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지금 절 도와주셔야 합니다.”분명 노인의 계략이었는데 오히려 그가 당하고 말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고씨 가문은 워낙 세력이 커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당연하지. 우린 동맹을 맺었잖아. 네가 본 손해는 우리가 다 배상하마.”노인는 돈에 관심이 없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고씨 가문에서 염구준을 제거한다면 아직 애송이인 고황호를 파견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말만 믿고 안심하겠습니다.”키무라는 기분이 조금 나아져 와인병을 들고 차분하게 술을 따랐다.그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해외에 나가서 발전할 계획이였다. “나도 잘 부탁하마.”노인도 담담하게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에 다 마셔버렸다.하지만 이 늙은 두 여우가 이렇게 쉽게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이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노인이 벌떡 일어섰다.“먼저 일어나마. 이따가 돈을 계좌로 이체하지.”“배웅해 드릴게요.”“괜찮아.”“어르신, 그럼 살펴 가세요.”카무라는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인사했다.노인이 떠나자마자 키무라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흑주로 갈 방법을 알아봐.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뜬다.”쾅쾅!노인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키무라는 노인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문을 바로 열어줬다.그러자 쿵 소리와 함께 문짝이 나가 떨어져 버렸다.“뭘 꾸물거려?”알고보니 용준영이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감히 내 구역에 쳐들어오다니 죽고 싶어?”키무라는 화를 참는 차분한 성격이 아니었다.그가 손을 휙 흔들자 부하들이 재빨리 움직였고 이어서 십여 명의 검은 그림자가 용준영을 향해 공격을 준비했다. 절반은 종사 경지에 이르른 무사들이였다.“먼저 공격하지 않아서 다행이군.”스스슥!그때, 한 검은 그림자가 유령처럼 스쳐 지나가더니 일격으로 키무라의 부하들을 날려버리고 용준영의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였다! “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심장박동이 갑자기
”아니에요. 어르신..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키무라는 피바다에 쓰러져 공포에 떨었다.스으윽!그러자 노인은 칼로 그의 목을 베고 칼을 거두었다.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키무라는 피할 겨를도 없었다. “사람이 신용이 있어야지 말이야.”한 편, 염구준 일행은 부하 두 명의 위치 추적기를 따라 추적하다가 어두운 골목에 도착했는데, 멀리서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보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은 것 같았다.염구준은 피냄새를 따라 쓰레기 더미에서 시체 두 구를 발견했다.바로 용준영이 미행하라고 파견한 두 경호원이었다.“어서 구급차 불러!”용준영이 염구준을 막으며 한 발 빠르게 앞서 상황을 살폈다.“관둬! 이미 죽은 지 오래 됐으니까.”생명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니 이미 죽은게 분명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청해에서 살면서 이렇게 큰 사건을 보지 못했다. 상황이 아주 심각했다. “형님. 키무라가 죽었답니다.”전화를 받던 용준영이 다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고씨 가문, 전쟁은 시작됐어.’염구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하늘의 별을 보며 앞으로 만나게 된다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아빠, 빨리 와요. 학교에 데려다 준다면서요.”염희주가 입구에 서서 재촉했다.“가고 있어.”염구준은 방에서 나오며 옷을 입었다.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염희주는 지각할까 봐 걱정되었다.“아빠, 이제야 나오시면 늦지 않을까요?”“늦지 않았어. 아침 먹을 시간도 있거든? 진짜야!”염구준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매주고 시동을 걸었다.비록 고씨 가문이 기세 당당하게 다가왔지만 일상 생활은 계속 유지해야 했다.학교 앞에 도착하자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길가에는 아침을 파는 가게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아빠, 우리 찐빵 먹을까요?”염희주가 찐빵 가게를 가리켰다.“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돼. 아빠 돈까지 절약해 줄 필요 없어.”염구준은 딸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았다.회사에 문제가 생기자 일찍 철이 든 염희주는 돈을 헤프게 쓰면
"아빠, 괜찮아요. 제가 학교 안 가면 되니까요." 염희주는 눈물을 참으며 염구준의 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겼다.'젠장, 감히 내 딸을 슬프게 만들어? 넌 이제 끝났어.'염구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렇게 싸우고 싶어 하니 끝까지 놀아줄 수밖에.'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 사람이 허튼소리 하는 거 듣지마. 나, 염구준의 딸은 가고 싶은 데 다 갈 수 있어. 제경 로열 아카데미라도 네가 원하면 갈 수 있어, 알겠지?""네!"염희주는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염구준이 여태껏 자신을 속인 적이 없었기에 염희주는 그를 굳게 믿었다. "딱 기다려. 좀 이따가도 지금처럼 허풍을 떨 수 있는지 두고 볼 테니까." 케리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 한 통을 걸었다.분명히 창피를 당하게 하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상대방이 허풍을 떨 수 있게 만들어 그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 기다면서 네가 곧 어떻게 죽는지도 두고 볼게."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이 학교에서 자신의 딸을 퇴학시키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상대방이 도대체 누구를 불러올지 궁금했다. '할 수 있을 리가.'터벅터벅.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중년 남성이 들어왔는데, 모두 거의 대머리었으며 정수리에서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만이 바람에 흔들렸다."무슨 일이죠? 난 바쁜 사람이에요." 먼저 입을 연 남자는 바로 이 학교의 교장이었다."하하, 김 교장선생님, 제가 부탁드릴 일이 좀 있어서요." 케리는 웃으며 다가가 조심스럽게 담배를 건넸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세요."김유석은 담배를 받아 불을 붙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만약 케린이 그에게 돈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오지도 않았을 태도였다."교장선생님, 저 계집애가 제 아들을 때렸습니다. 바로 퇴학시켜주세요." 케리는 아무렇게나 엉터리 이유를 찾아서 말했다."그래요. 내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세요." 김유석은 누가 이렇게 운이 나쁜지도 보기
