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서 인정하지 않고 있어!”고은영은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나 실장님은?”“나 실장님도 기억이 안 난대?”고은영은 말하면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고?“대표님이랑 실장님이 다 그렇게 말해?”“응, 다 그렇게 말했어!”고은영은 울먹이며 말했다.고은영의 우는 소리에 안지영은 머리가 아파 났다.고은영은 지금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전에 그녀가 20억 위자료를 받는다는 말할 때부터안지영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 얘기라고 생각했다!이건 그녀가 임신이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배준우의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린 이유이다.그런데 지금은 끝이 안 보였다!안지영은 크게 심호흡하고는 말했다.“분명히 말해주는데, 지금 네 배 상태를 보면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 지금 대표님이 그런 태도면, 너.... 그냥 도망가는 게 어때?”지금은 도망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합의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혼을 안 해주면 난 어떡해?”이혼하지 않고 그냥 도망가 버린다면, 남편의 신분으로 그녀를 금방 찾아낼 것이다.“이혼도 안 해준대?”“모르겠어!”안지영의 물음에 고은영은 머리가 더 하얘졌다.안지영은 배준우가 이미 고은영에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걸 보면, 이혼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녀에게 정말 가혹한 일이다.“나 먼저 진정 좀 할게.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아봐!”지금 고은영뿐만 아니라 안지영의 머릿속도 완전히 혼란스러웠다.말하고 안지영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감정 의뢰를 마치고, 고은영의 일을 30분 동안이나 생각했는데, 생각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고은영은 방 안에 앉아있었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주 불쌍해 보였다.혜나는 저 설탕 디저트를 들고 들어와, 혼자 외롭게 앉아 있는 고은영을 보고,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방금 도련님이 우영 선생님을 만나
그녀는 자신이 안지영과 통화할 때는 뭐든 거침없이 말할 걸 알고있기 때문에 혜나가 옆에 있는 게 불편했다.고은영은 혜나가 나가고, 방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지영아.”“두 사람 다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야? 설마 위자료 20억을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이것이 바로 안지영이 30분 동안 생각한 결과이다.그녀는 정말 배준우와 나태웅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심지어 당시 두 사람이 왜 고은영을 찾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고은영이 만만해서, 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산속에서 온 데다, 아무런 배경도 없으니 만만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지금? 지금 그들의 태도가 딱 그렇다. 이건 분명히 그녀를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정말 너무하다!아무리 그래도 강성의 제일 재벌이 고작 그 20억 위자료를 주기 싫어서 이러다니.주기 싫으면 애초에 말이나 말지!차라리 자신의 권리로 그녀를 억압하는 편이 낫지. 그러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나, 나도 몰라.”고은영은 지금 가뜩이나 감정이 격한데안지영의 이런 말에 더 서러워졌다.“착하지, 먼저 울지 말고 진정해.”“지영아 나 지금 진정이 안 돼. 너무해 정말! 이미 합의한 20억 위자료도 나한테 주기 싫은가 봐 흑흑...!”“그래, 그래. 그 사람들 지금 널 얕잡아 보고 그러는 거야. 내가 네 몫은 꼭.... 돌려받게 해줄게!”안지영은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강성에서 누가 감히 배씨 가문에게 도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여기서는 배씨 가문이 곧 도리였다.안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왜 하필 배준우를 건드려서, 자신이 보호해 주지도 못하게!“정말? 진짜 나 도와서 그렇게 해줄 거야?”고은영은 훌쩍이며 말했다.안지영은 마음이 털썩 내려앉았다.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저기, 우리 안씨 가문보다 작은 기업이면 내가 두말없이 달려들었을 거야!”“하지만 배씨 가문은 다르잖아. 우리 집안
전화를 끊자마자 나 집사가 들어왔다.“도련님.”“왜요?”“방금 혜나가 그러는데 사모님이 울고 계신다고 합니다.”고은영이 울고 있다는 소리에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왜 또 우는 거야? 뭘 어쨌다고 우는 거야?순간 방금 그녀를 놀렸던 장면이 뇌리에 스쳤다.방금 잔뜩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함부로 놀릴 수도 없는 계집애네. “부엌에 쿠키 좀 만들어 달라고 해요.”“네.”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집사가 나가고, 배준우 혼자 서재에 남았다. 그리고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더 이상 이렇게 불분명하게 일을 끌고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애가......!그녀의 그런 작은 속셈들을 생각하니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부엌에서 쿠키를 구워내고, 배준우가 직접 그녀의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그녀와 혜나가 함께 있었다.혜나는 여전히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사모님, 밥 좀 드세요.”“저 나중에 먹을게요. 먼저 나가 있으세요."“무슨 일이 일인지 저한테 말해보세요. 도련님이랑 싸우신 거 아니에요?”혜나는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고은영이 이렇게 슬퍼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나이가 어리다. 배준우보다 무려 8~9살이나 어려 보인다. 그런데도 배준우는 그녀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다니.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먼저 나가세요!”그녀는 혜나에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혜나도 결국엔 배준우의 사람이니 말이다.그때, 배준우가 들어왔다.혜나는 배준우가 들어온 것을 보고는 재빨리 일어나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도련님.”배준우가 왔다는 소리에 고은영은 더욱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배준우는 그녀의 이런 반응을 보며 귀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가 혜나에게 눈빛을 보내자, 혜나는 즉시 알아차리고 일어나 과자를 들고 내려갔다.왜냐하면 배준우가 쿠키를 가져온 걸 보았기 때문이다.혜나가 나가자 배준우는
