 물을 가볍게 닦아주었다.“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언니가 걱정돼요!”고은영은 솔직하게 말했다.지금, 그녀는 자신이 배준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그래도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았다.심지어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단지 자기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느낌이었다.배준우는 그녀가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걱정되는데?”“전에 전남편과 결혼생활을 할 때 친정을 많이 도와줘서 지금 이혼하고 돈이 아예 없는 상황이예요.”진여옥이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밤 조희주가 입원했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도, 그녀에게 입원비를 내라고 하기 위해서였다.그녀가 취직한 지 한 달도 안
분명히 화가 났으면서 감히 화를 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배준우 입가의 미소가 더 따뜻해졌다.그래서 또 그녀의 얼굴을 잡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또!그러나 그녀는 또 다시 바로 배준우에 의해 혼란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남자의 열정을 당해낼 수 없었다.두 시간 뒤.고은영은 신음하며 몸을 돌렸다. 몸의 뻐근함이 그녀에게 더욱 억울한 느낌이 들게 했다.“아파?”귓가에 배준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이러다가 제가 임신하게 되면 어떡해요?”“.......”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네!이런 일을 한 뒤에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이미 딱딱해진 그녀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아이 갖고 싶어?”자꾸 자신을 헷갈리게 하는 그의 부드러운 행동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등을 돌려 누웠다.“만일이라고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이런 그녀의 모습이 배준우는 너무 웃겼다. ““근데 우리는....”“평생 배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고 싶지 않아?”고은영이 채 말하기 전에 배준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멈칫했다!그러고 싶은지, 아닌지.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그윽한 눈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도 돼요?”“너 하는 거 봐서!”그의 말에 고은영의 얼굴은 바로 굳어졌다.또 뭘 어떻게 보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속셈을 알 수 없어 고민하다 끝내 말하지 않았다.배준우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들 사이에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 불편했다.“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뒤 얼떨결에 눈을 감았다.지금 배준우의 정력을 그녀는 완전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의 이런 어질어질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배준우의 눈에는 사랑이 뚝뚝 떨어졌다.그는 방금 자신이 이성을 잃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 그녀는 많은 피곤함을 느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순간 배씨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수화기 너머로 집사가 배준우에게 말했다.“도련님, 지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오전엔 바쁘니 점심때 다시 얘기해요.”“하지만 어르신이 지금 오지 않으시면 어르신 시체를 보게 되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배준우는 눈썹을 찌푸리다가 엉겁결에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작은 찐빵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그녀의 작은 볼은 순식간에 불룩해졌고, 만족한 표정으로 먹고 있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화에 대고 차갑게 한마디만 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불현듯 먹이를 가리지 않는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 인생이 훨씬 더 재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영은 다섯 번째 찐빵을 먹었을 때, 마침내 배준우의 눈빛을 느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맛있어?”“네. 맛있어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란완에서 지낸 이후로 그녀는 밀가루 음식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다.예전에 배준우와 갓 결혼했을 때, 배준우 혼자 하원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가정부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가정부도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런 생활이 참 좋았다....“빨리 먹어. 먹고 나랑 같이 본가에 갈래?”“또 뭐 하러 가나요?”“빨리 먹어, 늦으면 아마 가서 시체를 거둬야 할 수도 있어!”“.......”말 하나 정말 독하게 하네!하지만 배준우가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연기되었다는 보도를 낸 걸 생각하면 대략 예상이 됐다. 아마 본가는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다.고은영은 배항준과 배준우의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가끔 아무리 가족사이라도 크게 아픔을 겪으면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대략 9시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공기는 얼어붙었다. 량천옥의 득의양양했던 표정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는 믿기 어렵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다가 다시 배항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항준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는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배준우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니?” 