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숙은의 얼굴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그녀는 빠른걸음으로 유건우 옆으로 갔다. 이는 너무 물어서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방금전에 밖에서, 염구준이......"방금전에 밖에서 발생했던 일을 과장해서 그에게 말해주니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어떤 수단을 쓰든지간에 빨리 당한거 갚고와요. 난 이런 수치 당할 생각없으니까!""44억? 돈이 이렇게나 많다고?"유건우는 손안의 담배불을 끄고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 몇통을 빨리 보내고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돈 많은게 대수인가? 여기 옛구역은 나, 유건우꺼야! 내 앞에서 감히 허세를 부려? 기다리라고 해!"구준과 가을의 부축하에 손태석과 진숙영은 뒷뜰로 갔다.아파트 단지입구 [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친척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고 지금도 그들 뒤에 몇몇이 따라다녔다.가을의 유일한 삼촌,진솔조차도 그들의 앞에서 갈 엄두를 못내었다.이게 바로 신분과 지위가 가져온 큰 차이였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감히 앞서나갈 엄두를 못내게 하는것!"흥!"모두들 자리에 앉자 진숙은은 참지 못하고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꼬았다 ."돈이란건 언제 벌어도 다 모자란 법이지! 우리집 건우씨는 가족들을 생각하느라 돈 따윈 신경쓰지 않는데. 누구랑은 다르네!""요즘 문건이 내려왔는데 건우씨가 승진해서 마을 이장이 되었거든? 그래서 많은 대기업들이 다 잘보이고싶어서 우리집에 선물들을 보내왔어!"유건우가 마을 이장?친척들은 멈춰있다가 금세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어머! 숙은아, 왜 일찍 말하지 않고! 우리 같은 옛구역은 마을이랑 관계가 제일 밀접한데, 건우가 마을 이장으로 승진했으니, 우리도 체면이 사네, 그래!""맞아, 우리집이 마을에 땅이 몇개 있는데! 건우야, 네가 좀 말 좀 해줄수 있니? 땅에 집 좀 지으라고. 집 짓는 땅이 줄고 있는 마당에 그 몇개 남은 땅도 그냥 둘 수는 없지!""그건 쉬운 일이 아닌가? 건우 한마디면 될 일인데......"서로 한마디씩 주고 받자, 유건우 집이 순
진숙은은 점점 소름 돋았지만 별안간 머리를 내저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게 분명했다. "다른거 말했으면 믿을수도 있는데, 손씨 그룹 계승인이라고? 풉! 그건 절대 불가능해!""손 씨 집안 남자들은 다 죽었어? 어떻게 여자가 마음대로 하게 해?!"염구준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변하지 않았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손 씨 집안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그래서 구손 씨 그룹이 손씨 집안과 합병했고, 지금 장인어르신이 그룹 회장님이고 가을이가 사장입니다."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옆에 있던 진숙영을 보며 물었다. "어머님, 제 말이 맞죠?"진숙영은 멈칫하더니 곧 그의 뜻을 알아차리곤 얼굴엔 감사함이 어렸다.이 사위가 어머니 생신 연회를 빌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구나!"구준이 말이 맞아."그녀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 집어 구준의 그릇에 넣어놓고는 진숙은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셋째야, 비록 내가 예전에는 형편이 안좋았지만 구준이 덕에 지금은 괜찮아 졌단다. 정말 많은 복을 누리고 있지!""ㅂ...복..."진숙은은 화가 차밀어 올랐고, 화를 못참아 씩씩대는 모습이 마치 소 같았다. 얼굴은 이미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가 유건우한테 시집을 가서 이 집안에서 부러움을 제일 많이 샀었는데 오늘 큰 언니 집안한테 이목을 다 뺐겼으니 큰 망신이 아닐 수가 없었다!특히 주위의 가난한 친척들은 그저 부럽다는 눈길로 진숙영을 바라보았고 진숙은을 상대하는 사람이 없었다!"숙은아, 화내지 마."옆에있던 유건우는 자신의 74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보고는 다시 구준을 보고나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됐어, 이제 올거야......"이때."유이장님! 유이장님 여기있습니까?"뒷뜰밖, 대여섯의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손에는 고급차와 고급 와인을 든채 성큼성큼 다가오며 축하했다."유이장님 장모님의 여든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아!"뒷뜰에서는 진씨 집안의 가난한 친척들이 멀리서 이 중년남성들을 반사