숨도 가빠졌다.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밀쳐내고 싶었다.그녀의 손이 그의 뜨거운 가슴에 닿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가만히 있어.”고은영은 너무 놀라 온몸이 떨렸다. 배준우는 이번엔 그녀를 진짜로 가만두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뜨거운 키스, 배준우와 고은영은 둘만의 깊은 세상에 빠졌다.........말은 양면으로 나뉜다.배씨 본가.량천옥은 나태웅이 재무팀과 변호사를 데리고 온 걸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지금 배항준이 옆에 있기에 감히 내색하지도 못하고 장항 프로젝트를 모두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나태웅의 변호사와 재무팀은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다시 량처옥에게 추가 서명을 받은 뒤에야 모든 인수인계가 완료 되었다. 하지만 량천옥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한 태도로 서명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짓눌려 조금의 반항도 하지 않는다니.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참을 수 밖에 없다.“다 됐습니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나태웅은 변호사에게 서류를 건네며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그의 이런 공손한 말투가 량천옥에겐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로 들린다.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몸을 돌려버렸다. 나태웅을 전혀 상대하지 않은 듯했다!비록 지금 배항준과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그동안 F국에 그렇게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결국엔 배준우에게 뺏겼으니 그가 정말 괘씸했다.나태웅은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재무팀과 변호사팀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이제 만족하시나요?”량천옥이 배항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얼마 전까지 자주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배항준이, 지금 이렇게 의가양양한 모습을 보면 얼마 전에 중병에 걸린 사람의 모습 같지가 않았다.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아팠던 걸까? 혹시 아니면 그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건 아닐까?의심이 문이 일단 열리
“아니,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예요? 지금 날 배씨 집안에서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량천옥은 완전히 참을 수 없었다.량알이 배항준과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어도 말이다.그녀 마음속의 마지노선인 천의까지 들먹이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천의, 그녀는 항상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배윤을 위해 열심히 운영해 왔다.그런데 갑자기 그녀더러 물러나라니? 대체 무슨 뜻인건가!설마, 정말 밖에 여자라도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여자와 아이도?동영 그룹은 이미 배준우의 손에 들어갔고, 설마 그 여자에게 아무것도 남겨 줄 게 없을가봐 천의를 내놓으라는 건가? 그럴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자 량천옥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동시에 그동안 잡고 있던 모든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배항준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 네가 이럴 얘기를 과하게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내가 자격이 없다고요?”“장항 프로젝트는 배씨 가문 장남인 준우에게 주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붙잡고 있으려고 해? 응? “한 글자 한 글자,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말했다.마치 높은 자리에 있는 왕처럼 말이다. 지금 량천옥의 모든 반항이 다 가소롭게 느껴졌다.량천옥은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요 몇 년 동안 처음으로 그가 이런 말투로 자신에게 말했다.그는 정말 변했다.량천옥은 진짜 량일의 말처럼, 그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은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내가 자격이 없어요? 그럼 이 수년간 난 도대체 뭐였는데요?”“........”“난 윤이도 낳아줬다고요!”“그게 왜? 윤이가 계속 내 애들이라고 강조하는데. 나한테 아들이 윤이 하나야?”“당신.....”“준우랑 지영이도 다 내 자식들이야!”하지만 배항준은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그리고 그의 이런 잔인한 말이, 량천옥을 철저히 지옥으로 처넣었다.그녀는 한
장항 프로젝트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어차피 넘겨줄 거면서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끌다니! 그러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결혼식 날짜 잠시 연기 한다고 보도 내보내.”결혼을 미룬다는 말에 나태웅은 깜짝 놀랐다.“연기한다고? 약속대로 취소가 아니고?”순간 나태웅의 머릿속에 방금 고은영과의 통화가 스쳐 지나갔다. 고은영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그제야 알았다.배준우가 어찌 고은영과의 결혼을 취소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임신도 했다.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인데, 어떻게든 결혼식은 선물해 주어야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그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은영과 안지영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응, 얼른 연기해!”