량천옥은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량일도 믿기 어려워하며 고은영과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모두가 그 둘의 사이는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와서 천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자리에 앉혔다. 다리를 꼬는 그 모습이 매우 당당해 보였다. 분노로 가득 찬 배항준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요구면 과분한 건 아니지 않나요?” “배준우!” 배항준이 이를 악물었고,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화가 나서 그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배항준은 이제 자기 아들이 정말 다 커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걸 느꼈다. 아니면 한 번도 제대로 컨트롤해본 적이 없거나 말이다. 량천옥도 드디어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소리쳤다. “제가 말했죠? 아주 독한 놈이라니까요. 그러게 제 말은 왜 안 믿으세요?!” 당시 배준우가 장항 프로젝트를 원할 때부터 량천옥은 그가 천의까지 손에 넣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계속 국외 프로젝트에 마음을 썼던 것인데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배항준도 화를 내며 말했다. “어림도 없어!” “이건 통보하는 거예요.” 량천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 배준우 쪽 사람들은 이미 M국으로 넘어가서 장항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었고 그쪽의 모든 합작회사들과 접촉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미 권력이 이전된 거나 다름 없었기에 배준우가 굉장히 빠른 속
안 그래도 량천옥은 그 여자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동영그룹의 돈을 국외에 투자 할 때도 그녀는 한 번도 배항준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는데 이제 보니 배준우라는 칼날을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난 천의 못 내놓는다. 그러니까 결혼하든지 말든지 너 마음대로 해!” 량천옥은 더 이상 침착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씨네 집안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배항준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량천옥의 뺨을 때렸다. 순간 로비가 조용해졌다. 모두 굳어서 량천옥만 바라보고 있었다. 량천옥은 믿기 어렵다는 듯 배항준을 쳐다봤다. “당.. 당신이...” 배항준도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만 닥쳐!”배준우가 결혼을 하든말든 상관이 없다고? 반년전이였으면 정말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씨네 집안과의 연계에 대해 알게 됐으니 이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에 배항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량천옥은 타오르는듯한 고통이 전해지는 볼을 잡으며 붉어진 눈시울로 배항준에게 말했다. “절 지금… 때린 거예요?” 배항준은 지금 생각이 복잡했다. 그가 배준우에게 말했다. “저 아이랑 헤어질 거야, 말 거야.”위협감이 넘치는 말투에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배준우 쪽으로 바짝 붙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배항준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세요. 선 넘는 행동으로 진씨네 집안 일도 해결하지 못하시면 아버지도 엮이실 테니까.” 아주 편안한 말투였지만, 다소 무게감이 느껴졌다. “제가 헤어지는 걸 정말 원하시면 천의를 제게 주세요. 그게 모두한테 좋은 방법이에요.” “안돼! 그건 절대 안 된다!” 량천옥이 울부짖었다. 배항준이 위협했어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배항준 앞에서 항상 보였던 온화하고 기품 있는 모습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보은이 항상 미친 사람처럼 굴던 것이 다 돈이 없어서 그
량천옥이 놀라워하며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비록 배준우는 국외에서 자라긴 했으나 매해마다 돌아왔었다. 그러니 량천옥은 배준우가 별다른 일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박윤이랑도 관계가 있었던거야?”배항준은 이 얘기를 듣자 더 화가 났다. 거기가 어떤 집안인데 감히 다가간단 말인가! 진씨네 집안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박윤까지..!배항준은 그만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량천옥은 그런 배항준을 바라보며 순간 기가 죽어 버렸다. “아니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배준우가 윤이껄 다 빼앗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까요?”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배준우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배항준은 분명 자신의 버팀목이었는데 지금 자신을 저렇게 원망하는 모습을 보니 량천옥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배준우는 다들 반응할 새도 없이 고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안에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이미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순간 소름이 끼쳤다. 배씨네 집안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고은영과 배준우가 떠난 지 반시간 후에도 배항준은 여전히 정원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배준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약서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준우는 꼭 고은영과 떨어져야 하고 진유경과 결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항준은 량천옥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해.”뭘 준비하라는 건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량천옥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량일도 무거운 심정으로 배항준을 쳐다봤다. 비록 사위이기는 하지만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량일이 몸을 일으키며 배항준에게 말했다. “천옥이에게도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