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훈은 망가진 인형을 만지작 거리며 냉냉하게 물었다."뭐를 어쩐단 말이에요?""너 아버지가 그딴 어린년 하나 때문에 나를 글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쫓아 냈지 뭐야! 그리고 너가 선물해준 피아노도 망가뜨리다못해 아예 밖에 버려버렸어.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세훈아, 나 너무 속상해...! 나 어떻하면 좋아, 너무 절망적이야, 이 모든게...!"이런 하소연을 듣자니 강세훈의 얼굴은 구겨지다 못해 아예 일그러지기까지 했다.다른건 몰라도 수아한테 "어린년"이란 표현을 쓸때 맘속에는 글쎄 이름모를 화까지 났다."수아한테 손을 대지 않았으면 그런꼴도 당하지 않았을거잖아요. 그러게 왜 그랬어요? 어머니는 좀 반성해야 해요.""하지만 그 어린년의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어!""어머니, 어머니도 이름있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린년’이라뇨... 말좀 이쁘게 하세요."그리고 조소섞인 말투로 계속 얘기했다."그럴시간 있으면 앉아서 피아노 연습이나 좀 하세요."아들의 말에 도설혜는 벙쩌져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강세훈의 태도에 엄청 불쾌해났다.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강세훈은 끊임없이 말하며 도설혜한테 경고하기까지 했다."어머니, 수아한테 계속 그러면 나 진짜 어머니 두번다시 보지 않을거에요."이내 강세훈은 도설혜의 답장을 채 듣지도 않은채 제할말만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야, 세훈아, 너 누구 아들이야? 너 지금 누구 편 들고 있는거냐고, 얘야...!"그러나 이미 끊어진 전화에 대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거였다. 도설혜는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보고 대노하며 속으로 악독한 저주를 퍼부었다.현석씨도 그 어린년을 보호해주고!세윤이도 앞에서 벌벌기며 자신의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으며!이제는 하다하다 세훈이도 사리분별이 불가능한거야?! 고작 수아 라는 그 어린년때문에?!도설혜는 너무도 화가 동했는지 온몸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였다.그러는 와중 갑자기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혜씨...?"도설혜는 흥분되였던 감정을 추스르고 되돌아 보
"설혜씨,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가버렸어요. 더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거구요. 단 우리한테 미래는 있는거죠? 난 아직 설혜씨 잊지 않았어요, 너무나도요...""임란씨..."남자의 이름은 태임란, 바로 도설혜의 첫사랑이자 4년을 헤매고 다닌 그 남자였다.태임란의 눈에는 바다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의 유일한 무인도에서 도설혜와 사랑을 기약하고 싶었다. 뜨거워진 손은 급하게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까지 뜨겁게 덥혀주는거 같았다.4년이다. 강현석 부인의 자리를 넘보느라 허비한 시간만 종종 4년이였다. 4년동안 도설혜는 그 어떠한 남자와도 접촉이 없었다. 무시당하고 조소당하며 지내온 메마른 사막에서 태임란은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태임란은 손등으로 도설혜의 어깨를 스르륵 넘겼다. 도설혜 맘속의 사랑을 낚아채기에는 거친 태임란의 손등은 더없이 훌륭한 미끼였다.그러나 도설혜는 달콤한 오아시스앞에서 가까스로 4년동안의 갈증을 참으며 말했다."임란씨, 우리... 여전히 아닌거 같아요.""영원함을 기약하자는 말이 아네요. 그냥 한순간만이라도, 단 한순간만이라도 당신을 소유하고 싶어서 그래요."도설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태임란은 말을 이었다."한순간이면 돼요, 더이상 매달리지 않아요, 않돼요, 설혜씨?"어께를 넘기던 손등은 이미 허리까지 덜어져 있었다. 옛감정에 흠뻑 취한 도설혜의 감정은 붕괴직전으로 도달았다.더이상 참을수 없었다.태임란의 급작스런 출현은 그녀한테 둘둘 감아져 버린 기억의 테입을 다시 거꾸로 돌리게 만들었다. 강현석만 아니라면 이 모든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얼텐데... 적어선 하늘아래 가장 사랑받는 여자로 살아갈수도 있었을 텐데...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이미 모든걸 설명하고 있었다."잘 아낄게요, 아프지 않게... 포근히 감싸줄게요, 설혜씨."허리까지 떨어진 저 손을 거부하지 못했을 때부터 이미 모든건 틀려먹었다.태임란은 기회를 옅보아 그녀의 허리를 감싸 가깝게 끌어안았다.그리고 둘은 주변에 있는 호텔로
