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피땀 흘려 가며 번 돈입니다. 그 돈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는 동료도 많습니다.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광산에서 목숨 걸고 일했습니다.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게 하면 안되죠!”뭐라고?염구준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안색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다들 계속하세요. 계속 보너스를 나눠주세요.”그러고는 손가을의 손을 잡은 채 그 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가을이는 당신들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따라오세요!”그렇게 말하고 염구준은 손가을과 같이 멀지 않은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약 2분 후, 그룹의 가장 위층, 대표 사무실.“자, 앉으세요.”염구준은 한 번도 자신의 신분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 세 남자의 옷이 더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직접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상냥하게 말했다.“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요. 다들 신주그룹의 광부인데 월급을 못 받았다고요?”세 남자는 감히 소파에 앉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봤다. 그들은 차를 따르는 염구준과 과일을 씻는 손가을을 지켜보다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쿵, 쿵, 쿵!셋 모두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빨리 일어나세요!”갑작스럽게 무릎을 꿇어 손가을이 많이 놀랐다. 그녀는 손에 든 과일을 버리고 황급히 앞으로 다가가 사람들을 부축했다.“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랑 구준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는...”손가을의 말이 끝나기도 전, 세 남자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염 부장님, 대표님. 저희도 다 알아봤어요. 당신들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희 월급부터 먼저 주면 안 될까요? 저희 이미 반년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어요!”반년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 사람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호주머니에 눈빛이 머물렀다.그들의 상의 호주머니는 납작했다
손씨 그룹이 신주그룹을 합병시킨 후부터 내부 지시가 전달되어 모든 산하 기업 부서에서 직원을 우대할 뿐만 아니라, 모든 월급을 20% 인상하고, 즉시 관련 자금을 지불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서북의 항도광산은 여전히 제멋대로여서 복리대우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모든 광부들의 연말보너스까지 취소했다. 그리고 월급은 6개월치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한 달만 더 있으면 구정인데 불쌍한 광부들은 겨울을 나는 따뜻한 복장 한 벌 없이 아직도 1년 전의 여름 복장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항도광산에서 일한 지도 벌써 5, 6년이 되었어요!” 세 명의 광부 중에 얼굴이 먼지투성이가 된 마른 남자 한 명이 소매를 걷어 올려 수십 개의 멍자국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염 부장님, 이것 보세요. 모두 그 공사를 감독하는 사람들이 때린 것입니다. 월급 말만 하면 때려요. 저만 해도 벌써 열 번 넘게 맞았어요.” “이 5, 6년 동안 광산의 월급 지급은 한 번도 제대로 준 적이 없어요. 최근 반년을 포함해서 적어도 10개월은 밀렸어요. 저희도 일을 그만두기 싫어서 계속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공사 감독들의 세력이 너무 높아 그만두고 싶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에요.” “감히 사직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월급도 주지 않고. 가족들이 모두 배를 굶고 있어요. 그래서 신주그룹의 지도자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몰래 뛰쳐나와 구조를 요청하는 거예요. 염 부장님, 저희는 월급 전액은 바라지도 않아요. 절반만 줘도 괜찮으니 제발…….” 대서북은 염진과 어머니가 처음 만난 곳이었다! 염구준은 주먹을 꽉 쥐고 광부의 팔에 난 상처를 주시하면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당신에게 무슨 짓 하지 않을 거니까 겁내지 마요. 다만 당신의 신분을 확인해야 당신이 항도광산의 직원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광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만졌다. 하지만 주머니에 다가간 손이 단번에 굳었다.
