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숙은이 두 손으로 허리를 집고는 코웃음을 쳤다.“둘째 언니, 언니가 뭘 알아요? 소봉이가 면허증을 따 니깐 유건우가 바로 새 차를 사줬어요. 몇천만 원짜리 차 말이에요!”띠- 띠띠-진숙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아파트 단지 문 앞에서 소리가 났다.“저 소리는 내가 기억하지. 분명 소봉이가 왔을 거야!”진숙은이 기적 소리를 듣자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다들 소봉이의 새 차를 보러 가요!”그러면서 집에 다시 뛰어 들어가더니 휘청하는 할머니를 아파트 단지 문 앞까지 부축해 주었다. 붉은색 포르쉐가 아파트 단지 문 앞에서 천천히 멈췄다. 낡은 아파트라 그런지 도로가 넓지 않았다. 염구준은 실눈을 살짝 뜨고는 하나밖에 안 남은 주차 자리를 보고 핸들을 단단히 잡고서 주차 자리로 갔다.“어머, 소봉이가 아니라고?”진숙은은 노인을 부축하고는 멀리 있는 포르쉐를 바라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돌아가려고 하였다.“외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손가을이 염희주를 안고 조수석에서 내리면서 미소를 지었다.“희주야 어렸을 때 본적 있지? 여긴 너희 외할머니셔. 이분은 이모할머니고.”염희주는 아주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얼른 할머니를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진씨 가문의 친구와 친척들이 육속 진숙은을 따라 나가서 아들이 산 새 차를 구경하러 갔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포르쉐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붉은색 포르쉐 HBLY—GT는 유창하고 힘 있는 외형에 낮은 소리의 발동기 엔진, 시각적 충격을 갖춘 질감…친척들은 대부분 시골 사람이라서 차의 브랜드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소 거리에서 자주 보는 아우디, 도요타, 폭스바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가.. 가을아.”말을 더듬는 친척 한 명이 웃음 지으며 다가왔다.“이 차 꽤 보기 좋은데 언제 산 거야? 싸지 않겠지? 한천만 원?.. 아님 이천만 원정도 하려나?”가난한 친척들한테는 천만 원, 이천만 원 정도면 충분히비쌌다. 시골에서 자주 보는 봉고차도 그 정도로 비싸진 않
이런 상황에서 더는 차 안에 있을 수 없었다. 구준은 문을 열고 내려 할머니한테 허리 굽혀 인사 했는데 얼굴에는 경애하는 표정이 어려있었다. "할머님, 오늘은 할머님의 여든번째 생신이시네요. 저 구준이 할머니께서 만수무강하고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외할머니가 머리를 끄덕이기 전 진숙은은 비웃으며 말했다. "어휴, 입음 번지르르해서 말만 번듯하게 하는건 누가 못한담! 진짜로 능력있으면 금은보화나 가져와 봐, 손태석 그 다리 병신처럼 죽은듯이 있지말고!"구준은 안색이 굳어졌고 입을 열려는 순간 띠띠--하고 차 기적소리가 멀지않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크게 들려왔다.그것은 한대의 흰 현대차였는데, 차가 크고 이쁘며 최고급 설비였고 접이식 창문이여서 한마리의 매서운 맹수와도 같았는데 차는 단지로 몰고 들어왔다. "지성아!"멀리서 차를 보고 진숙은은 삽시에 웃음을 띄였다.몰려들어온 주위 친척들에게 그녀는 자랑질 하기 시작했다. "봤어, 이게 바로 건우씨가 지성이한테 사준 새 차야, 오천이 넘는다는데!""좋은 차네, 좋은 차야!"친척들은 감탄을 하며 칭찬했다. "지성이는 유학 갔다 왔지? 이렇게 좋은 차여야지 지성이 신분에 걸맞지 않겠어? 차도 좋고 사람도 좋고, 다 좋네!"진숙은은 득이양양해져서 구준을 돌아보고 양팔을 각각 허리에 척 올려놓고는 큰 소리로 훈육했다. "너는 눈이 안보이니 귀가 안들리니, 우리집에 지성이가 온게 안 보여?""빨리 저 싸구려 전기차 옮겨, 지성이 주차하게!"구준은 진숙은을 바라보았다. 낯빛은 어두웠다.차 뒤자리, 단방향 유리는 바깥에서의 시선을 막고 있었다. 그러므로 진숙은은 차 안을 볼수없었지만 손태석과 진숙영은 그녀의 표정을 다 볼수있었다!할머니가 오실때 진숙영은 원래 차에서 내려 할머니를 맞이하려 했지만 손태석에 의해 제지되었었다. 두 사람 모두 진숙은이란 사람을 잘 알고있었지만, 그녀가 이정도까지 각박할줄은 몰랐었다!"엄마?"현대차는 단지 입구에서 멈췄다. 진숙은의 아들, 유지성은 캐쥬얼한 정장을