눈빛은 블랙홀마냥 도예나의 영혼을 확 잡아당겼다.도예나는 멈칫하더니 다시 눈길을 돌려 아무렇지 않은듯 대꾸했다."저번에 회사에 대규모적인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대대적으로 손봤지만 아마 그때 시스템에 여전히 잔여하여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작동한 모습이에요."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도예나는 민망함과 수치스러움을 참으며 바이러스를 손봤다.그러나 이미 흙구렁텅이에 빠진건지 예전에는 고분고분 말을 잘듣다 이번만큼은 바이러스가 "완강하게" 그녀와 싸우고 있는거였다.아무리 재작동을 시켜려 해도 모두 에러로 무효화 처리 되였다.도예나는 가까스로 진정하고 눈을 지그시 뜬채 포기한듯 컴퓨터의 버튼을 마구 눌렀다. 이런식으로 나마 폭주하고 있는 컴퓨터를 끄고 해명할 틈을 쟁취하자는 심산이였던 거다.그러나 동영상이 갑자기 확대되며 화면을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 소리도 최대치로 치닫았다. 서재에는 온통 애뜻한 소리로 충만되여 기구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나를 서재로 데려온건 이런 영상을 감상하게 하려는 계획이였나요?"강현석은 웃음기를 참으며 도예나를 놀렸다.그는 몸을 더욱 앞으로 기대여 도예나를 향했다."뭐... 뭐하는 거에요?"혹시 이딴 동영상에 자극된거 아니지...?도예나는 화들짝 놀라서 옆으로 피했다."예나씨가 기술이 조금 모자란거 같은데 도와주려고요. 왜요, 아니면 계속 영상을 ‘감상’할까요?"그말에 도예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걸 느꼈다. 이내 자리를 내주면서 급급히 일어났다.강현석은 몇번 키보드를 타탁 거리더니 이내 화면을 끄고 상황을 진전시켰다.‘뭐야... 내가 그렇게 애를 써도 안되더니...’컴퓨터도 사람을 가리는지 강현석이 조작하자 마자 아까 마구 폭주할때는 언제고 이내 원상복귀되였다.강현석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어루만지는 도예나를 보며 문뜩 뭔가가 떠올랐다.분명 급작스런 실수였지만 저 조급해하는 얼굴은 기억속에서 이번이 처음이 아닌거 같았다. 어디선가 한번쯤 본거 같은데..."예나씨, 우리 몇년전에 혹
도예나는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왠지모르게 가기 싫었다.주말마다 애들을 데리고 밖에 데리고 놀라가는게 전부인 그녀한테 일은 전부가 아니였다."엄마, 수아 내가 잘 돌보고 있을테니깐, 맘 놓고 가봐."도제훈은 어린나이에 벌써 셈이 든 모습이였다.수아는 얌전히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고 옆에는 제훈이도 있었으니 고민끝에 도예나는 결국 외출하려 했다.그리고 옷을 갈아 입은뒤 강현석의 뒤를 따나 나섰다.도예나를 태운 차는 별장을 떠나 멀리 점이 되여 사라져 갔다. 창문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차를 확인하더니 도제훈은 폴짝 뛰여내려 침대 밑에 숨겨놓았던 노트북을 꺼내들었다.소셜미디어 앱에 로그인 하니 벌써 문자가 와있었다.죄다 K가 보내온 영양가가 없는 말들뿐이였다.도제훈은 익숙한 솜씨로 한줄의 문자를 보냈다."아저씨, 해커팀을 꾸린다더니, 어떻게 되였어요?"K: "너가 없는 해커팀은 상상할수도 없어. 그래서 계획은 마침내 무산되고 말았지."도보스: "그럼 나 팀에 합류할게요."K: "진심? 드디여 머리가 튼거구나! 어머니가 반대한다며? 근데 나 이말을 꼭 해야겠어, 너 어머니 말 너무 듣다간 마마보이란 소리 나온다? 여자들 은근 싫어해, 마마보이를..."도보스: "자꾸 헛소리 하면 선택을 번복하는 수가 있어."K: "아... 알았어, 그만할게."도제훈은 그렇게 K랑 온종일 키보드질하며 상세한 계획을 세웠다.그는 예전부터 이런거에 대해 오래동안 생각해 오고 있었다. 다만 어머니 도예나의 반대로 계속 미루고 미루고 하다고 드디여 오늘 결정을 내린 거였다.바로 오늘 강세훈한테서 큰 자극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된거다.강세훈도 이제는 회사를 거느린다는데, 그야 않될거 없지?만약 팀이 원만하게 꾸려지고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그도 언젠간 어머니 앞에서 당당해 질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도예나가 강현석 따라 부두에 도착했을때 시계의 시침은 이미 여섯시를 넘어가고 있었다.땅거미가 지고 바다위에는 잔잔한 등대의 불빛이 넘실거려 한층