진숙은은 마침내 체면을 되찾았다. 그녀는 형용할 수 없는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진숙영을 비웃으며, "기억해, 네 집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에 대한 이목을 뺏을 순 없어! 그딴 생각하지 마!" 라고 말했다."네 사위?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야. 돈이 있어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아!"진숙영의 얼굴빛이 살짝 변해 다시 말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염구준은 웃는 얼굴로 휴대폰를 꺼내 문자 한 통을 보내고 진숙영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음식 드시고 다른 건 상관하지 마세요. 저희들은 이 사람들과 잘 모르니 그냥 앉아있기만 하면 되요." "아직도 허세 부리기는!"진숙은은 염구준을 향해 빈정대다가 하면 금세 웃음을 띄고 몇몇의 상사들을 향해 연신 인사했다. "자, 모두 앉으세요, 다 앉으세요!""다들 왔으니, 우리 이제 마을의 하반기 계획에 대해 한 번 이야기 나누죠."유건우는 목청을 가다듬고 주변 친척들의 부러운 시선을 만끽하며 손에 술잔을 들고 말했다. "저는, 하반기에 경제를 대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생각입니다! 본지 기업은 옛손 씨 그룹이든지 손 씨 그룹이든지 모두 고려하지 않을겁니다."그는 침을 튀기며 무려 10여 분을 말하다가 머리를 돌려 염구준을 훑어보았는데 도발적인 눈빛이였다.‘어이, 염 씨.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니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내 권력 앞에서는 반드시 무릎 꿇어야한다 이거야.’"손 씨 그룹은 왜 고려 안해?!"갑작스런 낮고 굵은 목소리가 뒷뜰 밖에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청해시 성주, 종찬우였다!신비 단지가 너무 낡아서 종찬우의 차 행렬은 동네 문 밖에 주차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캐주얼한 양복 차림에 진땀을 흘리는 중년 남자 십여 명을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왔다."종, 종성주?!"마당에서 유건우와 그의 곁에 있던 몇몇 동료들이 잠시 당황했다가 같이 소파에서 뛰쳐나갔다. 두려운건 종찬우뿐만이 아니라 그의 뒤에 있는 십여 명의 중년들도였다.
"아이고, 좋죠, 좋지!"노인장이 언제 이렇게 큰 규모의 축하를 받아봤겠는가. 그는 급히 머리를 끄덕였다. "앉아요, 앉아....... 아이고, 뜰이 조금 작네. 공간이 없어!"공간이 없다고?"독수야!"종찬우는 눈을 작게 뜨더니 낮게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구역을 새롭게 건설하기로 한것 같은데? 고친후에 배치 잘해놔, 할머님의 새로 살 곳이니깐!"옛구역의 제일 책임자 진독수는 마음이 덜컹했다. 그는 바삐 입을 열고 말했다. "했습니다, 모두 안배했습니다! 1층 문이랑 마당은 단독인걸로요. 보상은 최고급이고요.""음......, 이러자. 우리 저기 호화 마당있는 곳에 단독 별장이 하나 있거든? 면적도 넓고! 그걸 할머님께 보상으로 주면 되겠구나."이걸로 될까?종찬우는 차마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염구준의 신분을 폭로할수가 없었기에 가을을 보고 물었다. "손 대표님, 진독수의 안배가 마음에 드십니까?"마... 마음에 드냐고?종찬우의 말이 끝나자 가을은 놀랐다.가을뿐만이 아니라 구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청해시 성주가 직접 이 작은 구역 건설에 건의를 해주는것도 모자라서 노인네한테 별장까지 선물한다? 신비단지의 재건설은 아직 멀었으니 이건 명백한 거저 주기였다!이건 종찬우가 할머니에게 주는 생신 선물인가, 손가을의 체면을 위해?세상에, 이건 너무 오바하는거 아닌가!"종성주님, 이, 이......"가을은 급했다. 어떻게 입을 열어야할지 몰랐다.무려 별장 한 개라니!신비 단지를 재건설한다면, 매 집한테 배상으로 집 한개씩은 줘야했다. 500~700만원정도의 배상금은 물론이고, 호화로운 마당에 있는 별장의 면적이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위치가 좋아 3~4개 집보다 값이 더 나갈게 분명했다.이런 선물은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그리고 종성주는 이런 어마어마한 선물을 주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구 가을에게 만족스럽냐 아니냐를 묻다니?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한것인가? 믿기지 않았다!"아니야, 이건 아니야!