‘강직, 정직, 벌봉, 사퇴까지? 그게 이렇게 심각한 일이야?’ 광부들은 온몸을 떨며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 속의 공포를 보았다. ‘일이 커진 것 같은데!’ 그들이 몰래 청해로 온 것은 월급을 받으려고 한 것뿐. 눈앞의 염구준이 하층 직원을 이렇게 중시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나쁜 놈들에게 처벌까지 내리겠다니. 지금의 항도광산이 손씨 그룹의 휘하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대서북쪽은 청해에서 2000여 리 떨어져 있었다. 그 공사 감독들은 현지에서 세력이 방대하고 모든 책임자가 지분이 있어 서북황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더 무서운 건 항도광산의 책임자인 이엄웅의 배후엔 깡패와 경찰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든든한 뒷배가 있어 예전의 신주그룹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런 인물을 염구준이 강직이나 사퇴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대표님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가능석이 희박한데, 부장님이 어떡해…’“구준 씨. 나 왔어!” 바로 이때 손가을이 다시 돌아왔는데 뒤에는 트렁크를 들고 있는 두 명의 재무직원이 있었고 또 그 뒤에는 두 명의 배달원이 있었다. 그들은 음식을 들고 대표님 사무실로 들어갔다. 트렁크를 열자 지폐는 가득 차 있었는데, 적어도 4억 원은 되는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세 벌의 깔끔한 직원 복장과 세 켤레의 작업화도 있었다. 눈앞의 광부들이 모두 너무 말라서 좀 작은 사이즈로 준비했다. “일단 밥 먹고, 그리고 호텔에 가서 샤워하고 하룻밤 쉬고 내일 대서북으로 돌아가요.” 염구준은 두 명의 재무직원과 배달원에게 가라고 손짓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먹어요.” ‘밥 먹으라고? 이 와중에 월급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임영철과 두 광부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지폐를 담은 트렁크를 안고 여러 번 점검한 후에야 염구준과 손가을을 향해 연신 고개를 저었다. “염 부장님, 손 대표님, 돈이 너무 많아요. 저희의 월급은 40만 원 밖에 안 돼요.
“알았어!” ……. 이번에 대서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당일 오후, 손가을과 염구준은 향산 로열 저택으로 가서 짐을 싸고 만단의 준비를 했다. 손태석과 진숙영은 직접 푸짐한 만찬을 준비했다. 특히 방금 염구준을 만난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출장 간다는 말을 듣고 눈물투성이가 되었다. “희주야, 그만 울어!” 진숙영은 희주를 껴안고 허둥지둥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사위와 딸을 보더니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구준아, 넌 염씨 가문의 아이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와 네 아버지는 이 일을 알고 있었어. 염씨 가문의 가주인 염진이 오래전에 우리를 찾아왔었는데 그땐 그냥 네 친척이라며 너와 가을이의 사진을 봤었어. 우리도 나중에야 그 사람이 네 아버지이고 우리의 사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어머니는……아이고, 내가 왜 이 얘기를 꺼내가지고. 아무튼 사돈이 젊었을 때 대서북에서 살았다고 하니 가서 확인해 보아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 청해는 나와 네 장인어른이 돌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염구준은 밥 먹는 동작을 잠깐 멈추었다. ‘염진…… 벌써 청해에 왔었구나!’ 잠깐 침묵한 후 염구준은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희주의 머리를 만지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북쪽을 바라보았다. ‘대서북, 어머니가 살던 곳, 아들이 가요.’ 용하국 대서북 평정시. 이곳은 서북 4개 성의 30여개 지급 시 중의 하나로서 사방 천리가 광야이고 산천과 하류가 밀포되어 있으며 지하와 산간 지대에는 수만억 톤에 달하는 방대한 광산자원이 내포되어 있어 해마다 생산되는 광물이 전국 총생산량의 26%에 달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평정시는 공통적인 호칭이 있었는데 바로 ‘보물단지’였다. 개혁개방 이후 전국, 심지어 국외자본까지 평정시로 몰려들어 크고 작은 광산을 하나 또 하나 세웠고, 20년 전부터 신주그룹도 평정시에 진출하기 시작해 각 가문들과 함께 투자해서 방대한 광업공사 연맹을 맺었다. “월급, 우리의 월
더 비참한 건, 최근엔 심지어 광부들이 광산에 내려갈 때 배가 고파서 기절하기도 했다. 광구에서 제공한 숙박환경은 개집만도 못했고, 음식은 더욱 쉰내 나는 찐빵과 유통기한이 지난 반찬들뿐이었다. “모두 죽고 싶어? 감히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사무빌딩 앞에서 몸이 우락부락한 남자가 손에 굵은 강철봉을 들고 3명의 공사감독과 함께 차가운 눈빛으로 70여 명의 광부들을 바라보며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누가 월급을 달라고 보채는 거야? 한 번 나와봐.”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오자마자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현장에 있던 모든 광부들은 눈앞의 우락부락한 남자를 알았다. 그의 별명은 ‘금강’인데 이곳의 광부감독은 아니지만 사장 이엄웅 밑에서 일하는 대단한 싸움꾼으로서 전 대서북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평정시 가장 큰 규모의 깡패조직의 우두머리였고 전문적으로 광구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몇 년 전에 광구에서 파업으로 떠들썩할 때, 그 자리에서 강철봉으로 3명이나 때려죽였는데 아무런 풍파도 일으키지 않고 광구 배후의 사장에 의해 쉽게 가라앉혔다고 한다. “금…금강.” 