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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담배를 쥐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

굳어져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뭐라고 했어? 인정했어?”

“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했어?”

배준우가 물었다.

“......”

녹음?

그녀는 상상도 못 한 일이였다.

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운 눈동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요.”

“그래, 알았어.”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녹음을 했던, 안 했던, 처리할 방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

고은영이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배준우의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배가의 전화였다.

게다가 집 고정 전화였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당장 돌아와!”

전화기 너머로 배항준의 화를 억누르며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준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요?”

“세상에 여자가 없어서 그딴 계집애를 만나? 내가 답답해 죽길 바라니?”

배준우의 귀찮아하는 듯한 말투에 배항준은 더욱 분노했다.

“그게 어떤 여자든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배준우!”

“그 여자가 해외 프로젝트를 넘겨주시기 싫어서 하는 수작이에요.”

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배항준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고은영이 그의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는 량천옥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의 말에 배항준은 분노가 치밀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이런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늙어서 자기 아들에게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날 협박하는 거야?”

“제가 감히 어떻게 협박하겠어요?! 저희 엄마가 재산 절반을 나눠달라고 했을 때도, 당신이 엄마를 거의 죽일 뻔한 걸 뻔히 아는데! 화가 나시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시는 분한테 제가 어떻게 협박을 하나요?”

그의 말에 배항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순간 고은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그동안 배항준을 증오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방금 그의 말을 들으니 그 이유를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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