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사람이?'손가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대학 시절, 그녀와 동연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과 달리 그녀는 손태진에게 강압적으로 당했고, 결국 뱃속에 손태진의 아이까지 품어 손씨 가문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리기 민망했던 손가을은 결국 그녀와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연락이 끊긴 몇 년 사이, 동연정은 어느새 삼풍 그룹의 고위 임원이 되었고 이번 인수 건을 주도하게 되었다.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연정의 남자친구인 심운이 와인 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심운은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안녕하세요, 전 심운이라고 합니다. 가을 씨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네, 안녕하세요."손가을은 약간 어색해했으며 심운과의 악수를 원치 않는 내색을 비췄다. 그녀는 급히 뒤돌아서 자신의 남편을 쳐다보며 소개했다. "아,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여긴 제 남편이에요, 결혼한지도 어느새 5년이나 되었어요." 손가을과 동연정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염구준도 옆에서 듣게 되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심운의 손을 맞잡았다“안녕하세요. 저는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 염구준입니다."순간, 심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연정을 쳐다보았다.동연정도 놀란 듯 멍한 눈길로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가을아, 손 씨 그룹...."동연정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미간을 점점 찌푸렸다."어떻게... 저분이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이라니.. 그럼 네가..."“네, 손가을씨는 손 씨 그룹의 대표에요."염구준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회장님이 가을씨 아버지세요, 제 장인 어르신이고요. 손 씨 그룹은 최근에 설립된 가족 그룹이입니다."동연정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번에 동연정이 청해에 온 이유는 심운을 도와 손씨 그룹을 인수하는 거였다.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은 이번 기회에 회사를 위해
대꾸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던 손가을은 결국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겪은 지옥 같은 5년의 생활은, 동연정이 살아온 순간보다 절대로 순탄하지 않기 때문이다.손 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손태진에게 당한 그 악몽 같은 순간은... 그들의 상상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손 씨 그룹이 있기까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가을씨는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눈물을 글썽이는 손가을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다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동연정을 쳐다보았다.이질적으로 생긴 동연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가을 씨는 입술도, 눈썹도, 보톡스나 얼굴에 칼을 대고,실리콘을 삽입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미, 본연의 미를 가진 가을씨는 당신처럼 거짓으로 꾸며진 사람과 달라요!"쿵!동연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손톱으로 손바닥을 꽉 누르는 바람에 피가 날 뻔 했다.동연정은 성형 수술을 외국에서 비밀리로 진행했다.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를 고가로 고용하여 다년간 철저하게 숙련된 전문가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완벽하게 성형했다."어디 그뿐인가!"염구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가차 없었다. "이마도 불균형하고 골반도 비틀어진 걸 보니, 사생활이 꽤 더러웠나 보군! 그러니까 좋은 말 할때 당장 꺼져. 당신이 풍기는 고기 썩은 악취 견디기 힘드니까! 감히 어디서 가을 씨를 당신이랑 비교할 수 있는 거지?!"염구준이 내뱉은 말은 비수처럼 동연정의 가슴에 속절없이 꽂혔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저 말, 다 사실이야?"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심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그날 밤, 나한테 당신이 첫 경험이라고 했던 거.. 다 가짜였어? 그날 내가 본 피는 뭐지?""아, 아니..."동연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심운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변명하기 위해 애썼다."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할