사람들 중에서 엄청 수척한 광부 한 명이 온몸을 떨며 금강을 바라보았다. “저희는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장에게 말해서 저희에게 월급만 지급한다면 바로 돌아가서 일할 게요.” “저… 저희는 반년 동안 한 끼도 배불리 먹은 적이 없어요!” 이때 금강이 실눈을 뜨고 광부를 째려보며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밥 안 먹었다고? 또 누가 밥 안 먹었어? 내가 밥 먹여줄 게!” 전방의 군중들은 소동을 일으키더니 한 명씩 나서기 시작했다. 총 6명의 광부가 부들부들 떨며 가장 앞으로 나왔다. 방금 그 광부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금… 금강 형님. 저희 광산에 서류가 있잖아요. 제9광구가 손씨 그룹에 속하고 복지도 높아져서 월급을 20% 상승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이 촌놈들이 감히 복지를 높여달라는 거야?’금강의 안색이 매서워지
“아니면 누가 당신에게 용기를 준 건가?” ‘응?’ 금강은 눈썹을 치켜들어 눈앞의 청년을 훑어보았는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남자는 볼품없는 캐주얼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기껏해야 25세쯤 되어 보였다. 등 뒤에 몇명의 그림자가 보이긴 했으나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았다.“아이고, 그래도 사람은 데리고 왔네? 계집애까지 있다니!” 금강은 눈빛을 거두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아.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고 준비한 거야? 한 손으로 내 철봉을 잡다니, 힘이 센데. 내가…” 순간 소리가 멈추더니 가슴이 찢어지는 비명으로 변했다. 금강의 굵은 오른쪽 팔뚝이 강철봉과 함께 눈앞의 청년에 의해 부러졌다. 그리고 그는 100키로가 넘는 금강을 걷어차 20여 미터 멀리에 있는 사무실 빌딩으로 날려버렸다. “헉…” 현장에 감탄하는 소리만 들렸다. 홀 앞에 서있던 70여 명의 광부들은 무의식적으로 젊은 남자를 보고 다시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금강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났다.’ 금강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배후의 세력이 무서운 것이었다. 먼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빌딩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광산사장 이엄웅은 백이 큰 사람이었다. ‘이 청년이 누구든 광산에서 소란을 피우면 절대로 살아서 광구 대문을 나갈 순 없을 거야.’ “당… 당신 누구야?” 이때 사무빌딩에서 공사감독 몇 명이 나와서 허둥지둥 금강을 부축해서 일어섰다. 금강은 왼손으로 오른팔을 안고 입구의 젊은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친 사람같이 소리 질렀다. “왜 우리 광구에 와서 소란을 피워?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이름을 대봐. 내가 장담하는데 네가 누구든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 ‘내가 누구든 죽어야 한다고?’ 젊은 남자는 담담하게 웃으며 금강과 몇 명의 공사감독을 무시하고 몸을 돌려 70여 명의 광부를 마주하고 입을 열었다. “방금 당신들의 말이 맞아요. 여긴 이제 손씨 그룹에 속해요.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
금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옆에 있던 공사감독 세 명은 갑자기 얼굴에 독기를 품고 손에 고무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멀지 않은 세 광부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세 광부를 통해 70여 명의 직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항도광산은 관리가 삼엄했고 광부들의 신분증을 압수해서 외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임영철 등 인이 몰래 도망간 이후로 다른 광부들도 모두 탈출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임영철 등 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광부들도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장이 말했다. “내 앞에서 사람을 잡으려고 하다니?” 세 명의 공사감독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갑자기 퍼져 세 명의 공사감독을 쉽게 날려 보냈다. 그리고 발걸음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쏴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이동으로 사무빌딩에 나타나 금강의 앞에 섰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금강은 처음엔 놀랐으나 눈빛이 바로 매서워지더니 임영철 등 인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이 자식, 도망간 것도 모자라 또 문제를 일으키다니.” “저 사람들은 모두 이 광산의 직원들이야. 관리 규정을 위반하고 몰래 도망쳤으니 내가 저들을 잡는 건 당연한 일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내밀자 공기 중에 빛이 반짝였다. 금강이 염구준의 동작을 똑똑히 보기도 전에 왼팔이 아파오더니 오른팔과 똑같이 부러졌다. “네 말에 일리가 있어.” 염구준은 손을 거두고 울부짖는 금강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여기의 직원을 때렸으니 내가 너에게 징벌을 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아까 나보고 너에게 여자를 데려다주러 왔냐고 물었지? 내 아내를 모욕했으니 내가 너에게 벌을 가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그는 말을 마치고 발을 들었다 쾅하고 놓자 100키로가 넘는 금강은 아무런 무게도 없는 천조각처럼 광부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 50여 미터 되는 곳에 떨어졌다. “이… 이게…” 빌딩
