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뒤로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하세요.”강연과 송예은, 나이란이 고개를 돌리자, 차에서 내린 세훈이 큰 보폭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이런 상황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세윤도 함께였다.세훈의 남다른 카리스마에 압도된 나이란은 바로 얌전해졌으며 강연의 어깨에 올려둔 손도 조용히 내렸다. 송예은 역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방금과는 완전히 다른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 대표님, 안녕하세요!”두 사람이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세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고 옆의 세윤은 입을 삐죽였다.“나는 병풍인가?”송예은이 조금 당황하나 싶었으나 바로 미소를 장착하고 말했다.“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 안녕하세요.”나이란은 혀를 내두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이 더 잘생겼으니까 그렇지!”“허 나 참!”세윤이 양손을 허리로 올리고 말했다.“너는 왜 매번 나한테 시비야? 나 좋아해?”그 말에 나이란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었다.“둘째 도련님은 참 뻔뻔하시네요.”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세훈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세윤아, 나이란 씨는 여성이니 매너를 갖춰야지.”세훈의 말에 세윤 얼굴이 확 굳었고 눈꼬리도 축 처졌다.그에 반면 나이란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감사합니다. 오빠! 아니 강 대표님!”“괜찮습니다. 강연이처럼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세요.”강연은 파이팅 넘치는 나이란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강연이와 함께 프랑스에 가고 싶다고요? 비자나 여권 수속 문제는 저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우리 애들 잘 부탁드립니다.”카리스마 넘치는 강 대표의 예의 바른 부탁에 나이란은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너무 감동이라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야!’이어 가슴 언저리를 두드리며 나이란이 호언장담했다.“오빠 걱정하지 마시고 강연이를 저한테 맡겨주세요!”“그리고 우리 세윤이도...”“걱정
강연은 턱을 매만지며 어떻게 안택을 도울지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을 보며 송예은은 말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나는 이런 온정을 평생 느낄 수 없을 거야.’입꼬리는 웃고 있었으나 눈동자는 더없이 슬퍼 보였다. 늘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던 예은이었지만 지금처럼 혼잡한 배경에서는 조금 외로워 보였다.예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정을 미소 뒤로 숨겼다. 그리고 말없이 나이란과 세윤이 티격태격하고, 세훈이 강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걸 지켜보았다.그러나 예은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제훈과 수아는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예은의 감정 변화를 쭉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강씨 가문 전체 인원을 만난다면 부담스럽거나 불편할 수도 있으니 두 사람은 차에 남았었다. 하지만 강연의 친구인 만큼 세훈이 직접 인사를 건네며 예의를 차렸다.세윤이야 예은과 나이란과 모두 익숙한 사이였으니 자연스레 차에서 내렸다.수아는 차가운 인상에 처음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으므로 얌전히 차에 있었다. 제훈 역시 마찬가지로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였고, 가족이거나 회사 일이 아니라면 감정변화가 없기로 유명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제훈은 차에서 내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예은의 당당하고 매력적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세상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소란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나서지 않고 조용히 이 세상의 어지러운 번잡함에서 한 발 떨어진 모습...그리고 얼굴에서 살짝 읽히는 부러움과 초연함이 그녀의 강인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했다.‘이 여자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아.’예은은 마치 두꺼운 책과 같아 보였으며, 보기에는 도도하고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아직도 그 어느 한 페이지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그리고 누가 이 페이지를 넘겨줄지 궁금해졌다.강렬한 제훈의 시선을 느낀 건지 예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차 안을 바라보았다.제훈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올곧게 에은과 눈을 마주했
‘네?’제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강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눈꼬리를 예쁘게 접었다.이어 핸드폰을 꺼내 타자를 시작했다.[제훈 오빠, 누굴 물어보는 거예요?]제훈은 강연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읽었고 손을 들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강연은 바로 이마를 부둥켜안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이제 오빠도 놀리려고 드네? 다 컸다는 거야?”제훈은 강연을 바라보며 느직느직 말했다.강연은 코끝을 살짝 찌푸리며 빠르게 타자를 했다.[제훈 오빠 이러다가 평생 장가 못가요!]제훈은 더 이상 대꾸를 하거나 물어보지 않았고, 시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다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장가를 가지 못한다고?’‘그게 무슨 대수라고.’‘그 아이 이름 정도는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 급할 거 하나 없어.’차는 곧장 공항으로 달렸고 뒤쪽의 나이란과 세윤이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제훈과 세훈은 잠시 눈을 붙였다. 강연과 수아는 핸드폰으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이따금 마주 향한 시선에 장난기가 가득했다.