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배준우가 와서 고은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은영은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고은지의 일로 뛰어다녔고 이제는 고희주까지 일이 터져버렸다.비록 두 사람 곁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지만 고희주에게 일이 생긴 이후로 고은영은 마음이 편치 않아 병원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 했다.“날 집으로 데려가려고 왔어요?”“어.”“싫어요. 난 안 가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데리러 온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지금 내가 어떻게 병원을 떠나?’비록 고희주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있었지만 만약 고희주가 깨어났을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면 어쩌나 고은영은 많이 걱정스러웠다.“지금 희주의 곁에 열 명의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그래도 난 불안해요.”“불안하다고? 그럼, 네가 쓰러지면 희주와 은지 씨는 어떻게 해? 네가 쓰러지지 않아야 다 돌볼 수 있는 거야.”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배준우가 고용한 사람들은 모두 진청아가 엄선한 사람들이었고 실수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너도 좀 쉬어야 해.”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잘 지내야 희주와 은지 씨도 잘 지낼 수 있어. 응?”“알겠어요.”고은영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또 말했다.“은지 씨 곧 수술할 것 같아. 네가 정신을 차려야 해.”“네, 알겠어요.”수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제 고은지의 몸 상태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도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지의 몸은 그동안 너무 약해졌다. 억지로 수술을 강행하면 오히려 고은지에게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진호영은 완도에서 밤까지 있었고 진정훈은 이미 일찍 떠났다.진경희가 끝까지 완도에 머물지 않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진윤은 어쩔 수 없이 근처 아파트에서 진경희를 지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문적인 도우미를 보내 진경희를 돌보게 했다.진경희는
예전에는 진호영이 그런 환경에서 지내며 이해 능력과 지능이 모두 진정훈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진정훈은 이해 능력과 지능이 완전히 바닥이었다.이런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돈 덕분에 진호영의 옆에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았다.“형.”“진유경이 도대체 뭔데? 나한테 진유경의 일을 신경 써 달라는 거야? 진유경이 죽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인데?”진호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안색이 이 순간 더욱 창백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윤을 바라보았다.진호영은 진윤이 이렇게 독설을 내뱉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경이가 뭐냐고? 지금 형은 유경이를 물건 취급하는 거야? 아니. 형은 왜 이러는 거지?’“꺼져.”진윤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고 전례 없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늘 진경희만 아니었다면 진윤은 진호영이 와도 집에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이 쓰레기 같은 자식. 그동안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리더니 완전히 망가졌네. 제대로 된 가치관도 없는 것 같네.’진호영은 진윤의 위협적인 말투를 듣고 하려던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진호영도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진정훈이 지금 진유경에게 어떤 태도인지 진호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진호영은 이미 부탁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진정훈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그래서 진호영은 그동안 집안일에 관심이 없었던 큰형 진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았다. 그런데 이제 진호영도 모든 것을 깨달았다.“형과 둘째 형은 진하면서 난 친동생으로 생각하지도 않지? 다들 내가 뭘 해도 틀렸다고 생각하지?”진호영은 반항적인 아이처럼 진윤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토해냈다.원래도 거친 숨을 뱉어내던 진윤은 진호영의 말에 더욱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윤은 결국 화가 나서 진호영을 발로 찼다.“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형은 유경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난 오랜 세월 유경이와 함
진호영은 현재 정말로 막다른 길에 몰린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진윤에게 이렇게 무모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진윤은 진호영을 바로 내쫓으면서 다시는 완도에 오지 말라고 했다.만약 또 오면 올 때마다 때리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진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윤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진윤은 온몸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기운을 걷어내며 윤설에게로 다가가 바람에 흩날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놀랐어?”윤설이 말했다.“저 사람은 네 친동생이야.”“멍청한 녀석, 반항기라서 좀 때려줘야 해.”진윤의 무심한 말에 윤설은 말문이 막혔다.‘이미 어른이 다 되었는데 반항기라니. 그리고 좀 때려줘야 한다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사실 윤설은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방금 진윤이 진호영을 혼내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자신들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떠올랐다.만약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진윤의 성격에 때려서라도 말을 들을 때까지 혼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무슨 생각해?”