"빌린거? 그럼 그렇지!"진숙은은 그제서야 한시름 놓고 손가락으로 구준의 코를 짚으며 연신 비웃었다. "놀랬네. 네가 무슨 큰 인물이라도 되는줄 알았는데 그냥 이목 끌고싶은 거였네. 할머니 생신에 와서 누구한테 허풍떠는거니!""우리 아들이 아니였으면 정말 네 허세가 뜻대로 될뻔했구나!"옆에있는 친척들은 모두 머리를 저었다. 진숙은의 말을 믿는게 분명했다. 모두 구준을 쳐다보는데 모두의 얼굴에는 4글자가 써져있었다.’업신여김.‘"구준씨, 차 옆으로 비키자."가을은 여기서 말다툼하고 있는게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염희주를 안고 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님이 원래 이래. 우리가 괜히 화낼 필요없어."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포르쉐쪽으로 갔다.그런데 이때,윙......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전화가 온 듯했다."포르쉐 S점의 전화?"구준은 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염 선생님!"전화 건너에서는 어떤 여직원이 말을 했는데, 그녀의 목소리 속에 흥분은 감추지 못했다. "해외에 그 세드릭 이미 항공 운송해왔습니다. 두대 모두 수속 완료했고요. 혹시 어디계십니까? 지금 바로 그쪽으로 수송해드릴게요!"구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 가볍게 웃었다."청해시 옛성구, 신비 단지로 와주세요. 제가 지금 그쪽 단지 앞이라.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시고요, 10분 드립니다."10분은 빠르게 지나갔다.진숙은은 계속 구준더러 얼른 차를 옮기라고 나무랐고, 아부를 잘 떠는 몇명의 여자 친척들 또한 숙은에 페이스를 맞춰 옆에서 나불나불 거렸다."당신이 가을 누나 남편? 염구준씨?"유지성도 짜증이 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차로 여기를 막고있는건 무슨 뜻이죠?아니면 제 아버지한테 전화쳐서 도리를 따질까요?"진 씨 집안 사람들도 다 알다시피 유건우는 공 씨 집안 사람으로서 손에 쥔 권력이 만만치 않았다. 시의 많은 부자들과도 모두 왕래가 있을 정도이다. 그 때문에 그가 비록 진 씨 집안의 사위더라도 크고 작은 일
"아이고, 계속 차에 계셨나보네!"진숙은은 잠시 놀랐다가 곧 어이가 없어 비웃었다. "할머님께서 직접 마중 나오셨는데 안부도 묻지 않고. 내가 돈 달라할까 겁났나 봐? 둘이 선물도 못내놓는 형편인거 여기 모르는 사람 있을까 봐! 근데 감히 인사도 안해?"손태석은 진숙영의 옷자락 끝을 끌어당겼다. 부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준과 가을의 뒤를 따라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밀봉 수송차량의 뒷문이 열리자 진씨 집안 사람들은 호기심에 몰려들었다. 차 안에는 두 대의 포르쉐 세드릭이 천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윤곽상으로 보아서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차인것이 분명했다!"개봉해요!"구준은 염희주를 안고 손태석과 진숙영을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이건 제가 존경하는 두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두 분께서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젊은 여직원은 그들을 잠시 보다가 얼른 차 키와 두개의 금고를 손태석과 진숙영에게 건내주었다. 동시에, 차를 몬 기사와 S점 차량 직원이 조심스럽게 천을 벗겼다.천을 벗긴 그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정오의 태양 아래 검은색 차량 한 대와 빨간 차량 한 대, 총 두 대의 포르쉐 세드릭이 있었는데, 마치 이 시대의 과학적 산물들을 초월한 것처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과학적 포스를 뿜고있었다.선, 차의 등, 반사거울, 타이어, 꼬리, 날개...... 차의 매 섬세한 부분들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고급스럽고 편해 보였고 지금 제일 선진한 곡선 조형을 채용하여 표면은 물이 흐르는둣 유연했다!"세드릭, 이건 세드릭이야!"단지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는데 드디어 어떤 사람이 이 차를 알아보고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었댔다. 몸은 흥분해 떨렸다. "오, 하느님! 포르쉐 회사가 금방 내세운 최고급 비지니스카를 그것도 낙후한 청해시에서 보게돠다니!""몇 십억이 넘는 최고급 명품카인데! 미쳤어 진짜!"단지 안에 사람들 가운데 유지성도 멍때렸다. 두 눈은 두 대의 포르쉐
