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이 진지한 얼굴로 그런 얘기를 하자 배준우 눈가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너는 배씨 본가의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여?”“......”“너처럼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를 분명히 수시로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그래서 이혼하면 안되는 거야?고은영은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특히 아무리 빨라도 한두 달이 걸린다는 배준우의 말 때문에 말이다. 게다가 량천옥의 까다로운 정도를 생각하면,전에 그녀에게 장항 프로젝트를 내놓으라고 했을 때도 그렇게 오랫동안 물고 버텼는데..! 천의는 그녀의 목숨이나 다름이 없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걸 지키려고 할 게 뻔했다.정말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배준우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큰 비밀을 혼자 안고 있을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했기 때문이다. 물론 안씨 가문, 그리고 자기 집과 저축해둔 돈과 관련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속이지도 않았을 것이다.배준우는 오후에 회의가 잡혀 있었다.그는 고은영이 잠이 들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휴게실에서 나왔다.휴게실의 문이 닫히자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던 고은영이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조심스럽게 휴게실 문을 열고 배준우가 사무실에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시 살금살금 들어왔다.그녀가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마침 안지영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지영아!”고은영이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그녀는 사실 이렇게나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 안지영이 계속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다. 사실,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도 안지영이 항상 그녀를 감싸 주었다.고은영의 이런 말투를 들으니, 안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또 왜 그러는데?”“대표님이 이혼을 안 해줘!”"뭐? 장항 프로젝트는 이미 다 끝나지 않았어? 근데 왜 아직도 이혼을 안 해주는건데?”안지영이 흥분하며 말했다.그동안 그녀도 장항 프로젝트가 끝나기만 기다렸다.그녀
“그래도 돼?”“......”사실 당연히 안 된다!만약 안지영의 아버지가 알게 된다되면, 그녀는 그날로 바로 쫓겨날 것임이 분명했이다.“나한테 어떻게 너 같은은 친구가 있을까!”안지영이 말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나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고은영이 억울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알아, 너 같은 쫄보가 일부러 어떻게 그래. 대표님이 이러는 건 무슨 뜻일까?“천의!”“......”이건 정말 반박할 수 없는 이유다!이전에 그녀들은 왜 배준우가 장항을 손에 넣은 뒤, 그 기세를 몰아 천의 까지 삼키려 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그녀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어떡해?”안지영은 다시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치명적인 질문이 고은영을 더 울고 싶게 만들었다.“나도 정말 모르겠어!”“......”그렇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정말 머리 아픈 일이였다. 이다.“내가 생각 좀 해볼게.” 사실 안지영은 배준우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다 알면서 고은영을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며칠 기다리면서, 그가 천의에 손을 쓰는 상황을 보면, 그가 도대체 장난으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 천의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고, 다.고은영은 아직도 뭔가 뒤숭숭한 느낌이었다.이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성의 번호였다. 그녀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지 알고 있었다. 조보은 외에 다른 사람은 없다!그녀는 조보운이 이렇게 끈질길 줄은 몰랐다.하지만 전에 서정우가 그녀에게 돈을 요구할 때도 이렇게 끈질겼던 것 같았다.정말 그 어미에 그 아들이다!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 조보은은 계속 전화를 해대니 더 짜증이 났다.끊자마자 또 다시 걸려 왔다!고은영은 다시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전
조보은은 정말 화가 났다.고은영과 고은지가 잇달아 전화를 받지 않자, 결국 그녀는 그 화살을 서정우에게 돌렸다.“넌 병원에서 뭐 하고 있었어?”“아니면 엄마.....”“널 대학까지 보내줬는데, 왜 아직도 돈을 못 벌어 오는게냐!”“......”전에는 마음 편히 공부만 하고 돈은 안 벌어와도 된다더니 지금은 또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서정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보운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 이 숙모네 강자 봐, 작년에 이 숙모에게 2000만 원을 갖다줬다고 하더라, 강자는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어. 넌 뭔데 도대체?”“엄마 전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내가 왜 너 같은 쓸모없는 걸 낳았을까!”조보은은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쓸모 있는 자식은 의지할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이 정성껏 키운 자식은 또 쓸모가 없어졌다!그러자 서정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돈 벌러 간다 해도 이미 늦었어요!”그래서 결국엔 역시 고은영과 고은지를 찾아야 한다.조보은은 서정우를 매섭게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난생 처음으로 서정우를 이렇게 키운 것을 후회했다. ........고은지는 오늘도 밤 8시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그녀는 어렵게 얻은 직장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천락 그룹이 신입 사원은 3개월 후에야 정규직으로 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까지 정규직이 되지 못했으니, 그녀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이때 진여옥이 전화와서 조희주가 열이 난다고 말했다.“열이요? 병원에 갔어요?” 조희주가 열이 난다는 말에 고은지는 순간 당황했다.그녀는 전화를 하면서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작업 서류를 서둘러 정리했다.진여옥은 이미 조희주를 데리고 병원에 왔으니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네,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고은지가 전화에 대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마지막 서류를 서랍에 넣고 곧장 사무실에서 나갔다.지금 사무실 건물 전체가 이미 불