얼마 뒤, 차가 공항에 도착했다.세훈은 강연을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도착하면 몸부터 챙겨. 그곳에 얼마나 머물지 정하지는 않았으나 당분간은 절대 돌아오지 마.”강연과 전서안의 만남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전정해가 아직도 몸을 숨기고 있었으니, 그에 대한 위험도 줄여야 했다.강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고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나이란이 다가와 강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세훈에게 말했다.“강 대표님, 우리 강연이는 한국에서 어엿한 직업이 있는 아이예요. 지금 촬영이 막바지에 들어갔는데 장기적으로 귀국하지 않는다면 전체 촬영에 지장이 갈 수 있어요.”세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세훈은 강연의 연예계 일을 탐탁지 않아 했고 앞으로 연예계에 종사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다만...나이란의 초조하고 진지해 보이는 눈빛과 강연의 굳건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니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몸이 회복되면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
강연의 눈동자에 단호함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씨 형제에게 있어 이런 눈빛은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세훈이 비즈니스계의 신화로 불릴 때의 시선이 이러하였으며, 세윤이 실험실에서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개발해 낼 때 시선이 이러하였고, 제훈이 적의 방어선을 뚫고 제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의 시선이 이러했다. 또한 늘 무뚝뚝하던 수아가 무대에만 올라가면 이러한 시선을 장착했다.이런 눈빛은 반대표를 던지려던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형, 송이는 진심으로 연예계 일을 좋아해. 몰래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송이는 연기 재능도 있고 즐기면서 일하는 게 느껴졌어.”세윤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보탰다.강씨 형제 중 가장 먼저 강연이 이 일에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린 사람이 바로 세윤이었다. 그래서 세윤은 직접 투자를 하고 동생이 이 업계에서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려고 했었던 것이었다.처음부터 세윤은 강연의 꿈을 응원했었다.입을 삐죽인 세윤이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위험한 일을 한번 겪었다고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걸 알아. 하지만 무섭다고 송이 꿈을 접게 만들 수는 없잖아.”“걱정되면 더 많이 사람을 붙여서 보호하면 되지. 우리나라 안전한 나라야.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어.”세윤의 말은 현장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세훈이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이 일은 추후에 다시 얘기해 보도록 하자. 일단 몸부터 잘 챙기고 있어. 다시 데리러 갈게.”나이란이 강연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강연은 작게 한숨을 뱉으며 잠시 제 뜻을 굽혔다.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세훈에게 폭삭 안겼다.당황하던 세훈이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동생이 지금 애교를 부리는 중이라는 걸 세훈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강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토닥이고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네 마음 알겠어.”강연은 세훈의 따뜻한 품에 안겨 머리를
제훈은 바로 세훈의 생각을 읽어냈고 눈썹을 치켜세운 채로 삐딱하게 말했다.“형, 내가 질 거라고 장담하는 것 같은데?”세훈이 흠칫하다가 마른기침하며 말했다.“큼큼, 그럴 리가. 당연히 네가 이길 거야.”제훈이 세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나도 비행시간이 다 됐어. 송이 일은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 줘.”제훈은 임시 휴가로 돌아온 것이었으므로, 돌아가면 할 일이 산더미였다.“그래, 몸조심하고.”“참, 전정해 추적하는 거 잊지 말고.”세훈의 말에 제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내가 할 게 뭐 있나? 전서안이 그렇게 대단한데.”톡 쏘는 제훈의 한 마디에 세훈은 소름이 돋았다.‘저 녀석 뒤끝 장난 아니네.’“에이, 네가 세계 1등이잖아.”제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흔들었고 바로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갔다.세훈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제훈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몸을 돌린 세훈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거참 이상하네. 제훈이 해커 능력은 나보다도 훨씬 위고,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아이가 왜 전서안과 붙으면 당연히 질 거로 생각한 거지?’‘정말 이상하네.’세훈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막 떠나려는데 뒤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세훈!”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에 세훈은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바로 송청아였다.늘 진중한 모습의 강씨 그룹 대표는 한순간에 소년으로 돌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세훈은 빠르게 성큼성큼 걸어가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아를 품에 넣었다.익숙한 향기가 느껴지고 세훈은 곤두서있던 신경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청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세훈이 낮게 물었다.“내일 비행이라고 했잖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야?”“이거... 이거 좀 풀어봐.”주변의 의아한 시선을 받은 청아는 바로 얼굴이 붉어졌다. 세훈의 가슴팍을 팡팡 내리치며 청아가 말했다.“여기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거 좀 풀고 말해.”
