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은영은 데려다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안 돼요, 저 혼자 갈래요." 배준우가 데려다 주면? 조보은이 배준우를 보면 아마도 2천만 원, 심지어 3천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의 염려를 눈치챘다. "내가 밖에서 널 기다리면 돼." 말을 마친 배준우는 다시 거절하기도 전에 손에 물 잔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향해 갔다. 배준우는 아직 샤워도 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여전히 낮의 홈웨어였다. 고은영은 배준우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고맙다는 말 그만 못할래?’라는 눈빛을 던졌다. 고은영은 몸을 움츠렸다. 고은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배준우는 코웃음을 쳤다. "간이 이 만큼 밖에 안 되면서 감히 혼자 간다고 해?" "저는 그 여자와 말할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어요." 고은영이 배준우의 말에 당당하게 대꾸했다. 이건 진짜 맞는 말이었다. 이익 관계도 없으니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영이 배항준을 기를 채워 ICU에 들여보낸 것을 생각하면 배준우도 정말 기가 막히게 느껴졌다. 담력 부분에서 말하자면, 고은영은 신기한 존재였다! 두려워하는 점도 매우 신기했다.배준우가 운전해서 고은영을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바로 도착했다. 전에 낮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타야 해, 버스를 타야 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오늘은 대략 40분이 지나니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배준우는 고은영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고은영은 놀라서 본능적으로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배준우의 음울한 눈을 보고 순간 쫄았다. "배 대표님!" 배준우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나서 말했다. "30분만 줄게" 고은영이 말했다. "아니면 먼저 돌아가세요." 고은영은 배준우가 온종일 화상 미팅을 하느라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준우가 말했다. "30분 안으로 안 나오면. 내가 나 실장을 보내서 널 잡아오
그러나 방금 고은지의 태도는, 분명히... 진여옥의 이런 태도에 신경을 많이 쓰였다. 고은지는 고은영의 반문에 얼굴색이 굳어졌다! 눈밑에는 씁쓸함이 차오르며 말했다. "신경 쓸 게 뭐가 있어, 난 괜찮아." 괜찮다고 하는데! 그러나 고은영은 고은지의 말투에서 지금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가자, 들어가자!" 고은지는 이 화제를 계속 이어나나고 싶지 않았다. 고은영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은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보은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텔레비전을 향해서 실없이 웃었다. 생각이 없는 모양으로 봐서 방금 진여옥이 밖에서 한 말을 조보은은 정말 듣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익 앞에서... 조보은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고은지는 조보은의 생각 없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어두워졌고, 침착한 얼굴로 소리쳤다. "엄마" 그러나 조보은은 못 들은 듯 계속 텔레비전에서 헛웃음을 지으며 해바라기를 까먹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조보은이 무슨 뜻인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언니, 나 오늘 너무 피곤해. 더는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먼저 돌아갈게!" 고은영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조보은이 고은지를 무시한 것은 단지 고은영이 엄마라고 불러주기를 기다렸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가? 하지만 고은영은 불러주지 않았다.조보은이 게으름을 피우려 하자, 고은영은 되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바로 떠나려 했다. 역시나 고은영이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보은은 손에 든 해바라기를 전부 접시에 내려치면서 소리를 쳤다. "당장 거기서 안 멈춰?!" 고은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뒷모습만 보여줬다. 조보은은 고은영 뒤로 몇 걸음 다가와 고은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 많이 컸네? 정말 나를 어머니로
조보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 엄마야. 당연히 내가 나서서 상의해야지." 맞다. 보통 시집갈 때 봉채는 친정 부모님이 나서서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고은영과 조보은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녀의 애틋한 사이는 아니다. 조보은 말했다. "은영아, 화내지 마. 그때는 엄마가 잘 못 했어. 정말 화가 나서 살짝 미쳤던 것 같아!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말을 하면서 조보은은 직접 자신의 얼굴에 뺨을 몇 대 때렸다. 조보은은 진심으로 후회한다. 만약 고은영이 이렇게 출세할 줄 알았더라면, 조보은은 그 당시에 그녀를 키웠을 것이다. 친 딸이 맞고 아니고가 어디 있어! 조보은은 애당초 서준호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재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직접 고은영을 키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조보은이 직접 키웠더라면 지금 그녀의 덕을 보는 게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보은이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았지만,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 침착하게 말했다. "그럼 배 대표님을 찾아가서 봉채를 얼마나 달라고 할 건데요?" 조보은은 고은영이 반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손동작을 멈췄고, 눈가가 더 강하게 번쩍였다. 생각해 보더니 고은영에게 완곡하게 분석했다. "이 봉채라는 것은 남자의 가정형편, 그리고 남자의 마음속에 네가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계산해야 돼. ". "배 씨 가문의 집안 상황을 내가 알아봤는데. 괜찮아! 어찌 됐든 2억의 봉채는 줘야지." 2억? 용상의 봉채는 1000만 원대, 1200만 원대였다. 