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안지영과 통화할 때는 뭐든 거침없이 말할 걸 알고있기 때문에 혜나가 옆에 있는 게 불편했다.고은영은 혜나가 나가고, 방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지영아.”“두 사람 다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야? 설마 위자료 20억을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이것이 바로 안지영이 30분 동안 생각한 결과이다.그녀는 정말 배준우와 나태웅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심지어 당시 두 사람이 왜 고은영을 찾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고은영이 만만해서, 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산속에서 온 데다, 아무런 배경도 없으니 만만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지금? 지금 그들의 태도가 딱 그렇다. 이건 분명히 그녀를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정말 너무하다!아무리 그래도 강성의 제일 재벌이 고작 그 20억 위자료를 주기 싫어서 이러다니.주기 싫으면 애초에 말이나 말지!차라리 자신의 권리로 그녀를 억압하는 편이 낫지. 그러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나, 나도 몰라.”고은영은 지금 가뜩이나 감정이 격한데안지영의 이런 말에 더 서러워졌다.“착하지, 먼저 울지 말고 진정해.”“지영아 나 지금 진정이 안 돼. 너무해 정말! 이미 합의한 20억 위자료도 나한테 주기 싫은가 봐 흑흑...!”“그래, 그래. 그 사람들 지금 널 얕잡아 보고 그러는 거야. 내가 네 몫은 꼭.... 돌려받게 해줄게!”안지영은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강성에서 누가 감히 배씨 가문에게 도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여기서는 배씨 가문이 곧 도리였다.안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왜 하필 배준우를 건드려서, 자신이 보호해 주지도 못하게!“정말? 진짜 나 도와서 그렇게 해줄 거야?”고은영은 훌쩍이며 말했다.안지영은 마음이 털썩 내려앉았다.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저기, 우리 안씨 가문보다 작은 기업이면 내가 두말없이 달려들었을 거야!”“하지만 배씨 가문은 다르잖아. 우리 집안
전화를 끊자마자 나 집사가 들어왔다.“도련님.”“왜요?”“방금 혜나가 그러는데 사모님이 울고 계신다고 합니다.”고은영이 울고 있다는 소리에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왜 또 우는 거야? 뭘 어쨌다고 우는 거야?순간 방금 그녀를 놀렸던 장면이 뇌리에 스쳤다.방금 잔뜩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함부로 놀릴 수도 없는 계집애네. “부엌에 쿠키 좀 만들어 달라고 해요.”“네.”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집사가 나가고, 배준우 혼자 서재에 남았다. 그리고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더 이상 이렇게 불분명하게 일을 끌고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애가......!그녀의 그런 작은 속셈들을 생각하니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부엌에서 쿠키를 구워내고, 배준우가 직접 그녀의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그녀와 혜나가 함께 있었다.혜나는 여전히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사모님, 밥 좀 드세요.”“저 나중에 먹을게요. 먼저 나가 있으세요."“무슨 일이 일인지 저한테 말해보세요. 도련님이랑 싸우신 거 아니에요?”혜나는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고은영이 이렇게 슬퍼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나이가 어리다. 배준우보다 무려 8~9살이나 어려 보인다. 그런데도 배준우는 그녀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다니.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먼저 나가세요!”그녀는 혜나에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혜나도 결국엔 배준우의 사람이니 말이다.그때, 배준우가 들어왔다.혜나는 배준우가 들어온 것을 보고는 재빨리 일어나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도련님.”배준우가 왔다는 소리에 고은영은 더욱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배준우는 그녀의 이런 반응을 보며 귀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가 혜나에게 눈빛을 보내자, 혜나는 즉시 알아차리고 일어나 과자를 들고 내려갔다.왜냐하면 배준우가 쿠키를 가져온 걸 보았기 때문이다.혜나가 나가자 배준우는
숨도 가빠졌다.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밀쳐내고 싶었다.그녀의 손이 그의 뜨거운 가슴에 닿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가만히 있어.”고은영은 너무 놀라 온몸이 떨렸다. 배준우는 이번엔 그녀를 진짜로 가만두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뜨거운 키스, 배준우와 고은영은 둘만의 깊은 세상에 빠졌다.........말은 양면으로 나뉜다.배씨 본가.량천옥은 나태웅이 재무팀과 변호사를 데리고 온 걸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지금 배항준이 옆에 있기에 감히 내색하지도 못하고 장항 프로젝트를 모두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나태웅의 변호사와 재무팀은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다시 량처옥에게 추가 서명을 받은 뒤에야 모든 인수인계가 완료 되었다. 하지만 량천옥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한 태도로 서명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짓눌려 조금의 반항도 하지 않는다니.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참을 수 밖에 없다.“다 됐습니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나태웅은 변호사에게 서류를 건네며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그의 이런 공손한 말투가 량천옥에겐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로 들린다.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몸을 돌려버렸다. 나태웅을 전혀 상대하지 않은 듯했다!비록 지금 배항준과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그동안 F국에 그렇게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결국엔 배준우에게 뺏겼으니 그가 정말 괘씸했다.나태웅은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재무팀과 변호사팀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이제 만족하시나요?”량천옥이 배항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얼마 전까지 자주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배항준이, 지금 이렇게 의가양양한 모습을 보면 얼마 전에 중병에 걸린 사람의 모습 같지가 않았다.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아팠던 걸까? 혹시 아니면 그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건 아닐까?의심이 문이 일단 열리