심운은 비웃으며 잠옷 주머니에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매혹적인 사진 속에서 손가을의 얼굴을 쳐다보던 심운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순수? 이게 진짜 순수야! 손가을... 흐흐흐"그는 욕망이 가득한 눈길로 사진을 핥더니, 몸을 돌려 동윤정의 목덜미를 꽉 쥐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욕심내는 여자는 절대 놓칠 수 없어! 내일 밤, 손가을한테 사과하겠다고 연락하고 단둘이 약속 잡아. 명심해, 단둘이 만나야 해! 알겠어?"동연정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렸다. "심운 씨, 설마...."심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꺼내 보였다."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외국에서 구해온 아주 귀한 물건이야! 무색무취의 아주 강한 약이지! 제 아무리 열녀라 하더라도 이 약 한 모금이면 나한테 꼼짝없이 놀아날 수 밖에 없다고!"동연정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만약, 가을이가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심운은 몸을 돌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난 널 죽일 거야!"다음 날 저녁 7시 반, 아이샤 뮤직 레스토랑."심운씨도 계셨네요?"손가을은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왔다.그녀는 저만치에 앉아 있는 동연정과 심운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퇴근하기 몇 분 전, 그녀는 동연정의 연락을 받았다.통곡하며 자기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옛 동창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염구준을 혼자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비서를 데리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대표님은 제가 반갑지 않은 모양입니다?"동연정은 혹시나 심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분이 네 비서지? 우리 오래만에 만났는데 둘이서만 대화하자. 비서는 먼저 나가게 하는 게 어때?"동연정은 손에 든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이건 사죄의 의미. 나 용서해주면 안돼?"손가을은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심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우르르 걸어 나왔다.손에 나무 막대기를 든 남자들 앞으로 가장 앞에 선 남자가 나일론 줄을 당기며 걸어왔다.이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당신들 누구야?"이 비서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다가오지 마. 당장 신고할 테니까!""신고를 해?"순간, 레스토랑에서 나온 심운이 손가을의 사진을 움켜쥐며 얼굴을 구겼다. “네 신고가 빠른지, 내 경호원들이 빠른지 어디 한 번 볼까!"쉭쉭쉭!말소리가 끝날 즈음에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갑자기 그녀에게 뛰어갔다.마치 폭풍처럼 다가와 손가을과 이 비서를 둘러쌌다."대표님, 제가 준 술을 마시지 않은 걸 후회할 겁니다."심운은 손가을의 가슴을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반항해봤자 쓸모가 없습니다! 자기 발로 차에 탈 건지, 아니면 강제로 탈 건지 당장정하세요!"손가을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건장한 사내가 손가을을 강제로 붙잡고 차로 끌고 가려던 찰나, 손가을은 핸드백에 든 방범 분사기를 꺼냈다.하지만 이것으로는 한 명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대표님, 얼른 도망치세요!"그때, 이 비서가 옅게 떨면서 온 힘을 다해 손가을을 옆으로 밀쳤다. 그러더니 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당신, 오늘 내 손에 죽었어!"하지만 이 비서가 심운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발을 들어 이 비서를 걷어차고 쓰러트렸다.이 비서를 향한 무자비한 발길질이 시작되었다.경호원이 심운에게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못 가 숨통이 끊어질 겁니다!""죽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목을 부러뜨리든, 산채로 바다에 처넣든! 당장 처리해!"심운은 손을 휙휙 젓더니 손가을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대표님, 이젠 우리 둘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네요! 저년과 함께 바다에 빠질 건지, 아니면 얌전히 날 따라올 것인지 결정해주셔야 할 텐데요."손가을의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심운의 눈빛이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는 손가을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며 비열하게 웃었다."나 이제 더는 못 참을 것 같은데.. 우리..."지잉-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운해 시의 바다가 근처 별장에서, 심범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운아, 손 씨 그룹 인수 계획은 어느 정도로 진행된 거야?""걱정하지 마!"