윤설이 아무 말도 없자 진윤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제야 윤설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약간 망설이며 진윤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진윤이 물었다.“왜?”“우리 아이는 때리면 안 돼.”“뭐?”“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때리면 안 돼.”윤설의 단호한 말에 진윤은 잠시 멍해졌다.‘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보호하는 건가? 태어나면 윤설 마음이 완전히 아이 쪽으로 기울겠지?’여기까지 생각한 진윤은 한숨을 내쉬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 이상 사라졌다.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설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듣고 있는 거지?”‘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이제 보니 이미 아이에게 마음이 기울었구나?’진윤은 윤설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나는 네가 자기를 때리지 말라고 할 줄 알았어.”진윤의 말에 윤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정 폭력?’방금 진윤의 모습은 정말 가정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남자처럼 보였다.이 말을 듣고 윤
진성택은 오늘 병원에서 아예 돌아오지 못했다.원래는 병원에 투석을 받으러 갔다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와야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걸 보면 진성택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진성택의 얘기가 나오자 진호영은 더욱 슬펐다.“아빠의 건강이 그렇게 안 좋으신 거예요?”“병원에서 계속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찾고 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 네 아버지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이 말을 할 때 김영희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가득했다.진호영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는 진성택의 병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호영아, 지금 너희 아버지가 가장 걱정하는 건 유경이야. 네가 어떻게든 좀 방법을 찾아보면 안 되겠니? 너에게는 친구들이 많잖아.”평소에는 진호영이 밖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김영희는 이제 그 친구들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진호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해봤다고 말하려 했지만 김영희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지금 나와 네 아버지 옆에는 너밖에 없어.”김영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말속에는 더 깊은 고통이 담겨 있었다.이 말을 들은 진호영은 진윤과 진정훈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왜 하필 형들은 집안에 갈등을 일으키는 거지? 고은영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왜 굳이 유경이와 싸우는 거야?’이런 생각이 들자 진호영은 자연스레 고은영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한편 고은영은 배준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배준우는 일어나서 고은영을 깨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은영이 너무 피곤해해서 배준우도 오랜만에 얌전하게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잠만 잤다.배준우는 고은영이 푹 자길 바랐지만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아침 9시에 병원에서 결려온 전화에 고은영은 바로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모님, 안녕하세
고은영은 의사 사무실 안에 있었다.고은영은 서민혁의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얼어붙은 채 의자에 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민혁을 바라보았다.서민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런 사고가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쪽 병원에서 남은 약값을 환불해 드릴 겁니다.”서민혁의 말에 고은영은 심호흡하며 다소 멍한 상태로 말했다.“죽었다고요? 어떻게 죽을 수 있어요?”고은영은 지금 머릿속이 윙하고 울려 자기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방금 서민혁이 말하길 그 기증자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다고 한다.병원에 실려 갔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고 했다.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병원에서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견디지 못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기증자와 그의 어머니가 모두 사망한 것이다.“언제 이런 일이 생긴 거죠?”고은영이 숨을 헐떡이며 묻자 서민혁이 대답했다.“오늘 아침 6시에 기증자분이 어머니의 아침을 사러 가던 중 일어난 사고입니다.”고은영은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는 느낌에 아무 말 없이 숨을 헐떡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모두 끝났어. 기증자가 죽었어. 그것도 3시간 전에.’고은영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지만 기증자만은 지켜내지 못했다.고은영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호흡은 더욱 고통스러워졌다.‘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하늘은 정말 언니에게 살아갈 길을 주지 않으려는 건가? 분명 이제 곧 수술할 수 있다고 했는데.’10분 뒤 고은영은 어떻게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배준우가 이런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아 올렸지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니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눈을 뜨며 말했다.“준우 씨.”“응.”“이 일은 절대 사고가 아닐 거예요.”고은영은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말문이