“그것까지도 연기해야 해요?”고은영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였다! 지금 합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데, 배준우가 연기까지 하라고 하니 정말 골치 아팠다.“나 월급 많이 받아!’“얼만데요?”조금 전까지 끝낼 생각을 하다가 월급이 높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배준우는 돈이라면 눈이 반짝이는 고은영의 모습에 더욱 짙은 웃음을 지었다.“1억!”“.....”정말 높았다!자신의 월급까지 계산하면 모두 1억 2000만 원이었다!그녀는 배준우가 자신이 돈을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돈으로 자신을 유혹한다고 생각했다.“왜?”“그럼,생각해 볼게요!” 유혹적인 조건이긴 하였지만, 고은영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다. 돈보다 자기 목숨부터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 지금 배는 날마다 더 불러오는데 아직 배준우와 이혼도 하지 않았으니.배준우가 그녀의 임신한 배를 보면 어떤 반응일지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다.그런 상황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잘 생각해 봐! 이런 일은 밤을 새우지 말아야 해.”“그럼 그렇게 해요!”고은영이 말했다.어차피 당장은 그녀도 배아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먼저......그렇게 하기로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은영은 이미 다 안배됐다고 그녀에게 알려줬다.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쪽에서 보낸 차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리 라고는....!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나, 나 대표님...?”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은 다름아닌 처락그룹의 나태현이였다.그의 맑고 금욕적인 얼굴, 분노 없는 위엄 있는 차가운 아우라는 순간적으로 억압적인 느낌을 주었다.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빨리 타요!”“저.....”순간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전화 건 것을 후회했다.왜 잊어버렸지? 비록 위장 결혼이지만, 그녀의 가짜 남편은 배준우라는 것을!그리
곧 병원에 도착했다.고은지는 급하게 차에서 내렸는데, 차에서 내린 후에야 자신의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아 차렸다.“젠장.....!”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하지만 지금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일단 서둘러 병원 소아과로 달려갔다.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조희주와 마주쳤는데, 아이 옆에 있는 건 진여옥이 아니라 조영수였다.조영수는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희주 어때?”고은지가 다가가서 물었다.“방금 해열 주사를 맞았어. 지금 온도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어. 그런데 입원해야 해.”아이가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은지는 순간 가슴을 졸였다.“먼저 가서 병원비 내!”“응, 알겠어!”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궁색한 얼굴로 조영수를 바라보았다.사실, 그녀에게는 돈이 없다!비록 지금 천락 그룹에 입사했지만, 첫 달의 월급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조영수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저기, 먼저 대신 좀 내줄 수 있을까? 월급 받으면 바로 갚을게!”비록 조희주가 조영수의 딸이기도 했지만, 고은지는 여전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조영수는 아마 본 지방의 여자를 찾아 행복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그녀에겐 이런 친정이 있기때문에....!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구람은 곧 마음이 찡해졌다.그녀가 돈이 없다는 말에 조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잠이 든 조희주를 그녀의 품에 넘겨주었다.고은지는 서둘러 아이를 안았다.조희주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응, 엄마야. 자!”딸의 나긋나긋한 녹소리를 들으니, 고은지는 마음이 살짝 떨렸다.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딸과 헤어져사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천락 그룹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올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다.여자들은
그러나 전화를 연속 서너 통을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나중에는 아무 방법이 없어 결국 언니의 전 남편인 조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먼저 고은지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다.고은지가 지금 조희주와 함께 있다는 조영수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네. 알겠어요. 전 언니가 병원에 도착했는지 확인하려고요. 언니가 전화를 계속 안 받아서.“응.”“고마워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그녀와 조영수는 시종일관 서로를 깍듯하게 대했다. 조영수가 고은지와 이혼을 하지 않았을 때도 거리를 두면서 서로 예의 있게 대했다.전화를 끊고도 고은영은 여전히 고은지가 걱정됐다.고은지는 전에 조씨 집안에 있을 때 조보은 때문에 저축해둔 돈도 없었다.지금 조희주가 병원에 입원했는데....!생각할수록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배준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고은영이 보였다.그는 머리를 닦으며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고은영도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배준우는 수건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고은영도 그의 뜻을 알아채고 그의 뒤로 자리를 옮기고, 그의 머리에 묻은 물을 가볍게 닦아주었다.“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언니가 걱정돼요!”고은영은 솔직하게 말했다.지금, 그녀는 자신이 배준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그래도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았다.심지어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단지 자기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느낌이었다.배준우는 그녀가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걱정되는데?”“전에 전남편과 결혼생활을 할 때 친정을 많이 도와줘서 지금 이혼하고 돈이 아예 없는 상황이예요.”진여옥이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밤 조희주가 입원했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도, 그녀에게 입원비를 내라고 하기 위해서였다.그녀가 취직한 지 한 달도 안