이 지역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을 열심히 돈을 모아도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질수는 없었다!"아니야, 분명 아니야! 너네 다 한통속이고 이건 연기하는거야! 우리를 속이는 거라고!"사람들 속 진숙은의 입술이 바짝 마르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꺼져, 다 꺼지라고! 난 한 글자도 안믿으니까! 이건 전기차야. 많아 봤자 40만 50만짜리지, 누구도 우리집 현대차에 비기지 못한다고!""엄마......"지성은 죽은 파리가 들어간 국이라도 마신듯한 표정을 지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달려가 진숙은을 끌고는 구준을 향해 웃어보였다. "매형, 우리 엄마말은 그냥 무시하시면 되요. 우리 엄마가......"구준은 둘을 무시하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차 내려요!" 두 대의 수송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고 수송 궤도가 뒷칸에서부터 지상으로 깔렸으며 두 대의 포르쉐 세드릭이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여직원과 동료 몇 명은 준비한 꽃을 꺼내 아파트 단지 입구에 가지런히 배치했다.66통의 형형색색 축포와 함께 불꽃놀이 수속까지 모두 S점이 이번 차 인수인계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였다."할머님."염구준은 염희주를 안고 성큼성큼 노부인에게 다가가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할머님의 여든 생신이시니 이 불꽃놀이는 저 구준의 작은 성의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할머님,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요!"말을 마친뒤, 그가 손짓하자, 펑, 펑, 펑.....66상자의 불꽃이 계속 터지고, 폭죽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부터 하늘로 치솟으며 한 송이, 한 송이의 화사한 불꽃을 피여냈으며, 태양이 이글거리는 오후에도 여전히 다채로운 모습으로 할머니의 생신 잔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구준이가 정말 잘해!""손태석이랑 숙영이는 정말 좋은 사위를 찾았다니까!""아까는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짜였네...... 구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44억이라니! 맙소사, 돈이 정말 많다보다.. 나는 한 평생 일해도
진숙은의 얼굴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그녀는 빠른걸음으로 유건우 옆으로 갔다. 이는 너무 물어서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방금전에 밖에서, 염구준이......"방금전에 밖에서 발생했던 일을 과장해서 그에게 말해주니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어떤 수단을 쓰든지간에 빨리 당한거 갚고와요. 난 이런 수치 당할 생각없으니까!""44억? 돈이 이렇게나 많다고?"유건우는 손안의 담배불을 끄고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 몇통을 빨리 보내고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돈 많은게 대수인가? 여기 옛구역은 나, 유건우꺼야! 내 앞에서 감히 허세를 부려? 기다리라고 해!"구준과 가을의 부축하에 손태석과 진숙영은 뒷뜰로 갔다.아파트 단지입구 [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친척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고 지금도 그들 뒤에 몇몇이 따라다녔다.가을의 유일한 삼촌,진솔조차도 그들의 앞에서 갈 엄두를 못내었다.이게 바로 신분과 지위가 가져온 큰 차이였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감히 앞서나갈 엄두를 못내게 하는것!"흥!"모두들 자리에 앉자 진숙은은 참지 못하고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꼬았다 ."돈이란건 언제 벌어도 다 모자란 법이지! 우리집 건우씨는 가족들을 생각하느라 돈 따윈 신경쓰지 않는데. 누구랑은 다르네!""요즘 문건이 내려왔는데 건우씨가 승진해서 마을 이장이 되었거든? 그래서 많은 대기업들이 다 잘보이고싶어서 우리집에 선물들을 보내왔어!"유건우가 마을 이장?친척들은 멈춰있다가 금세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어머! 숙은아, 왜 일찍 말하지 않고! 우리 같은 옛구역은 마을이랑 관계가 제일 밀접한데, 건우가 마을 이장으로 승진했으니, 우리도 체면이 사네, 그래!""맞아, 우리집이 마을에 땅이 몇개 있는데! 건우야, 네가 좀 말 좀 해줄수 있니? 땅에 집 좀 지으라고. 집 짓는 땅이 줄고 있는 마당에 그 몇개 남은 땅도 그냥 둘 수는 없지!""그건 쉬운 일이 아닌가? 건우 한마디면 될 일인데......"서로 한마디씩 주고 받자, 유건우 집이 순