심운은 다리를 꼬고 옆에 앉아 있는 손가을을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만 지나면, 손가을은 내 사람이야! 손 씨 그룹도 우리 가문으로 소속될 거야!"심운의 말에 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자기 동생이 손가을에게 손을 대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운아, 너 혹시 손가을 씨를 어떻게 한 거야? 너 절대 그래서는 안 돼!"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손가을의 남편이 누군지 잊었어? 하고 싶은 게 뭐든 지금 당장 멈춰! 인수는 내가 알아서 할 게!"지난번, 장혁과 청해로 갔을 때 그는 염구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염구준이 자기에게 빚을 지길 바랬지만 미처 성공하지 못했다.며칠 전, 염구준은 운천클럽에서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안건호를 죽여버렸다. 근데 임진태조차 꼼짝없이 당했으니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형, 왜 이렇게 겁먹었어?"심운은 염구준을 신경 쓰지 않아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 가문을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잊지 마,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전화를 끊은 심운은 득의양양해져 크게 웃었다."운아.... 젠장!"심범은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염구준의 무서운 행동이 떠올랐던 심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다들 이쪽으로 와!"6명의 정예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별장 거실에 나타났다. 그들은 심범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당장 차를 준비해! 청해로 간다!"심범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애들 모아서
레스토랑은 이미 방범 셔터를 내렸고 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 몇 개만 어둡게 켜져 있었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리였다.멀리 떨어진 사거리에 차들이 가끔 지나다녔고 차 불빛이 이따금씩 골목길을 비췄다.“핸드폰, 내 핸드폰..이 비서의 몸이 심하게 떨렸고 쓰레기통의 악취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마구 뒤졌다.찾았다!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속, 그녀의 휴대폰 화면은 이미 깨져있었고 필사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마침내 화면이 점차 켜졌다.“핸드폰이 살아있어, 아직 쓸 수 있다고!”핸드폰 전원이 켜지자 흐느끼는 이 비서의 손가락이 심하게 떨린다. 염구준의 번호로 전화가 걸리자 눈물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염 부장님, 손 대표님 좀 구해주세요.. 손 대표님께서 심운에게 잡혀갔어요. 레인지로버 차량에 탔고 차량번호는... 아까 기절해서 제대로 못 봤어요..”그 시각.은빛 아파트, 손 씨네 집 거실. 염구준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심운!개자식이 감히 가을씨를 납치해?죽으려고 작정한 모양이야!“아빠?”거실에서 인형을 안고 있던 염희주가 작은 얼굴로 염구준을 올려다보며 의아해했다.“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요? 레인지로버는 무슨 얘기에요?”“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희주 착하지, 할아버지 할머니랑 잠깐 집에 있어. 아빠는 잠깐 나갔다 올게.”염구준은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손태석과 진숙영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내 쏜살같이 거실을 뛰쳐나갔다.방범문을 닫자마자 주작전존에게 전화를 걸었고 쓸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약 30분 전, 레인지로버 한 대가 가을 씨가 탄 아우디 A와 같은 위치에 나타났다! 현재 레인지로버의 위치가 어딘지 당장 추적해 봐!”약 5분 후.“보고드립니다!”주작전존이 신속하게 말했다.“현재 위치 추적 완료! 레인지로버 현재 위치는 청해 명주 호텔입니다! 우리 측 정찰위성으로는 현재 실시간 화면 포착이 불가하여 차량 위치는 아마 지하주차장
그 중 경호원 한 명이 손을 뻗더니 손가을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음흉하게 웃었다.“둘째 도련님, 손 대표님을 매달아 놓을까요 아니면 그냥 다 벗길까요?”심운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고 두 눈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가을의 섹시한 몸매를 바라보며 ‘꿀꺽’침까지 삼켰다.예뻐, 정말 너무 예쁘단 말이야!커리어 우먼 룩을 입은 손가을의 치마 밑으로 하얀 종아리가 드러났고 눈물 맺힌 속눈썹을 한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참을 수 없었다!그는 이제 더 이상 손가을의 옷을 벗기고 싶지 않았다.“손 대표님을 침대 위에 눕혀!”심운은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돼서 침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그리고 다들 나가서 문 앞을 지키고 있어,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오늘 밤 난 밤새도록 놀거야. 