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천옥과 배항준이 함께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다. 그 나이 차이가 선명한 얼굴.도대체 무슨 수작으로 배준우의 어머니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지금 배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에 앉아서 배항준의 돈으로 고은영을 쫓아내겠다고? 정말 역겹기 그지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고은영이 차갑게 물었다.고은영의 질문에 량천옥은 만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량일을 바라보았다.량일도 고은영의 대답을 듣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강성을 떠나, 준우의 인생에서 사라져. 그러면 20억 더 줄게. 그러면 그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는 거야.”20억이라니, 적지 않은 액수였다!고은영 같은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큰돈이다.이렇게 보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액수를. 량천옥은 이게 고은영에게 엄청 유혹적인 조건일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배준우도 자기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어떤데?”좀 더 강압적인 말투로 물었다.“별론데요.”“.......”량천옥과 량일은 말문이 막혔다.량천옥이 뭐라고 반응도 하기 전에 고은영은 더 명확히 거절했다.“회장님이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외모도, 인성도 다 별론데 말이에요.”“이 계집애가!”량천옥이 분노하며 소리 질렀다.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당신을 예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당신이 진짜 예뻐서가 아니라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신분 때문이에요. 당신이 진짜로 그렇게 잘난 줄 알아요? 출신으로 따진대도 별로잖아요”고은영은 점점 더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녀의 말을 량천옥도 똑똑히 듣고 있었다.순간, 량천옥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감히 누구한테!“이 천박한 계집애!”“만약 당신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좀 더 젊은 남자랑 결혼했겠죠?”“......”순간 량일이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량천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참다가 전화에 대고 소리쳤
배씨 가문을 손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배씨 집안의 모든 것이 다 자기 아들 배윤의 것이라 생각했다.량일은 욕심내면서도 두려워하는 량천옥의 모습에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지금 너랑 배준우가 싸우는 건 영향이 없을 것 같아?”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권력을 쟁탈하게 된다면, 동영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량일은 한참 고민하고는 말했다.량일은 오늘 통화를 통해 고은영이 도대체 어떤 계집애인지 정확히 알았다.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량천옥은 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자기 엄마를 매우 믿었다.가끔 량천옥이 배항준의 바람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때면, 량일이 나서서 그 여자들을 다 처리해 주었다.량천옥은 자기 엄마가 고은영 그 계집애한테도 본때를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자기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조금 전 고은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밀었다.“그 망할 계집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아무리 그래도 배씨 가문의 사모님인데 말이다.어떻게 사모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배항준과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 빼고는 누구도 그녀에게 감히 그런식으로 말하지 했다.량천옥은 생각할수록 분했다.량일의 얼굴도 굳어졌다. 사실 량천옥이 배항준에게 접근하도록 시킨 사람이 량일이기 때문이다.“어떻게, 어떻게...”량천옥은 화가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량일은 다급히 물었다.“왜 그래? 천옥아, 괜찮아?” 천옥아!”“콜록콜록, 콜록콜록!”“쿵쿵쿵!”량천옥옥 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명치를 두드렸다.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가는 그녀의 얼굴에 량일은 더욱 초조해졌다.“천옥아, 괜찮니?”하지만 량천옥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다 결국 창백해진 얼굴로 량일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량일은 깜짝 놀라 그
담배를 쥐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굳어져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의미심장한 미소였다.“뭐라고 했어? 인정했어?”“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녹음했어?”배준우가 물었다.“......”녹음?그녀는 상상도 못 한 일이였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운 눈동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요.”“그래, 알았어.”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녹음을 했던, 안 했던, 처리할 방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고은영이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배준우의 전화기가 울렸다.번호를 보니 배가의 전화였다.게다가 집 고정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지금 당장 돌아와!”전화기 너머로 배항준의 화를 억누르며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준우는 얼굴을 찌푸렸다.“왜요?”“세상에 여자가 없어서 그딴 계집애를 만나? 내가 답답해 죽길 바라니?”배준우의 귀찮아하는 듯한 말투에 배항준은 더욱 분노했다.“그게 어떤 여자든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배준우!”“그 여자가 해외 프로젝트를 넘겨주시기 싫어서 하는 수작이에요.”