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이 눈치를 보는 모습에 배준우는 웬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길래?아니면 그 여자 때문에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나?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을 하든 이렇게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건가?배준우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앉혔다.고은영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뻣뻣해졌고, 어젯밤 그와의 일이 생각이 났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얼굴이 왜 이렇게나 빨개? 어디 아픈거야?” 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말하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그녀도 잔병치레가 많은 체질이다.지난 이틀 동안 그녀가 계속된 고열로 고생한 걸 생각하니 배준우는 걱정이 되었다.“아니요. 아픈 데 없어요.”고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 몸 약하잖아.”“아니에요. 저 지금 엄청 건강해요. 그냥 1년에 한 번만 고열이 나는 것 뿐이예요.”고은영이 말했다.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최고의 의료 조건에서 치료받으니 2, 3일만에 바로 나았다.예전에 어렸을 때 할머니와 살 때, 한 번은 며칠씩이나 고열을 앓아서 할머니를 놀라게 했다.당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배준우가 물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더욱 부끄러워 온몸이 다 화끈거릴 정도였다.“그 질문은 그만하시면 안 돼요?”“응?”배준우는 고은영의 불편함을 알아차렸고, 그녀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도 대략 알 것 같았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키스했다.방금 전에 고은영이 딸기를 먹어서 그녀의 입속엔 온통 딸기 맛이었다. 그 달콤한 향이 그를 더욱 취하게 했다.고은영은 심장이 너무 떨렸다. 그녀는 긴장한 듯 배준우를 밀어내며 말했다.“안, 안 돼요.”“응?”배준우는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의 눈엔 붉은 핏줄이 보였고 호흡도 점점 가빠졌다.그녀의 서투른 모습에 배준우가 장난치듯 말했다.“내가 너한테 이러는 게 싫어?”그는
배준우는 곧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얼굴 가득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은영을 더 놀리지 않고 자리에서 그만 일어섰다.“저, 점심에 잠시 설림에 갔다 와야 할 거 같아요. 선생님이 잠깐 오라고 하셔서요.”“점심 때?”배준우는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오늘 점심에 그도 선약이 있다.“네. 선생님이 저 혼자 오라고 하셨어요. 기사님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정 씨 어르신이 직접 사람을 보내 그녀를 데려간다는 말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배후에 정 씨 어르신이 있다는 걸 어찌 잊어버렸을까!“그래. 그럼 내가 끝나고 데리러 갈게.”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은영도 고개를 끄덕였다.말하고 배준우는 바로 회의하러 나갔다.고은영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여전히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배준우가 방금 자신에게 한 행동으로 가득했다.설마, 정말 200억의 위자료를 안 주기 위해, 몸으로...?그럴 리가!배준우가 자신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은영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그녀는 배준우와 자신은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점심때, 어르신이 보낸 사람은 약속한 시간에 와서 고은영을 설림으로 데려갔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은영은 조심스레 강 아저씨에게 물었다.“영감님 오늘 기분이 안 좋으세요?”“응. 오늘 아침 일어나시자마자 뉴스를 보시고 아침도 안 드셨어.”“무슨 뉴스 보셨어요?”고은영은 궁금했다.영감은 성질이 나쁜 것은 소문이 났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그를 화나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은 진실보다 거짓이 더 많다고 생각해,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도 한 통의 뉴스에 화가 났다니?“은영 씨랑 관련된 뉴스 내용이라 그래요.”“저요? 제가 또 왜요?”어젯밤부터 지금 까지 고은영은 핸드폰을 별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정 씨 아저씨는 한쪽으로 가더니 차 덮개를 들고 차 한 모금을 마셨다.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은영은 그런 그의 눈빛을 피해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그가 풍기는 강압적인 기운이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겁이 많은 데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어렸을 때 생활환경이 너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매번 가는 곳마다 그 곳 사람들의 성격에 또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그런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그녀는 점점 자신의 존재를 좁히는 법을 배웠다.정 씨 어르신은 계속해서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어제 배씨 집안에 무슨 큰일이 생긴 거냐?”“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순간 고은영의 손 힘이 불안정해졌고, 사포의 소리가 특히 거슬리게 들렸다.정 씨 어르신은 가뜩이나 화가나 죽겠는데 이런 고은영의 모습을 보니 그녀가 더욱 한심하게 느껴졌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어르신은 고은영에게 고함을 질렀다.순간 고은영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은영이 억울해하는 모습에 정 씨 어르신은 더욱 화가 났다.“넌 도대체 어떻게 해서 배씨 가문의 그 녀석을 건드린게 된 거야?”“나는....”어떻게 건드렸냐고? 배준우에게 강제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만약 그렇게 말하면, 영감이 그녀를 때려죽일 게 뻔하겠지?그러니 고은영은 말할 수가 없었다.“너 배준우 그 자식이랑 무슨 상황이야? 결혼식 안 할 생각이야?”두 사람이 위장으로 혼인 신고를 한 걸 정 씨 어르신도 알고 있었다.결혼식을 미뤘다니!지금 전 강성 도시 사람들이 모두 고은영의 흠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원래 배씨 집안에 어울리지 사람이라는 둥, 하늘이 높은 줄 모른다는 둥 마구 욕을 하면서 말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배준우의 곁에 붙어있지만, 배씨 집안에서는 그녀를 절대 인정해 주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이런 말들은 그래도 약과에 속하는 편이다. 더 악랄한 말들은 어르신은 정말 생각도