손동원은 도예나의 말에 혀를 끌끌 찼다.강현석만 아니였다면 도예나는 이미 손동원 손아귀의 놀이감으로 절락되였을 거다.다만 강현석과 감히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도예나한테도 손을 대지 못했다.당연 손도원은 애당초 도예나의 성에 차는 남자도 아니였다.주변에서는 여전히 많은 눈길들이 쏟아졌고 간간히 수근수근 대는 의논소리도 들려왔다."강 선생님은 언제 보나 항상 늠름하시네... 누가 저런 남자의 안주인으로 될지...""저기 성남 제일 미녀가 옆에 있는거 안보여? 역시 강 선생님도 남자야, 예쁜 여자앞에서는 별수 없다고.""실망이야... 고작 예쁜거 하나로 간택받을수 있다니...""나도..."이저럼 말들이 소란스레 갑반위에서 오갔다. 어김없이 강현석 귀에까지 전해졌었는데 그는 이런 수근거림들이 그닥 달갑지 않았다. 이런 장소에 오면 어김없이 들리는 얘기들이였다."방을 하나 잡았다며? 여긴 너무 시끄러워, 보는 눈들도 많고.""잡았지, 어서 가자고."일행은 그렇게 방으로 들어갔다.방안에 들어가자마자 도예나는 노트북을 꺼내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려 준비했다."먼저 한번 연시해 줄테니 무슨 문제라고 있으면 제기하세요.""파티에 와서 일하다니, 너무 지루한거 아네요?""그럼 뭘 하면 지루하지 않을가요?"도예나는 한켠으로 노트북을 켜면서 다른 한켠으로 손동원을 흘겨보았다."내일 마침 월요일인데, 내일에 보죠. 저희들이 직접 회사에 가서 말좀 나누고, 오늘은 즐깁시다."도예나도 애당초 여기에 올거란 생각을 못했기에 조금은 얼떨떨했다. 그녀는 언약을 받아낸 다음 이내 반쯤 켜진 노트북을 닫고는 말했다."래일 그럼 오는걸로 약속했어요?! 난 그럼 먼저 갈게요."가겠다고? 손동원은 이마를 탁 치고는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다채로운 삶을 누릴수 있는데 이 여자는 무슨 온종일 일타령이야?!손동원은 도예나가 그나마 얼굴이 곱실해서 같이 놀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완전 진지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였다.이런 일에 반쯤 미친
냉냉한 샴페인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도예나는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거 같았다.때마침 강현석이 전화통화를 마치고 방에 되돌아와 앉았다. 도예나도 대망의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슈퍼카한테 AI시스템을 도입시키면 진정으로 완벽한 운전체험을 선사할수 있게 될 겁니다. 차주가 어떠한 도로에서 주행하던지 아무런 문제가... 켓켓..."도예나는 목소리가 쉬였는지 연신 술을 몇모금 마시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허나 말을 하면 할수록 몸이 부자연스레 뜨거워나며 공중에 붕 떠있는듯한 느낌이였다.너무 더워서 그런건가...?분명 드레스를 입었는데 더울리가?"예나씨, 왜그래요? 몸이 불편한가 보죠?"손동원든 은근설쩍 말했다."아니면 그냥 오늘은 이만 해요."도예나의 이마에는 점점 땀방울이 맺히면서 그녀를 푹 적셨다. 미심쩍은 생각에 입을 다시고는 화장실로 향했다."나 잠간 화장실 좀..."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오는 도예나는 아까와는 확연히 몸이 공제를 받지 못한다는걸 느꼈다. 흔들리는 선박위에서 휘청 거리더니 자칫하면 바닥에 넘어질번 했다.그렇게 손잡이를 잡고 가까스로 화장실에 도착하였다. 수도꼭지를 틀고 시원한 물로 얼굴을 연거퍼 비볐지만 겨우 조금 정신이 들뿐 다시 뒤돌아서니 뜨거운 물결이 몸속을 마구 누비며 그녀를 괴롭혔다.이느낌... 너무도 익숙한 느낌이였다.5년전의 그 야회에서 그 느낌이였다. 그때 양 어머니한테서 건네받은 술을 마시고 몸이 급작스레 뜨거워 남을 감각한적이 있었다.혹시... 술에 약을 탄건가?겨우 몇모금이였는데 벌써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하기는 만무하고, 그렇다면 오직 하나, 바로 손정원이 준 그 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지금 나한테 약을 쓴거야...?!’도예나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더니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한보한보 다시금 아까 방으로 되돌아 갔다.그렇게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거리며 걸어가다 코너에서 그만 누군가랑 부딪치고 말았다.상대방은 30몇살 되보이는 중년의 남서이였다. 옷차림이나 행동거지를 보니 아마도 비지니스적