조보은의 말처럼 상대방의 가정형편이 좋다면 1600만 원대, 2000천만 원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시내 쪽의 사람들이고, 모든 여자아이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조보은은 입을 열자마자 2억...! "배 대표님의 마음속에 있는 내 지위도 봐야 한다면서요?" "그래, 상의해야 하지. 이런 가정형편인 너와 결혼한다는데. 틀림없이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예단? 예단이 필요하다고?재벌이랑 결혼하면서 부모에게 예단까지 요구하다니!이 못난 것.조희주를 재우던 고은지는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에 놀라 다급히 안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이에요? 왜 싸워요?”고은지가 나오자 조보은은 씩씩거리며 고은영을 향해 손가락질하더니 다시 고은지를 바라봤다.“내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 안 해봤어?”“너희들을 키우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뭔? 예단?”“엄마도 혼수 요구한 거 아니에요?”고은영은 콧방귀를 뀌었다.힘들었다고? 자기가 힘들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힘들어도 자기가 힘든가? 키워준 할머니가 힘들지?고은영의 말에 조보은은 더욱 화가 났다.“난 네 엄마야,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혼수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영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조보은이 계속 말하려는 순간, 고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영아, 그만 좀 해.”고은지가 말리자 조보은은 더 흥분하며 말했다.“이 조보은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딴 물건을 낳았을까.”모두가 혼란 속에 빠졌고 그 말에 두 자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자매의 떨떠름한 모습에 조보은은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장 아주머니네 딸 설이 좀 봐봐. 자기 오빠 결혼한다고 새집에, 새 차에, 게다가 혼수로 쓰라고 이천만 원이나 줬대! 심지어 결혼식장 비용도 다 설이가 내줬다잖아. 그 여편네는 어쩜 그리 착한 딸을 낳았는지. 너희들은 왜 이따위야! 네 동생은 너희들 때문에 평생 홀아비로 살아야 해! 내가 왜 너희들같이 쓸모없는 자식을 낳았는지. 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이런 자식인 줄 알았으면 낳자마자 버렸어야 했어.”조보은은 막돼먹은 말로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었다.하지만 고은영은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다.입만 터지면 나오는 지겨운 말에 고은지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다.고은영이 할머니에게 간 뒤로, 조보은은 더는 그녀를 구박하고 때릴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지는 그녀와 함께 살았고, 조
진여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보은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그게.... 사돈, 오해에요. 이 계집애가!”“어떤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용수는 그 여편네 딸처럼 멍청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리 친형제여도 계산은 똑바로 해야죠. 고은지는 내 며느리니 이젠 우리 가문 사람이에요. 그러니 그런 허황한 꿈은 깨세요!”진여옥은 조보은에게 확실하게 경고하였다.조보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창백해졌다.비록 진여옥의 말에 일리가 있지만, 고은지는 만감이 교차했다.조보은은 겨우 화를 참으며 말했다.“사돈, 그 말은 옳지 않아요. 우리 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가면 우리는 한 가족과도 마찬가지에요. 가족끼리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겠어요? 아닌가요?”“누가 가족이에요?”진여옥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냈다!그나마 남았던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 “고은지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서 이바지한 게 뭐 있어요? 오히려 우리 가문에서 서정우 학비까지 다 내줬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쪽 며느리까지 신경 써야겠어요?”“학비는 은지가 결혼 전에 모은 돈이지 조씨 가문의 돈이 아니잖아요.”조보은도 슬슬 화를 내기 시작했다.결혼 전에 고은지의 월급이 높았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여 그녀는 조씨 가문에서 이익을 볼 수 있으니 끊임없이 고은지에게 돈을 요구하며 선수쳤다.진여옥은 가식조차 떨지 않는 조보은을 보고 버럭 화를 내며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그래서 앞으로도 쭉 돈 뜯어낼 생각이세요?!”“내 딸한테 돈 달라는데 문제 있어요?”조보은의 인내심도 바닥을 쳤다.고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간 뒤로 조보은은 조씨 가문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그런데 진여옥이 완전히 패를 까버리고 말하자 조보은도 더는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참지 않았다.뻔뻔한 말을 이렇게 뻔뻔하게 내뱉는 조보은의 모습에 진여옥은 말 문이 막혔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보은은 자기가 진여옥의 기세를 꺾었다고
고은지는 멍한 표정으로 조보은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이제 만족하세요?”“아니, 은지야......”“이혼, 내일이면 이혼하시라네요. 만족하시냐고요?”고은지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그녀는 수년간 조보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진여옥은 그게 지겨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다.수년간의 인내가 순식간에 무너졌다!조보은은 뭐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고은지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러 뭐라 할 수 없었다. “만족하세요? 만족해요?”“언니.”고은영이 고은지를 끌어당겼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서라도 고은지를 달래고 싶었다.하지만 조보은이 한 짓을 생각하니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 수 없었다.조보은이 말했다.“내가 뭐 이혼시키라고 했어? 네 시어머니 왜 저러니!”고은지의 울부짖음에 조보은은 바로 잘못을 진여옥에게 떠밀었다.하지만 진여옥이 저렇게 화를 낸 것은 단연 조보은 때문이다.모든게 조보은의 잘못이다!