송청아의 분노 게이지가 드디어 폭발해 버렸다. 청아는 세훈의 발을 세게 밟고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 빠르게 강씨 가문의 차로 쏙 들어가 버렸다.세훈은 발등이 저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파왔다. 다행히 타고난 교양과 끝내주는 인내력 하나로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었다.세훈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뒤로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세상에! 저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아 보이는 남자에게 애인도 있다니!”“여자 친구도 너무 예쁘잖아. 분위기도 너무 좋아 보이고, 두 사람 너무 알콩달콩해!”“부럽다 부러워!”차량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차 안의 청아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세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강연이는? 나 사실 강연이 보러 온 거야.”세훈이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저런. 강연이는 수아랑 방금 막 떠났어.”“강연이가 떠났다고?”청아는 조금 당황하다가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지. 나도 바로 돌아가 봐야겠어. 귀국한 이유가 사라졌잖아.”청아가 떠나려는 시늉을 하자 큰 손이 바로 청아를 잡았다.세훈이 청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안기도록 했다. 표정이 조금 굳어진 세훈이 말했다.“귀국한 이유가 없어져?”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 읍.”말을 채 하기도 전에 키스가 말을 끊었다.“그럼 우린 다른 재밌는 걸 하면 되지.”...프랑스, 파리에서.착륙 후 눈앞에 보이는 건 금발과 푸른 눈의 미남미녀였다.강연 무리의 등장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수아! 연주가 수아야!”“정말 외모도 예쁜데 실력도 있는 사람이라니까!”누군가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수아 선생님! 안택 선생님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안택은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음악가였다. 그의 남다른 재능과 신분뿐만 아니라 잘생긴 외모와 고귀한 기질은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 있었다. 그들의 왕자님은 수년간 공주님을
안으로 들어가니 흰색 슈트를 차려입은 잘생긴 안택이 서있었다.안택의 손에는 비슷한 계열의 장미꽃 다발이 있었고, 시선은 뜨겁게 강연을 향했으며 표정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선배 돌아온 걸 환영해요.”“안택... 너.”수아는 자신이 이런 서프라이즈를 받게 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수아의 의아함을 읽은 안택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선배한테 화내고 공항 마중도 가지않은걸 가지 않은 걸 많이 후회했어요. 그래서 돌아오면 꼭 빅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선배, 저 용서해 줘요.”‘이건... 너무 큰 서프라이즈잖아?’옆에 선 사람들이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찍자, 수아는 바로 얼굴이 붉어졌다. 늘 차갑던 눈동자가 어느새 촉촉해졌고 지금 대체 기뻐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안택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수아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수아는 이런 자리가 불편했으나 눈앞 남자의 진중해 보이는 파란 눈동자를 마주하자, 마음이 약해졌다.손을 들어 꽃다발을 받으려는데 누군가 한 발 더 빨리 꽃다발을 낚아챘다.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아도 놀라서 자리에 얼어붙었다.고개를 돌리자, 둘째 오빠 세윤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입꼬리는 웃고 있으나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었다.“나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네요. 너무 예뻐요.”세윤이 눈꼬리를 접으며 안택에게 말했다.“잘 받을게요, 고마워요.”“...”안택과 수아는 할 말을 잃었고 주변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렇게 청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꽃다발이 바람기 가득한 너한테 어울리는 게 말이나 돼?’‘어디서 굴러온 사람이 감히 내 왕자님과 공주님의 재회를 망가뜨려?’‘설마 수아 공주님을 좋아하는 사람인 건가?’주변 사람들은 바로 경계 태세에 돌입해 세윤을 확 잡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꽃을 받아 쥔 세윤이 생글생글 웃더니 몸을 돌려 바로 나이란에게 건네주는 것이었
“나 알아요?”세윤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표정으로는 위험한 신고를 보내고 있었다.안택이 바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바른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도련님 안녕하세요.”“날 안다면 우리 저쪽으로 가서 따로 얘기하는 게 어때요?”질문이긴 했으나 세윤은 이미 안택을 끌고 옆쪽의 개인 휴게실로 이동하고 있었다.“택아!”수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안택이 걸음을 멈춰서고 고개를 돌려 수아를 안정시키고 다시 세윤의 뒤를 따랐다.“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에요?”나이란이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조금 있다가 누가 두발로 나오고 누가 실려 나오는지 맞혀볼까요?”[나는 세윤 오빠가 이길 것 같아. 그래도 전에 운동했던 사람이잖아.]강연이 신이 나서 타자를 했다.[안택의 얇은 몸집을 봐봐. 지금까지 음악만 하던 사람이니까 오빠한테 크게... 당하지 않을까?]“그럼 우리 내기해요!”나이란이 흥분에 겨워 말했다.“내기는 안택 씨가 얼마나 버틸지에 대한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강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안택이 이길 거야.”“네?”강연과 나이란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나이란이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안택은 최연소 태권도 검은띠 6단을 따낸 고수야.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아주 된 통을 당할 거라는 말이지.”“뭐... 뭐라고요?”강연과 나이란이 입을 딱 벌렸다.보기에는 얌전히 피아노만 연주했을 귀공자 스타일의 안택에게 숨겨진 힘이 있었다니.세윤뿐만 아니라 그들도 감히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세윤 오빠가 무사하길.]강연히 조용히 문자로 기도했다.“너희들은 먼저 돌아가 있어. 안택이 사람을 시켜 세윤 오빠를 데리고 올 거야.”수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안택은 책임감이 넘치는 아이라 오빠를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두 사람은 다시 한번 손을 모아 세윤을 위해 기도했다.안택의 경호원이 수아 무리를 먼저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눈앞으로 펼쳐진 호화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