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배항준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고은영이 그의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는 량천옥에게 달렸다는 뜻이다.그의 말에 배항준은 분노가 치밀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이런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늙어서 자기 아들에게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날 협박하는 거야?”“제가 감히 어떻게 협박하겠어요?! 저희 엄마가 재산 절반을 나눠달라고 했을 때도, 당신이 엄마를 거의 죽일 뻔한 걸 뻔히 아는데! 화가 나시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시는 분한테 제가 어떻게 협박을 하나요?”그의 말에 배항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순간 고은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그동안 배항준을 증오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런데 방금 그의 말을 들으니 그 이유를 알
분명히 량천옥이 먼저 그녀를 협박하며 배준우를 떠나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냥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수작인지!고은영은 어이가 없었다.그때, 배준우가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봐.”“네? 왜요?”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배준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걸어가고 있었다.그의 곁에 멈춰서니, 그는 고은영을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혔다.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쌌고,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아랫배에 얹었다.허리를 감싼 손으로 그녀의 허릿살을 살짝 만져보았다. 그녀의 허리 변화를 확인하는 듯했다.“대, 대표님...”그의 손길이 느껴지자 고은영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자신의 아랫배도 만져볼까봐 두려웠다.배준우는 그녀의 긴장을 느끼고, 손의 힘을 풀었다.“지금 긴장하고 있어?”“아니, 아니요!”아니라고 하면서도 말을 더듬으니, 긴장한 게 더 잘 보였다. 고은영은 긴장하며 고개를 들어 배준우를 쳐다봤다.그러자 부르럽게 웃고 있는 배준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어떻게 한 거야?”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어떻게 했냐니!량천옥 얘기를 하는 건가?“전, 전 진짜 별말 안 했어요.”그녀 입장에선 솔직하게 말한셈이였다.돌이켜보면 정말 별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래. 별말 안했다고 믿을게.”믿는다는 말을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배준우는 일어서며 그녀도 함께 안아 올렸다.그가 갑자기 일어서자, 고은영은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그의 목덜미에 감았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웃겼다.고작 이런 담력으로 매번 량천옥을 화나게 하다니.배준우는 그녀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고은영은 눈을 뜨자 배준우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잘했어.”배준우가 말했다.“......
그녀는 그 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뭔가를 알고 싶은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러나 배준우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은영은 깊게 심호흡하고는 물었다.“대표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왜 그렇게 물어?”“제가 또 뭘 잘못했을까 봐 두려워서요.”그녀는 배준우를 화나게 하면 그 집도 잃게 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비록 지금 그 집을 잃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말이다.그렇지만 그전에 강성을 무사히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의 눈빛 한 번에 고은영은 바로 고개를 떨궜다.그러자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 착하잖아. 나 화 안 났어.”착해서 화가 안 났다고?이게 무슨 의미심장한 말이지?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됐다.그가 이럴 때마다 나중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다.이런 부드러운 모습 뒤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서웠다.배준우는 여전히 바빴다.그와 몇 마디만 주고받고,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나태웅이 급히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리고 몇 분도 안 돼 다시 사무실에서 나왔다. 퇴근할 때까지 배준우는 고은영을 찾지 않았다.저녁에 미팅이 있어 고은영 혼자 먼저 하원으로 돌아갔다.하원에 돌아왔을 때, 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아주머니는 고은영 혼자 돌아온 걸 보고는 재빨리 배준우의 몫을 따로 덜어놓았다.“아주머니, 이제 그만 퇴근하세요.”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 진 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식사 다하시고 부엌에 놓아두시면 제가 내일 와서 치울게요.”“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진 씨 아주머니는 바로 퇴근했다.고은영은 식탁에 놓인 음식을 둘러보았으나, 별로 식욕도 없었다.그래도 억지로 조금 먹었다.밥을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하고는 소파에 앉아 안지영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안지영도 오늘 일찍이 집에 들어가 방에서
