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고은영이 이어서 말하기도 전에 안지영은 다급히 물었다.“뜬금없이 왜 그런 의심을 하는 거야?”왜 자꾸 이런일이.....!고은영은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뜬금없는 게 아니라, 조보은이 스스로 말실수 한 거야!”“홧김에 한 말 아니지?”안지영이 되물었다.조보은이 화가 나면 막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거 아니야!”조보은이 늘 화날 때 하는 말과는 달랐다. 분명히 홧김에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서둘러 차를 길가에 세웠다.“그래서 어떻게 하려고?”고은영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이미 계획이 있다는 얘기다.“조보은이 내일 나 만나재. 그래서 내일 머리카락 뽑아서 친자 확인해 보려고.”이게 그녀가 조보은의 만나자는 제안을 승낙한 이유다.의심이 가는 이상, 반드시 알아내고 싶었다.안지영도 그녀의 계획에 동의했다. 그동안 그녀가 조보은에게 당했던 걸 생각하니 그녀 역시 화가 났다.“그래, 그런건 확실하게 알아둬야지. 만약 네가 진짜 그 여자 딸이 아닌데, 너한테 이런 식으로 돈을 요구하면, 그건 정말 인간이 아니지.”만약 조보은이 그녀를 잘 보살펴 줬었다면, 돈을 요구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오히려 방치하고 구박했으면서 그런 돈을 요구하니 어이가 없었다.예전엔 그렇게 무시하고 구박하더니, 이젠 돈이 좀 생기니까 그녀에게 들러붙으려고 수작을 부리니 말이다.세상에 쉽게 얻는 법은 없다.고은영은 이번에 모든 걸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다짐했다.“내일 나도 같이 가줄까?”“응, 그래 주면 고맙지.” 고은영이 말했다.조보은이 이럴 때는 반드시 숨은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조보은이 어떤 사람인데, 단순히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그녀를 불러낼 리 없다!그러니 그녀의 꾀에 걸려들면 안 된다.안지영도 고은영이 혼자 그들을 만나는 게 걱정됐다.그동안 조보은이 한 짓이 있으니, 그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그래, 그럼 내가 내일 휴가 내서 너랑
조보은이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예전에 금방 용산에 집을 샀을 때, 그녀의 그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집마저 팔았으니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그러니 그녀는 어떻게든 자기의 체면을 되찾아야 했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랬구나!”그제야 이해가 갔다.“그럼, 내일 같이 가야겠네.”“응.”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은 두루두루 다른 얘기도 나눴다. 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에서 그녀가 지금의 직장을 아주 만족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안 씨 집안에서도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안지영의 말투가 이렇게 경쾌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일의 계획을 다 짜고 나니, 고은영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조보은을 상대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게다가 지금 그녀는 량천옥이랑 한편이니, 한 시도 그녀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오후.고은영은 낮잠을 잤다.하지만, 자고 깨어났을 때, 온몸이 뭔가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느릿느릿 몸을 움직였는데, 그제서야 배준우가 휴게실에 들어와 있는걸 발견했다.배준우는 지금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그녀가 움직이자, 배준우도 얼떨결에 깨어났다. 그는 졸린 눈으로 몽롱한 채 품 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깼어?”“대표님, 안 바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이 시간에 배준우가 휴게실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그러자 배준우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말하면서 그녀를 놓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그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고은영의 마음은 따뜻해 났다.....!배준우는 겉옷을 걸치면서, 그를 따라 일어나려는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넌 왜 일어나?”그녀는 지금 아주 한가한 자유의 몸이니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된다.배준우는 책에서 임산부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많은 움직임이 필
배준우가 나가자마자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 번호를 보니 육명호의 번호였다.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그녀가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한 건 아니지만, 그냥 육명호라는 자체가 싫었다.고은영 마음속의 육명호는 더러운 속내를 가진 늑대다.지난번, 북성에서도 그렇고, 딱 봐도 별로 좋은 인간은 아니다.하지만 전화를 끊기 무섭게 또 다시 걸려 왔고, 고은영은 또 다시 끊어버렸다.두 사람은 이렇게 다섯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끊기를 반복했다. 결국 육명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지금 동영그룹 아래층에 있어. 내가 고 비서를 찾으러 올라갈까?”그의 메시지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손이 덜덜 떨렸다.방금의 강경했던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재빨리 육명호에게 전화 걸었다.“은영 씨, 꼭 이렇게 해야만 전화를 받는거야?”수화기 너머에서 육명호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로 저를 찾는 거예요?”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였다.육명호는 그녀에 대해 조사를 아주 많이 했다,그녀가 배씨 가문에서 어떤 존재인지. 그런데 지금 이런 고고한 말투를 들으니더 웃겼다.“은영 씨, 정말 너무하네. 내가 남이야? 이런 말투로 말할 필요는 없지..”“저랑 대표님이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닌것 같은데요?”그의 태도에 고은영은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육명호의 느끼함을 견딜 수 없었다. 별로 만난 적도 없으면서 친한척 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남이 아니라고...?그럼 도대체 무슨 사이라고....!“은영 씨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섭섭하지.”그는 슬프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육명호의 이런 말들이 고은영은 무척 불편했다. 그녀는 비록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지만연애할 때의 이런 입에 발린 말들은 돈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자기 스스로도 이런 가치관이 조금은 틀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질적인 무언가를 가져야만 마음이 편안했다.아마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하게 자라 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서 그