게다가, 그녀의 현재 예술계 성장을 고려한다면 그녀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어르신은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보다 스스로 강인한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이것이 몇 년 동안 그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가르치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그럼 제가 오늘 오후에 집에 가서 대표님께 말할게요.”고은영도 어르신의 뜻에 따랐다.자신과 배준우는 어차피 끝날 관계라고 생각했다.그녀가 순순히 말을 들으니, 어르신의 화도 조금 수그러들었다.지난번 그녀와 배준우가 설림에 다녀간 뒤로,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녀는 성품도 단순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밥 먹자. 강 아저씨가 네가 좋아하는 닭찜 만들어 놓았어.”“우와! 진짜요?”닭찜이라는 말에 고은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정말 단순하기는, 이 상황에서 음식 얘기가 나오자, 고은영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어르신은 그런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며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 자식이 너 밥도 안 먹이는 게야?”“그게 아니라, 서로 입맛이 다른 거죠!”배준우에게 시집간 뒤 더 잘 먹지 않았나?예전에 그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었다. 배만 채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배준우의 곁에 가서야 ‘원래 음식을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구나’라는 걸 배웠다.다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녀의 습관을 바꿀 수는 없었다.가마솥에 푹 찐 닭찜이였다.고은영은 연속으로 두 조각을 뜯어 먹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꼈다.그녀가 이렇게 잘 먹는 모습에 어르신은 웃으며 물었다.“평소에 그 놈 옆에서 뭘 먹는데?”“엄청 다양하게 먹어요. 집에 요리사도 있어서 맛있는거 많이 해줘요!”“요리사도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못 만들어?”어르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요리사는 면 요리를 별로 안 해요!”어젯밤 그 만둣국도 그녀가 직접 요구한 것이었다. 평소에 란완에서는 잘 만들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계집애, 천하게 키웠더니 복을 누릴 줄도 모르네.고음이 맛있게
강성처럼 발전된 도시에서 살아야 그녀의 미래에도 가장 좋은 거라 생각했다. 고은영이 요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한 이유도 강성에 남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그녀의 호적도 강성에 등록했다.그런데 지금 강성을 떠난다니? 정 씨 어르신은 그녀가 한 말을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저 대표님이랑 이혼하면 강성을 떠날 생각 이예요.”고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이번엔 어르신은 제대로 들었고,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정말 그 녀석을 좋아하게 된 거냐?”“그건 아니예요!”“감정 때문이 아니라면, 왜 도망가는건데?”“.....”왜 도망 가냐고..? 그녀가 과연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어르신과 몇 년 동안 함께 살면서, 고은영도 어르신의 집요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크게 심호흡했다.“저기, 저......”뭐?고은영은 입가에 닿은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영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또 그녀 몰래 조사할지도 모른다.그때가 되면, 아예 통제가 불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은영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마치 무엇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왜냐면 제가 대표님 아이를 임신했거든요.”“.......”다들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순식간에 모든 공기가 조용해졌다.강씨 아저씨와 모든 도우미도 모두 놀란 눈으로 고은영을 쳐다봤다. 어르신의 동공이 흔들렸다.이 날카로운 시선들, 놀라움에서 점점 칼마냥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특히 정 씨 어르신은 원래 불같은 성질의 소유자인데, 지금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니지?!”급기야 어르신은 자신의 청력을 의심하는 지경까지 왔다. 비록 설림의 바람은 세지만, 식당의 위치는 그나마 괜찮았다. 그런데 왜 환청이 들리는 느낌이?고은영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이어서 말했다.“저, 임신했다
어르신은 고은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어떻게든 이 일을 확실히 해야 해.”배씨 집안이 이렇게나 큰데, 어떻게 사람 하나 포용할 수 없는 것일까?어르신은 배씨 집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영은 애가 타서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막았다. “난 그런 거 필요 없어요. 그냥 지금 돌아가요!”그녀는 배준우에게 그날 밤 남성에서의 그녀가 자기라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임신까지 했는데, 그 사실을 배준우가 다 알게 된다면 어떤 결과일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비록 이미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졸업해서 지금까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강성 도시에서 가장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배준우라는 것이다.그리고 이번 란완 리조트에서 그의 강대함을 한 번 더 확실히 느꼈다.