그리고 내일 너희들에게 두둑한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네!”경호원들이 음흉한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들어 올려 호화로운 침대에 툭 던지고는 돌아서서 스위트룸을 나와 문을 닫았다.넓고 큰 로열 스위트룸 안, 이제 심운과 손가을 두 사람뿐이다!“심운, 당신! 경고하는데 날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요!”손가을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뒤로 묶인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떨리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손 씨 그룹을 매수하려 한다면서요? 제가 미리 말하는데요! 만약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구준씨가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염구준, 당신 데릴 남편, 그 쓸모없는 놈 말하는 거예요?”심운이 경멸하는 말투로 비웃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제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 놈을 두려워할 것 같아서요? 정말 너무 웃기네요!”“그 사람이 없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제가 대표님을 괴롭히는 걸 빤히 보면서 박수까지 치게 했을 거니까!”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옷을 벗어던지고 벨트까지 풀며 음흉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의 눈빛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손가
그 순간 당직 매니저는 호텔 보안 규정이라 할 것도 없이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주절거렸다.“도, 도련님은...”말을 하던 그의 눈빛이 무의식중에 옥상으로 향했고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 방 번호는...”훅!당직 매니저가 채 말하기도 전에 염구준은 날렵하게 뛰쳐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뛰어올라갔고 몸은 폭탄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한 발작에 1층을 넘나들며 점프했다!슉, 슈, 슉!20초가 안되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호텔 꼭대기 복도까지 돌진했다!“손가을의 데릴 남편 염구준?”로열 스위트룸 문밖, 네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을 보며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험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재밌네요, 어떻게 찾아오셨어요?”“찾아와도 소용없어요! 우리 도련님을 방해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네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것 같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더니 주먹 8개를 휘둘렀다. 모두 내경권법을 수련한 무술인들이었고 염구준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심운... 여기 있군!”염구준의 발끝은 멈추지 않은 채 네 명의 경호원을 향해 힘껏 급강하하였고 살벌한 눈빛, 그리고 온몸에서 나오는 살기 가득한 기운은 어마어마할 정도였다!용제국 북부를 떠나 퇴역 후 지금까지 이렇게 분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마치 험악한 짐승이 강림한 듯 주먹은 공기와 고속으로 마찰하더니 마치 주먹 전체가 한줄기의 불빛으로 감싸진 것 같았다.쿵 하고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맨 앞에서 달려들던 훤칠한 경호원이 염구준의 움직임을 똑똑히 보기도 전에 가슴 안팎에서 진한 고통을 느꼈고 180여 근이나 되는 몸뚱이가 갑자기 뒤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뒤에 있던 세 동료들과 세게 부딪쳤다.우두둑...뼈가 부러지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꽤나 실력 있던 네 명의 내경권법 고수들도 염구준의 발걸음도 막지 못했다. 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가슴이 거의 등에 닿은 듯 입에서는 검붉은 피
“미안하게 됐습니다.”민현은 한마디로 사과하고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적혈석은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민씨 조상들이 남긴 거라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 돌려주면 합니다.”염구준은 듣다가 웃음을 터트렸다.“그게 다입니까?”달랑 입만 들고 와서 내놓으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적혈석은 민씨네 물건은 맞지만 염구준이 싸우면서 거록의 손에서 빼앗은 것이었다.“그리고 민씨 가문 대신 적혈석을 지켜주고 천석을 죽인 놈에게 대신 복수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이 늙은이 체면을 봐서라도 적혈석을 돌려주길 바랍니다.”이번에는 오만한 태도를 거두고 말투가 많이 공손해졌다.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태도가 좋아서 지난 일은 따지지 않을게요. 그냥 돌아가세요.”적혈석에 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으니 쉽게 넘겨줄 리가 없었다.