진숙은은 점점 소름 돋았지만 별안간 머리를 내저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게 분명했다. "다른거 말했으면 믿을수도 있는데, 손씨 그룹 계승인이라고? 풉! 그건 절대 불가능해!""손 씨 집안 남자들은 다 죽었어? 어떻게 여자가 마음대로 하게 해?!"염구준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변하지 않았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손 씨 집안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그래서 구손 씨 그룹이 손씨 집안과 합병했고, 지금 장인어르신이 그룹 회장님이고 가을이가 사장입니다."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옆에 있던 진숙영을 보며 물었다. "어머님, 제 말이 맞죠?"진숙영은 멈칫하더니 곧 그의 뜻을 알아차리곤 얼굴엔 감사함이 어렸다.이 사위가 어머니 생신 연회를 빌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구나!"구준이 말이 맞아."그녀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 집어 구준의 그릇에 넣어놓고는 진숙은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셋째야, 비록 내가 예전에는 형편이 안좋았지만 구준이 덕에 지금은 괜찮아 졌단다. 정말 많은 복을 누리고 있지!""ㅂ...복..."진숙은은 화가 차밀어 올랐고, 화를 못참아 씩씩대는 모습이 마치 소 같았다. 얼굴은 이미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가 유건우한테 시집을 가서 이 집안에서 부러움을 제일 많이 샀었는데 오늘 큰 언니 집안한테 이목을 다 뺐겼으니 큰 망신이 아닐 수가 없었다!특히 주위의 가난한 친척들은 그저 부럽다는 눈길로 진숙영을 바라보았고 진숙은을 상대하는 사람이 없었다!"숙은아, 화내지 마."옆에있던 유건우는 자신의 74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보고는 다시 구준을 보고나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됐어, 이제 올거야......"이때."유이장님! 유이장님 여기있습니까?"뒷뜰밖, 대여섯의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손에는 고급차와 고급 와인을 든채 성큼성큼 다가오며 축하했다."유이장님 장모님의 여든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아!"뒷뜰에서는 진씨 집안의 가난한 친척들이 멀리서 이 중년남성들을 반사
진숙은은 마침내 체면을 되찾았다. 그녀는 형용할 수 없는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진숙영을 비웃으며, "기억해, 네 집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에 대한 이목을 뺏을 순 없어! 그딴 생각하지 마!" 라고 말했다."네 사위?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야. 돈이 있어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아!"진숙영의 얼굴빛이 살짝 변해 다시 말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염구준은 웃는 얼굴로 휴대폰를 꺼내 문자 한 통을 보내고 진숙영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음식 드시고 다른 건 상관하지 마세요. 저희들은 이 사람들과 잘 모르니 그냥 앉아있기만 하면 되요." "아직도 허세 부리기는!"진숙은은 염구준을 향해 빈정대다가 하면 금세 웃음을 띄고 몇몇의 상사들을 향해 연신 인사했다. "자, 모두 앉으세요, 다 앉으세요!""다들 왔으니, 우리 이제 마을의 하반기 계획에 대해 한 번 이야기 나누죠."유건우는 목청을 가다듬고 주변 친척들의 부러운 시선을 만끽하며 손에 술잔을 들고 말했다. "저는, 하반기에 경제를 대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생각입니다! 본지 기업은 옛손 씨 그룹이든지 손 씨 그룹이든지 모두 고려하지 않을겁니다."그는 침을 튀기며 무려 10여 분을 말하다가 머리를 돌려 염구준을 훑어보았는데 도발적인 눈빛이였다.‘어이, 염 씨.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니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내 권력 앞에서는 반드시 무릎 꿇어야한다 이거야.’"손 씨 그룹은 왜 고려 안해?!"갑작스런 낮고 굵은 목소리가 뒷뜰 밖에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청해시 성주, 종찬우였다!신비 단지가 너무 낡아서 종찬우의 차 행렬은 동네 문 밖에 주차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캐주얼한 양복 차림에 진땀을 흘리는 중년 남자 십여 명을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왔다."종, 종성주?!"마당에서 유건우와 그의 곁에 있던 몇몇 동료들이 잠시 당황했다가 같이 소파에서 뛰쳐나갔다. 두려운건 종찬우뿐만이 아니라 그의 뒤에 있는 십여 명의 중년들도였다.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