사무빌딩 엘리베이터 입구에 20여 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손에 비수와 칼, 그리고 고무막대기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뛰쳐나왔다. 그들은 줄곧 위층에서 사장인 이엄웅을 보호하고 있었다. 아래층의 혼란을 들었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이제야 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홀에 도착하자마자 땅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금강을 보았다. “죽여! 저 자식 죽여!” 멀리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금강은 염구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포효하는 야수같이 염구준을 찢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아니, 먼저 죽이지 말고 다리를 잘라버려! 목은 남겨 놔, 내가 직접 자를 테니까. 그리고 밖에 있는 저 여자 도망가지 못하게 해! 내가 이 녀석 눈앞에서 저 여자를 괴롭힐 거야.” 순간, 20여 명의 건장한 깡패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방에서 뛰어나와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들은 금강의 뜻대로 염구준을 죽이지 않고 불구로 만들 작정이었다. 20여 명의 깡패들이 몰려들자 홀 밖에 있던 70여 명의 광부들은 죄책감으로 인해 이를 악물었다. ‘너무 늦었어! 좀 더 일찍 도망가라고 일깨워줬어야 하는데. 착한 젊은이가 우리를 위해 나서서 싸우는데 우린 눈을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그들의 얼굴엔 미안함, 죄책감, 부끄러움이 교체되었다. 깡패들의 무기가 청년의 몸에 떨어지려고 할 때의 장면은 손가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구준은 발걸음을 움직이지 않고 파리를 내쫓듯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광풍이 일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잔잔한 기풍이 그의 손바닥에서 발산되었다. 그러자 기풍은 쓰나미 같이 공사감독들을 휩쓸어 광부들 머리 위로 지나가 금강의 곁에 떨어졌다.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부서져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24명의 깡패들이 모두 엉망진창으로 넘어졌고, 몸에 뼈가 몇 대나 부러졌는지도 모른채 힘이 빠져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떨어트렸다. 그들은 일어날 힘도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망기술의 역할을 알고 있는 염구준은 문제점을 말했다.“진씨 가문은 어디 있어? 거록이 혹시 거기에 있나?”고대영은 숨기지 않고 염구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진씨 가문은 해외로 쫓겨나서 국경에 있는 귀울진에 있어. 거록이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몰라.”염구준은 용하의 은세가문이 왜 해외로 쫓겨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런 상황은 정말 흔치 않았다.“수고했어. 약속대로 내가 수고비는 보내줄게.”염구준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가 원하는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돈은 됐어. 우리 고씨 가문의 외가 가주 자리가…”고대영은 돈을 받는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염구준이 끊어버렸다.“됐어. 이따가 계좌로 이체할게. 시간 되면 청해에 놀러와.”염구준은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계속 통화를 했다면 고대영이 또 이 말을 꺼낼 게 뻔했다.“모두 같은 핏줄이니 네가 고씨 외가의 가주가 되어라.”비록 염구준의 생모 고유란이 고씨 외가의 가주였지만 지금 그와 관련이 없으니 이어받을 의무도 없었다.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염구준은 집으로 나가 주차장으로 갔다.손가을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귀울진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자창에 갔을 때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아직 싸우기 전에 살기부터 흘리다니 정말 모자란 놈들이었다.스스슥!갑자기 나무 위, 관목 안, 하수도 뚜껑 아래서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모두 복면을 써서 진짜 얼굴은 볼 수 없었다.“하, 실력이 제일 강한 놈이 정진왕자라니, 죽으러 왔어?”염구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거록 존주께서 말씀을 전달하라 하셨다. 청해에만 있어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는다!”일행은 먼저 협박 어린 말을 전달했다.“청해에서 나가겠다면 어떡할 건데?”염구준이 껄껄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럼 죽인다!”한 사람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일행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했다.아마도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촤아악!염구준이 몸을 번쩍