배준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부터는 이 일에 신경 쓰지 마.”“뭐라고요?”“이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배준우가 말했다.그는 량천옥같은 여자는 만만한 상대만 골라 괴롭힌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가 반응할수록 량천옥은 더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이고 이번 일도 고은영이 그런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코를 훌쩍이며 멍하니 있었다.분명히 최근 며칠 동안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무사할 거야, 응?”“진짜로요?”“그럼, 당연하지. 날 믿지 않니?”“고마워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순간, 그녀는 배준우 외에 기댈 곳이 없었다.배준우는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날 믿으면 돼.”고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 모습을 본 배준우는 마음이 아파왔다.비록 고은영에게 이제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시간이 날 때마다 병원을 오가며 고은지와 고희주를 찾았지만 고은지 앞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은지가 고희주의 상태에 대해 물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고은지가 찾지 않는다고 해서 고은영은 찾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결국 셋째 날 아침, 고은영은 고희주의 병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의사가 그녀에게 고희주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이 말을 듣고 고은영의 마음은 칼에 베이듯 아파왔다. 옆에 있던 안지영은 분노에 차 말했다.“량천옥, 그 악질 같은 여자가 정말 너무하는군! 이번엔 꼭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하지만 고은영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깨어나지 못한다는 건 그 아이가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앞으로 깨어날 수 있을지는 기적에 달려 있었다.기적이라는 단어를 듣자 고은영은 안지영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안지영은 량천옥
량천옥은 한때 배씨 가문에 있을 때 이 강성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제법 능력도 있었다.이번 사건에서는 아직까지 그녀가 고희주를 떨어뜨리는 걸 본 사람이 없었고 아이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량천옥은 길에서 아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졌다.배준우는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기성훈 쪽에서는 뭐래?”“영상 복구가 불가능하답니다. 진재한도 같은 말을 했어요.”“영상 하나도 못 고친다고? 내가 그놈들을 먹여 살려보봤자 무슨 소용이야?”배준우는 이를 악물었다.원래 그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이전에도 고은지의 일로 고은영의 속을 태우고 있을 때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고희주의 일은 달랐다. 고은영이 그 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는 덩달아 아이도 귀엽게 여겼다.하지만 방금, 고은지와 아이가 고은영에게 끼친 충격을 직접 목격한 후 그는 정말로 량천옥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진청아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전문적인 건 잘 모르지만 기성훈 씨 말로는 복구가 어려워 보인다고 합니다. 거의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배준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는 량천옥을 이렇게 그냥 둘 수는 없었지만 진청아의 말이 맞았다.그 여자를 단순히 법으로 가두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량천옥은 벼랑 끝에 몰리지 않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녀는 어떤 수단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은지 쪽을 철저히 감시해. 량천옥의 사람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새어나가지 않게 해.”배준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고은지가 그녀의 딸이 식물인간이 된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됐다. 만약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란완리조트로 옮기자.”배준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과거 고은영이 아이를 낳았을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 중인 듯 보였고 상대방이 뭐라고 물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병상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안지영은 고개를 돌려 고은영이 깨어난 걸 확인했다.“벌써 깬 거야?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안지영은 전화를 서둘러 마무리하며 물었다.“이따 이야기하자. 끊을게.”그녀는 상대방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고 가방에 넣었다.고은영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은 깊게 한숨을 쉬며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이렇게 큰 타격은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성격이 여린 은영이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안지영은 조용히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그 여자 내가 혼내줄게.그러자 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렸다.“으앙...”안지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여자가 정신을 못 차렸네. 배윤을 내가 얼마나 혼내줬는데 벌써 또 너한테 이러는 거야?” 안지영은 정말이지 분통이 터졌다. 배윤 그 일은 사실 그녀가 장선명에게 시켜 처리한 일이었다. 2억 원을 날려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니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은 훌쩍이며 물었다.“어떻게 혼내준 거야?”“네 언니를 괴롭혔으니 난 량천옥의 아들을 건드렸지!” 안지영은 분노에 차 대답했다.소중한 것을 건드리는 것만큼 치명적인 응징은 없으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더 난폭하게 나오는 것을 생각하니 의 안지영은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어떻게 건드렸는데?” 은영이 멍하니 물었다.“량천옥이 20억 원을 날리게 만들었어!”고은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게 무슨 손해지? 어차피 그 돈도 배준우가 낸 건데...'하지만 안지영의 행동은 량천옥에게 어느 정도 타격이 됐다고 할 수 있었다.문제는 그로 인해 량천옥이 더욱 미쳐 날뛰게 되었다는 것이다.고은영이 잠자코 있자 안지영은 결심을 굳히며 말했다.“이번에 더 제대로 혼내줘야겠어.”안지영은 은영이 기절할 정도로 당한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