지난번 북성에서도 배준우를 화나게 한 장본인이다.그런데 갑자기 또 찾아와서 수작을 부리려 하니 화가 났다.“미친놈!”고은영은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이불 속에 던져버렸다.그의 이런 전화에 고은영은 자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졌다.일어나서 옷을 입고는 물을 마시고 다시 베란다로 가서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목도리를 뜨니 화를 진정할 수 있었다.하지만 손은 여전히 아팠다.처음엔 아픈 줄 몰랐는데 계속 뜨려니 손이 아파왔다.지금보다 더 적응해야, 뜨는 속도도 조금 더 빨라질 것이다.고은영이 골똘히 목도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누가 휴게실 문을 두드렸다.고은영은 물건을 내려놓고, 재빨리 문을 열었다.“초희 씨?”“은영 씨, 얼른 나와 보세요.”민초희는 고은영은 데리고 휴게실에서 나왔다.민초희의 초조한 표정을 보자 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이해가지 않았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자 짙은 장미 향기가 물씬 풍기더니, 고은영의 자리에 가득 쌓인 장미가 눈에 들어왔다.순간 고은영은 멍해졌다.“이건...?”“육 대표님이 보내신 것 같아요.”“.......”그가 말한 선물이 바로 이거야?이게 선물이라고? 이런 골치 아픈 선물이!아예 나를 보내버리려고 작정한 건가?고은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이 짧은 시간에, 고은영은 이미 마음속으로 육명호를 한바탕 욕했다.화가나 죽겠는 와중에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육명호의 전화였다.“육 대표님, 저랑 친하세요?”“선물이 마음에 안드나요?”그는 불쾌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고은영은 이미 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회의실 문이 열리는 걸 보자숨이 막힐 것 같았다.“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요!”큰일이다!배준우가 회의실에서 나왔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빨리 나오는지!?멀리서도 그의 차가운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럼 뭘 좋아하는지 말해봐요. 다시 사다 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대표님이 주는 거라면 다 싫으니깐요.”“은영 씨가 이렇게 말하니
고은영은 배준우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저, 저 꽃들은 저랑 상관없는 꽃들이에요. 믿어주실 수 있으신가요?”고은영의 말에 배준우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그의 표정 변화에 고은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배준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 뒤에 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들어와!”말하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고은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사무실 문을 닫히고, 배준우의 차가운 눈을 마주하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저랑 정말 상관 없어요...”배준우가 믿어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다시 한 번 설명했다.‘육명호..... 이런 일로 나를 괴롭히다니, 기억해 두겠어!’“그동안엔 몰랐는데 너 인기 많다?”배준우가 냉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의 이런 태도가 고은영의 가슴을 더욱 떨리게 했다.“아니에요, 저 별로 인기 없어요. 육 대표님이 눈이 어떻게 된 거죠.”“그 인간이 보낸 거야?”“저는 분명히 안 받는다고 말했어요!”고은영은 서둘러 해명했다.이 일로 배준우의 신경을 건드릴까 봐 무서웠다. 그러면 돈도......배준우는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적이 그녀를 더 숨 막히게 했다.고은영이 그의 눈을 피해도,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은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또 한 번 말했다.“정말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럼 왜 너한테 꽃을 보냈지?”“골탕 먹이려고 그러는것 같아요.”고은영은 급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골탕? 왜? 무슨 이유로?”“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계속 동영그룹이랑 협력하고 싶어 했잖아요. 게다가 전에 저를 매수하는 것도 실패했고요. 저희가 위장 결혼이라는 소문을 듣고 저한테 복수하는 거죠!”생각이 복잡해지면서, 그녀의 말도 점점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나름 똑똑한 여자라는
그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두려워하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요!”더는 그의 신경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고은영은 고민하는 듯 물었다.“네 생각은 어떤데?”이 어려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자 고은영은 차마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배준우의 압박 아래, 고은영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하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결국 크게 한숨 쉬며 말했다.“그럼... 여보라고 부를까요?”“.........”순간 정적이 흘렀다.배준우의 얼굴은 굳어졌고, 고은영도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뭐라고 해요?”“그냥 그렇게 불러!”배준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고은영이 멍해졌다.