“필요 없어. 겁 먹고 외국에 도망친 너랑 달라. 정말 창피해. 우리 떠돌이 7인조의 명성에 먹칠했어. 염구준 따위가 감히 내 대업에 끼어들었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역시 자극을 받은 거록 존주는 흑풍을 경멸하면서 말했다.지금 흑풍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염구준이 무서워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지난번 윤씨 가문에서 염구준과 맞붙었을 때 한 손을 잃어버려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넷째 형, 잘 생각해 봐.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흑풍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 마. 그보다 네가 준 사술법으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냐?”지금 거록의 관심사는 염구준보다 사술법이었다.천인 경지는 꿈에서도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 매우 유혹적이었다.“물론이지. 심혈주를 만들어서 삼키면 바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흑풍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다.거록이 단호하게 나오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됐다. 내가 천인 경지를 돌파하면 너 대신 염구준 그놈을 죽여줄게.”거록은 자신있게 말했다.그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세상에서 최고 고수로 거듭나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마워, 형.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염구준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챙겨줘.”흑풍은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그의 목표는 지금도 옥패였으니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사술법에 관심이 없었다.어쩌면 다른 방법을 알기에 사술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걱정 마. 난 옥패에 관심이 없어. 만약 손에 넣으면 너한테 줄게.”거록도 승낙했다.옥패 8개에 심도 깊은 무학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더 깊은 의미는 알지 못했다.“그럼 이만 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흑풍은 말을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였다.그곳에 허약한 몸의 사내가 견갑골을 입고 있었다.“젠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사술법을 알려주면 날 풀어준다고 했잖아.”사내는
염구준은 초상비 일행에게 철창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치료비는 모두 그가 부담할 것이다.광대와 서커스단 관련자들은 경찰에 보내서 법으로 다스리도록 안배했다.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청해 동물원에 보내져서 적절하게 배치했다.그 바람에 동물원에서 땡잡았다.더는 허스키를 늑대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모든 후사를 처리한 후, 염구준은 공연장에서 나와 모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날 저녁, 염구준에게 전화가 왔었다.“염구준 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서커스단은 원래 합법이었는데 단장이 살해된 후 나쁜 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파렴치한 짓을 했더군요.”“이들 우두머리는 코브라라 부르고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패거리가 더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구제척인 것은 아직 자백받지 못했어요.”경찰 측에서 조사한 것을 모두 염구준에게 알려줬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찰에게 맡기면 되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어서 초상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구출한 사람들이 모두 고비를 넘겼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치료비는 염구준이 모두 낼 테니 이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초상비에게 맡겨서 처리하게끔 안배했다.심혈을 뽑으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리 치료를 해도 수명이 최소한 10년은 줄어들 것이다.떠돌이 7인조에서 하는 짓들은 어느 하나 정당한 것이 없었다.이런 독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염구준은 거록 존주의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다른 방면으로 단서를 찾았다.망기술이라는 독특한 방법은 용하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는 은세가족의 윤대약, 고대영에게 연락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동시에 직접 얼음 인간 즉 봉유곡의 초상화를 그려 전신전에서 행방을 찾으라 지시했다.모든 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거록 존주가 사람의 심혈을 뽑았던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