배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회장님 쪽에서 이 소식을 듣게 되신다면 틀림없이 또 화내실 거야.”지금 배씨 집안 쪽에도 관련이 있으니,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계속 얽혀있다면그건 량천옥과 배항준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다.일은 량천옥이 일으킨 것이지만, 두 사람은 하나이니, 손해도 같이 볼 것이다.“그건 그쪽 일이고!”배항준이라는 말에 배준우의 말투는 순간 차가워졌다.그러자 나태웅이 웃으며 대답했다.“하하. 그래!”그건 확실히 배항준의 일이다.그동안 배준우가 배항준 앞애서 뭔가 목표를 딜상히려 할 때, 배항준도 그의 뜻을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낮잠을 잔다더니 밤 9시까지 잠을 청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피곤했다.배준우의 체력이 너무나도 좋은 데다, 전에 한 첫 경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직 조금 아플 것이다.”그녀가 몸을 돌려누웠을때, 남자의 맑은 윤곽이 눈이 들어왔다.“우~”고은영은 아파서 신음소리를 계속 냈다.배준우는 그녀가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에 다정하게 걱정하며 말했다.“왜? 많이 아파?”고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방금 전 화면을 생각하면, 그녀는 처음엔 저항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엔 아주 주동적으
고은영은 한 입 맛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하. 그렇게 맛있어?”“네,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실래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한 숟갈 크게 뜨고는 뜨겁지 않게 불어서 배준우의 입가에 갖다 댔다.배준우가 전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도, 그의 어머니는 이런 음식을 해주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서양식 입맛에 가까웠지만 고은영은 밀가루 음식을 더 좋아했다. 옛날에 처음으로 스스로 만들었던 요리도 면 요리였다. 비록 잘 만들진 못했지만.....!“맛있어요?” 그녀는 배준우에게 먹여준 뒤, 기대에 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네.”가장 신선한 고기로 만든 만두와 닭고기로 낸 육수가 아주 잘 어울리는 담백하고 진한 맛이었다.“거 봐요.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맛있어도 너무 많이 먹지 마.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내일 배 아플 수도 있어.”배준우가 말했다.“네, 그럼 이 한 그릇만 먹을게요.”“.....”설마 말 안 했으면 두 그릇을 먹으려 했나?그녀의 작고 마른 몸집을 보면, 그동안 먹었던 그 많은 음식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었다.그의 생각엔 고은영은 적게 먹는 편이 아니었다.지금 고은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후에 배준우와 나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배씨 가문 본가 시점.결혼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소식을 들은 배항준은화가 나 핸드폰 땅에 던져버렸다.“이 망할 놈!”연기한다고? 설마 정말 그 계집애랑 결혼할 생각이란 말인가?량천옥도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봐요. 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들이요? 마치 날 나쁜 인간 취급하면서 말하더니, 지금은 어때요? 누가 민감하게 행동하는 거예요? 누가 신용을 지키지 않고 있냐는 말 입니까!”장항 프로젝트는 이미 넘겼지만, 배준우 쪽에서는 고은영과의 결혼 취소를 발표하지 않았다.아마 배준우는 그들에게 또 다른 요구를 해올 것이다.배항준은
고은영은 방금 휴게실을 다 정리했다.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보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은영아, 엄마야.”수화기 너머로 조보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러자 조보은은 조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끊지 마. 전화 바로 끊지 마.”“무슨 일 인데요?” 고은영이 차갑게 물었다.“나 지금 병원에서 퇴원 못하고 있는데, 한 번 와 줄 수 있어?”“가서 병원비 결제하라고요? 절대 안 가요!”고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녀는 겁은 많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누가 자신에게 잘해 주고, 누가 못해 주는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저울이 있다.조보은은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조보은이 어떤 부드러운 수를 쓴다 해도 고은영은 절대 거기에 속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조보은은 더욱 초조해졌다.“네가 안 오면 난 어떡해? 병원에 60만 원이나 넘게 빚졌는데! 게다가 네 친구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너가 책임져야지.”“내 친구도 다쳤어요.”고은영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예 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쳤다는 거야?”조보은은 원래 안지영을 고소하려 했는데, 안지영도 다쳤다는 고은영의 말에 그 생각이 깨졌다.그녀는 원래 만약 고은영이 병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지영을 고소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지금 이렇게 말하니, 그 말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강성이 자신한테 익숙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조보은은 평생 제멋대로 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강성에서 이렇게 큰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아무튼 병원 진단서도 있어요.”조보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은영이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녀가 좋은 말로 할 때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돌변해 협박하기 시작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은영은 그녀에게 협박할 거리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