이런 물건이 바위성의 마술쇼에 나타난 것부터 이상했다.염구준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민현은 안색을 굳히며 기운을 움직였다.여기서 싸우자는 뜻이었다.“어른들은 일단 일을 저지르면 본인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그나마 상대방이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호찬과 용필이 다치지 않았으니 여기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필경 반보천인의 파괴력이라면 손씨 그룹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오해하지 마세요. 그쪽과 내기를 해서 적혈석을 가져오고 싶을 뿐입니다.”민현은 기운을 거두고 빈손으로 요구한 자신의 처사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러니 절충안을 마련하여 서로 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했다.강호에서 무술인들끼리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었다.“하하하. 원래 제 물건인데 어르신의 조건을 들으면 저만 손해를 보잖아요.”염구준이 큰소리로 웃었다.이런 조건을 제시하다니 역시 뭔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사양하지 말고 말해 보세요.”민현이 말을 바꾸었다.“저도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요. 이따가 어르신이 지면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을 함정에 빠트리
“명심해. 어떤 상황인지만 알아보고 절대 위험하게 끼어들지 마. 안전이 우선이야.”“알았어.”초상비는 언어 변환기를 챙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본래 염구준이 직접 가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바위성 전투가 끝난 뒤, 거록이 돌아다니면서 광기를 부리기에 최대한 빨리 잡아내고 싶었다.그 반면에 흑풍은 워낙 죽음을 두려워해서 중상을 치료하려면 한동안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때 누군가 경호실에 뛰어들어와 다급하게 말했다.“염 선생님, 민씨라는 사람이 찾아 왔습니다.”올 것이 드디어 왔다.적혈석이 그에게 있고 바위성에서 민천석이 죽었으니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염구준이 일어서며 초상비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출발하고 계속 연락하자.”말을 마친 그는 민씨 가문을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손씨 그룹 밖에 숨결이 깊고 걸음걸이가 진중한 노인이 서 있었다.무술인이라면 딱 봐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비켜. 세상에 나 민현더러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없어!”노인이 거만하게 말했다.“하, 세상에서 아무 사람이나 염 선생님을 만날 수 없어요.”호찬은 노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실력이 뛰어나고 출처가 확실하지 않는 고수들은 항상 조심해서 상대해야 했다.“흥!”민현은 콧방귀를 끼며 강력한 기운으로 호찬을 물리쳤다.반보천인 실력이었다.하지만 입구를 막은 두 사람은 인상을 굳히며 꿈쩍하지 않았다.민현은 이해되지 않았다.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일반 무술인들이 보이던 반응이 아니었다.‘설마 겁을 먹었나?’바로 그때 호찬이 말하면서 똑같은 기운을 발산했다.“반보천인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손씨 그룹 앞에서 자랑할 자격은 없습니다. 얌전히 기다려 주세요.”용필도 맞장구를 쳤다.“그럼요.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무시당한 민현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랐다.“그럼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현은 강력한 실력을 보여줬다.“막읍시다!”호찬은 용필과 함께 2대1로 맞서 싸웠다
“와, 한동안 갖고 놀 수 있겠어요.”염희주는 너무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마음에 들면 됐어.”염구준도 활짝 웃으면서 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그런데 선물을 받은 염희주가 다른 조건을 말했다.“아빠, 오늘 주말인데 나랑 같이 해양박물관에 가서 놀아요.”그 말에 염구준은 아내를 떠올렸다.“엄마 아직 일하는데 우리끼리 놀러가면 삐치겠지?”“왜, 내가 없는 사이에 내 흉이라도 봤어?”범도 자기 흉을 보면 나타난다더니 손가을이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엄마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해양박물관에 가자고 했어요.”딸의 말에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어린 나이에 잔꾀가 엄청 많았다.“구준 씨, 이제 집에 들어왔으면 좀 쉬어.”손가을은 딸과 함께 보채지 않고 걱정스럽게 물었다.“피곤하지 않아. 지금 가자. 늦으면 문 닫겠어.”염희주 표정을 보고 도무지 거절할 수 없었다.그러다 돌아서서 두 노인을 쳐다봤다.“장인어른, 장모님, 저희 같이 가시죠.”염구준의 말에 두 노인은 손을 저었다.“우리 지인이랑 포켓하기로 했어. 너희들끼리 가. 게다가 고기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노인은 세 식구가 오붓하게 지낼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나중에 손가을이 제이든을 불렀지만 시무룩해하며 거절했다.