분명히 화가 났으면서 감히 화를 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배준우 입가의 미소가 더 따뜻해졌다.그래서 또 그녀의 얼굴을 잡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또!그러나 그녀는 또 다시 바로 배준우에 의해 혼란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남자의 열정을 당해낼 수 없었다.두 시간 뒤.고은영은 신음하며 몸을 돌렸다. 몸의 뻐근함이 그녀에게 더욱 억울한 느낌이 들게 했다.“아파?”귓가에 배준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이러다가 제가 임신하게 되면 어떡해요?”“.......”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네!이런 일을 한 뒤에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이미 딱딱해진 그녀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아이 갖고 싶어?”자꾸 자신을 헷갈리게 하는 그의 부드러운 행동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등을 돌려 누웠다.“만일이라고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이런 그녀의 모습이 배준우는 너무 웃겼다. ““근데 우리는....”“평생 배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고 싶지 않아?”고은영이 채 말하기 전에 배준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멈칫했다!그러고 싶은지, 아닌지.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그윽한 눈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도 돼요?”“너 하는 거 봐서!”그의 말에 고은영의 얼굴은 바로 굳어졌다.또 뭘 어떻게 보겠다는 거야?고은영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속셈을 알 수 없어 고민하다 끝내 말하지 않았다.배준우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들 사이에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 불편했다.“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뒤 얼떨결에 눈을 감았다.지금 배준우의 정력을 그녀는 완전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의 이런 어질어질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배준우의 눈에는 사랑이 뚝뚝 떨어졌다.그는 방금 자신이 이성을 잃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 그녀는 많은 피곤함을 느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순간 배씨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수화기 너머로 집사가 배준우에게 말했다.“도련님, 지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오전엔 바쁘니 점심때 다시 얘기해요.”“하지만 어르신이 지금 오지 않으시면 어르신 시체를 보게 되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배준우는 눈썹을 찌푸리다가 엉겁결에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작은 찐빵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그녀의 작은 볼은 순식간에 불룩해졌고, 만족한 표정으로 먹고 있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화에 대고 차갑게 한마디만 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불현듯 먹이를 가리지 않는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 인생이 훨씬 더 재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영은 다섯 번째 찐빵을 먹었을 때, 마침내 배준우의 눈빛을 느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맛있어?”“네. 맛있어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란완에서 지낸 이후로 그녀는 밀가루 음식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다.예전에 배준우와 갓 결혼했을 때, 배준우 혼자 하원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가정부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가정부도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런 생활이 참 좋았다....“빨리 먹어. 먹고 나랑 같이 본가에 갈래?”“또 뭐 하러 가나요?”“빨리 먹어, 늦으면 아마 가서 시체를 거둬야 할 수도 있어!”“.......”말 하나 정말 독하게 하네!하지만 배준우가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연기되었다는 보도를 낸 걸 생각하면 대략 예상이 됐다. 아마 본가는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다.고은영은 배항준과 배준우의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가끔 아무리 가족사이라도 크게 아픔을 겪으면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대략 9시쯤,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진이훈도 두 그림자를 보았다.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뒷좌석을 스윽 살피고는 전전긍긍하면서 물었다.“대표님, 돌아갈까요?”‘그러게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킹덤 타운에 찾아와봤자 창피만 당하고 쫓겨날 것이다.진이훈은 나태웅이 바로 별장으로 쳐들어갈까 봐 걱정되었다.이윽고 차량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태웅은 먼저 차에서 내려버렸다.“...”진이훈은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이윽고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렸다.“대표님, 대표님!”진이훈은 나태웅을 꽉 잡았다.이곳은 킹덤 타운이다. 나태웅이 이곳에서 일을 벌여봤자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게다가 장선명의 성격이 어떤지는 강성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아닌가.장선명은 위험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다.장선명을 건드린 사람에게는 좋은 결말이 없었다.다만 나태웅과 진이훈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장선명이 벌써 돌아왔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원래 안지영과 끝장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었건만, 신나나를 찾으러 간 장선명이 벌써 킹덤 타운에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두 사람은 신나나 때문에 싸우지도 않고 있었다.두 사람의 그림자는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었다.“이거 놔!”나태웅의 명령에도 진이훈은 나태웅을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그리고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대표님, 안지영 씨는 확실히 장선명 씨의 약혼녀입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시작이 어찌 되었든, 애원이었는지, 거래였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결국 정상적인 예비부부가 되었다.‘장선명 씨의 약혼녀’라는 말이 나태웅의 신경을 긁었다.진이훈이 아무리 말려도 나태웅은 결국 진이훈을 뿌리쳐냈다.“대표님, 대표님!”나태웅의 세상은 완전히 붕괴하였다. 나태웅은 지금 진이훈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잔뜩 난 채로 킹덤 타운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진이훈의 머릿속은 오직 한마디로 가득했다.‘오늘 이곳에