그녀가 계속 이런 나약한 말만 해대자, 어르신은 화가나 숨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 좀 봐. 지금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네 할머니가 네가 이렇게 못난 줄 알면 당장이라도 관에서 나오려고 하시겠어!”할머니의 말이 나오자 고은영은 더욱 세게 눈물을 흘렸다.고은영이 우는 모습을 보니 어르신도 마음이 아파왔다.“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영감님은… 몰라요. 이건 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요!”고은영은 어르신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재빨리 말했다.어르신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전에는 겁만 많은 줄 알았더니, 멍청하기까지 하다니!“그 놈이 네 배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네가 무슨 잘못이 있어!”“아니, 제가, 제가..... “고은영은 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네가 뭐?”“제가 그런 거예요. 대표님은 몰라요.”“뭐?”그녀의 이 충격적인 말에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질끈 감고, 그날 밤 남성에서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주었다.얘기가 점점 뒤로 갈수
잘못을 저지른 쪽이 배준우가 아니기 때문이다.어르신은 그 뒤에 발생한 일도 대충 다 들었다. 완전히 엉망진창인 상황이었다.그녀의 이런 실수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어르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배가 불러오고 있는 고은영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네가 임신했으니까 그 자식이 널 책임져 줘야지.”“내가 먼저 실수로 그런 거라고요. 절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일인데, 저한테 책임을 지라니요!”고은영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도 할머니의 말처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그녀 마음속에 행복이란 어떤 정의일까? 퇴근할 때 마중 나올 사람이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줄 사람이 있는 것이다!그리고 임신 했을 때도 남편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행복하기는 커녕, 임신 사실을 배준우에게 들켜 회사에서도 잘리고, 집과 저축해둔 돈도 다 빼앗길까 봐 매일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다!생각만 해도 서럽고 억울했다.“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제발 돌아가요!”지금 고은영은 어떻게든 어르신을 여기에서 소란을 피우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다.어르신도 비록 화가 났지만, 고은영의 불쌍한 모습에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의 울분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다.원래 그는 배준우에게 가서 결판을 낼 생각이였다.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보니, 이 일이 배준우에게 알려져서 좋은 결과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먼저 돌아가마!”어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르신이 마침내 돌아가겠다고 하자, 고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네, 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아니, 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나 빨리 생각해 놔!”어르신은 여전히 도망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숨어서 살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걱정 마시고 조심히 들어가세요!”고은영은 그저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지
사무실로 들어온 뒤, 배준우는 그녀를 안고 소파에 앉아 그녀의 턱을 꼬집으며 말했다.“그렇게나 나랑 이혼하고 싶은거야?”“아니, 그게, 장항 프로젝트를 이미 넘겨받으셨잖아요!”전에 그렇게 합의했었다. 배준우가 해외 프로젝트를 손에 넣기만 하면, 두 사람은 이혼할 수 있다고 말이다.해외 프로젝트만 손에 넣으면 더 연기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배준우가 말했다.“천의만 손에 넣으면 바로 이혼해!”명확하지 않은, 뭔가 얼버무리는 말투였다.“언제 가질 수 있는데요?”글쎄. 본가의 태도를 봐야지. 빠르면 한두 달이고.”만약 느리면? 애를 낳을 때가 되지 않겠는가?공느영은 크게 숨 한번 들이마시고는 배준우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혼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어요?”“그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야.”배준우가 담담히 말하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졌다.느린 시간을 말할 것도 없이, 빠르면 한두 달이라 해도 거의 그녀의 출산 날짜와 가까운데, 어떻게 그렇게!“저 그럼 거절해도 되나요?”“그러든가!”배준우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고은영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바로 배준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네 집과 저축해둔 돈들 다 나 줘.”“.....”돈 얘기를 꺼내자 마음속에 있던 약간의 기쁨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말았다.이건 정말 너무해, 이렇게 큰 보스가 그 깟 집과 돈이 부족할까?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참으며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이런 모습이 배준우는 오히려 재미있었다.정말 놀리지 못하겠다니까!“왜요?”“우린 파트너인데, 네가 중간에 나가면 내가 분명히 손해를 볼 거 아니야?”“그 정도의 손실은 대표님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난 사업가야.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안 해.”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배준우가 강성에서 어떤 존재인지 뻔히 다 알고 있는데.....!영감의 말처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배준우를 건드려서.지금 이렇게......!고은영이 아무 말도 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