그렇게 세 식구는 해양박물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특히 염희주는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연신 감탄을 자아내며 사진도 잔뜩 찍었다.“아빠, 장수경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데 왜 올 때마다 보이지 않아요?”그녀는 다양한 동물을 보며 질문했다.“너무 커서 여기서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딸의 질문에 염구준은 인내심 있게 대답하고 다른 지식도 알려주었다.“그렇구나.”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염희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실은 해양박물관에 오자고 한 것은 핑계이고 부모와 함께 놀고 싶었다.그렇게 해양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실컷 물고기를 보았다.“너무 기뻐요!”저녁에
다들 웃고 떠들면서 식사하는 가운데 윤걸만 어색해 보였다.식사를 마친 뒤, 청룡은 그를 데리고 전신전으로 돌아갔다.붉은 장미 일행은 각자 귀국하고 염구준도 청해로 돌아왔다.청해 공항.염구준이 공항에서 나오자 손태석이 마중을 나왔다.“장인어른, 집에 계시지 어쩌다 마중하러 오셨어요?”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뜻했다.“한 식구인데 당연히 마중하러 와야지. 가을이 중요한 회의가 있다길래 내가 대신 나왔어. 그리고 너희 아버지는 북쪽 변경으로 돌아갔어.”손태석은 손을 흔들며 주차한 곳으로 향했다.“네, 저도 들었어요.”염구준은 앞장서서 차문을 열어주었다.염씨 가문의 산업도 꽤 규모가 커서 염진은 고집을 피우며 지금까지 최전선을 지키고 있었다.염구준이 은퇴하라고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지 말라면서 아예 말을 듣지 않았다.“구준아, 이번 일은 순조롭게 해결했어?”손태석이 갑자기 질문했다.“잘 해결했어요. 나흘도 되지 않아서 돌아왔잖아요.”염구준이 웃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왠지 그에게 어려운 일이란 없는 것 같았다.“그럼 됐어.”손태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구준아, 네가 평범한 녀석은 아니란 걸 안다. 퇴역한 대장처럼 간단한 신분은 아니겠지. 그에 대해 캐묻지 않겠지만 밖에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족들은 너를 떠날 수 없고 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바라지 않아.”솔직히 함께 산 세월이 짧지만 그동안 겪은 일들이 많아서 손태석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장인어른, 저 벌써 들통난 거예요? 대단하세요.”염구준은 숨기지 않고 오히려 칭찬했다.“당연하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뻔한 걸 모르겠어?”손태석은 웃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염구준을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한 사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가족을 위해 한 일들은 전부 지켜보고 항상 감사하게 여겼다.가문이 으리으리한 사위가 전혀 부럽지 않았다.가는 동안 두 사람은 편하게 남자들 사이의 대화를 나누었다.그러다 도중에 손태석이
“염 선생님, 우리 마씨 가문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마거봉은 술잔을 들고 연신 감사를 표했다.“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마거봉 씨 결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염구준은 모두 사소한 일이라 여기며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잔을 비우자 마거봉이 바로 술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염 선생님, 어렵게 바위성에 오셨는데 며칠 더 머무르면 제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저희 바위성의 풍경은 아름답고 명승고적도 많거든요.”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길이 없으니 최대한의 성의라도 보이고 싶었다.“아닙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떠나야 합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많아요.”염구준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임무를 완성했으니 붉은 장미 일행은 귀국하여 이번 작전 상황을 보고하고, 전신전 부하들도 각자 맡은 임무가 있어 빨리 제자리로 복귀해야 했다.마거봉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재산 절반을 염구준에게 주려고 했지만 또 거절을 당했다.하지만 이미 내놓은 돈을 다시 받을 수 없으니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염구준은 돈을 위해서 타인을 돕지 않았다.오로지 마거봉이라는 사람이 있으면 용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이거 놔. 당신들 대장 나오라고 해. 이거 그 사람이 준 명함이야!”다들 기분 좋게 식사하고 있을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파티 주최자인 마거봉은 안색을 굳히며 밖으로 나갔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경찰이 볼일이 있다면서 들어오려고 합니다.”밖에서 경호원도 막기 버거운지 힘겹게 대답했다.경찰이 내민 명함에 이름은 없고 주소만 적혀 있어서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었다.“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분도 공을 세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염구준은 엊저녁에 온몸에 피투성이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던 남자가 생각났다.경찰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염구준을 보며 말했다.“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제 이름은 윤걸입니다. 당신 부하가 되고 싶습니다.”윤걸은 밤새 생각했었다.아직 종사 경지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더 많은