“아니,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예요? 지금 날 배씨 집안에서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량천옥은 완전히 참을 수 없었다.량알이 배항준과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어도 말이다.그녀 마음속의 마지노선인 천의까지 들먹이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천의, 그녀는 항상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배윤을 위해 열심히 운영해 왔다.그런데 갑자기 그녀더러 물러나라니? 대체 무슨 뜻인건가!설마, 정말 밖에 여자라도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여자와 아이도?동영 그룹은 이미 배준우의 손에 들어갔고, 설마 그 여자에게 아무것도 남겨 줄 게 없을가봐 천의를 내놓으라는 건가? 그럴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자 량천옥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동시에 그동안 잡고 있던 모든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배항준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 네가 이럴 얘기를 과하게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내가 자격이 없다고요?”“장항 프로젝트는 배씨 가문 장남인 준우에게 주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붙잡고 있으려고 해? 응? “한 글자 한 글자,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말했다.마치 높은 자리에 있는 왕처럼 말이다. 지금 량천옥의 모든 반항이 다 가소롭게 느껴졌다.량천옥은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요 몇 년 동안 처음으로 그가 이런 말투로 자신에게 말했다.그는 정말 변했다.량천옥은 진짜 량일의 말처럼, 그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은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내가 자격이 없어요? 그럼 이 수년간 난 도대체 뭐였는데요?”“........”“난 윤이도 낳아줬다고요!”“그게 왜? 윤이가 계속 내 애들이라고 강조하는데. 나한테 아들이 윤이 하나야?”“당신.....”“준우랑 지영이도 다 내 자식들이야!”하지만 배항준은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그리고 그의 이런 잔인한 말이, 량천옥을 철저히 지옥으로 처넣었다.그녀는 한
장항 프로젝트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어차피 넘겨줄 거면서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끌다니! 그러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결혼식 날짜 잠시 연기 한다고 보도 내보내.”결혼을 미룬다는 말에 나태웅은 깜짝 놀랐다.“연기한다고? 약속대로 취소가 아니고?”순간 나태웅의 머릿속에 방금 고은영과의 통화가 스쳐 지나갔다. 고은영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그제야 알았다.배준우가 어찌 고은영과의 결혼을 취소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임신도 했다.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인데, 어떻게든 결혼식은 선물해 주어야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그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은영과 안지영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응, 얼른 연기해!”배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회장님 쪽에서 이 소식을 듣게 되신다면 틀림없이 또 화내실 거야.”지금 배씨 집안 쪽에도 관련이 있으니,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계속 얽혀있다면그건 량천옥과 배항준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다.일은 량천옥이 일으킨 것이지만, 두 사람은 하나이니, 손해도 같이 볼 것이다.“그건 그쪽 일이고!”배항준이라는 말에 배준우의 말투는 순간 차가워졌다.그러자 나태웅이 웃으며 대답했다.“하하. 그래!”그건 확실히 배항준의 일이다.그동안 배준우가 배항준 앞애서 뭔가 목표를 딜상히려 할 때, 배항준도 그의 뜻을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낮잠을 잔다더니 밤 9시까지 잠을 청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피곤했다.배준우의 체력이 너무나도 좋은 데다, 전에 한 첫 경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직 조금 아플 것이다.”그녀가 몸을 돌려누웠을때, 남자의 맑은 윤곽이 눈이 들어왔다.“우~”고은영은 아파서 신음소리를 계속 냈다.배준우는 그녀가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에 다정하게 걱정하며 말했다.“왜? 많이 아파?”고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방금 전 화면을 생각하면, 그녀는 처음엔 저항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엔 아주 주동적으