"아빠가 다른 학교 찾아줄 테니까 이 학교는 당분간 다니지마. 손씨 그룹이 망하면 사서 너한테 줄게."비록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케리는 속으로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매번 염구준에게 모욕을 주려고 했으나 당하는 건 되려 자신이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언제쯤 성공할지..'"잠깐. 내가 줄 서프라이즈가 있어." 그때, 염구준이 그들을 불러세웠다. "왜? 여기서 대놓고 날 죽이려고?"케리는 몸을 돌려 화를 참지 못하고 비꼬았다.염구준이 자신보다 많이 강한 건 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시대가 어떤 시댄데, 그렇게 폭력적으로 생각하지 마."염구준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었다. 굳이 죽일 필요 없이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케리가 자꾸 건드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번쯤은 무너뜨리고 싶었다. 띠링.이때 케리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 온 상대가 차마 홀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 그는 바로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저희 합작은 이만 끝냅시다!"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은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이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이게 무슨?'케리가 한참 멍하니 있을 때 다시 벨소리가 울렸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더욱 심각한 내용이었다."귀사에서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되어 현재 압수수색 중입니다."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의 회사가 끝장나기 직전이였다. 염구준의 경외의 영향력으로 작은 회사를 짓밟는 건 전화 몇 통으로도 끝나는 식은 죽 먹기였다."으악... 내 회사!"케리는 바닥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안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통곡했다.하지만 이건 모두 자업자득인 셈이므로 염구준은 더 이상 그를 신경쓰지 않고 옆에 있는 김유석을 바라보았다. "멋대로 권력 남용한 거, 따로 이야기 해볼까?"'올 것이 왔군.'김유석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이라도 죄를 면하기위해 열심히 변명하기 시작했다."이사
"네가 너무 오만해질까 봐 그랬지."염구준이 장난치듯 말했다.그가 학교를 산 건 당연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의 안전을 위해 학교의 경비원들을 교체하기 위해서였다.그 후 염희주는 수업을 들으러 갔고 염구준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러나 집 입구에서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겨 적지 않은 시간을 지체해 버렸다. "싸인해. 어차피 손씨 그룹은 곧 망할 텐데.""그래, 손씨 그룹이 망해도 괜찮아. 앞으로 내가 당신을 돌볼 테니까."집에 도착하자마자 염구준은 집 안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를 들었는데,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좋은 의도로 온 게 아닌 것이 분명했다.'이 미친놈들이 여기까지 찾아와?'그는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너희 두 멍청이었구나? 난 또 무슨 상당한 거물들인줄 알았네."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상대도 안 되는 놈들이 감히 시비를 걸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당신, 딸 학교에 보내러 간 거 아니었어?"두 사람은 너무 긴장한 탓에 침을 계속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버벅거렸다. 이 두 사람은 지백만과 고황호로, 모두 한번씩 염구준한테 당한 적이 있어 염구준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린 것이다. "염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저 도움을 드리고 싶어 찾아왔을 뿐입니다..!” 지백만은 겁이 나서 재빨리 변명했다."하하, 도와주러 왔다고?"염구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들고 뒤적였다."지금 손씨 그룹의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니 저희 쪽에서 200억에 인수하려고 합니다. 이 돈이면 염 선생님 가족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거예요."염구준이 계약서를 다 보기도 전에 지백만은 급히 설명하면서 좀 보기 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사실 그의 행위는 날강도나 다름 없었다. 200억으로 인수한다는 건 그냥 강탈하는 거랑 다름이 없으니까 말이다. 200억은 일반인한테는 확실히 거액이긴 하지만 손씨 그룹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태석은 염구준을 의미심장하게 한 번 보고는 방에 들어갔다. '나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거군. 이런 사위를 둔 것만으로도 이번생은 잘 산 것 같네.'탁.방문이 닫히자마자 염구준은 고황호의 오른팔을 잡고 강대한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고 곧이어 주입된 기운이 체내에서 미친듯이 기승을 부렸다.이에 고황호의 팔 전체의 뼈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끄아악..."강한 통증에 고황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소리를 내자마자 염구준이 밀어넣은 기운 때문인지 너무 아파 소리도 지를 수도 없었다. 고황호는 금방 전신경지에 들어선 사람으로 든든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아파도 기절하지 못해 그대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서 고씨 가문 사람들한테 전해. 