“그렇지. 그럼 한 번 더 도와줘.”거록은 갑자기 소매에서 단칼을 꺼내며 또 공격하려 들었다.“미친놈아!”흑풍은 화를 내며 합금칼을 꺼내 막았다.촤아악!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흑풍은 거록의 힘을 이기지 못해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염구준과 싸울 때도 중상을 입지 않았는데 피방패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지금 많이 허약했다.그러니 필사적으로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사술을 함부로 사용하면 어둠에 침식되어서 미치광이가 될 수 있어. 나를 보내면 해결할 방법을 알려 줄게.”힘으로 상대가 되지 않자 흑풍은 설득하기 시작했다.“죽어라! 더는 날 속이지 마. 네 심혈만 있다면 난 살 수 있어!”거록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미친듯이 포효했다. 지금 상태를 보면 인성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너나 죽어!”흑풍은 큰 결심을 내리고 다시 피방패술을 펼쳐서 사라졌다.이 술법을 두 번이나 사용했기에 도망친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흑풍은 허약한 몸을 끌고 멀리 도망쳤다.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타인에게 사술을 전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악!”허공을 무찌른 거록은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아직 용하에 있기에 지체하지 않고 해외로 도망쳐야 했다.두 사람은 생사를 건 사투 끝에 원한을 맺었으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들 사이가 틀어진 반면, 다른 곳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승전의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청룡을 불러 마거봉을 도와 마무리를 하도록 안배했다.밤새 여러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에 바위성은 드디어 질서를 회복했다.마거봉은 파티를 열어 공신들을 초대했다.파티에서 염구준 일행은 한 테이블에 앉고 나머지는 따로 앉았다.이뿐이 아니었다.마거봉은 다른 음식점까지 대여하여 이번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축하주를 마셨다.이쪽 테이블에서 다들 젓가락을 들지 않고 염구준의 말을 기다렸다.“식사하기 전에 각자 상황을 말씀하세요.”그러자 책임자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자신의
한 바탕 싸운 후, 공연장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염구준의 기세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가며 싸늘하게 물었다.“봉유곡이 어디 있어?”고대 사술은 악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니 하루 빨리 막아야 했다.점점 더 압박해 오자 거록과 흑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더는 싸울 힘이 없어서 대항할 수 없었다.“흑풍! 네게 마지막 패가 있다고 했잖아!”거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가자!”흑풍은 거록을 잡아당기며 무서운 기운을 폭발시켰다.주변에 붉은 안개가 피는 것이 피방패 술법이었다.염구준은 연달아 열 개 넘는 검기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치고 말았다.붉은 안개가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하지만 흑풍이 강력한 술법을 사용한 이상 손해 본 기운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거록이 말한 마지막 패가 도망치는 건가?’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찾았지만 어디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마거봉 씨, 여기 마무리를 부탁할게요.”“그럼요. 부하들이 지금 여기로 오는 중입니다.”마거봉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런 일은 진작에 안배했다.바위성 실세인만큼 수중에 사람들이 많았다.그들은 싸움은 잘 못하지만 다른 일은 잘 처리했다.한편, 도망친 흑풍과 거록은 바위성을 벗어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길에서 전신전의 부하들이 앞을 막았지만 청룡이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멀리 도망치고 없었다.두 사람 모두 반보천인이라 중상을 입어도 평범한 무술인들은 막지 못했다.“퉷! 재수없어! 미리 피방패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흑풍은 나무에 기대어 피를 토했다.지금 기운이 약해져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피방패술은 대단한 술법이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심했다.“젠장, 내가 반드시 염구준 그놈을 죽일 거야.”거록도 씩씩거리면서 입으로만 욕을 뱉았다.“지금 우리 상태를 봐. 안전한 곳을 찾아서 먼저 치료부터 하자.”운기를 하던 흑풍은 깜짝 놀랐다.내상이 심각하여 아무리 반