고은지는 바닥에 주저앉아 말했다.“은영아, 너 먼저 돌아가.”그녀는 피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순간 고은지는 이런 엄마가 있는 한,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진여옥이 오늘 이혼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불씨가 피어올랐을 것이다.고은지가 고은영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하니 조보은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가긴 어딜 가. 혼수는 어쩌고!”“당신한테 엄마 자격이 있기나 해요? 무슨 자격으로 은영이한테 혼수를 내놓으라고 하세요?!”고은지는 또 한 번 격분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고은지의 말에 조보은은 그나마 남아있던 미안한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졌다.“고은지! 너 말 똑바로 해. 내가 왜 자격이 없지? 넌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엄마가 날 낳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에요!”고은지는 한 글자 한 글자 날카롭게 내뱉었다. 이 말은 전에 고은영도 한 적 있었다!고은지의 말투에는 피맺힌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이런 고통
그녀는 고은지의 정서가 이렇게 격앙될 줄 생각도 못 했다. 고은지는 고은영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조보은에게 맞섰다.그녀의 과격한 행동에 조보은도 깜짝 놀랐다.“너, 너 뭐 하는 짓이야! 그 칼 당장 내려놔!”“언니, 칼 내려놔!”고은영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고은지를 바라봤다.혹시라도 고은지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정말 두려웠다.“은영이 착하지. 너 먼저 가.”“언니가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고은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가 가야 내가 편해져.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자, 이젠 그만 가.”지금 고은지는 고은영을 부른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리고 일찍 이렇게 강하게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긴 세월 동안 내가 왜 날 괴롭히게 놔뒀을까.’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은영은 또 어떻게 그녀를 놔두고 떠난단 말인가?고은영은 애써 목소리를 누르고 고은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언니, 우선 칼 내려놓자!”“너 제발, 그냥 가!”고은영이 가까이 다가오자 고은지의 정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격앙됐다.칼을 든 그녀의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하얀 목덜미에서 새빨간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하며 소리를 질렀다.“언니!”“가!”고은지가 울부짖었다.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상처는 점점 더 깊어졌다.고은영은 놀라서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당장 갈 테니까 언니 흥분하지 마!”혹시라도 고은지가 더 흥분할까 봐 고은영은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고은영 마음속의 고은지는 온화하고 침착한 사람이다.하지만 오늘 갑자기 찾아온 조보은과, 완전히 관계가 틀어진 진여옥 때문에 그녀는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고은지는 그저 고은영이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랐다.“가라고!”그녀의 정서는 완전히 무너졌다.고은영은 두 다리를 벌벌 떨며 말했다.“응, 갈게, 언니. 흥분하지 말고, 다치지 말고.”
골목에서 뛰쳐나온 고은영은 저 멀리 가로등 아래에 세워진 배준우의 차를 발견했다.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녀는 그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방금 격렬했던 상황과 지금 배준우가 그녀를 기다리는 장면은 극과 극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하나는 그녀를 숨 막히게 했고, 하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고은영이 비틀거리며 차에 올랐다.문을 닫는 순간, 배준우도 전화를 끊고 그녀를 향해 물었다.“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한 거야?”배준우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그녀가 열이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한시름 놓았다.고은영은 두 눈을 붉히며 배준우를 바라봤다.순간 배준우는 깜짝 놀라 황급히 물었다.“왜 그래?”고은영이 말했다.“계속 여기서 기다렸어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그녀를 기다린지도 거의 1시간이나 되었다.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나려고 하자 고은영이 불러세웠다.“잠깐만요.”“왜?”배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시간이 늦었으니 배준우는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불안해서 그래요. 조금만 있다 가요.”격앙된 고은지의 정서에 고은영은 도무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그녀는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다.배준우가 물었다.“무슨 일인데?”배준우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감지했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였고, 이내 그녀의 구슬 같은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기 시작했다.비록 조보은 앞에서는 강한척 했지만 사실 그녀도 제 발이 저렸다.그리고 진여옥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생겼다!‘준우씨와의 결혼이 가짜라서 다행이야. 만약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내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었겠지.’배준우는 어깨를 들썩이는 그녀를 보더니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울어?”고은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깨는 점점 더 떨려왔다.배준우는 한숨을 내쉬며 휴지를 건네주었다.고은영은 휴지를 받아 들고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그녀는 흐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