화장실 사용이 이리 오래 걸릴리가 없는데 손동원의 말대로 혹시 진짜로 일이 생긴거란 말인가?"현석아, 너 빨리 가봐야 겠다. 혹시라도 누구한테 채가면 어떻할려고?"손동원은 제법 이상한 제스처를 보이며 말했다.강현헉은 그말에 안 좋은 계감이 들었다."뭘 어떻게 한거야?""그냥 술에다 재미있는 물건하나 넣은거일 뿐이야, 그런 눈길로 보지마~ 이거 엄청 비싼거니 요긴해서 사용해."강현석의 눈빛은 그말에 급격하게 어두워 졌다.황급히 아까 도예나가 마셨던 술잔을 들어 향내를 맡았다.‘이런...!’심기에 상당히 거슬렸다. 그는 술잔을 손동원머리위로 가져가고는 남아있는 술을 그대로 부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야, 너... 미친거 아니야? 민성아, 쟤 왜저래?""아직도 모르겠어? 딱봐도 티나잖아, 현석 쟤 예나씨한테 진심 인가봐. 그런데 너가 그딴 수작질을 해버렸으니 당연히 화나지. 자칫 관계가 파열될수도 있는건데, 너라면 좋겠냐?"이민성의 말에 손동원은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아... 그정도였어?! 그럼... 난 어떻하지?"...약효가 올라오자 도예나는 철저히 몸에대한 공제권을 상실하게 되였다.남자는 앞서서 그녀의 팔을 휘여잡고 갈길을 막고 있었다. 게다가 아주 적연하게 바로 5년전의 남지였다.그말인 즉슨 이자가 바로 수아와 제훈이의 친아버지인 거다.도예나는 순간적으로 메쓱거렸는지 연신 구역질을 해댔다.18살 나던해 그 하루밤은 그녀의 일생을 망쳐버렸고 이와 더불어 두 애들의 친아버지를 더없이 증오하게 만들었다. 게슴츠레 뜬 눈은 앞에 누군가가 있다는걸 알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있는 힘껏 앞으로 날렸다.짜악-따귀소리는 주위의 파도소리를 덮을 만큼 컸다.남자는 다만 이정도로 되여있는데도 아직 자신한테 손을 휘두를 여력이 남아있다는거에 경의로웠다."5년전에도 이렇더니, 변함이 없어! 기껏해야 어느 돈이 많은 스폰서 한명 구하려고 이러는거 잖아, 그나마 예뻐서 망정이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남자들의 사타구니밑에서 놀아났을고.
밤의 검은 장막이 드리워 지고.호텔의 침대위에 누워있는 도설혜의 마음은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이 모든건 그녀가 바라던 결과가 아니였다. 그러나 아주 자연스레 일어나고 말았다.만약 강현석이 알기라도 한다면... 그 후과를 상상할수도 없었다.적어선 강씨 집안의 안주인 자리는 물건너갈게 불보듯 뻔했다.이때 태임란의 손이 그녀의 매근한 피부를 타고 뻗어왔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오늘 일은 그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마요.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요."태임란의 눈빛은 한번 반짝이더니 흥쾌히 도설혜의 요구를 들어주었다."네, 설혜씨가 원하는대로 다 해줄게요."도설혜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나마 눈치가 빠르고 아량이 넓은 남자를 만나서 다행이지 아니면 또 골치거리가 생길수도 있는 거였다.웅웅-웅웅-저쪽에서 휴대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태임란의 휴대폰이였다.중요한 전화였는지 태임란은 전화를 보자마자 황급히 화장실로 뛰쳐 들어가였으며 심지어 문까지 잠그고 통화하였다."나 잠시 전화 받고 올게요...!"딸각 하는 열쇠소리와 함께 도설혜를 다른 공간으로 절단시키고 안에서 숙덕댔다.‘뭔 전화기에 저러는거지...?’도설혜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잠겨진 화장실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또하나의 휴대폰 진동소리에 그의 사로가 망가뜨려 졌다.그녀는 베게 밑을 뒤적거리며 휴대폰를 꺼내들고 발신자 메세지를 확인했다."음...누구지?"그러나 발신자는 낯선사람이였다. 낯선사람의 전화는 잘 받지 않았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수화버튼을 눌렀다."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나 보네요? 도씨 집의 둘째 아가씨는 역시 은근 꾸준한 면이 있어."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도설혜는 화들짝 침대에서 일어났다.익숙한 목소리였다. 필시 예전헤 들어본적이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순간만큼은 머리가 하애져서 도통 그 목소리의 주인이 떠오르지 않았다...."어머, 나를 잊으셨나봐요? 5년전 백제호텔, 이러면 기억이 나려나?""혹시 진...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