염구준은 또 한 번 거센 공격을 펼치며 흑풍을 몰아붙였다.붉은 기운이 몸을 보호하고 있으니 흑풍은 팔이 저릴 뿐, 다치지는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너 전보다 강해졌어?”흑풍은 상대가 안 되자 경악하며 염구준을 쳐다봤다.안 본 사이에 염구준은 검의를 더 깨닫고 일부분 용의 기운을 융합했다.게다가 옥패에 숨은 무술도 멈추지 않고 연구했으니 실력이 강해지지 않으면 이상했다.“하, 너도 강해지는데 나라고 제자리 걸음하라는 법이 있어?”염구준이 되물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은근 놀라웠다.흑풍이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놈의 실력은 공무적과 비슷했지만 여전히 방어력은 약했다.“흥, 이따가 형이랑 같이 공격하면 네가 어떻게 막을지 두고 보자.”흑풍은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옆에서 적혈석을 연마하는 거록이 가장 큰 패였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렸을 때 흑풍의 안색이 굳어졌다.“형, 뭐 하는 거야? 빨리 적혈석을 부수고 심혈을 연마해!”“혈석이 단단해서 깨지 못하겠어.”거록 존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꿈에서도 바라던 보물이 손에 들어왔는데 사용할 수 없으니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하하하.”염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은 사술이 아니라 개그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봉유곡이 너랑 같이 있어?두 사람의 사술은 고대 사악한 술법과 흡사했다.흑풍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놈에 대해 말하고 보니 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어.”만약 염구준이 중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흑풍의 눈에 띄지 않았고 실력도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을 것이다.염구준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제자리에서 기운을 축적했다.검의를 어느 정도 끌어올렸으니 최강 살수로 승부를 낼 자신이 있었다.“그만해. 나랑 같이 공격하자. 저놈이 검을 꺼내면 안 돼.”흑풍은 아연실색하며 잘린 왼쪽 팔을 떠올렸다.염구준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탓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스스슥!흑풍은 거록과 눈빛을 마주치더니
“같이 죽자!”거록은 몸에서 붉은 기운을 미친듯이 발사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사술을 사용한 것이다.이 기운이 소진되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된다.심혈주를 연마하지 않은 사술은 반제품에 불과하지만 기운은 놀랍도록 강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제야 온몸에 전의를 불태우며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것이었다.이런 상대라면 전력으로 싸울 가치가 있었다.윙!염구준이 등뒤에 있는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자 검에서 이명소리가 들렸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기승을 부리는 검기를 휘둘렀다.쿵!당황한 거록은 단칼을 머리 위에 올려 막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고 두 팔이 잘려 나갔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발로 힘껏 차서 날려버렸다.거록 존주는 강해졌지만 염구준의 진짜 실력에 비하면 발꿈치에도 닿지 못했다.“끝났네.”관전하던 민천석이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여기 계속 있으면 두 사람이 공격할까 봐 적혈석을 챙기고 먼저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푸압!”위험을 감지한 순간 이미 늦었다.민천석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앞으로 쓰러졌다.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다른 놈이 나타난 것이었다.“하하하, 적혈석을 손에 넣었다. 염구준, 오늘은 네 제삿날이야!”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말투만 들어도 염구준에게 원한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바로 흑풍이었다.“약은 놈, 이제야 나타났구나.”염구준이 비꼬았다.왠지 흑풍의 기운이 전보다 많이 강해진 것 같았다.“네가 뭘 알아. 이런 걸 능력이라고 하는 거야.”흑풍 존주는 손바닥만 한 적혈석을 들고 몇 번 점프하더니 거록 존주의 앞에 나타났다.보아하니 둘이서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흑풍, 차라리 내가 죽은 뒤에 오지 그래!”거록은 폐허속에서 일어나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형을 위해서 적혈석을 빼앗아 왔잖아. 민환의 심혈이 있으면 형도 곧 성공할 거야.”흑풍은 적혈석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