유건우는 이마에 식은땀이 나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입술만 덜덜 떨며 말했다. "종, 종성주님, 저, 저는......""가을아"염구준은 종찬우에게 칭찬이 어린 눈빛을 준 뒤 가을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돌려 진숙은을 향해 빙긋 웃었다. "이모님,이모님께서 말씀하시죠, 가을이한테 고맙다고 해야할까요?"진숙은은 화가 나 폐가 터질 지경이였지만 별다른 일을 차마 하지 못해 코로 씩씩거렸고, 눈알은 빨갛게 물들 정도였다. 질문의 대답은 물론 쉬웠다. 만약 가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면, 그녀는 자신의 일가족이 손가을과는 비교가 안 되고 진숙영과도 비교가 되지 않으며 손태석과도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였다.구준은 의도적인 것이었는데, 일부러 그녀가 직접 인정해 자신의 발을 내리치게 하려는 계략이였다."숙은아, 빨리 고맙다고 인사해!!"유건우는 진숙은이 이러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변했고, 화살 처럼 한 걸음에 달려와 진숙은을 끌고 함께 가을에게 절을 했다.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 "가을아... 아니, 손대표님! 사장님의 넓은 아량에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나와 네 이모 모두 잘못을 알았다.""그래,우리는 허영을 사랑해. 하지만 네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되는거였어. 신 씨 그룹 실력은 굉장하지. 나와 네 이모 모두 심복한다!"진숙은은 유건우에 의해 목을 눌려서 머리를 들고 싶어도 들 수 없었다.익힌 오리의 입은 여전히 딱딱했다. 마음속의 억울함이 온가슴을 거의 쥐어짜는듯 싶었고 입술은 천천히 벌려졌다."푸!"화가 심장을 공격해 그녀는 바로 피를 뿜었다."이모!"가을이 깜짝 놀라 진숙은을 부축하려고 급히 앞으로 뛰어왔다."이모는 괜찮아."염구준은 앞으로 나가 가을의 손목을 잡아당기고는 싱겁게 웃어보였다. "이모님은 성질이 강하셔서 기혈이 막힌것 뿐이야. 만약 이 피를 토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병이 생겼을거야. 오늘 이 일을 통해 이모님께도 교훈도 줬으니 나쁠 것이 없지."주변에는 한 무리의 친척들이 모여 있었지만
구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염희주를 손태석과 진숙영에게 맡기고는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청해시, 교외 도로.구준은 붉은색 포르쉐를 몰고 미간을 찌푸린 손혜린을 보면서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외할머니 생신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거야?"손혜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삼풍 그룹.운해시에서 삼풍 그룹의 힘이 가장 큰 것은 아니였지만, 또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았따.이제 막 자리를 잡고 번성할 준비를 하고 있는 손 씨 그룹을 삼풍 그룹이 인수하기로 한 이상 수단을 가리지 않을것이고, 그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인수하는 일 때문인가?"염구준은 속으로 은근히 추측하고 나서 가볍게 웃었다. "아버지는 회장이고 너는 사장인걸. 그룹의 권력은 모두 우리 손에 있어. 우리가 팔지 않는 한 삼풍 그룹이 어떻게 강매를 할 수 있겠어?"말을 마친후 가슴을 살짝 피고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쪽에서 억지 쓰려고 해도 나를 넘을 생각은 하지말라 이거야. 네 남편이 여간 싸움 잘하는게 아니잖아!"손가을은 풉하고 웃음이 터졌고 점차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래, 그녀의 곁에는 구준도 있었다!위뚱보에게 납치당했을 때, 구준은 혼자 운천 클럽 전체를 상대로 그 많은 양아치들이 한명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었다.지금 생각해도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였다. 그래, 이런 남자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나?"구준씨, 아까 배불리 먹지 못했지?""가자, 내가 구준씨 데려갈 곳이 있어. 당신이 좋아할 거야."구준은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좋아!" 라고 외쳤다.약 20분 후에, 포르쉐는 ‘사랑의 뮤직 레스토랑’ 입구에서 멈추었다.이곳은 청해시 중심 상가로 출입구 주차공간이 매우 비어 있었다.구준이 차를 멈추고 가을과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식당 한구석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요염한 여성이 양복을 입은 청년 한 명과 마주 앉아 손에 밀크