진이훈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찾아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저 여자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너무 화내지 마십쇼. 안지영 씨는 나 대표님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장선명 때문에?”“...”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정확하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씨 가문은 장 씨 가문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야했디.하지만 나태웅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에 그것마저도 거품으로 돌아갔다.진이훈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화가 나면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잊는 사람이었다.그 시각.안지영도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장선명은 저녁 열한 시에 들어왔다. 여덟 시에 나갔으니 총 세 시간 동안 밖에 있은 셈이었다.집에 돌아온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왜 화내고 있는 거야?”“나태웅 때문에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안지영의 화를 이만큼이나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태웅이 유일할 것이다.이제야 회사 일 때문에 나태웅에게 제대로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거의 매일 시비를 걸었다.게다가 가장 화가 나는 건, 나태웅 때문에 안지영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이 매일 시비를 걸고 또 자기 아버지까지 끌어들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신나나 씨는 어때요?”안지영은 나태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나태웅 얘기를 듣던 장선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신나나의 얘기를 꺼내자 장선명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다.“눈가를 3cm 정도 봉합했어. 지금은 병원에 있어.”“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어요?”안지영은 아주 놀랐다.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하지만 신나나는 매직 썬의 에이스로서 인기도 많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기씨 가문은 요즘 들어 강성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문이었지만 장씨 가문과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 얘기했다.“안지영, 장선명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남자야. 네가 그런 남자의 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아니면, 장선명이 정말 너랑 약혼할 거라고 생각해? 매하리에서 한번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너를 데리고 일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도 봐, 장선명은 다른 여자를 위해 너를 버렸잖아!”안지영은 나태웅의 말투가 안지영의 불행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에게 버려진 안지영을 보면서 축하 파티라도 열 사람 같았다.나태웅의 인성을 잘 아는 안지영은 나태웅의 생각도 쉽게 알 수 있었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장선명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나더러 하주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거예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없나 봐요?”“그건 다른 일이잖아!”“뭐가 다른데요! 내로남불 같은 놈.”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지금의 안지영은 그저 나태웅을 욕할 기회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욕설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전 세계의 욕설을 모아서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나태웅은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안지영, 좋은 말로 할 때 입에서 걸레 빼.”“너나 입에서 걸레 빼세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당신만큼은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테니까. 왜 계속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관종이에요?”“...”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안지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선심을 써서 얘기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쉬지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선명 씨가 신나나 씨 때문에 매직 썬에 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와서 귀띔해 줄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알려줬다고? 이건...’“나태웅 씨, 당신은 장선명이랑 비교하
‘지금 벌인 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친 거 아니야?’안지영은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안지영,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안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다.“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나태웅,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나태웅에게 괴롭힘당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줄 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정신병이 대대로 유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강성에서 가장 잔인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이제는 안지영을 괴롭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선명까지 괴롭히려고 한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뭐 하는 거냐고? 뭐 같아 보이는데?”“내가 당신 같은 사람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안지영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안지영, 장선명이 오늘 밤 왜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당신이 일을 벌이니까 나간 거잖아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죽이고 싶었다.“신나나 때문에 킹덤 타운을 떠난 거야.”“...”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분노로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안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나머지 제 자리에 서서 몇 바퀴나 돌았다.나태웅에게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가지 않았다.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말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장선명은 신나나를 구하러 매직 썬에 간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신나나의 이름을 강하게 읽으며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