앞으로 나를 건드린 고씨 가문 사람은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거라고. 몇이 오든지 모두 죽여 버릴 거야."염구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고황호를 밖으로 던졌다. 고황호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그냥 집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전신경지의 강자라며? 그런데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지백만은 옆에 서 있었는데 몸을 덜덜 떨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네 아버지가 네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식언을 했나 보네." 염구준의 엄숙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원래는 지백만이 다리가 부러지든 부러지지 않든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백만이 기어코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가족들을 위협한 이상 옛 일까지 합쳐서 손을 봐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당신..."지백만은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어눌한 말투로 얼버무렸다.곧이어 그의 가랑이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왔는데, 너무 놀라서 오줌을 싼 것이였다."미친. 바닥을 더럽혀? 넌 그냥 꺼져라."염구준은 바로 지백만을 발로 차버렸다. 바닥을 닦는 것은 그의 일이기 때문에 속에선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휴, 드디어 탈출했다..!'지백만은 속으로 한숨 돌리고는 중상을 입은 고
아무도 이 신비한 사람이 누군지 짐작하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손씨 그룹의 수혈팩이라고 불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의 시간이 지나갔고 손씨 그룹이 발표회를 여는 날이 다가왔다. 발표회가 열린 장소는 손씨 그룹의 1층 로비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번 발표회에는 모두가 참석할 수 있었다.염구준 부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열정' 적인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손 대표님, 요 며칠 동안 계속 먹고 마시고 놀았다고 들었는데, 이미 손씨 그룹을 포기하신 겁니까?""그룹에 부족한 자금이 이미 140조 원을 넘었다고 들었는데, 오늘 파산을 선언하러 오신 겁니까?""신비하기로 유명한 손씨 그룹의 수혈팩 씨와는 대체 어떤 관계입니까?"그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능숙하게 까다로운 문제들을 골라 묻기 바빴다.그러나 이번에는 염구준이 직접 배치한 경비원들 덕분에 양쪽의 기자들 모두가 막혀서 앞에까지 다가오지는 못했다. 수월하게 입구에 도착한 뒤 염구준은 몸을 돌려 기자들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새롭게 탄생할 손씨 그룹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다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을과 함께 발표회장 안으로 들어갔다.발표회장은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라 준비만 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손 대표님, 얼굴이 펴신 걸 보니 잘 지내고 있으신 것 같네요."그들이 들어가자마자 양복을 입고 샴페인을 든 사람이 걸어왔는데 바로 지천만이었다. 그가 여기에 온 이유는 투자하기 위함이 아닌 게 뻔해 보였다."지 대표님도 일찍 오셨네요." 손가을은 그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손씨 그룹이 곧 망할 테니 봐둬야죠. 늦게 와서 그 모습을 못보면 얼마나 아깝겠습니까."지천만은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배후에 고씨 가문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그는 손씨 가문과 맞설 수 있다고 믿어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럼 이만 돌아가세요. 곧 실망하실 테니까요." 손가을은 형식적인 미소를 거두고 받아쳤다.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지는 못할 망정 돌을 던지려는
"구준 씨, 왜 그래?" 손가을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손씨 그룹의 주식이 폭락하고 주주들이 투자를 철회했을 때도 염구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괜찮아, 확인해 볼게 있어서.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 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오늘의 계획은 손씨 그룹의 존망과 관계되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었다. 지씨 가문은 당연히 그런 능력이 없었지만, 그 배후의 고씨 가문은 달랐다.같은 시각, 지프 랭글러 두 대가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무리안이 바깥으로 통하는 길은 사람을 찾아 고쳐야 한다니까요. 가기 힘들어 죽겠어요."수안이 차를 몰면서 불평불만을 해댔다. 진작 길이 이렇게 험할줄 알았더라면 차를 몰지도 않았을 것이다.뒤에 앉은 제정도가 놀리며 말했다. "수안 문주의 목소리는 정말 우렁차시네요.""조심해요, 기습이 있어요!"그때, 앞 좌석에 있던 수안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너무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두 사람은 자세한 상황도 모른 채 데리고 있던 부하들과 함께 서둘러 차에서 뛰어내렸다.쾅!곧이어 그들이 탄 차는 떨어진 돌에 맞아 골짜기 밑으로 추락한 후 폭발했다.차를 몰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조금은 짜릿했다."반응이 빠르네. 이것도 눈치챌 수 있다니."이때 산비탈에서 두 사람이 빠르게 내려와 그들을 막았다. 모두 전신경지에 이른 사람이었다."당신들은 누구죠? 본 적도 없는데 왜 저희를 공격하는 거죠?" 제정도는 신중한 편이라 충동적으로 행동하려는 수안을 막고 물었다. "고씨 가문 사람이다.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두 사람도 꺼리지 않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고씨 가문?'용하국에서 고씨 가문은 명성이 자자했는데, 전 세계의 강호가 모두 고씨 가문을 알고있어 감히 건드리는 사람이 아주 적었다."저희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에요. 좀 비켜 주셨으면 합니다."제정도는 화를 가라앉히며 겸손하게 말했다.고씨 가문은 그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