’어떻게 저 사람이?'손가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대학 시절, 그녀와 동연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과 달리 그녀는 손태진에게 강압적으로 당했고, 결국 뱃속에 손태진의 아이까지 품어 손씨 가문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리기 민망했던 손가을은 결국 그녀와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연락이 끊긴 몇 년 사이, 동연정은 어느새 삼풍 그룹의 고위 임원이 되었고 이번 인수 건을 주도하게 되었다.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연정의 남자친구인 심운이 와인 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심운은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안녕하세요, 전 심운이라고 합니다. 가을 씨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네, 안녕하세요."손가을은 약간 어색해했으며 심운과의 악수를 원치 않는 내색을 비췄다. 그녀는 급히 뒤돌아서 자신의 남편을 쳐다보며 소개했다. "아,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여긴 제 남편이에요, 결혼한지도 어느새 5년이나 되었어요." 손가을과 동연정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염구준도 옆에서 듣게 되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심운의 손을 맞잡았다“안녕하세요. 저는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 염구준입니다."순간, 심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연정을 쳐다보았다.동연정도 놀란 듯 멍한 눈길로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가을아, 손 씨 그룹...."동연정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미간을 점점 찌푸렸다."어떻게... 저분이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이라니.. 그럼 네가..."“네, 손가을씨는 손 씨 그룹의 대표에요."염구준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회장님이 가을씨 아버지세요, 제 장인 어르신이고요. 손 씨 그룹은 최근에 설립된 가족 그룹이입니다."동연정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번에 동연정이 청해에 온 이유는 심운을 도와 손씨 그룹을 인수하는 거였다.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은 이번 기회에 회사를 위해
대꾸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던 손가을은 결국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겪은 지옥 같은 5년의 생활은, 동연정이 살아온 순간보다 절대로 순탄하지 않기 때문이다.손 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손태진에게 당한 그 악몽 같은 순간은... 그들의 상상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손 씨 그룹이 있기까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가을씨는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눈물을 글썽이는 손가을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다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동연정을 쳐다보았다.이질적으로 생긴 동연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가을 씨는 입술도, 눈썹도, 보톡스나 얼굴에 칼을 대고,실리콘을 삽입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미, 본연의 미를 가진 가을씨는 당신처럼 거짓으로 꾸며진 사람과 달라요!"쿵!동연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손톱으로 손바닥을 꽉 누르는 바람에 피가 날 뻔 했다.동연정은 성형 수술을 외국에서 비밀리로 진행했다.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를 고가로 고용하여 다년간 철저하게 숙련된 전문가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완벽하게 성형했다."어디 그뿐인가!"염구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가차 없었다. "이마도 불균형하고 골반도 비틀어진 걸 보니, 사생활이 꽤 더러웠나 보군! 그러니까 좋은 말 할때 당장 꺼져. 당신이 풍기는 고기 썩은 악취 견디기 힘드니까! 감히 어디서 가을 씨를 당신이랑 비교할 수 있는 거지?!"염구준이 내뱉은 말은 비수처럼 동연정의 가슴에 속절없이 꽂혔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저 말, 다 사실이야?"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심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그날 밤, 나한테 당신이 첫 경험이라고 했던 거.. 다 가짜였어? 그날 내가 본 피는 뭐지?""아, 아니..."동연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심운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변명하기 위해 애썼다."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할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