그렇게 부르라고? 싫지 않은가?하지만 배준우의 날카로운 눈을 마주치니, 싫다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그럼, 진짜 그렇게 불러요?”“응!”배준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고은영을 놓아주며 말했다.“나 일해야 하니 너도 가서 볼일 봐.”“네, 알겠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재빨리 일어서서 휴게실 쪽으로 도망가듯 달려갔다.휴게실에 별로 할 일이 없지만, 지금 그녀가 할 일은 휴게실을 정리하는 것밖에 없으니 휴게실로 다시 들어갔다.조금 정리한 뒤, 배준우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이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일이 없다.........한편, 사무실 밖.모든 비서실 직원들이 고은영의 책상을 둘러싸고 꽃을 보고 있었다.하지만 감히 뭐라고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정유비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조금 전 배준우가 굳은 얼굴로 고은영을 사무실로 불러들인 걸 생각하니 통쾌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비상계단으로 가서 이미월에게 전화를 걸었다.“네가 못 봐서 그래, 아까 배준우 표정이 어땠는지. 기회 잘 잡아.”“육명호가 고은영한테 꽃을 보냈다고?”“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어? 배씨 가문에서 저런 여우 같은 계집애를 받아들이지
진청아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월을 관찰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손에 들린 보온병을 보고 예의 있게 웃으며 물었다.“이미월 씨, 여긴 어쩐 일로?”지금은 그녀가 배준우의 비서다. 그러니 배준우에 관한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지금 정유비의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하다.이전엔 고은영만 몰아내면 될 줄 알았는데.그러면 배준우 가까이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그 자리를 뺏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그래도 괜찮다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자신을 위로했다.예를 들면, 배준우를 갖는 것이다!정유비는 이미월이 아무 생각 없이 진짜 찾아온 걸 보고 속으로 통쾌해했다.이미월은 진청아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그쪽은 누구시죠?”“안녕하세요, 이미월 씨. 저는 새로 온 배 대표님의 비서예요. 배 대표님에 관한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있어요.”그녀의 말에 이미월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정유비를 쳐다봤다. 뭔가 의외였다.정유비는 전에 이미월에게 비서실의 제 일 비서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나태웅이 곧 떠난다더니, 진청아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은 건가?그럼, 정유비는? 그냥 그 자리라고?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이미월은 마음속으로 모든 감정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 비서님, 안녕하세요. 전 배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요 몇 년 동안 그녀가 정원희에게서 받은 가르침이다. 감정을 얼굴에 티 내지 않는것!그래서 그녀도 감정을 컨트롤 하는데 아주 능숙해졌다.진청아는 이미월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인사치레도 그냥 공식적인 것이었다.“네, 먼저 응접실로 따라오세요. 지금 대표님 사무실에 손님이 와 계세요.”진청아의 말은 정유비가 이미월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이미월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근데 제가 준우를 위해서 국 좀 끓여왔는데, 식으면 맛 없는데.”이미월의 말에 진청아는 멈칫했다. 어이가 없었다.아내가 있는 남
진청아가 배준우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그러자,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니 배준우 혼자 사무실에 있었다. 아마 고은영은 휴게실에 있는 듯했다.진청아는 고은영은 정말 행복한 아내라고 생각했다. 출퇴근할 때도 남편이 곁에 꼭 붙여두니 말이다.이런 두 사람 사이에 누가 감히 끼어들 수 있겠는가!그는 이 상황에 찾아온 전여친이 우습다고 느꼈다.“대표님, 이미월 씨 오셨습니다!”진청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휴게실에 있는 고은영이 이 말을 듣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미월이 왔다는 말에 배준우는 손을 멈칫하고 눈을 치켜들었다.“이미월?”“네!”“안 만나!”배준우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진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배준우의 단호함에 진청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이미월을 위해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보온병을 가지고 왔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진청안는 1분도 채 안 되어서 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러고는 이미월에게 다가가 말했다.“대표님이 만나고 싶지 않으시다고 하십니다.”“뭐라고요?” 이미월은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러자 진청아가 이어서 말했다.“대표님이 아주 바쁘셔서 시간이 없으세요.”“내가 국 끓여왔다는 얘기 안 했어요?”이미월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녀는 오늘 고은영과 싸운 배준우에게 감정적인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진청아가 말을 제대로 전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냥 들어갈게요!”이미월은 말하며 진청아의 옆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진청아는 재빨리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단호한 태도로 경고했다.“이미월 씨, 배 대표님은 근무시간에 아무것도 안 드십니다!”배준우의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는 모든 회사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그리고 말하면 말한 대로 행동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회사에서 음식 먹는 것을 금지한 그가 어떻게 사무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