거기는 사계절 내내 따뜻하다.하지만 강성보다 발달 된 도시는 아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쪽으로 갈 거야.”그녀는 지금 그쪽에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늘 배준우가 4000만 원을 더 줬으니, 그것까지 합치면 통장에 1억 2000만 원 정도 있으니 운성에 집을 사기에 충분했다.배준우와 이혼하면 위자료로 200억 정도 받을 수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배준우 곁을 떠나더라도 나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그때 안지영이 또다시 물었다.“근데 량천옥이 장항 프로젝트를 순순히 넘겨줄까? 그 여자가 오래 끌면, 너 배는 어떻게 숨겨?”“......”나름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고은영의 마음이 안지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다시 불안해졌다.“설마...”“설마는 무슨 설마야. 너도 이 몇 년 동안 량천옥이랑 배 대표님이 얼마나 싸웠는지 잘 알잖아.”“......”“그 여자가 대체 어떤 여잔데? 대표님이 동영그룹 경영권을 가질 때도 얼마나 어려웠는데!”그렇다. 량천옥은 장항 프로젝트를 그리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고은영은 기분이 완전히 우울해졌다.“회장님이 나랑 대표님이 헤어지기를 그토록 원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그 프로젝트를 대표님께 넘겨주시려고 하지 않을까?”배항준이 넘겨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량천옥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다.“회장님이 지금 량천옥에게 얼마나 홀려 있는지 모르지!”“......”하긴!배항준이 가정을 깨뜨리고 그녀를 선택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그러니 그녀의 수단과 방법도 보통은 아닐것이다.그녀는 장항 프로젝트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배윤이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으면서 돌아오지 않는 것도 대표님이 배윤에게 손댈 까봐 그런 거야.”“......”“그런데 그렇게 순순히 넘겨줄 것 같아?!”고은영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사실 배준우는 몇 년 동안 해외 프로젝트를 되찾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량천옥은 국내 업무를 놓치자, 해외 프로젝트를
안지영의 말에 고은영은 죄책감이 들었다.“미안해, 지영아.”그 시간 동안 안지영이 힘들었던 것만큼 고은영도 힘들었다.항상 거짓말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며 지냈다.“은영아, 일단 이 고비 먼저 넘기자. 응?”안지영은 고민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고은영이 어떤 방식으로 떠나는지 보고도와줄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도와줄 용기가 없었다.“그래. 천천히 결정해.”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튼 지금 배가 별로 불러오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시간이 있긴 했다.더 기다려 보고,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고은영도 더는 안지영을 끌어들이기 싫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더 이야기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심호흡으로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켰다.그러고는 일어나서 물을 따르러 부엌에 갔는데, 식탁에 앉아있는 배준우의 모습이 보였다.......!“......”순간 고은영은 긴장됐다.언제 들어온 거지? 문 여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하긴 문소리가 워낙 작으니 안 들릴 법도 했다.여러 가지 생각에 고은영은 더 긴장됐고, 그 감정이 얼굴에도 훤히 드러났다."대, 대표님 돌아오셨어요?”설마 아까 두 사람의 통화 내용도 다 들은 건가?고은영은 온갖 생각이 다 들어 숨이 막혔고, 머릿속은 하얘졌다.배준우는 이미 밥을 절반 정도 먹은 듯했다.“......”그 순간, 고은영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조용히 배준우를 바라보기만 했고,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서 안지영에게 대신 집을 팔게 할 생각이야?’"......”집을... 판다고?이게.. 대…대체 무슨 말이지?고은영은 갑자기 집에 돌아온 배준우의 모습에 완전히 놀라 머릿속이 텅 비었다.게다가 웃고 있는 배준우의 얼굴을 보니 더 무서웠다.“네? 집을 팔다니요.”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너무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로 했다.배준우는 눈썹을 치켜들고 여전히 웃으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돌아와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니 말이다.“저....”뭐라고 하려고?그녀는 너무 당황해서 차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개 들어!”배준우가 말했다.배준우의 날카로운 말투에 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배준우 얼굴의 웃음기도 사라졌다.고은영이 다시 시선을 피하려 하자 배준우가 단호하게 말했다.“고개 숙이지 마!”“......”고은영은 그대로 굳었고, 두 눈에 짙은 억울함이 가득했다.배준우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당장 말해. 집 판 돈을 어디에 쓸 건지.”그의 억압적인 말투에 고은영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저......”“잘 생각하고 말해!”“......”그녀는 지금 배준우가 자기를 위협하고 있고,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말 안할거야?”“저희 언니가 이혼했어요. 근데, 언니가 한 번도 일해본 경험이 없어 걱정돼서 제가 돈 좀 주려고요....”“근데 그렇게나 많이 필요해?”사실은 그렇게까지 필요가 없었다!그렇기에 이런 이유는 배준우에게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언니가 운성에 가고 싶다고 해서요.”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운성이라는 두 글자를 말할 때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그녀가 나중에 가야 할 곳을 이렇게 말해버리다니!“그래서 네가 집을 팔아서 언니한테 돈을 마련해 준다고?”“안, 안되나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집을 파는 것만 캐묻는 걸 보고, 그가 대략 언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배준우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기에 고은영은 그가 자기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 알 수 없었다.다행히도 이때 배준우의 전화기가 울렸다.배준우는 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갔다. 고은영은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그녀는 정말 하루라도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매일 이렇게 불안 속에서 살다 간 유산이라도 할 것 같았다.배준우가 통화를 마치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