고은영은 한 입 맛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하. 그렇게 맛있어?”“네,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실래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한 숟갈 크게 뜨고는 뜨겁지 않게 불어서 배준우의 입가에 갖다 댔다.배준우가 전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도, 그의 어머니는 이런 음식을 해주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서양식 입맛에 가까웠지만 고은영은 밀가루 음식을 더 좋아했다. 옛날에 처음으로 스스로 만들었던 요리도 면 요리였다. 비록 잘 만들진 못했지만.....!“맛있어요?” 그녀는 배준우에게 먹여준 뒤, 기대에 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네.”가장 신선한 고기로 만든 만두와 닭고기로 낸 육수가 아주 잘 어울리는 담백하고 진한 맛이었다.“거 봐요.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맛있어도 너무 많이 먹지 마.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내일 배 아플 수도 있어.”배준우가 말했다.“네, 그럼 이 한 그릇만 먹을게요.”“.....”설마 말 안 했으면 두 그릇을 먹으려 했나?그녀의 작고 마른 몸집을 보면, 그동안 먹었던 그 많은 음식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었다.그의 생각엔 고은영은 적게 먹는 편이 아니었다.지금 고은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후에 배준우와 나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배씨 가문 본가 시점.결혼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소식을 들은 배항준은화가 나 핸드폰 땅에 던져버렸다.“이 망할 놈!”연기한다고? 설마 정말 그 계집애랑 결혼할 생각이란 말인가?량천옥도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봐요. 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들이요? 마치 날 나쁜 인간 취급하면서 말하더니, 지금은 어때요? 누가 민감하게 행동하는 거예요? 누가 신용을 지키지 않고 있냐는 말 입니까!”장항 프로젝트는 이미 넘겼지만, 배준우 쪽에서는 고은영과의 결혼 취소를 발표하지 않았다.아마 배준우는 그들에게 또 다른 요구를 해올 것이다.배항준은
고은영은 방금 휴게실을 다 정리했다.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보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은영아, 엄마야.”수화기 너머로 조보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러자 조보은은 조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끊지 마. 전화 바로 끊지 마.”“무슨 일 인데요?” 고은영이 차갑게 물었다.“나 지금 병원에서 퇴원 못하고 있는데, 한 번 와 줄 수 있어?”“가서 병원비 결제하라고요? 절대 안 가요!”고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녀는 겁은 많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누가 자신에게 잘해 주고, 누가 못해 주는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저울이 있다.조보은은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조보은이 어떤 부드러운 수를 쓴다 해도 고은영은 절대 거기에 속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조보은은 더욱 초조해졌다.“네가 안 오면 난 어떡해? 병원에 60만 원이나 넘게 빚졌는데! 게다가 네 친구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너가 책임져야지.”“내 친구도 다쳤어요.”고은영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예 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쳤다는 거야?”조보은은 원래 안지영을 고소하려 했는데, 안지영도 다쳤다는 고은영의 말에 그 생각이 깨졌다.그녀는 원래 만약 고은영이 병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지영을 고소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지금 이렇게 말하니, 그 말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강성이 자신한테 익숙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조보은은 평생 제멋대로 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강성에서 이렇게 큰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아무튼 병원 진단서도 있어요.”조보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은영이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녀가 좋은 말로 할 때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돌변해 협박하기 시작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은영은 그녀에게 협박할 거리
조보은의 이런 성화에 그녀도 짜증이 났기에 고은영은 결국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차피 그녀는 업무가 바쁜 사람도 아니고,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번호를 바꾸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고은영은 끊어버리려 했지만, 번호를 보니 정씨 어르신이였다.“영감님!”“점심에 다녀왔다 가!”수화기 너머에서 정 씨 어르신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자 고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건가요?”간단히 밥만 먹으려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 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내가 기사 보낼 테니까 혼자 와. 그 녀석을 데리고 오지 말고.”혼자 오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 그녀와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았다.“네, 알겠어요.”고은영은 엉겁결에 침을 삼키고 대답했다.그러자 정씨 어르신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고은영은 검은 전화기 화면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배준우는 오전 내내 바빴다.중도에 진청아는 직접 과일을 고은영에게 갖다주었다. 배준우가 시킨거라고 했다.고은영은 과일을 살펴보니, 모두 평소에 그녀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던 과일들이었다.“저, 저 먹으라고요?”고은영은 다소 놀란 얼굴로 진청아를 쳐다보았다.방금 진청아가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과일들을 먹으라고?설마 배준우 자신이 먹고 싶어서 사 오라고 한 건 아니겠지?진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많이 사라고 하셔서요. 얼른 좀 드세요.”과일이 엄청 많았다!체리와 딸기, 그리고 망고스틴까지 각각 한 상자씩 있었다.고은영은 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특히 망고스틴은 예전에 안지영에게 그녀에 사주었던 과일이다.그 한 번만으로 그 새콤달콤한 맛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안지영은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사지는 않았다.“정말 먹어도 돼요?”고은영은 여전히 머뭇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